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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법사

아이돌 탈주 당한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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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법사
작품등록일 :
2023.07.13 23:48
최근연재일 :
2023.08.16 00:5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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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수 :
139,214

작성
23.07.1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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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벌칙의 맛은 달콤한가?

DUMMY

지금까지의 시간은 고되었으나, 벌칙의 시간은 달콤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를 악물며 고개 숙이는 장라현의 모습.

확실히 내 폰의 동영상 속에 박제되었다.

이것만 보아도 백 년쯤은 반찬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통쾌하군요.”


그 모습을 보며 즐거운 건 나뿐만이 아니다.

혜연 또한 회사의 일원.

같이 한 고생만큼, 즐거움도 2배다.


“그 콧대 높은 장라현을 꿇린 것만으로도 큰 성과죠.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으니까요.”


장라현이 직접 부르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기회였다.

그런 기회를 주고, 자신이 당해 넘어졌으니 자업자득이다.


그것뿐이랴?

우리의 보물 고블린 장라현 씨는 수치심에 식당을 빠져나가려다가 주인장에게 붙잡혀 식비까지 내고 갔다.

얼마나? 레스토랑 사람들이 오늘 하루 식사를 공짜로 먹고 갈 만큼이나.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지갑 내에 있던 돈을 몽땅 내던졌기에 그런 돈이 나와버렸다.

일용한 양식을 주신 장라현 씨에게 감사를.


“그리고 이런 걸 손에 넣은 것도 감사해야겠군요.”


장라현에 던진 돈에 섞여 있던 명함.

그 명함에는 ‘GDS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 이름이 박혀있었다.


GDS 엔터.

중간계에 5대 엔터가 있다면, 천상계에는 3신계가 있나니.

그 3신계 중 하나로 꼽히는 기획사가 바로 GDS였다.


이런 3신계로 속하는 기획사들은 ‘뒷배’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 뒷배는 상상 초월이라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그런 GDS가 장라현의 지갑에서 나왔다.


“그렇다는 건 탈퇴 사건은 ‘GDS’의 소행이라는 걸까요?”

“아마도.”


거의 확정이겠지.

가끔 중소 기획사 사람을 빼먹으려 한다더니만, 그 표적이 우리가 되다니.


“그럼 어쩌실 생각인가요?”


GDS는 크다. 그것도 아주 크다.

단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넘볼 정도로 초 거대 기획사. 그게 GDS다.

그런 기획사를 상대로 어떤 생각을 할까.

당연히...


“복수해야죠. GDS가 그 멍청이들을 받은 걸 후회하도록.”


* * *


레스토랑에서 뛰쳐나온 장라현은 애꿎은 가로수를 발로 차며 화내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내가 그런 놈들 따위에게 왜 사과해야 하냐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분노하던 장라현의 옆으로 검은 밴이 멈춰 섰다.

밴의 창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얼굴을 내밀었다.


“야, 장라현. 꼴을 보니 실패한 모양이다?”


발차기를 멈춘 장라현이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뭐? 이 희랑, 너 때문이잖아!”

“내가 뭘?”

“네가 황달이가 사 온 맹호날두 버거 아니면 안 먹겠다고 징징거려서 가줬더니, 뭐, 실패?”


둘이 노려보고 싸우려 하자, 희랑의 옆에 다리를 꼬고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던 그녀, 성마이가 한심한 듯 말했다.


“라현이 너도 황달이가 있으면 편하겠다고 노래를 부른 주제에?”

“뭐? 내가 언제!”

“그건 그렇고 너, 이제 좆된 것 같다?”


성마이는 자신이 보고 있던 스마트 폰을 라현에게 돌려 보였다.

거기에는 어떤 너튜브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쓰레기 같은 년이 나보다 나은 게 뭐야!

-당신은 바로 앞에 있는 청중들을 뭐라고 생각하지요?

-그걸 왜 생각해야 하는데?


