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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파티를 책임지는 방패 사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하루삼만자
작품등록일 :
2021.05.13 05:09
최근연재일 :
2021.06.06 21:0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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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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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수 :
16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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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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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특별한 모험가 시험(1)

DUMMY

“헤에? 금방 오셨네요.”


별장집의 주방 안. 스튜를 끓이는 냄새가 난다.

오오라까지 내뿜으며 배웅해줬는데 바로 돌아올 줄은 몰랐던 디히르는 뻘쭘해진다. 하늘하늘한 금발을 휘날리며, 작게 고개를 움직이며 콧노래를 하는 그.

얇은 셔츠에 앞치마를 입고 국자를 돌리는 손목의 선에 넋이 나가는 보야.


“따먹고 싶구나.”

“아 과일 말씀하시는 거죠? 잠시만요. 보야님.”


금발 사제는 여전히 흥얼거리며 식자재가 보관된 지하실로 향한다.

그걸 물끄러미 보던 나자랄의 붉은 엘프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섀도우 보어를 잡으러 가기 위해 3~7일간 외박을 할 생각. 그 준비를 하러 간다.


“식량 창고가 있는 것은 참 좋네요.”

“그렇구나.”


디히르와 같이 내려간 지하실.

아마 건물로 따지면 지하 3층 정도인 이 곳에는 서늘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아즈네 대륙의 대부분의 식량은 이렇게 지하에서 보관하며, 더 완벽하게 보관하기 위해 냉기의 마석을 사용하기도 한다.

원래 귀족 전용 별장으로 지어진 이 집에는 냉기의 마석이 좀 남아있었고, 당연히 그걸 쓰는 시설도 있다. 그야말로 자연과 신비의 냉장고.


출장 임무가 잦아 애초에 이 마을에 있는 시간이 적었기에 남아있는 건조 과일이 별로 없다.

장보고 가기는 그렇고, 그냥 방황의 숲에서 나오는 과일을 직접 따먹으며 버티려는 갈색 엘프는 지하실 바닥의 종이 가방에 건조된 딸기와 사과를 다 넣어버린다.

식량을 준비하는 그 모습에 디히르는 양손 가득히 생과일을 들며 말한다.


“어디 나가세요?”“긴급한 토벌 임무가 생겼어. 짧으면 3일에서 길면 일주일 정도 집에 못 돌아올 것 같다.”

“갑자기요?”

“그 동안, 우리 집을 잘 부탁할게.”

“아니 그러니까 왜 우리 집인가요.”

-쓰담쓰담


큭큭. 잠깐 웃은 보야는 디히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부드럽게 넘기는 그 감촉을 손 마디마디에 새긴다.

앞으로 몇 일간 느낄 수가 없으니까.


“꼭 시험에 합격해.”

“시험이요?”

“모험가 길드에 가는 김에 말을 좀 했단다. 아주 특별한 시험관이 지금 길드에서 기다리고 있어.”


모험가 길드가 어디 있는 지 알려주는 보야. 그 말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디히르.

왔다.

드디어 이 날이 왔다.

오늘이야말로 모험가가 되는 꿈을 이루고. 모험가 자격을 증명하는 카드를 얻을 것이다.


“심장 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그렇게 컸나요?”

“큭큭. 귀여운 꼬마야. 파이팅이다.”


엄지를 척 내밀며 지하실에서 계단을 혼자 올라가는 보야.

지금부터 있을 모험을 이번에도 외로이 가야하는 나자랄 최강의 모험가.

하지만 이제 그것도 마지막일 터.


-탁


자기 방을 열고 들어온 보야. 잘 웃고 다니지만 인상은 차가운 미녀의 방은 의외로 인형이 많다. 맨티스와 슬라임. 동글동글하고 푹신푹신한 털실인형들.


이 방에서 침대 아래의 구석진 곳. 보호색인 암녹색의 배낭을 꺼내고, 침낭을 그 옆에 묶는다.

행군을 준비하는 군인처럼 진지하면서도 신속한 손길.

식량이든 종이가방에 물통까지 넣고 어깨에 메어 본다. 간만에 느끼는 이 착용감.


‘그럼 가봐야겠구나.’


정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보야.


“잠깐만요! 보야님.”


다급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늘씬한 갈색 다리를 멈추게 한다.

집 정문이 발칵 열리며, 품에 도시락 통을 들고 오는 디히르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병원 밥이 지겨울 때마다 자취 요리를 해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만들은 도시락.

작은 검은색 도시락통 하나를 내밀면서 손가락을 두 개 편다.


“닐스의 모험가의 수칙 두 번째! 식사만큼은 든든히 하자. 가장 위급한 순간에 힘을 발휘하는 것은 기적 따위가 아니라, 배에 있는 밥이니까.”

“큭큭큭큭.”


도시락을 받아든 보야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마구잡이로 이 기특한 사제의 양 볼을 잡아당기고 비빈다.


“으워우우므으.”


웅얼웅얼 거리는 디히르를 천천히 보는 갈색 엘프는 속으로 말한다.


혼자라니? 그건 터무니없는 착각이구나.

