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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입니다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740,069
추천수 :
16,589
글자수 :
437,739

작성
20.12.2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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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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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글자
17쪽

Act 31.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3)

DUMMY

무술 감독 앞에서 최종 리허설을 하기 20분 전.

마상범을 다독여 올려보낸 뒤, 공터에 앉아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큰소리는 쳤지만.’


마성범 앞에서 일단 큰소리 땅땅 쳤지만, 한번 피어오른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주변에서 트라우마를 끊어낼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것이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트라우마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하다.

본인이 직접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설 결정적인 계기가.

문제는 이런 계기를 단시간에 끌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홀로 남은 공터에서 나는 열심히 보은을 뒤졌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코인은 총 9000코인.

1만이 조금 안 되긴 하지만, 처음 받았던 500코인에 비교하면 감개가 무량하다.

이 9000코인으로 뭔가 해결책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세부 검색 내용에 트라우마를 적어보자.’


나는 [상점] 한쪽에 있는 돋보기 표시부터 두드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검색창에 트라우마를 적고 버튼을 두드리자.


띠링.


수많은 상품으로 가득했던 화면이 순식간에 뒤바뀐다.

새롭게 정렬된 상품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등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가장 비싸고 효과가 좋은 상품이었다.

트라우마 자체를 지우는 상품으로 무려 10만 코인이나 하는 물건이다.


‘효과는 좋은데 뭐가 이렇게 비싸?’


그야말로 지금의 내겐 오르지 못할 나무나 다름없다.

그나마 좀 싼 것들을 뒤져 보지만, 다른 것들도 죄다 1만 코인을 넘는 것들뿐이다.

결국 나는 검색 창에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지웠다.

대신 다른 기능을 설정했다.


‘가격을 설정해보자.’


최대 가격을 9000코인으로 설정하고 나는 다시 한번 돋보기 표시를 두드렸다.


띠링!


확실히 사용 가능한 코인이 많아진 덕분인지.

이전에 보였던 상품보다 훨씬 다양한 상품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제법 수가 많긴 하지만, 목표로 하는 것은 단 한다.

단발적이더라도 그 효과가 강력한 것.

한참을 고르고 있는 와중에 하나의 상품이 눈에 띄었다.


- 공포심 제거 알약 -

설명 : 복용자가 가지고 있는 공포심을 현저하게 줄여줍니다. (지속시간 : 복용 후 30분이 지난 시점으로부터 2시간).

* 가격 : 7000코인


‘이거라면!’


가격도 적당하고 이번 촬영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면 이를 계기로 트라우마를 완전히 딛고 일어설 수도 있다.

그야말로 내게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물건이다.


- 공포심 제거 알약을 구매하시겠습니까? -

- 배송될 주소가 맞게 설정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


물품도 맞고 배송지도 맞지만.

내역을 확인하던 중에 딱 한 가지 문구가 거슬렸다.


- 상품 예상 배송 시간은 내일 오전 09시입니다. -


이럴 거면 굳이 금쪽같은 코인을 들여서 산 의미가 없는데.

차라리 구매를 취소해야 하나?

입술을 질근거리며 망설이던 찰나.


- 배송료로 2000코인을 추가 지급 시 30분 내로 도착이 가능합니다. -

- 배송료를 지불하시겠습니까? -


‘마침 필요했는데!’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필요한 기능이 등장했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화면에 떠오른 예(Y)의 버튼을 두드렸다.


- 입력하신 주소로 주문하신 상품이 배송됩니다. -


최종 확인 메시지마저 떠오르고 나서야 나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닫았다.

이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마상범과 동작 몇 번 더 맞춰보고 촬영 전에 약만 먹이면, 문제없을 것이다.


다시 현재.


“봐요, 상범 씨 하면 할 수 있잖아. 아주 기가 막히네. 진즉에 그렇게 하지 좀 그랬어?”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우리 정 배우님하고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던데 오늘 이렇게 촬영까지 한 번에 갑시다. 알았죠?”

“예, 감독님!”

“정 배우님도 상범 씨도 정말 고생 많았어요. 최 감독한테도 전하고 올 테니까 이제 촬영 준비 시작합니다.”


무술 감독은 기분 좋게 웃으며 자리에서 멀어졌다.

