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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파티를 책임지는 방패 사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하루삼만자
작품등록일 :
2021.05.13 05:09
최근연재일 :
2021.06.06 21: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945
추천수 :
40
글자수 :
166,181

작성
21.06.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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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긴급 호출

DUMMY

할 일을 끝낸 보야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만난 건 의외의 인물이다.

잠을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사제복에 등에 방패까지 메고 있는 디히르가 문 옆에 등을 기대며 서 있었다.

갈색 엘프가 사냥꾼의 조끼를 입고 활을 드는 것처럼 저 복장은 틀림없는 전투준비의 태세.


“어딜 갔다 오셨나요? 사람 걱정시키게...”

“그, 그게.”


잠깐 당황하는 보야.

술기운에 금발 사제의 뺨에는 선명한 홍조가 있지만, 인상을 쓰며 잘게 문 입술은 그의 강한 정신력을 보여준다.

취한 것이 분명하지만 억지로 끈기로 버티고 있다.


“제가 맞춰볼까요? 병동에 갔다 오셨죠?”

“그래. 꼬마야.”

“그래서 전 동료분은 뭐라 하셨나요?”

“이제 우리를 건들지 않겠다고 했어.”


보야의 말에 디히르는 기가 찬다.

양팔을 교차로 지르며 앙칼지게 팔짱을 낀다.


“언제부터 보야님과 제가 ‘우리’ 라고 말할 정도로 친하게 된 거죠?”


정문을 열고 뒤를 도는 금발의 사제.


“밤바람이 추우니 어서 들어오세요.”

“큭큭. 꼬마는 이 몸을 걱정했다는 게 부끄러운 모양이구나.”

“시끄러워요!”


피식. 낮게 웃는 보야.

어쩜 이렇게 귀여움이 끝이 없을까?

두 사람은 그렇게 보야의 집. 아니 우리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른 아침.

정원을 뛰며 몸을 풀어보는 디히르는 몸이 간질간질하다.

혹시 허수아비같이 뭔가 때릴 만한 게 있는지 찾아본다.


널따란 창고와 정원 구석, 보야가 자는 방 빼고는 전부 다 뒤적거린다.

그나저나 이 시간까지 잠을 자다니.

참 게으른 엘프라 생각한 성실한 사제는 결국 쓸만한 것을 찾지 못한다.


“어, 개집이 있네요?”


귀족 중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있어서 서비스로 만들어놓은 개집.

새것처럼 반짝거리는 멀쩡한 물건인데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아깝다고 생각한 디히르는 그걸 주워서 별장집 정문 옆에 곱게 놔둔다.


“날씨 좋다.”


아즈네 대륙, 봄의 태양에 몸이 간질이는 것을 느낀다.

휴식을 취했으니 오늘은 드디어 모험가 길드에 갈 예정. 산의 정상에 곧 도착하는 산악인의 마음이 이러할까?

심장이 두근두근 멈추지 않는다.


“어? 처음 보는 사제님이네. 반가워요.”

“난 사제가 싫어, 흥.”


다가오는 두 하플링 여자애.

하늘하늘한 녹색 원피스를 입은 활기찬 소녀와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토라진 소녀.

두 하플링은 디히르보다 머리 크기 하나 정도 키가 작았으며, 보석 같은 눈에 핑크 롤 머리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서로 얼굴이 같은 쌍둥이.

그 모습을 본 금발 사제의 감상은 딱 하나뿐이다.


“두 분 다 귀여워요! 앗...”

“헤에, 그래요?”

“흥!”


실수로 입 밖으로 내뱉어 버린 말.

자신의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는 사제와 홍조를 띠는 두 하플링 쌍둥이 소녀.

그리고...


“귀여워...?


정문이 발칵 열리며 파란색 잠옷을 입은 보야가 밖으로 뛰쳐나온다.

큭큭 몸이 달아오른 갈색 엘프는 입을 벌리면서.


-말캉

“으아! 무슨 짓이에요! 보야님!”


디히르의 머리를 가슴 사이에 끼우고.


-쫀득쫀득

“으에에에. 또 이러시네요.”

“흥! 난 엘프도 싫어! 으에에에.”

“큭큭. 귀여운 애들이 3명이니까. Triple Cute!"


양손을 두 쌍둥이의 뺨 한쪽씩 잡아 마음껏 잡아당긴다.

가슴살의 감촉을 강제로 느끼는 사제는 이 분위기가 낯설지가 않다.

맨 처음 보야를 만났을 때의 그 느낌.

정말 귀여운 사람을 좋아하는 망할 엘프라고 여긴다.


“TC는 저희한테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요. 붉은 엘프님.”

“우린 이미 TS단이라는 훌륭한 단어가 있다고! 흥!”


잡아당기는 보야의 손길을 빠져나간 두 쌍둥이 소녀.

마치 전대물 소설처럼 두 하플링은 등을 맞대며 손을 크게 하늘로 뻗는다.

