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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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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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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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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
글자수 :
389,535

작성
22.07.3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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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 환영받지 못하는 헌터 (1)

DUMMY

#6. 환영받지 못하는 헌터 (1)


“재밌는 기운을 느꼈지. 혹시 자네는 보지 못했는가, 민우가 차고 있던 팔찌를.”


이재환은 관심 없는 표정이었다.


“녀석이 팔찌를 하고 있었습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빛의 여신 아크리스의 기운이 온전히 스며들어 있었지만, 아무나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황진은 민우의 팔찌에서 새어 나오는 신성력을 읽을 수 있었다.


‘보아하니 위장 결계를 쳐놓은 게 분명한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을 거란 말이지, 허허.’


아크리스가 팔찌를 민우에게 건넬 때, 제왕 루터가 수를 써놓은 것이다.

그녀의 신성력을 온전히 드러내고 다니면 필히 문제가 생길 터.


‘나름 현명하게 대처했구먼, 그래.’


이황진은 재밌다는 듯이 실소했다.


“뭐가 그리 재밌습니까, 저는 속상해 죽겠는데.”


자기 막내아들이 암흑 속성을 부여받은 헌터라니, 이재환은 세인트 길드 부대표로서 부끄러웠다.


“걱정하지 말게. 그리고 녀석이 차고 있는 목걸이가 어디 보통 목걸인가.”

“...그야 그렇지만. 그건 그렇고, 어제 관리국장하고는 무슨 대화를 하신 겁니까?”


보통 배은호 국장한테서 연락이 오는 경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길드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정행위를 했을 때.

두 번째는 A급이나 S급 던전 게이트가 생겼을 때였다.


“아, 민우 때문에 찾아왔더라고.”

“예? 배은호 그 자식이 직접 찾아왔다고요?”


저번 최연희 헌터 사건 이후로 처음이다.

보통은 비서를 통해 연락하거나, 메일로 간단히 용건만 전하는 정도.

그런 그가 막내아들 때문에 직접 찾아오다니.

분명 뭔가 잘못을 저질렀음이 틀림없다.


“민우 그 자식이 사고라도 쳤습니까?”


이재환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운전기사는 또 한 번 힐끔 백미러를 쳐다봤다.


“아냐, 그런 게 아니고. 내게 부탁하러 왔더구나.”

“그 자식이 부탁을요?”

“민우에게 A급 던전을 경험시켜주면 안 되겠냐고 하더구나.”


그럼 민우가 던전으로 들어가게 된 건, 아버지의 판단이 아니라 배은호 국장의 결정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관리국 차원에서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요즘 관리국 애들은 A급 던전 관리 안 한답니까?”

“민우가 관리국 소속은 아니잖느냐.”

“아.”


그런데 왜 굳이 세인트 길드에 부탁했을까.

녀석이 신성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다른 길드에다가 부탁했어도 됐을 일인데.


“왜 굳이 저희 길드입니까. 가족이라서 그런 건 아닐 텐데.”

“오히려 그건 우리를 배려해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네.”


이재환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그에게 세인트 길드 대표는 일침을 날렸다.

“만일 녀석이 강하다면 어떻겠나.”

“예?”

“민우가 S급 헌터라도 되는 경우라면 어떻겠냐 이 말이지.”

“아버지도 무슨, 참나. S급 헌터가 뭐 쉽게 나오는 줄 아십니까.”


이재환의 판단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던전에서 사망한 초대 S급 헌터를 제외하면 최연희 헌터도 거의 유일한 S급이었다.


‘물론 요즘은 S급 승급심사를 보려고 하는 A급 헌터들이 많아졌지만, 말도 안 되지.’


A급에서 S급으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등급 심사를 받자마자 S급을 받는 건 경우에 없는 일이었다.


“여튼 이번에 민우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저희 책임은 없는 겁니다. 배은호 그 자식 잘못인 거지.”


혹여나 길드 단위의 토벌에 용병을 끼웠다가, 그 용병에게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게 된다면 해당 길드엔 패널티가 생기게 된다.

세인트 길드처럼 대형길드에서 그런 사고가 생기게 된다면 충격이 클 게 분명했다.


“쯧쯧, 못난 놈. 어찌 자기 자식보다 길드를 더 걱정하는 게냐.”

“아버지가 저를 그렇게 생각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암흑 속성을 끔찍하게 싫어하시는 이유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가 어렸을 때, 이황진 몰래 던전에 숨어 들어가서 생긴 트라우마였다.

단순히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했을 뿐인데, 악마와 관련된 트라우마가 생길지는 몰랐었다.


“네가 자초한 일이지 않냐. 그리고 내가 너에게 늘 하던 말을 잊었느냐.”

“선과 악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건가. 뭐 그 말씀이요?”


민우에게 했던 귓속말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냥 돌려서 말씀하시지 말고 얘기해주시면 안 됩니까?”

“안된다. 내가 하이프리스트가 되면서 했던 맹세가 있어, 그에 대해선 잘 알 텐데.”