다행히 자신감을 회복한 마상범은 이전과도 같은 사고 없이 무사히 리허설을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전뿐.

이대로 본편까지 무리 없이 진행되면 좋으련만.


“또, 또 긴장한다.”

“죄, 죄송합니다.”


불안하게 덜덜 떠는 모습에 안타까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역시 조금 전의 대화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실력과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전을 눈앞에 두자 마상범은 다시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 약을 사기를 잘했다.


“할 수 있습니다.”

“선배님.”

“아까 커피 마시면서도 이야기했잖아요. 만에 하나 실수한다고 해도, 그대로 무너질 만큼 저 약하지 않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긍정의 대답과는 달리 목소리는 좀처럼 긴장감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마상범은 잔뜩 굳은 채로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역시 보은으로 주문한 약이 빨리 도착해야만···


“정 배우님!”

“네.”


마침 멀리 떨어져 있던 막내 조연출이 나를 부르며 뛰어온다.

혹시?


“밖에서 택배시키셨어요? 웬 택배 기사님 이거 전해 달라고 하시던데.”

“아! 제가 주문한 것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이, 별것도 아닌 데요! 그럼 오늘 촬영도 잘 부탁드립니다.”


조연출은 기분 좋게 웃으며 조그만 상자를 건네고 금세 자리를 떴다.

마침 마상범도 대본으로 시선이 쏠려 있겠다.

홀로 남은 자리에서 나는 곧바로 상자를 뜯었다.

상자에는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둘러싸인 엄지손톱만 한 환약 하나가 전부였다.

이거 하나가 총 9000코인이라.

그간의 고생이 이거 하나로 치환되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속이 쓰리다.


“어쩔 수 없지.”


나는 박스를 뜯어 근처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마상범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마침 약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복용 후, 30분 후부터 2시간이니.

타이밍도 좋다.


“그전에 이거.”


내가 고개를 푹 숙인 마상범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눈을 끔뻑이던 마상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가 내민 것을 받아들었다.


“···이게 뭡니까?”

“청심환입니다. 긴장하지 마시라고 드리는 거예요.”


마상범은 흡사 금이라도 받은 것처럼 두 손으로 약을 받고 나를 쳐다보았다.

물론 9000코인이나 되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거긴 하지만, 청심환으로 알고도 이렇게 쳐다보니 웃음이 터질 것 같다.


“남 주지 말고 지금 바로 드세요. 상범 씨라 특별히 주는 거니까.”

“서, 선배님.”

“자, 여기 물.”


박스를 버리며 미리 챙겨온 생수까지 전해주자.

그는 감격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환약의 포장지를 뜯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 감사 인사와 함께 마상범은 환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생수를 입에 털어 넣는다.

목울대가 몇 번이고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됐다.

앞으로 30분.

30분 후면 약효가 돈다.


“이제 청심환도 먹었으니 긴장하지 않고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분장실 가서 얼른 준비하죠.”

“네, 선배님!”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마상범과 함께 나는 미리 준비되었던 분장실로 향했다.

마침 첫 촬영이다 보니, 분장실은 우리를 위한 준비로 마무리되어 있다.

그렇게 분장을 시작하려던 찰나.


“지혁 씨 혹시 귀중품 가지고 있는 거 있어?”


분장팀장이 내게 질문을 건넸다.


“네? 갑자기 귀중품은 왜···”

“그게 이번에 입을 환자복이 주머니가 없어서. 혹시 귀중품 있으면 매니저에게 미리 맡겨두라고.”

“아, 그럼 지금 잠깐 스마트폰만 전해주고 오겠습니다.”

“바쁜데 미안해.”

“아니에요. 괜히 가지고 있다가 촬영 중에 울리면 그게 더 큰 일인걸요.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분장실을 나섰다.

행여나 보은이 언제 울릴까 궁금하긴 하지만, 촬영에 불편을 끼칠 수는 없다.

그렇게 김수아에게로 향하는 찰나.


“······뭐가 아니야!”


날카롭게 파고드는 고함.

복도 가득히 쩌렁쩌렁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소리가 들린 곳은 대기실이었다.

문이 닫혀 있긴 하지만, 연달아 터져 나오는 고함이 안의 분위기가 영 좋지 않음을 가르쳐 주고 있다.


“무슨 일······.”

“죄송해요, 죄송해요!”


