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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입니다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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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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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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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9
글자수 :
437,739

작성
20.12.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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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Act 11. 불청객 - (1)

DUMMY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촬영장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완벽한 촬영을 위한 준비로 인해 빚어진 스산함이 아니었다.

짜증과 분노.

부정적인 감정이 한데 모여 이루어진 중압감으로 인한 것이었다.


“아니, 관계자로서 그 배우 연기 한번 보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게 안 된다는 말입니다.”


감독인 차성우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행동은 마구잡이였다.


“관계자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겁니까!”

“이젠 관계자도 아니지 않습니까!”


점점 더 언성이 높아졌다.

결국 참다못한 주변 스태프들이 그들에게로 모여들었다.


“감독님.”

“진정하세요 감독님.”

“곧 촬영해야 하니까 그만 돌아가 주세요.”


주변에 있던 심지은을 비롯한 다른 스태프들이 애써 차성우와 남자를 말렸다.


“우으, 오빠···”


옆에 있던 진소희가 내 오른팔을 붙잡고 내 뒤로 몸을 숨겼다.

작고 여린 몸이 내게 기대여 온다.

조금씩이지만 몸이 떨리고 있다.


“아는 분입니까?”

“맞다, 오빠는 모르시겠구나.”

“네, 저는 처음 뵙는 분입니다.”


진소희의 입에서 조그마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전에 계시던 스턴트 회사의 박주훈 팀장님이세요.”

“스턴트 회사 말입니까?”

“네. 본래 영화에 필요한 액션 관련한 부분을 모두 도와주시던 분이세요,”


그런 사람이 왜?


“처음엔 두 분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는데, 팀장님이 모셔온 배우분들을 감독님이 계속 퇴짜 놓으시고, 액션 씬에서도 계속 불만을 말씀하셔서 팀장님이 더는 못하겠다고 나가셨었거든요.”

“나가셨다고요?”

“네, 그 후로는 감독님하고 영화 자체에 안 좋은 소문이 돌아서 촬영도 한동안 중단됐었고요. 정말 오랜만에 촬영인데···”


진소희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꼬리를 흐렸다.

처음 사무실에 들어갈 때부터 한숨 쉬고 있길래, 무슨 일이 있나 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던가?


“이미 나가신 분이 왜 여기서 행패를.”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핏대까지 세워가며 감독과 싸워야만 하는 걸까?

그것도 촬영이 임박한 촬영장에서?

왜 불청객인지 정말 너무 잘 알 것 같다.


“저기 이제 그만 하시고···”

“뭘 그만합니까! 시작도 안 했는데.”


눈살이 한가득 찌푸려졌다.

둘 사이의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더는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오, 오빠!”


진소희가 다급히 나를 붙잡았다.

이유를 물을 틈도 없이 진소희가 황급히 나를 향해 소리쳤다.


“가면 안 돼요 오빠. 그러다가 괜히 찍히기라도 하면!”


울먹이는 목소리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걱정하는 모습까지 닮았다.

괜스레 지현이의 모습이 떠오르며 진소희의 모습과 겹쳐진다.

무의식적으로 뻗어 나간 손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를 올려다보던 큼지막한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였다.


“괜찮습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엷은 미소가 나를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떼어 놓았다.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서, 나는 그에게로 향했다.

점점 더 언성을 높이는 그에게로.


“저기 이제 그만.”

“이거 놓으라니까!”

“꺅!”


심지은의 몸이 중심을 잃고 뒤로 기울었다.


텁!


“괜찮으십니까?”


아슬아슬했다.

심지은이 쓰러지던 경로엔 카메라를 비롯한 촬영 장비도 놓여있었다.

잡아주는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상황.

늦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지, 지혁 씨?”


심지은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덩달아 다른 이들의 얼굴에도 당혹이라는 감정이 어렸다.


“지혁 씨!”

“이 사람은 또 누굽니까?”


안하무인 한 태도는 여전하다.

감독과 열을 올리며 노성을 지르던 박주훈은 사람을 밀어놓고서도 사과 한마디 없이, 도리어 나에 대해 묻는다.

굳이 이런 사람한테 인정을 받아야만 하나?

