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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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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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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138

작성
18.12.0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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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글자
12쪽

12막 1장. 괴수 동물원

DUMMY

문득 생각했다.

과거 자신은 미래를 알고 있었음에도 결국 그 끝은 허무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직도 죽을 때 그 억울했던 감정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대충 수많은 파편을 조합해보면, 뒤늦게 봉인이 풀린데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서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다 보니, 결국 실패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후다.

‘그 때와는 다르게 움직여야겠지?’

솔직히 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 앞의 이 괴물을 처리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난감했다.

승자는 자신이었지만, 그 때 데얀은 다른 이들을 상대하느라 너무 많은 능력을 쏟은 뒤였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도 놀랄 정도로 능력이 늘어났다.

그렇다 해도 솔직히 정면으로 다시 붙는다면 반드시 제압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결국 방법이 없나?’

동혁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말해 봐···”

데얀은 주인이 반쯤은 묵인한 것을 보자 살짝 미소가 피어났다.

“원래 저희는 비사르라는 중동에 있는 마법계파입니다. 허나, 흑마법이란 이유로 다수의 세력들에게 공격 당해서 저와 제자 셋만 살아 남아 한국까지 흘러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사실 헤수스 길드에 빈객으로 들어간 것도 결국 복수를 위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야 제법 규모를 갖춘 길드를 만든 상태입니다.”

“길드?”

“네. 흑마법 길드입니다.”

“흠···”

“헤헤, 무려 십 년의 염원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저 말고 세 놈이 그 동안 고생을 적지 않게

했습니다. 바투, 타파르, 시타! 뭐하느냐? 인사를 안 드리고?”

“첫째인 바투입니다.”

“둘째인 타파르입니다.”

“셋째인 시타입니다.”

터빈을 쓴 셋은 다소 떨떠름하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지만, 워낙에 사부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게 뭔 짓인지···’

‘사부가 드디어 미쳤군. 저 딴 꼬맹이한테···’

한숨이 나왔다.

부랑아나 거지, 혹은 무법자 떨거지들 중에 자질이 있는 아이를 데려와 만들어 낸 조직이다.

비사르의 염원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어린 아이들이 죽었던가?

철저한 생존 경쟁을 통해 살아 남은 소수의 열 세 명의 아이들.

이제 그들은 어느 덧 20대 청년으로 장성하여 비사르 길드의 정예가 되어 있었다.

모두 두 번째 계단을 넘긴 아이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부가 미쳐서 피 땀을 흘려 만든 조직을 통째로 넘기게 생겼다.

당연히 반발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아무리 그들이 흑마법을 익혔다 해도, 인간의 양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흑마법은 인간의 저주와 탐욕을 먹고 산다.

죄 없이 죽어가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원념에 가득 찬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이렇게 하려고 자신들이 죽어야 했냐면서.

가슴이 아팠다.

그 감정은 괜시리 무게를 잡고 있는 눈 앞의 청년에게 옮겨갔다.

“불만이 많은가 보네.”

서늘한 음성과 함께 갑자기 온 몸에 피가 쏠리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커어억, 이, 이건!”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마치 물에 빠진 것처럼 주위에 있던 공기가 셋을 향해 누르기 시작했다. 이 어이 없는 전대미문의 괴사에 그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처참했다.

셋은 위에서 짓누르는 거대한 압력에 저절로 척추가 구부러지고 있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무릎이 저절로 굽혀졌다.

데얀은 직감했다. 주인이 노하셨다는 것을 안 것이다.

만약 자신이 나선다면 구할 수 있겠지만, 감히 끼어들 자신이 없었다.

그는 급히 빌었다.

“제발 용서를··· 철없는 것들입니다.”

“후후, 개가 짖으면 패야지 정신을 차리지.”

“뭐하느냐! 당장 사과를 안 하고!”

“크흑··· 하, 하지만···”

이미 셋 중 둘은 등을 위로 한 채 쓰러지기 일보 직전.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뼈마디가 하나씩 부러지고 있었다. 눈알이 터질 것 같이 동공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성대에서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이 자의 능력이었던가?

실수였다. 어린 외모 때문에 경시를 했던 것이다.

바투와 시타는 세번째 계단이었다.

그것도 완숙한 경지.

흑마법의 악랄함을 안다면, 동일 층계의 각성자보다 위였다. 단지, 둘째인 타파르만이 그 와중에도 힘겹게 버티는 중이다. 타파르는 해골 목걸이 속에 있던 악령을 소환을 하기 위한 동작을 취했다.