대기실에 발을 들임과 동시에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대기실엔 김현호와 한 명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여자는 의자에 앉은 김현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죄송해요, 현호 씨!”

“너는 스타일리스트라는 애가 그거 하나 못 챙겨?”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김현호는 악귀처럼 인상을 일그러뜨린 채 고함을 쏟아내고 있다.


“아니 네 일 하나 제대로 못 하면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스타일리스트를 향해 손을 치켜드는 김현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노성이 터져 나왔다.

그제야 김현호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나를 확인한 김현호는 더욱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말을 이었다.


“얼씨구, 넌 선배가 있는데 노크도 안 하고 들어 오냐?”


후배와 선배.

닿을 수 없는 간극의 위치를 상기시키며 그는 내게로 다가왔다.

마침 좋은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그는 비릿한 비웃음을 짓고 있다.


“선배가 있는 대기실에 있으면 재깍재깍 튀어 와서 인사를 해야지. 개막내가 인사도 안 하고 개무시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관례가 생겼나?”

“······”

“내가 만만해?”

“선배도 선배다워야 말이죠. 하는 짓이 딱 양아치라 선배인지도 몰랐네요.”

“이 새끼가 진짜!”


김현호가 나를 향해 언성을 높이려던 찰나.


“그러지 마세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스타일리스트가 내 앞을 막아섰다.

김현호의 일갈에 스타일리스트가 반박한다.


“지, 지혁 씨는 상관없잖아요!”

“······넌 대체 누구 편이야? 내 스타일리스트라면서 내 앞에서 그놈 편을 드는 거야?”

“아니에요 근데!”

“또, 또, 또!”


이미 한참 울음을 터뜨렸던 것인지 그녀의 목소리엔 울음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김현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도리어 더욱 언성을 높였다.


“그놈의 근데 라는 말만 언제까지 계속할 거야! 거기다 지금 내 앞에서 감히 저놈 편을 들어? 저놈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뻔히 알면서도!”


군대든 예술계든, 그 외 어느 곳을 보더라도 선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존재했다.

진심으로 후배를 위해주고 도와주는 선배와 각종 쓰레기 짓을 일삼는 선배.

이시환이 전자였다면, 김현호는 전형적인 후자였다.


“하여간 이놈이고 저놈이고 근본도 없는 것들이.”

“······현호 씨, 제발!”

“스타일리스트라는 놈은 챙겨오라는 거 하나도 안 챙겨오질 않나. 후배라는 놈은 고작 알량한 인기 좀 얻었다고 선배는 개무시하고 쌩 까질 않나!”


되먹지도 않은 개소리에 슬슬 인내심이 바닥을 친다.

그냥 사지를 접어버릴까?

흉악한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김현호와 시선이 마주친다.

김현호는 스타일리스트를 밀어내고 내 코앞까지 다가온다.


“그 표정은 또 뭐야? 왜 또 저번처럼 칼 들고 위협하기라도 하려고?”

“······”


결국 그의 언성이 더욱 높아졌다.

높아진 언성에 대기실 밖이 수군거리는 와중에도 김현호는 멈추지 않았다.


“쳐, 쳐봐. 저번처럼 한번 또 그래 보라고. 너한테 선배는 선배도 아니잖아. 내 말이 틀려?”

“······지랄하고 있네.”


결국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인내심이 끊어졌다.

살기를 듬뿍 담은 욕지기에 김현호의 눈빛이 일순간 흔들린다.


“뭐?”


저번에 그렇게 당해놓고서 학습 능력이 없는 건가?

별거 아닌 기세에도 흔들리는 주제에 내 앞에서 여자를 밀쳐내고 선배를 운운해?


“넌 도저히 안 되겠다. 이리와, 척추를 반으로 접어줄 테니까.”

“힉!”

“지, 지혁 씨!”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리는 김현호 앞을 그의 스타일리스트가 막아선다.

붉어진 볼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니 끓어오르던 분노가 금세 식어버린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러시면 안 돼요.”


···왜 저런 놈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냐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르지만,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는 눈을 보니 차마 목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질 않는다.


나는 겨우겨우 분을 삭이며 등을 돌렸다.

맘 같아선 척추를 반으로 접어버리고 싶지만 촬영도 임박했고.

무엇보다 상대할 시간조차 아깝다.

