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루미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킥 이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4.14 18:28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4,452
추천수 :
20
글자수 :
266,788

작성
18.11.10 09:17
조회
68
추천
0
글자
11쪽

영웅 김창렬

DUMMY

권기욱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보가 새어나간 계기는 한라산 대참사 때였다. 공들여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넘어갈 판이다. 미국 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결국에는 마이클 존의 죽음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연구자료를 요구할 것이 뻔했다.


꽁꽁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정보부를 너무 과소평가 한 것이다. 연구가 넘어가면 초능력을 독점할 수 없다. 그러면 세계정복이 물거품이 된다.


이 모든 게 저 멍청한 이길조 때문이다. 저놈이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길조를 괴롭히며 화풀이하고 있다.


권기욱이 이길조의 정강이를 연신 걷어차면서 말한다.


“네놈 때문이야 네놈 때문! 이걸 어쩔 거야? 연구자료를 미국 정보부에 넘겨줄 판이야. 게을러터져서 모르모트 하나 관리 못 해 이 사단을 만들다니 괘씸한 놈.”


이길조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속으로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며 눈물을 참을 뿐이다.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 시대 양 대국은 초능력 연구를 극비리에 진행했다. 두 대국은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 초능력자 부대를 실전 배치했다. 다만 그 능력에 한계가 있어 감지 능력을 통해 기밀을 알아내거나 핵무기의 위치를 추적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그 신뢰성에 문제까지 있어 잠정 중단됐다.


그런데 마이클 존의 죽음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초능력 학살이라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들의 숙원이었던 병기화까지 이루어진 연구 성과라면 군침이 흐르다 못해 턱이 빠질만한 우량 정보였다.


이길조는 생각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나? 그런데 왜 이런 걸 고민하고 있나? 라는 의문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의 손에는 이미 두 명의 초능력자가 있지 않나? CIA에서 사찰이 와도 초능력을 이용해 그들을 적당하게 세뇌해 돌려보내면 그만이었다. 이미 그 초능력의 메커니즘이 충분히 밝혀졌다. 못할 리가 없었다.


이길조가 권기욱에게 그만 걷어차라는 식으로 두 손을 뻗어 제지하며 말했다.


“장군님 제가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기술유출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뭐? 어서 말해봐!”


“우리에게 이미 초능력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 둘을 이용해 적당히 세뇌해 돌려보내면 그만입니다.”


권기욱은 손뼉을 짝! 치면서 눈을 번뜩였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군. 모처럼 밥 버러지가 밥값을 하는군! 뭐 하고 있나? 어서 준비해.”


이길조는 참모총장 관저를 나와 살아서 복귀할 수 있었다. 그가 도착하자마자 두 모르모트를 마주했다. 김창렬과 안위준에게는 드디어 찾아온 기회였다.


한참 이길조의 설명을 듣던 김창렬이 말한다.


“앙? 뭐라고? 우리보고 그 CIA요원들을 세뇌하라고? 족쇄까지 찬 모르모트가 무슨 그런 일까지 하나? 한참 초능력을 써서 졸리니 그만 나가 보라구.”


이길조는 이런 부류를 잘 알고 있다. 조금만 띄워주면 근방 헤벌레해서 협조할 것이다. 속내는 이미 악마의 유혹을 백번쯤 삼킨 혀 놀림이 구를 준비를 마쳤다.


이길조가 굉장히 아쉬워하며 김창렬에게 말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김창렬씨 당신은 모르모트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비밀무기입니다. 왜 제가 당신을 살렸는지 이해 못 하는 것입니까? 당신의 그 가능성에 감명받아 구한 것입니다. 모르모트는 그저 김창렬씨를 숨기기 위한 허울일 뿐입니다.”


김창렬의 귀가 솔깃했다. 대한민국의 비밀무기라는 말에 이미 입꼬리가 귀에 걸린 상태였다. 살면서 다들 이런 말을 한 번쯤은 상상해 보지만 실제로 듣기란 하늘의 별 따기 같다. 김창렬이 계속해서 이길조의 말에 귀 기울인다.