이렇게 든든한 도시락과 동료가 있지 않은가?


볼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놓아주자 디히르가 말한다.


“보야님도 떠나시기 전에 저와 약속해주세요.”

“말해봐.”

“이번 임무가 끝나시면 저랑 모험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 꼭 약속하마.”


도시락을 배낭에 넣으며 떠나가는 보야.


‘이번이 마지막으로 혼자 하는 임무. 아니지 몸만 혼자 떠나는 임무야.’


손을 크게 흔들고 또 흔들다.

별장집의 동료가 점점 작은 점으로 보일 때까지 흔들던 그 손바닥을 보고 작게 미소를 짓는다.


“이 몸도 참 놀고 있네.”




스튜를 먹고 배를 채운 디히르는 설거지를 끝내고 거울을 본다.

탁탁 양 손으로 양 뺨을 두 번 치고 굳은 자세로 선다. 흰색 얇은 티에서 사제복으로 갈아입는다.

은빛 방패에 연결된 두 밧줄을 잡아 어깨에 메고. 왼손에 방패를 장착할 수 있는 팔찌를 착용한다.


-탁!


집 정문을 나서며 위풍당당하게 모험가 길드로 향하는 사제의 발걸음.


-저벅

두근


-저벅 저벅

두근 두근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걸음이 빨라져서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일까? 심장이 빠르게 뛰어서 걸음이 빨라지는 것일까?

전부 아니다. 그 이유는 꿈을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였기 때문이다.


[나자랄 마을의 모험가 길드- Beautiful World]


모험가 길드 이름이 아름다운 세계라니.

전에 방랑의 대검기사가 준 책자를 떠올리는 디히르는 낭만을 느끼면서 문을 발칵 연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재킷의 정복을 입은 남자 엘프 접수원.

담담하게 인사를 한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들어오는 사제가 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공손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한다.


“이미 자세한 사정은 들었습니다. 디히르님. 연무장은 이쪽입니다. 자 길드장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왜 길드장님이 기다리고 계신가요? 높으신 분 아닌가요?”

“그분께서 바로 사제님이 모험가 자격이 있는지. 직접 심사를 하신다 하셨습니다.”

“왜죠?”

“가서 면접을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물론 이 모험가 길드의 시험관은 따로 있다.

하지만 특별한 모험가 지망생에겐 특별한 시험관이 필요한 법.


“연무장에서 바로 실전 시험을 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길드장님께서 시간을 절약 하시려고 연무장에서 몰아서 하시는 것뿐입니다. 가입 절차 그대로 구술면접을 한 뒤에 실전 시험을 치룹니다.”


남자 엘프 접수원이 뒷문을 열고 나간다. 따라 나가서 10분쯤 걸으니 널따란 운동장이 보인다. 모험가들의 마을답게 대도시의 연무장이랑 비교도 안 되게 큰 규모는 거대한 콜로세움을 떠올릴 정도다.

관중석까지 있는 곳. 아침부터 단련을 하는 몇몇 모험가 말고는 텅 비어있는 공간.

입구 쪽에 세 명의 인영이 서있다.


“여기에요. 사제씨.”

“흥. 지각이야.”


아직 통성명을 하지 못해 사제라고 부르는 TS단과 현기가 가득한 녹색 머리의 거북이 수인인 길드장.

세 명은 천천히 디히르를 향해 걸어온다. 잠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길드장.


“반갑군요. 제가 바로 이 나자랄 마을의 길드장입니다.”


작위가 없을 뿐이지, 사실상 이 마을의 영주는 긴장하는 사제를 아래에서 위로 쭉 본다.

궁금했었다. 3년 간, 솔로활동을 하는 보야를 보며 길드장도 사실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혼자보다 파티를 꾸리는 게 더 생존률이 높으니까. 하지만 보야는 사람을 보는 눈도 까다롭고, 그녀의 실력에 맞는 강한 모험가가 필요하기에 혼자 다니게 내버려 두었다.

미녀 삼총사 전성기 때보다 더 오래 일한 그녀의 무력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으니까.


이 마을에서 누구보다 모험가들의 사망률에 신경을 쓰는 여인.

보야의 취향을 알고 있는 길드장은 디히르의 사제복을 보며 의아해한다.


보통 엘프와 회복의 신 리쥬버의 사제는 사이가 친해지기 힘든데.

어떻게 그 애의 마음에 들게 했을까? 역시 그냥 귀여운 외모뿐일까?


조금 전에 동생과 함께 말한 이야기를 떠올리는 거북이 수인.


‘아, 몰라. 꼬마를 파티에 어떻게든 넣어줘.’

‘안 돼. 정식 모험가도 아니고. 실적도 없는 사람한테 대형 몬스터를 잡는 일을 시킬 수 없어.’

‘그 꼬마면 괜찮단 말이야. 언니.’


처음이다.

모험가를 그만둔 뒤에 3년 간 언니 동생하며 지냈지만, 길드장이 된 이후 늘 거리를 좀 두고 살았는데.

이렇게 떼까지 쓰면서 동료를 원하다니. 그래서 직접보고 싶었다. 시간을 쪼개 서서라도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길드와 마을의 일 때문에 없어진 자신의 자리를 대신한 사람을.