녹색 원피스를 입은 인상 좋은 소녀가 먼저 힘차게 말하고 뒤이어 노란 원피스를 입은 화나 있지만 앙증맞은 소녀가 이어 말한다.


“저는 방황의 숲을 나는 나자랄 마을의 수호자. Tree!"

“난 거인의 사막을 누비는 나자랄 마을의 지킴이. Sandy!”

“둘이 합쳐 TS단!”

-짝짝짝짝


서로 한쪽 팔씩 내밀어 교차로 X자를 만드는 그녀들의 몸놀림에 감탄을 한 갈색 엘프는 미친 듯이 박수갈채를 보낸다.

디히르도 따라서 박수를 쳐야 하나 고민한다.

멋진 포즈를 지었다는 듯이 의기양양함이 가득한 두 핑크 롤머리 쌍둥이.


“아차, 이럴 때가 아닌데.”

“모험가 길드장님의 긴급 호출.”

“뭐?”


긴급 호출이라는 말에 웃음기가 확 가시는 보야.

이 마을의 진짜 수호자이자 지킴이는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마을 존속 위기에 닥칠 때만 할 수 있는 길드장의 권한.

마을에 사는 실력이 있는 모험가를 무조건 호출할 수 있다.

이에 불응한 모험가는 자격이 박탈된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보야는 모험가 길드로 가려다가 몸을 돌린다.

긴급 호출이 뭘 뜻하는 건지 모르는 디히르는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지금 나자랄의 붉은 엘프는 어쩌면 전투를 하러 가야만 하는데.


“타이밍이 너무 안 좋구나. 오늘은 예정대로 모험가 길드에 직접 데려가려고 했는데.”

“네? 그래요?”


모험가 길드라는 단어에 흥분하는 금발의 사제.


“데려가 주세요! 보야님.”

“안 돼. 가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 아마 그 때쯤이면...”


긴급 호출이면 바로 마을 밖을 나가야 하는 상황일 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마을 랭킹 3위 녹차모험단이 보야의 후배가 디히르를 노리고 있다.

그 놈의 비틀린 성격이라면 노린 사냥감은 그냥 놓아주지 않은 걸 알고 있다.

혹시라도 호출을 안 받았다면?


‘안 돼! 이 몸이 뭣 때문에 지금 꼬마를 집에 데려왔는데! 아직 꼬마에게 확실하게 동료가 되겠다는 답을 듣지 못했어.’


한쪽은 자기를 따라주는 척하면서 무시하는 근육남 양손검의 전사.

나머지 한쪽은 대놓고 멸시하고 싫어하는 백색 머리의 전직 여기사를 생각하는 보야.


정말 짜증이 나는 파티다.

이 귀여운 꼬마의 발을 어떻게든 묶어야 한다.

그냥 침대에 강제로 몸을 묶어 버릴까?


“꼬마야.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시간이 없는 보야는 디히르의 양손을 잡고 말한다.

그 말은 새끼손가락 여관에서 모든 사람에게 외쳤던 한 사제의 목소리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차갑고 무게감이 있었다.


“이 몸의 동료가 되어줘.”

“네. 동료가 되어 드릴게요.”


의외의 답변.

전에 들었던 거절과 확실하게 달랐다.

긴급호출에 빨리 가야 하기에, 이제 가야만 한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모험가 길드로 달려가는 보야는 손가락으로 정확하게 금발의 사제를 가리킨다.


“약속한 거다!”

“네 약속이에요. 잘 다녀오세요! 보야님!”


디히르는 결국 속에 있던 말을 해버렸다.

약속 때문에 어제 하지 못한 말을 내뱉었다.

보야와 마신 술자리에서 약속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을 안 들었다면 할 수 없는 말.

속이 조금 후련해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아에게 다시 사람이 생겼다.

이 만남이 계속되길 바라는 금발의 사제는 점점 멀어져가는 엘프를 위해 기도한다.

TS단은 이 장면을 어디서 본 것 같다.

용사물에서 나왔던 적을 물리치기 위해 떠나는 용사를 배웅하는 마을 처녀의 모습.

당연히 마을 처녀는 디히르다.


“기도합니다.”


그 기도의 결말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노란색의 오오라를 내뿜는다. 리쥬버님이 아니라 오직 보야만을 생각하는 기도.


“방금 제가 뭘 본 거죠?”

“와! 붉은 엘프가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봤어.”


TS단은 두 사람을 보며 멍하게 서 있다.




모험가 길드의 3층.

나자랄 마을의 최고 권위자인 모험가 길드장.

전 최강의 파티였던 미녀 삼총사의 리더.

창가에서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녹색 피부의 여인은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의 등껍질을 매만진다.


엘프보다 더 오래 사는 수명 400년의 거북이 수인.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살았으며 가장 큰 책임을 졌다. 그녀의 어깨에는 나자랄 마을 사람들의 생존이 달려있다.

미녀 삼총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순하고 수려한 외모의 이 수인은, 특히 인간이 아닌 이종족들한테 인기가 많다.


“오랜만이야. 동생.”