지금까지의 임무와는 달리 점점 더 의욕이 꺾였다.


“고, 고마워요.”


무사히 지면에 발을 붙인 심지은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말을 더듬는 것이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더 이상은 못 참겠습니다. 빨리 이 촬영장에서 나가주시지요.”

“못 나가겠다면요?”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하, 이렇게 나오시겠다?”


둘의 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치달았다.

차성우는 당장 핸드폰을 꺼내 들며 강하게 쏘아붙였다.

하지만 경찰을 부르겠단 말에도 박주훈은 비릿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릴 뿐이다.

조금도 당황하거나 물러서는 기색이 없는 것이,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뭘 믿고 저러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다.


“감독님.”


나는 스마트폰을 쥐고 있던 차성우의 팔을 붙잡았다.

차성우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지혁 씨?”


그제야 차성우의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나는 박주훈이 듣지 못하도록 조용히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촬영장입니다. 경찰을 부르게 된다면 영화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겁니다.”


까득!


어금니 갈리는 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이대로라면 오늘 촬영은 이대로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잡게 된 기회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다.


“박주훈 팀장님 맞으십니까?”


나는 차성우 대신 앞으로 나서며 그를 불렀다.

이름이 불릴 줄은 몰랐는지, 그의 눈동자가 호기심을 띠었다.


“맞습니다. 그쪽은 누굽니까?”

“신인 배우 정지혁입니다.”

“신인?”


박주훈의 인상이 대번에 구겨졌다.


“요새 신인들은 낄 자리 안 낄 자리도 구분 못 하나? 신인이 지금 어딜 껴들어!”


짜증과 멸시.

두 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덕분에 머리가 한층 더 차갑게 식었다.


“신인 주제에 나대지 말고, 이번에 들어온 박은혁 역 맡은 배우나 데려와.”


익숙한 이름이 고막을 스쳤다.

박은혁?


‘그랬던 건가?’


이제야 사건의 내막을 조금 알 것 같았다.

헛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귀먹었냐? 박은혁 역 배우 데려오라고.”

“절 찾으셨던 겁니까?”

“···뭐?”


박주훈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윽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동자가 차성우와 나를 번갈아 향한다.


“네가 박은혁 역의 배우라고?”

“이번에 박은혁 역을 맡은 정지혁입니다.”

“···하하하!”


돌연 박주훈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한참을 웃어 젖히던 그는 이내 웃음기를 싹 지우고 차성우를 노려봤다.


“겨우 신인이었습니까?”

“······”

“저희 회사의 배우들을 다 쳐내고 받은 배우가 겨우 신인이었냐, 이 말입니다.”


차성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싸늘한 시선으로 박주훈을 노려볼 뿐이다.


“이 영화도 망했네요. 감독님이 추구하는 그런 고난도의 액션을 겨우 신인에게 맡기다니.”

“말씀 다 끝났습니까?”

“뭐?”


박주훈의 인상이 처참히 일그러졌다.

면전에서 무시 받은 셈이지만, 나는 담담했다

아니, 화낼 필요가 없었다.


“말씀 다 끝나셨으면 이제 그만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하! 신인 주제에 어디서!”


박주훈의 손이 머리 위로 향한다.

머리 위로 치켜 올라간 손이 곧바로 나를 향한다.

짧은 순간에도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그냥 한 대 맞고 정당방위로 처리할까?’


그렇게 하면 확실히.

티 나지 않게 눈물 콧물 쏙 빼놓을 자신도 있지만.


텁!


박주훈의 손이 허공에서 그대로 멈췄다.


“어쭈, 막아?”


박주훈이 나를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손을 막은 내가 가소로운 모양인데.


‘그냥 맞아줄 순 없지.’


나는 오른손 안에 들어온 그의 팔목에 점점 힘을 가했다.


“악!”


박주훈이 얼굴이 대번에 구겨졌다.

화려한 기술도, 죽일 듯한 살기도 필요 없다.

단지 손아귀에 힘을 주는 것이 전부.

그것 하나만으로도 박주훈은 비명을 터뜨렸다.


‘이대로 팔목을 꺾어버릴까?’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


“좋습니다.”