그걸 본 라현의 표정은 돌이 되어 굳어가고 있었다.


* * *


지상 면적 2만 5천평.

건물 층수 104층에 달하는 GDS엔터의 최상층.

인터넷 방송부터 영화 제작, 드라마와 예능까지 총망라한 문화계의 끝판왕이 거주하는 그곳.

지금 그곳은 한 사람의 고성으로 가득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런 인성 폐급 놈들 받으려고 그 지랄을 했던 거야?”


GDS엔터의 회장, 고등수의 일갈에 아이돌 담당 부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 그게 실력은 확실합니다. 분명 외국 차트에도 이름을 올릴 만한...”

“그걸 변명이라고 해?”


고등수가 집어 던진 작은 화분이 부장의 옆으로 날아갔다.

화분은 벽에 부딪혀 퍽하고 깨져버렸다.

GDS가 운영하는 누군가의 아이돌 팬이 쓴 걸로 보이는 리본이 화분의 흙으로 더럽혀졌다.


“게시판을 좀 봐봐. 그 영상 하나 올라간 이후부터 나오는 이 꼴을 보라고! 팬 폭행에 욕설에 침 뱉고 모욕 주기까지! 이게 제대로 된 대갈통을 가진 놈들이야?”

“그, 그래도 이, 이제까지는 조용했던..”

“중소 새끼들이 관리할 때는 아무 일 없었는데, 왜 네가 관리할 때 일이 터지냐고!”

“자, 잘하는 사람이 이, 있지 않았을까요?”

“닥쳐, 이 멍청한 놈아! 네가 내 조카만 아니었으면, 널 당장 잘라버렸을 거야!”


고등수의 분노에 뒷걸음질 치던 부장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 부장에게 고등수는 삿대질하며 명령했다.


“지금 당장 이걸 어떻게든 무마시켜! 댓글 부대를 동원하든, 여론전을 피든, 묻어버리란 말이야!”

“그, 그럼 BBM은 어떻게 할까요?”

“당분간 자숙시켜. 2년 정도 자숙시키면 이런 작은 일쯤은 다 까먹게 될 테니까.”


* * *


GDS에는 가벼운 잽을 날려두었다.

그게 어떤 일을 벌였을지는 상상이 가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에 더 큰 펀치를 날리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니까.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어서 옵쇼. 또 보는 군요, 대표 씨. 식사인가요?”

“아뇨, 오늘은 일 때문에 왔습니다.”


일 때문에 왔다고 하자, 주인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않아도 그게 뭔지 이해한 모양이다.

그 일을 위해 어느 방향을 향해 걸었다.


식당 중앙에 있는 무대를 향해서 말이었다.


“대표 씨? 오늘은 무슨 일로?”

“저는 오늘 령아 씨에게 제안하러 왔습니다.”


령아의 앞에 선 나는 명함을 꺼냈다.

그 명함은 어제의 명함과는 달랐다.

어제의 것은 소개를 위한 명함.

오늘의 것은...


“아이돌,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나의 제안을 들은 령아는 놀란 듯이 입을 크게 벌렸다.

그건 분명 기쁨의 표정이었으나, 곧 시선을 돌리며 체념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죄송해요.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거절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건...”


령아는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그 대신 식당 주인이 다가와 말했다.


“흐음, 역시 이렇게 되어버리는 건가? 잠시 이야기 괜찮겠습니까?”


주인장은 나를 데리고 식당의 어느 방으로 향했다.

그곳은 옛날 이 식당이 락 카페였을 당시의 물품이 가득한 방이었다.


“아직 버리지 않으셨군요?”

“지금이야 이러고 살지만, 언젠가 다시 열정을 불태우고 싶으니까요.”


드럼의 심벌즈를 가볍게 두드린 주인장은 령아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령아가 자신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치 어제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요. 사실 말하자면, 령아에게 접근했던 연예 기획사는 대표 씨 기획사만이 아닙니다.”


역시나.