“김창렬씨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했습니다. 숙원을 걸고 진행시킨 이 프로젝트가 타국에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는 별다른 소득도 없이 빚더미에 올라 파산할 것이고 세계는 우후죽순 생겨난 초능력자들로 멸망하고 맙니다. 파산한 국가가 초능력자들에게 유린당하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오. 막을 수 있는 것은 선택받은 당신뿐입니다.”


물론 이길조가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 많이 섞였다. 하지만 이미 김창렬의 귓가에 구르는 시커먼 혀 놀림은 파이프 오르간이 대 신전을 울리는 영광의 협주곡이나 다름없었다.


‘대한민국 비밀무기! 선택받은 자! 세계를 구하는 영웅!’


기창렬이 머릿속에서 편집한 세 가지 단어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아득히 먼 옛날 그가 경찰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술록홈즈의 책장을 넘기며 나도 이렇게 멋진 탐정이 되리라며 사회와 담을 쌓고 공부에 매진하던 순수한 그 날을 말이다. 진정한 영웅이 되고 싶었다.


김창렬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국기에 대한 경례를 올리며 말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바치기를 굳게 다짐합니다.”


김창렬은 이미 악당들을 몇백명 때려잡은 듯한 기세를 올렸다. 이길조의 혀 놀림에 완전히 사로잡힌 것이다. 상당히 단순한 것 같다.


김창렬이 옆에서 졸고 있던 안위준을 걷어차며 말한다.


“위준아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야? 어서 일어나. 세계가 위험에 처했다고.”


안위준이 짜증스럽게 말한다.


“아 선배 뭐예요. 한참 달콤한 꿈 꾸고 있었는데.”


“지금 게으름 부릴 때야? 나라가 위기에 처했는데. 어서 따라와!”


김창렬은 안위준을 질질 끌고 실험실로 향했다. 이길조는 한숨을 쉰다. 일단 급한 불은 끈 것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험실에 비상근무령이 떨어졌다. 오늘 과학자들은 두 모르모트가 세뇌 초능력을 익히지 못하면 밥그릇 떨어진다는 자세로 연장근무에 들어갔다. 연구실의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그들은 비상용 모르모트 하나를 꺼내와 실험대 위에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이길조가 설명한 대로 김창렬과 안위준이 모르모트의 눈으로 의지가 실린 전하를 보냈다.


이 능력을 이용해 기억을 조작하는 방법은 간단치가 않다. 일단 원하는 기억이 뇌의 어느 부위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피실험자의 기억 메커니즘을 전부 스캔하고 가진 기억을 전부 살펴본 다음 원하는 기억이 있는 뇌 부위에 같은 메커니즘으로 의지를 실어 보내 부딪혀 정보를 끼워넣기 해야 한다.


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해야 원하는 기억조작이 되는 것이다. 관건은 전하에 얼마나 많은 의지를 실고 얼마나 많은 전하를 내보내고 받느냐이다. 물론 세세한 조작까지 필요하다.


또 뇌에 걸리는 저항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뇌가 타버릴 것이다.


기억조작이라면 더 쉽고 간단한 방법도 많지만, 초능력을 이용한 기억조작은 흔적이 없으며 완벽에 가까운 세놔가 가능하다.


세뇌술을 익히다가 안위준이 코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신경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반면 김창렬은 버티고 있었다. 신경이 과몰입해 피가 쏠려 코피가 흘렀다.


지금 이 순간 저자의 손에 세계평화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부도가 나서 초능력자들에게 농락당하는 미래를 막기 위한 것은 덤이다. 그래 봤자 순전히 김창렬 개인적인 망상이겠지만.


다음날 칼같이 미국 CIA요원이 헬기를 타고 한라산에 날아들었다. 슈트를 차려입은 두 명의 CIA요원과 가죽점퍼 차림의 잭 나이프가 함께 왔다. 긴장된 얼굴로 국가기밀연구소 소장과 부소장이 맞이했다.


이길조가 손을 내밀려 CIA 요원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무시당했다. CIA요원은 포커페이스로 유창하게 한국말을 한다.


“악수는 협상이 끝난 후 하죠.”


본론부터 시작하자는 CIA요원, 벌써부터 강력하게 나온다. 그들도 사활을 걸고 온 듯하다. 초능력 기술이 어지간히도 탐났나 보다.