이재환은 콧방귀를 뀌면서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운전기사가 차를 멈춰 세웠다.


“대표님, 중앙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기사는 차에서 내려서 이황진의 문을 열어줬다.


“어, 고맙네.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게나.”

“넵, 대표님 다녀오십쇼.”


이재환은 반대쪽 문으로 내렸다.


“부대표님도 잘 다녀오십쇼.”

“흥.”


괜히 신경질적인 투로 기사에게서 고개를 휙 돌렸다.


‘누가 실세인지 아직 모르나 본데, 조금만 기다려. 운전대를 잡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런 이재환을 보면서 세인트 길드 대표는 한마디 던졌다.


“오히려, 장로님이 민우 말고 자네한테 악의 기운이 스며들었다고 할 것 같네.”


이황진은 혀를 끌끌 차면서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가는 이재환의 표정은 썩어있었다.


* * *


“에이, 팀장님. 설마 이재환 부대표의 아드님이 그랬겠어요.”


헌터일보의 이재민 기자는 자기가 들은 말은 의심했다.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걸 확인해보자는 거지, 의심이 가는 거 캐내는 게 네 직업 아니야?”

“아니, 맞는데. 말을 참 예쁘게 하시네.”


박세웅 과장은 가지고 온 서류를 보여줬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걸 보라니까. 네가 봐도 의심스럽지 않냐 솔직히.”


이재민은 쭈욱 훑어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휴, 진짜. 제 생각에도 의심이 가긴 하는데, 상대는 세인트 길드에요 형님. 그게 어떤 뜻인지는 아시죠?”


괜히 대형길드를 잘못 건드렸다간 기자 인생이 끝이 날 수도 있는 판이었다.


“그리고 세인트 길드랑은 조금 안 좋은 추억이 있잖아요, 제가.”


이재민 길드는 최연희 헌터가 S급을 받았을 때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스토킹했던 이력이 있다.

물론 스토킹이라고 확실하게 처벌받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세인트 길드의 고위급 관리들에게 눈도장만큼은 확실하게 찍은 그였다.


“만약에 이번에 기사를 냈는데, 거짓으로 판명 나거나 하면.”


이재민은 박세웅 과장을 째려봤다.


“그때는 형님이 책임지실 겁니까?”


박 과장은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니, 새끼야. 아직 확실한 게 아니니까 알아보라는 거잖아. 그러고 나서 기사를 내는 게 어떻냐, 이거지.”

“그러니까 만일 제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형님이 제 인생 책임 지십니까?”


박 과장도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이 기사를 냈다간 세인트 길드에서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하지만, 이런 쪽으로는 녀석이 전문가였다.


“더군다나 남도 아니고, 자기네 집 아들이에요 형님.”

“누가 몰라서 그래? 그런데 생각해봐 재민아.”


박 과장은 이재민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면? 이재환의 막내아들이 살인자고, 그걸 묵인하는 세인트 길드라면?”


이재민의 눈이 흔들렸다.

대형길드 관련한 문제를 기사로 쓰게 된다면, 그건 특종 중에 대특종.

당장 진급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형님 말이 다 맞는데.”

“그럼 일단 조사라도 해봐, 어때.”


물론 세인트 길드에서는 자기의 얼굴을 보게 되면 안 좋아할 게 뻔하지만, 기자가 제 일 한다고 돌아다니는 걸 뭐라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봐도 구린 부분이 있단 말이지. 형님 말대로 일단 조사만 해볼까?’


조사만 하는 걸로는 손해 볼 게 전혀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 조사는 한번 해볼게요.”


그의 대답에 박세웅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래? 당장 내일부터?”

“단, 만약에 제가 잘못되거나 하면 관리국에 한 자리 꽂아 주십쇼.”

“뭐라고?”

“아니, 그 정도는 해주셔야 저도 안심하고 일을 하죠. 안 그러면 소극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형님.”


박세웅은 순간 서류를 휙- 하고 낚아채더니, 등을 돌려서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네가 못하면 다른 기자한테 가면 되지.”

“예? 형님 잠깐만요.”


그는 못 들은 채 사무실 문을 열었다.


“누가 누구한테 도움을 주고 있는 건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너 말고도 던져주면 할 기자 많아. 감사합니다, 하면서 넙죽 받아 갈걸?”

“에이, 형님 그런 게 아니라. 이리 잠깐 와보세요, 예?”


이재민은 부리나케 달려와서 나가려는 그를 붙잡았다.


“누가 안 한다고 했습니까, 형님. 거참, 성격도 급하시네.”


그러고는 손으로 술잔 모양을 만들었다.


“어찌 오늘 술 한잔하면서 천천히 얘기해보자, 이 말이죠. 어떻게 제가 잘 아는 고깃집이 있는데 그리로 모실까요?”


그제야 다시 표정이 밝아지는 박세웅 과장.


“흠흠, 난 돼지고기는 알러지가 있어서 못 먹는 거 알고 있지?”

“알고 말고요, 형님은 소고기죠 소고기. 얼른 이쪽으로 다시 앉아 보세요.”