차성우가 의외의 한 마디를 흘렸다.

나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단번에 차성우에게로 쏠렸다.


“감독님?”

“시간 늦었습니다. 모두 촬영 준비하시고, 지혁 씨는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해요.”


스륵.


잡고 있던 박주훈의 팔이 풀려났다.

박주훈은 자신의 손목을 몇 번이고 매만지고는 비열한 표정으로 낮게 읊조렸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너 나중에 두고 봐.”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다.

대꾸하고 싶은 마음조차 싹 가셨다.

나는 그를 무시한 채로, 차성우를 따라 촬영장 구석으로 향했다.

모두가 촬영 준비를 시작하는 와중에도 눈앞에 있는 것은 오직 차성우 하나뿐.

마치 면담을 눈앞에 둔 신병과도 같은 기분이다.


“지혁 씨, 혹시 담배 피워요?”

“저는 비흡연자입니다.”

“그건 좀 의외네요. 군인 출신이라 담배 피울 줄 알았는데.”

“피우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긴 했습니다.”

“역시 그렇죠?”


피식.


시답잖은 이야기 끝에 차성우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의 쓴웃음을 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내가 그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 셈인가?

어깨가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정말 예상외의 말이었다.


“지혁 씨, 괜찮겠어요?”

“예?”

“아마 지혁 씨는 잘 모르는 모양인데, 저 사람이 속해있는 회사,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액션이나 무술 쪽으로는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회사예요.”


믿는 구석이 바로 그거였나?

어쩐지 경찰을 부른다고 해도 별 반응이 없다 했다.

다시 한번 그에 대해 곱씹는 사이, 차성우는 말을 덧붙였다.


“저 회사 대표가 한국무술연기자협회 회장인 데다, 인품도 뛰어나서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존경받는 배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사람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액션 배우를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습니까?”

“박주훈 저 인간이 원하는 것도 지혁 씨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흠집 내려고 여기 온 겁니다. 무술 실력이나 연기력 등등 지혁 씨를 폄하하고, 회사 권력으로 입김을 넣어서 지혁 씨가 이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 촬영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고.”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생각보다 훨씬 더 악질이었다.

역시 아까 손목을 꺾어버렸어야 했다.


“······지혁 씨는 괜찮습니까?”

“예?”


차성우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눈동자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감정은 걱정이다.


“제가 지혁 씨를 드러내지 않으려 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지휘하는 이 영화를 찍으며 누군가가 이유 없는 피해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

“하지만 이렇게 정체가 탄로 난 이상, 앞서 말한 피해를 지혁 씨가 받을 수도 있습니다.”


차성우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울려 퍼졌다.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차성우가 왜 그토록 박주훈을 촬영장에서 쫓아내려 했던 것인지, 그 행동이 누구를 위한 행동이었는지.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박은혁 역의 촬영은 나중으로 미루고 지혁 씨를 다른 역할인 것처럼 꾸민다면······”

“감독님.”


나는 나직이 그를 불렀다.

이어지던 차성우의 목소리가 사그라졌다.

차성우는 입을 닫고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지혁 씨,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답할 일이···”

“감정적으로 대답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짐짓 굳은 표정으로 더욱 소리를 높였다.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요?”

“네, 저 사람이 아무리 흠잡으려고 해도 절대 흠잡을 수 없는 방법이.”


씨익.


입꼬리가 늘어지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작가의말

작품 내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과 직책 지명 등등은 모두 픽션입니다.

실제와는 전혀 무관하니 감상에 차질 없으시길 바랍니다.

하루하루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언제나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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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Act 12. 불청객 - (2) +20 20.12.06 15,728 302 12쪽
» Act 11. 불청객 - (1) +18 20.12.05 15,993 299 12쪽
10 Act 10. 첫 촬영 - (2) +20 20.12.04 16,636 323 17쪽
9 Act 9. 첫 촬영 - (1) +20 20.12.03 17,140 318 17쪽
8 Act 8. 오디션 - (3) +12 20.12.02 17,117 320 11쪽
7 Act 7. 오디션 - (2) +19 20.12.01 17,350 332 14쪽
6 Act 6. 오디션 - (1) +13 20.11.30 17,841 3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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