소 뒷걸음질로 우연히 올린 성과에 너무 기뻐한 나머지 불운의 신이 끼어든 것 같다. 이길조는 편치않은 마음으로 요원들을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에는 권기욱이 비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옆에 수행원으로 박상우 대령이 있었다. 미국 요원들이 앉으라는 말도 안 했는데 권기욱 맞은편에 앉았다. 권기욱이 인상을 쓴다. 분명 예의 없는 놈들이라 생각했으리라.


CIA요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마이클 존이 이곳에서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왔습니다. 그것도 괴이한 사건에 휘말려서 말이죠. 우리는 시신의 인도와 사후 처리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평론적인 말문이었다. 그런데 이후 CIA요원이 와락 험악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그런데 왜 몇 달이 지났는데도 미합중국에 알리지 않았는지요? 이건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권기욱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요? 우리에게도 사정이란 게 있소. 마이클 존 일가의 사망은 우리도 유감스럽소. 시신 인도는 신속하게 처리해드리리다.”


권기욱의 말에 CIA요원이 눈에 힘을주며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단순히 시신 인도로 끝날 문제는 아니죠. 이 사건 때문에 국회에서는 한국을 계속해서 동맹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못 믿겠다는 거죠. 우리 본국도 사건의 전말을 알아야겠습니다. 그래야 대한민국과 지속적인 동맹을 유지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미국은 한라산 괴사건에 대한 수사권과 대한민국 국가기밀연구소의 무조건적 협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미국이 동맹까지 걸고넘어졌다. 분위기는 남극의 찬바람 같다. 단단히 각오한 초 강경 태세였다. 거기에 말이 무조건적 협조지 연구자료를 내놓으라는 말과 같은 것이었다.


세계경찰인 미국이 체면이 있어 차마 내놓으라는 말은 양아치 같아 못하겠고 은근슬쩍 둘러 말한 것이다. 또 한 숨겨진 의도도 있다. 초능력 연구가 전술 단계까지 오른 한국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권기욱이 속으로 한숨을 쉰다. 끝까지 좋게 가려 했지만 결국 세뇌 작전으로 마음으로 굳혔다.


어제저녁 열린 밀실 회의에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자기만 바라보던 수뇌부들이 떠오른다. 대통령도 그랬다. 국가기밀은 어떻게 해서든 숨겨라고. CIA요원이 초강수를 두며 요구하기에 이른 것을 보니 말로는 안될 것 같았다. 그가 이길조에게 눈짓을 보낸다.


이길조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런데 예정에 없던 박상우 대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가겠다고 한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CIA요원 중 잭 나이프도 화장실을 간다면서 뒤따라 나갔다. 남은 권기욱과 김태훈이 묘한 위기감을 감지하지만, 화장실 간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인도주의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갔다.


박상우 대령이 향한 곳은 화장실이 아니었다. 연구실을 보호하고 있는 중대 전술 기지의 외곽이었다. 그리고 화장실 간다던 잭 나이프가 박상우의 앞에 나타났다.


잭 나이프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양키다운 미소로 히죽거리면서 유창한 한국말로 말한다.


“역시 피에 굶주린 사람끼리는 서로를 알아본다니깐. 모처럼 동류를 만나 들뜨는군. 안 그렇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이킥 이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빈 집 털이 18.11.13 57 0 11쪽
12 전투의 흥분 18.11.12 73 0 11쪽
» 영웅 김창렬 18.11.10 69 0 11쪽
10 강대국의 위협 18.11.09 84 0 11쪽
9 동료 추가요. 18.11.06 91 0 11쪽
8 질투와 약탈의 화신 18.11.05 87 0 11쪽
7 고블린 소굴 18.11.04 113 0 11쪽
6 수련과 업그레이드 18.11.03 129 0 11쪽
5 군 vs 경찰 18.11.02 182 0 11쪽
4 동료다! +1 18.11.01 319 4 12쪽
3 탄생! 그레이트 머스탱 18.10.31 418 3 11쪽
2 초능력의 시발점 +2 18.10.30 616 7 11쪽
1 <더 프롤로그> +3 18.10.30 695 6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