상대할 가치조차 없어 등을 돌린 것이었는데.


“······근데 이 새끼는 선배가 말하면!”


김현호의 눈에는 그게 겁먹은 모습처럼 보인 모양이다.

대기실에 비친 거울 너머로 슬쩍 바라보니 스타일리스트를 밀쳐내고선 나를 향해 주먹을 들고 달려들고 있다.

그녀를 봐서 그냥 넘어갈까 했는데.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 정말로 사지를 분질러······.


턱!


김현호 손이 얼굴에 닿는 일은 없었다.

그의 손은 허공에 붙잡혀 있었다.


“어어?”


미처 의문을 해결할 틈도 없이, 김현호의 몸은 그대로 허공으로 들려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허공에서 머물던 김현호의 몸은 쓰레기 정리하듯 옆에 내려놓는다.

대체 누가?


“···넌 또 뭐 하는 놈이야!”


뒤늦게 정신을 차린 김현호가 그에게로 달려 들어보지만.


퉁!


도리어 김현호의 몸이 바닥으로 튕겨져 나온다.

마치 거대한 벽에 부딪혀 쓰러진 느낌이다.

김현호가 쓰러지고 나서야 시선이 그에게로 향한다.

시선이 다다른 곳, 그곳엔 한창 분장 도중이었을 터인 마상범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범 씨?”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마상범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상태를 물었다.

어차피 반격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터라 당연히 맞은 곳이야 없긴 한데.

갑자기 마상범이 왜?


“상범 씨 분장 받고 있던 것 아니었습니까?”

“분장팀장님께서 너무 오래 걸리신다고 선배님을 찾으시길래 제가 대신 왔습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선배님을···”


마상범의 눈가에 살기가 번들거린다.

허벅지만 한 팔뚝으로 한 대 칠 것 같은 표정이다.

그의 걱정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괜찮아요. 상범 씨 덕분에 멀쩡합니다. 상범 씨야말로 괜찮아요?”


묘하게 상태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말도 조금 떨리고 시선도 조금 불안했는데.

지금은 일말의 긴장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선배님께서 주신 청심환. 효과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30분이 지난 모양이다.

의도치 않게 상황이 해결됐지만 차라리 잘 됐다.


“분장팀장님이 찾으신다고 하셨죠?”

“네 선배님!”

“바로 가시죠!”


그렇게 바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이 새끼들이!”


김현호가 발악하듯 비척비척 몸을 일으키며 소리를 지른다.


“감히··· 이런 근본도 없는 무식한 것들이. 그러고도 네놈들이 그러고도 제대로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아?”


일어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저런 소리라니.

여러 의미로 정말 감탄이 흘러나온다.


“너희 같이 실력도 없고, 근본도 없는 놈들 때문에 이 바닥이······”

“이 바닥이 뭐?”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 흘러나오지 않게 나는 그의 말꼬리를 잘랐다.

나는 한 발짝 한 발짝 그에게로 다가가며 말을 덧붙였다.


“우리 같은 놈들이 이 바닥을 뭐?”

“···실력도 없는 놈들이 겁도 없이!”

“실력이 없다라.”


비판도 아닌 비난만이 가득한 목소리에 입가에 조소가 핀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

“···뭐?”


김현호의 두 눈이 크기를 더한다.

표정을 잃은 그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네가 그렇게 무시하고 막 대하던 우리 후배들이.”


넓디넓은 마상범의 등을 두드리자.

그의 얼굴이 김현호에게로 향한다.

동시에 마상범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너 같은 놈은 절대로 펼칠 수 없는 배우다운 연기를 선보일 테니까.”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으로 넘쳐나는 험악하고도 순수한 미소가.


작가의말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얼마남지 않은 크리스마스지만, 모두 행복한 성탄절 되시길 바랍니다.

제 크리스마스 선물은 독자님들의 성원입니다.

항상 너무 많은 선물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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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Act 15. 제의 - (2) +13 20.12.09 15,431 29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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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Act 10. 첫 촬영 - (2) +20 20.12.04 16,634 323 17쪽
9 Act 9. 첫 촬영 - (1) +20 20.12.03 17,139 31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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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Act 7. 오디션 - (2) +19 20.12.01 17,349 3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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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ct 4. 뉴스 - (1) +21 20.11.28 19,279 34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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