동혁은 재미있다는 듯 조롱을 했다.

“후후, 반항이야?”

“크흑!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아니면?”

외침은 오래 가지 못했다.

동혁은 타파르의 주위로 검은 사기가 솟구치자 손바닥을 펴더니 파리를 때려 잡는 것처럼 눌러 버렸기 때문이다.

타파르는 온 몸이 압사되면서 즉사를 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타파르의 몸이 줄어들면서 검은 기운들이 저절로 동혁의 손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설명은 길었으나,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었다. 타파르는 마치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진 피부만이 남아 바닥에 눌러 붙어 있었으니.

“타파르--!!”

데얀은 이 광경에 너무 놀라 입조차 다물지 못했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동혁이 공기에 ‘중 重’의 묘리를 담은 것은 사실이나, 타파르의 영혼 자체를 갈취한 것은 그의 뜻이 아니었다.

‘대체 이 놈 정체가 뭐야?’

본능적으로 느꼈다.

악령과 사기가 뒤범벅된 영혼을 흡수하자 몸 속의 암흑의 기운이 더 증가했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동혁은 평소와 달리 사악하게 웃었다.

“흐흐, 이렇게 보니 개돼지 같구나. 너희는 특별히 죽이지는 않으마. 대신에 사지를 다 부러트려서 평생 걷지도 못하게 하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은데?”

둘째의 처참한 주검을 본 바투와 시타가 돼지멱을 따듯 외쳤다.

“아, 아닙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크흑!”

“그렇습니다. 제발··· 용서를···”

참혹한 광경에 넋이 나간 데얀이 결국 머리를 땅에 찍으며 돈수백배의 자세를 취했다.

만약 그대로 두면 나머지 둘도 끔찍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손에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네 사부가 제자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구나.”

“둘은 앞으로 주인의 충실한 시종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동혁은 입꼬리를 치켜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살짝 허공에 그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기중기로 찍어 누르는 것 같은 공기의 압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허어,억··· 크흑···”

“그러게 왜 주제도 모르고··· 쯔쯧···”

“흐흑, 앞으로는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충성을 맹세합니다.”

둘은 압박에서 풀려나자 즉시 사부와 똑같이 머리를 찍었다.

죽었다 살아난 둘은 이 가공한 공포에 결국 혼백이 나간 것이다.

동혁은 말이 없었다.

단지 의자에 앉아 자연스럽게 오만한 눈빛을 드러낼 뿐이다.

평소 모습과 많이 다르다. 그것은 악의 향기.

어느덧 동혁도 그것에 오염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이들이 툭하면 인간을 제물로 삼아 죽이는 흑마법사라는 것도 한몫 했다.

“좋다. 그 비사르인지 하는 길드는 내가 소유하는 것으로 하지. 어차피 나 혼자서는 모든 것을 감당할 수도 없으니.”

“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가지다. 앞으로는 웬만하면 죄없는 사람은 죽이지 말도록.”

“존명!”

약간 억양이 어눌한 한국어.

아랍인이 저러니 동혁은 순간 어이가 없어졌다.

“씨발, 어디서 이상한 소리만 배워서··· 존명 같은 소리하네. 어디 가서 그딴 소리하면 치매 걸린 꼰대 소리 듣는다.”

“저희가 잘못된 겁니까? 하지만···”

“그래. 그게 너희 탓이겠냐. 폼도 잡고 뭐 그러려면 방법이 없었겠지.”

“죄송합니다.”

“아무튼 아까 말 기억하고, 일단 너희가 조사를 해야 될 대상이 있다.”

“말씀하십쇼.”

“그래. 존명이니 하명이니 이딴 말보다 평어가 얼마나 좋냐? 조사를 해야 될 곳은···”

동혁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평소 의문 나는 것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정보를 가져 올 것을 요청했다.

데얀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놀람이, 중간에는 진지함이, 마지막에는 경직된 표정이다. 허나, 주인의 명령에 이들은 토씨 하나 달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떠나갔다.

동혁은 중얼거렸다.

‘물질간섭과 사물동화의 권능을 동시에 사용하니, 공기의 무게를 바꾸었어.’

그냥 호기심에 한번 시도를 해본 것뿐이었는데 이것이 실제로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좀 더 이 둘이 버텼다면 아마 더 이상 그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다 좀 더 노력하면 주위의 공기 자체를 진공 상태로 보낼 수도 있을 지도 몰랐다.

아직은 불가능했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자체는 상당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나도 괴물이 되고 있을 것일까? 영혼을 흡수하다니?’