그런 실력이 있는 령아를 다른 기획사가 가만히 두었겠는가.


반짝이는 재능의 가는 빛만 보여도 채가려는 게 예능 기획사다.

그런 기획사가 픽업한 이상, 령아는 지금쯤 가수나 댄서가 되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왜?


“령아는 세 번이나 기획사에 들어갔지만, 곧 나와야 했습니다. 그건 희귀병 때문이었습니다.”

“희귀병이요?”

“유전에 의한 망막 손상이라더군요. 30세 이전에 언제 실명이 될지 알 수 없는 그런 병이라고...”


그걸 듣자, 기획사들이 왜 포기했는지 알 수 있었다.


기획사에게 아이돌을 키운다는 건 곧 투자를 의미했다.

아이돌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돈이 들어가며, 그 돈은 회수되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언제 실명될지 모르는 령아에게 투자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령아는 포기하게 된 거군요.”

“자신을 받아줄 곳은 없다고 체념한 거죠. 젊은 나이에 불쌍하게도. 저는 ‘전 대표님’을 아니까 당신 기획사가 그런 곳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령아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유는 알았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 그럴 수 없다.


“아무래도 계약서를 다시 만들어야겠군요.”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 * *


다음 날, 령아를 보러 다시 레스토랑에 찾아왔다.

령아는 다시 온 나를 보았다.

나를 보는 령아의 모습은 어제와 같은 체념한 상태 그대로였다.


“다시 오셨군요. 아마 알아보셨겠죠? 제 과거를요.”

“물론입니다.”

“그럼 결과는 정해져 있겠네요. 제안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래, 결과는 정해져 있다.

내 눈에 령아를 포착한 그 순간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 결론을 말했다.


“아이돌, 정말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네... 네에?”


당연히 포기 선언을 하리라 생각했던 내가 다시금 제안을 꺼내자, 령아는 정말 놀랐다.

어찌나 놀랐는지, 령아의 손이 건반을 꽉 눌러버리고 말았다.


-따랑!


갑자기 난 소리에 놀란 령아가 황급히 손을 뗐다.


“아,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저는 이미 포기했어요. 이제는 아무것도 못 해요.”


못 한다? 아니, 그렇지 않다.

그렇게나 사람들을 감흥에 젖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이미 증명했다.

게다가 그녀 또한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그녀 자신에게 있었다.


“아뇨, 당신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당신의 매끄러운 춤이 그걸 증명합니다.”

“그저께의 춤이요?”

“령아 씨. 당신 지금도 적어도 쉬는 날마다 12시간씩은 연습하고 있지요?”

“그걸 어떻게...?”

“그 춤을 보고 조사했습니다. 조사하니 나오더군요. 휴일마다 댄스 연습장에서 12시간씩 연습하는 한 소녀의 소문이 말입니다. 그 소녀, 당신 맞지요?”


아이돌 멤버를 찾으려고 단지 동영상만 끄적거리고 있던 게 아니다.

수도권에 유명한 댄스 연습장은 모두 돌아다녀 봤고, 거기서 얻은 정보 중 하나가 12시간 소녀의 소문이었다.


“당신은 꿈을 잃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희망을 내보일 때가 되지 않았나요?”

“하,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녀가 망설이는 이유는 안다.

나에게 고마우니까, 그 고마운 만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다.

자신의 갑작스러운 실명으로 인해 내가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오래 망설이는 걸 기다릴 순 없다.

200억을 위한, 복수를 위한 시간은 지금도 가고 있으니까.

그러니,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백지 계약서입니다.”


오로지 갑과 을의 관계와 서명하는 란만 있는 계약서.

그 안의 내용을 자신의 맘대로 채울 수 있는 계약서를 꺼냈다.


“저희는 령아 씨가 어떤 조건을 걸어도 계약을 체결할 생각입니다.”


이 세상 계약서 중 가장 파격적인 조건의 계약서.