“바로 구술 면접에 들어가도 될까요? 사제님?”

“네! 잘 부탁드립니다.”

“왜 모험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건 저의 로망이니까요.”

“훗, 그렇군요.”


간혹 있었다. 돈이나 명예 길드 랭킹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모험가가 아니라, 그저 낭만과 순수한 모험을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임무를 하면서 돈이나 명예를 찾는다. 사회에 물드는 것이다. 물들어버린 사회와 세월이 결국에는 로망을 없앤다.

보야보다 언니인 이 길드장도 예전에는 그런 로망이 있었는데.


미녀 삼총사 시절을 회상하던 길드장은 진중하게 묻는다.


“그럼 모험가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셨나요?”

“1년 간, 군인 아저씨한테 훈련을 받았어요.”


1년 간 훈련했다면 충분하다. 늘 일손이 없어서 건장한 청년이면 가입을 허락하니까.

대충 맨티스 하나만 때려잡을 힘만 있어도 조건에 만족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된다.

길드장을 대신할 사람은 반드시 강해야 한다. 보야의 옆자리는 그런 자리니까.

실력이 없으면 나자랄에서 제일 빠른 여자의 발목을 잡을 뿐이니까.


“그럼 그 훈련이 어느 정도인지 볼까요.”


연무장 구석의 나무로 된 연습용 몽둥이를 드는 거북이 수인은 연무장 중앙으로 걸음을 옮긴다.

눈짓으로 디히르에게 따라오라고 신호를 보내지만 멀뚱멀뚱히 서 있는 금발의 사제.


“뭐하세요? 실습 면접입니다. 무기를 드세요.”

“하지만 그런 장난감 몽둥이로는 대련 할 수가 없잖아요.”


디히르의 대답에 열이 받기 시작하는 길드장. 지금 도발을 하는 것인가?

사실 이 사제는 어떤 군인 아저씨의 가르침 때문에 단 한 번도 연습용 무기로 대련을 해본 적이 없다.

실전용의 진검과 수많은 화살과 마법 공격으로 전투력을 키웠으니까.


“진짜 무기를 꺼내세요. 그래야 대련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훗. 그렇군요.”


이건 명백한 도발이라고 알아듣는다.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청색의 레이피어와는 다르게 꾸준히 단련을 했던 길드장.

본 때를 보여주자.


천천히 연무장을 걸어서 빠져 나가, 곧 잘 닦여진 찬란한 은빛 메이스를 꺼낸다.

거북이 수인이 현역인 시절에 썼던 둔기. 그리고 머리에 보라색 두건을 두른다.

투기(鬪氣)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녹색 인영.

TS단은 질색하며 관중석으로 도망을 갔고, 남자 엘프 접수원은 카운터 일을 하러 돌아갔다.


"KowaBunga!"


길드장은 큰 기합성을 내지르며 메이스를 들고 뛰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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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특별한 모험가 시험(2) 21.06.06 14 0 11쪽
» 특별한 모험가 시험(1) 21.06.05 13 0 12쪽
28 긴급 호출 21.06.04 10 0 11쪽
27 골목에서의 인연(2) 21.06.03 14 1 10쪽
26 골목에서의 인연(1) 21.06.02 12 0 13쪽
25 잠깐의 여흥(2) 21.06.01 13 0 10쪽
24 잠깐의 여흥(1) 21.05.31 13 0 13쪽
23 거울에 취한 청색의 레이피어(4) 21.05.30 14 0 14쪽
22 거울에 취한 청색의 레이피어(3) 21.05.29 14 0 12쪽
21 거울에 취한 청색의 레이피어(2) 21.05.28 15 0 14쪽
20 거울에 취한 청색의 레이피어(1) 21.05.27 14 0 13쪽
19 드디어 도착한 나자랄 마을(2) 21.05.26 18 0 14쪽
18 드디어 도착한 나자랄 마을(1) 21.05.25 15 0 12쪽
17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6) 21.05.24 16 0 16쪽
16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5) 21.05.23 15 0 18쪽
15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4) 21.05.22 19 0 14쪽
14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3) 21.05.21 19 0 15쪽
13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2) 21.05.20 21 1 14쪽
12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1) 21.05.19 25 1 11쪽
11 레몬맛 별빛 21.05.18 23 1 11쪽
10 꼬마와 프로의 약속(6) 21.05.17 29 1 14쪽
9 꼬마와 프로의 약속(5) 21.05.16 28 1 12쪽
8 꼬마와 프로의 약속(4) 21.05.15 32 1 12쪽
7 꼬마와 프로의 약속(3) 21.05.14 34 2 11쪽
6 꼬마와 프로의 약속(2) 21.05.13 45 3 13쪽
5 꼬마와 프로의 약속(1) 21.05.13 54 3 12쪽
4 군침을 흘리는 갈색 엘프(3) 21.05.13 62 4 13쪽
3 군침을 흘리는 갈색 엘프(2) 21.05.13 75 4 11쪽
2 군침을 흘리는 갈색 엘프(1) 21.05.13 103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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