이상한 기분이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복잡한 심경으로 동혁은 창문의 커튼을 활짝 열고 저 먼 하늘을 지긋이 응시했다.

‘그루트 Grute··· 그 때는 실패했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



학교에서 동혁이 호식을 본 것은 목발을 짚고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원래 좋은 인연이 아니었기에 그저 못 본 척 지나치려 했었다.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동혁은 예전의 동혁이 아니다.

귀찮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날카롭게 말했다.

“무슨 이야기? 우리 사이에 할 이야기가 있던가?”

“사과를 하마. 꼭 할 이야기가 있어.”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나가던 준영과 민수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머뭇거리다 먼저 갔다.

이미 동혁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알기 때문에 혹시 보복 때문이라면 전혀 걱정이 안 되었던 것이다.

“별로···”

동혁은 육망성의 영향 때문인지 그가 부정적으로 보는 인물에게는 누구보다 차가웠다.

허나, 호식은 끈질겼다.

마치 죽음을 각오한 것처럼 입을 꼭 다문 채 고개를 숙였던 것이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일부러 찾아 왔어.”

“뭔데?”

“도와줘. 너밖에 없어.”

“·········”

동혁이 어이가 없어서 손으로 어깨를 밀치고 가려고 할 때였다.

“누, 누나가 끌려 갔어. 제발··· 너라면 도와줄 수 있을거야.”

“뭐엇?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목숨을 바칠게. 네가 하라는 것은 다 할게. 그러니···”

과학 탐구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평소 호식의 악명이 워낙 높았던데다 점심 식사 때문에 이미 다 빠져나간 것이다.

호식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누나는 결국 찾지 못했다.

허나, 다행히 전투가 한창일 때, 죽어가던 마굴의 조직원을 통해 누나가 열화의 탑 5장로에게 바쳐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 때 겨우 죽다가 살아난 호식은 피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하기 원했으나, 고작 마굴 하나조차 어쩌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을 깨닫자 절망에 빠지고야 만다.

지난 몇 달간 결국 생각한 것은 동혁을 찾는 길뿐이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 강하던 마굴을 초토화시켰던 아이.

그 때의 기억은 너무 선명해서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잘못하면 영원히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의사의 권고도 무시하고 억지로 학교로 나온 것이다.

동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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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13막 4장. 술탄의 향기 18.12.14 5,656 82 11쪽
40 13막 3장. 술탄의 향기 18.12.13 5,836 79 12쪽
39 13막 2장. 술탄의 향기 18.12.12 6,163 83 12쪽
38 13막 1장. 술탄의 향기 +1 18.12.11 6,436 90 13쪽
37 12막 3장. 괴수 동물원 18.12.10 6,592 86 12쪽
36 12막 2장. 괴수 동물원 +2 18.12.09 6,842 88 12쪽
» 12막 1장. 괴수 동물원 +3 18.12.07 7,258 98 12쪽
34 11막 3장. 구룡 경매장 18.12.06 7,352 109 12쪽
33 11막 2장. 구룡 경매장 18.12.05 7,270 115 12쪽
32 11막 1장. 구룡 경매장 18.12.04 7,479 99 12쪽
31 10막 2장. 룬어와 형질 변경 +2 18.12.03 7,851 103 12쪽
30 10막 1장. 룬어와 형질 강화 18.12.01 7,852 106 12쪽
29 9막 3장. 미래를 읽고 대비하는 법 +2 18.11.30 7,944 119 13쪽
28 9막 2장. 미래를 읽고 대비하는 법 +1 18.11.29 8,206 118 12쪽
27 9막 1장. 미래를 읽고 대비하는 법 18.11.28 8,527 116 13쪽
26 8막 3장. 두 번째 전생 18.11.27 8,866 118 12쪽
25 8막 2장. 두 번째 전생 18.11.26 8,795 118 12쪽
24 8막 1장. 두 번째 전생 +7 18.11.25 9,014 1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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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7막 5장. 헤수스의 마굴 18.11.23 8,715 116 12쪽
21 7막 4장. 헤수스의 마굴 +2 18.11.22 8,977 106 12쪽
20 7막 3장. 헤수스의 마굴 +2 18.11.21 9,357 116 13쪽
19 7막 2장. 헤수스의 마굴 +2 18.11.21 9,762 119 12쪽
18 7막 1장. 헤수스의 마굴 18.11.20 10,383 123 13쪽
17 6막 2장. 초감각 +3 18.11.20 10,340 1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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