상대방을 절대적으로 믿지 않으면 내놓을 수 없는 계약서다.


“그, 그런... 이런 과분한 계약서를...”

“부담되신다면, 단 하나의 조건만 삽입하죠.”


나는 내 손으로 그 계약서에 이런 문구를 썼다.


-본 YLB 엔터는 을측 여령아의 완벽하고 영원한 실명이 확인될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때까지 YLB 엔터는 을을 위한 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노력한다.


이게 바로 나의 의지를 담은 표현이었다.


“아...”


그걸 본 령아는 눈물을 흘리며 계약서를 받아들었다.


“계약... 하겠습니다.”


그것으로 드디어 새로운 그룹을 위한 첫 번째 아이돌 멤버가 들어오게 되었다.


* * *


“첫 번째는 어떻게 구했지만, 다음은 생각한 게 있나요?”


혜연의 물음에 나는 잠시 생각했다.


“흐음... 다음이라. 그건 혜연 씨가 해주면 안 될까요?”

“장난치지 마시죠.”


혜연의 열받은 표정이 보인다.

저번의 레스토랑 이후 혜연의 표정이 꽤 다채로워졌다.

하지만, 여기서 더 놀리다가는 내가 죽겠지.


“그건 농담이고, 사실 생각한 게 있긴 있어요.”

“있어요? 그게 누군가요?”


나는 혜연에게 휴대폰을 보였다.

휴대폰에서 한 케릭터가 노래를 부르는 게 보였다.


“이게 뭔가요? 설마, 이게?”

“그래, 이게 다음 멤버야.”


다음 멤버는 버튜버.

버츄얼 너튜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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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탈주 당한 ENT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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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학교의 일은 끝나가는가? 23.08.16 25 1 12쪽
24 교실 이데아는 만들어져 가는가? 23.08.14 38 1 18쪽
23 멍청이들은 두들겨 맞고 있는가? 23.08.13 51 1 12쪽
22 멍청이들은 무너져가는가? 23.08.11 72 2 16쪽
21 멍청이들은 모든 걸 잃을 것인가? 23.08.10 90 2 13쪽
20 멍청이들은 무엇을 잃어가는가? +1 23.08.09 89 2 13쪽
19 멍청이들은 빼앗기고 있는가? 23.08.07 101 2 12쪽
18 멍청이들은 사람 볼 줄 모르는가? 23.08.07 110 3 12쪽
17 멍청이들은 몇번이나 문에 찧이는가? 23.08.04 129 3 13쪽
16 유산을 아는 자는 가까이에 있는가? +1 23.08.02 138 3 14쪽
15 행복과 불안은 교차하는가? 23.08.01 135 3 12쪽
14 학생과 제자의 아픔은 치유되어 가는가? 23.07.31 150 4 12쪽
13 학생은 환영 받고 있는가? 23.07.30 155 3 12쪽
12 우두머리는 바뀌었는가? 23.07.27 168 4 12쪽
11 소문은 널리 퍼져가는가? +1 23.07.26 193 3 12쪽
10 거북이는 일어 섰는가? 23.07.25 176 3 13쪽
9 거북이를 움츠리게 하는 자는 누구인가? 23.07.24 182 3 13쪽
8 거북이는 목을 내밀고 있는가? 23.07.23 197 4 12쪽
7 움츠린 거북이는 어디에 있는가? 23.07.21 224 4 12쪽
» 벌칙의 맛은 달콤한가? 23.07.19 257 4 12쪽
5 레스토랑의 달은 떠오르고 있는가? +1 23.07.18 265 4 12쪽
4 레스토랑 속의 태풍은 얼마나 강력한가? 23.07.17 273 3 10쪽
3 레스토랑은 배신자와 식사하기에 좋은 장소인가? 23.07.16 311 3 12쪽
2 사채업자는 사람 고기를 원하는가? 23.07.14 425 6 12쪽
1 당신, 해볼생각 있어요? 23.07.13 544 9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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