그는 박 과장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제가 할게요, 형님. 저한테 주세요.”

“그래라 그러면, 바로 요 옆에 사무실에 갈까 했는데 소고기면 뭐.”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재민 기자였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박 과장은 자기의 핸드폰을 잠시 들여다봤다.


“마침 잘됐네. 오늘 세인트 길드랑 주작 길드의 합동 레이드가 있는 날인데, 일단 거기부터 가보는 게 어때?”

“오늘이요?”


박 과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한시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좋지 않아? 그러다가 다른 놈들이 냄새 맡고 붙으면 어쩌려고.”

“그런데 이민우 헌터가 그리로 온답니까? 아직 세인트 길드 소속은 아닌 걸로 아는데.”


박세웅은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지금 당장 이민우 집으로 가서, ‘안녕하세요, 이민우 씨. 헌터 일보에서 나왔습니다.’ 하면 ‘아, 예 제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라고 할 거 같냐. 베테랑 맞아?”


이재민은 순간 굴욕적인 발언에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금방 방긋 웃는 얼굴로 바꿨다.


“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오늘 갔다가 요 바로 아래 마수푸줏간에서 만나실까요?”

“그러자, 저녁 7시까지 만나는 걸로 하자. 레이드는 그 전에 끝나겠지.”


이재민은 사무실을 나가는 박세웅의 뒤에다가 대고 온갖 쌍욕을 퍼붓고선, 나갈 채비를 했다.


‘아씨, 변장을 하고 가야 하나. 합동 레이드면 부대표도 올 건대. 내 얼굴 알아보면 귀찮아지는데.’


그때, 이재민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놈 능력을 좀 빌려야겠다.’


* * *


검은 박쥐를 따라 성안으로 들어가자, 바깥에서 봤던 모습과는 달리 따뜻하고 아늑해 보이는 내부의 모습에 다들 놀랐다.


“허, 의외로 깔끔하네요?”


중앙에서부터 두 갈래로 이어진 위로 향하는 계단. 그 중앙에 위치한 모닥불에서는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요, 제가 생각했던 뱀파이어 성이랑은 아주 다르네요.”


시꺼멓고 우중충할 것 같다는 예상과는 달리, 따뜻한 색감을 띤 원목 자재의 가구들이 많았다.

심지어 바닥에 깔린 거대한 카페트가 그 온기를 더해주는 듯했다.


“이런 걸 보고 취향이 독특하다고 해야 하나?”


모두가 감탄하고 있을 때, 단 한 명. 제레미의 표정만은 심각했다.


“다들 현혹되면 안 됩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그러고는 쌍권총을 꺼내 들어서 주변을 경계했다.

그의 매서운 눈빛은 모든 구역 하나하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찌찍-


앞장서서 날아가던 박쥐가 계단 위로 올라가더니, 곧 발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딱딱한 구두 소리가 성 전체에 울렸다.


또각또각-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일행들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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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3. 오우거 광전사 (2) +1 22.08.20 299 11 12쪽
37 #13. 오우거 광전사 (1) +1 22.08.19 317 11 13쪽
36 #12. 오해와 진실 (3) +1 22.08.18 331 11 12쪽
35 #12. 오해와 진실. (1) 22.08.17 342 10 12쪽
34 #11. 제가 할까요? (2) +1 22.08.16 352 12 12쪽
33 #11. 제가 할까요? (1) 22.08.15 371 14 13쪽
32 #10. 리치가 되는 길 (4) +1 22.08.14 386 14 12쪽
31 #10. 리치가 되는 길 (3) 22.08.13 410 14 12쪽
30 #10. 리치가 되는 길 (2) 22.08.12 420 15 12쪽
29 #10. 리치가 되는 길 (1) 22.08.11 431 16 13쪽
28 #9. 어서 와, 지옥은 처음이지? (2) 22.08.10 425 16 12쪽
27 #9. 어서 와, 지옥은 처음이지? (1) 22.08.09 447 15 13쪽
26 #8. 지옥행 배를 타러 가자 (2)- 제 1장 끝. 22.08.08 467 16 13쪽
25 #8. 지옥행 배를 타러 가자 (1) 22.08.07 472 18 13쪽
24 #7. 타락과 선함의 애매한 그 중간 (3) 22.08.06 497 18 13쪽
23 #7. 타락과 선함의 애매한 그 중간 (2) 22.08.05 494 17 13쪽
22 #7. 타락과 선함의 애매한 그 중간 (1) 22.08.04 527 17 13쪽
21 #6. 환영받지 못하는 헌터 (5) 22.08.03 532 15 12쪽
20 #6. 환영받지 못하는 헌터 (4) 22.08.02 537 15 12쪽
19 #6. 환영받지 못하는 헌터 (3) 22.08.01 559 16 12쪽
18 #6. 환영받지 못하는 헌터 (2) 22.07.31 600 16 11쪽
» #6. 환영받지 못하는 헌터 (1) 22.07.30 654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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