“다녀왔어. 언니.”


보야가 유일하게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이자 마음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사람.

차갑게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온정이 가득한걸 아는 길드장은 지금은 그저 환영의 인사를 나누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두 개의 모험가 집단. 2위의 신비로운 힘과 3위의 녹차모험단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자리에 나자랄 마을 랭킹 1~3위의 모험가가 모두 모였다.


“아침부터 죄송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가 없군요.”


길드장은 자신이 입고 있는 붉은 드레스의 가슴 쪽. 태양 모양의 휘장을 가리키며 말한다.


“길드장의 권위로 말합니다. 섀도우 보어들의 습격은 도가 넘었다고 판단합니다. 이대로 피해가 지속하면 농작물의 가격이 폭등하기 때문에 여러분들 모두 일주일 동안 섀도우 보어를 토벌해주십시오. 최소 한 파티당 3마리 이상 잡으셔야 합니다.”


침을 한 번 꼴깍 삼키는 길드장.


“만약 목표량을 잡으시지 못하면 단체로 강제로 캠프생활을 통해, 할당량을 채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소인의 파티가 9마리를 잡을 테니까요.”

“이쪽이 할 말이야. 섀도우 보어 사냥은 내 파티의 전문 분야니까.”


그녀의 위엄 있는 말에 대답하는 신비로운 힘의 리더인 레드 타이거와 녹차모험단의 리더인 양손검의 전사가 대답한다.


“잠깐 언니. 이 몸은 지금 혼자인데. 대형 몬스터를 3마리 잡으라는 거야?”

“잡을 수 있잖아.”


난데없이 끼어드는 보야.

공식적인 자리에서 반말로 편하게 말하는 나자랄의 붉은 엘프와 편하게 대답하는 거북이 수인.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원래 저랬으니까.


돌아오는 대답에 갈색 엘프는 기가 찬다.

물론 잡을 수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안 돼. 이 몸 혼자선 못 잡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혹시 어디 아프니? 전에 한 마리 잡다가 지겹다고 도시로 나갔잖아.”


모두 사실이라 나자랄의 에이스는 할 말이 없어진다.

전 파티의 리더는 누구보다 보야의 무력을 잘 알고 있다.

애초에 파티 단위로 잡아야 하는 섀도우 보어를 혼자 잡을 수 있다는 게 나자랄의 붉은 엘프가 얼마나 강한 지 보여주고 있다.


“아, 몰라. 이 몸 혼자선 무리야.”

“빨리 사냥이나 하러 가. 나중에 과일주 세트 보내줄게. 흠흠.”


잠깐 헛기침을 한 길드장은 곧 힘차게 말한다.


“일단 이것으로 긴급 호출은 해제하겠습니다. 다들 무운을 빕니다.”


그 말에 2위와 3위는 바로 전투 준비를 하기 위해 길드장의 집무실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랭킹 1위는 나가지 않는다.

상담도 하는 겸에 할 말도 있기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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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특별한 모험가 시험(2) 21.06.06 14 0 11쪽
29 특별한 모험가 시험(1) 21.06.05 12 0 12쪽
» 긴급 호출 21.06.04 10 0 11쪽
27 골목에서의 인연(2) 21.06.03 14 1 10쪽
26 골목에서의 인연(1) 21.06.02 12 0 13쪽
25 잠깐의 여흥(2) 21.06.01 13 0 10쪽
24 잠깐의 여흥(1) 21.05.31 13 0 13쪽
23 거울에 취한 청색의 레이피어(4) 21.05.30 14 0 14쪽
22 거울에 취한 청색의 레이피어(3) 21.05.29 14 0 12쪽
21 거울에 취한 청색의 레이피어(2) 21.05.28 15 0 14쪽
20 거울에 취한 청색의 레이피어(1) 21.05.27 14 0 13쪽
19 드디어 도착한 나자랄 마을(2) 21.05.26 18 0 14쪽
18 드디어 도착한 나자랄 마을(1) 21.05.25 15 0 12쪽
17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6) 21.05.24 16 0 16쪽
16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5) 21.05.23 15 0 18쪽
15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4) 21.05.22 19 0 14쪽
14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3) 21.05.21 19 0 15쪽
13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2) 21.05.20 21 1 14쪽
12 디히르가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1) 21.05.19 25 1 11쪽
11 레몬맛 별빛 21.05.18 23 1 11쪽
10 꼬마와 프로의 약속(6) 21.05.17 29 1 14쪽
9 꼬마와 프로의 약속(5) 21.05.16 28 1 12쪽
8 꼬마와 프로의 약속(4) 21.05.15 32 1 12쪽
7 꼬마와 프로의 약속(3) 21.05.14 34 2 11쪽
6 꼬마와 프로의 약속(2) 21.05.13 45 3 13쪽
5 꼬마와 프로의 약속(1) 21.05.13 54 3 12쪽
4 군침을 흘리는 갈색 엘프(3) 21.05.13 62 4 13쪽
3 군침을 흘리는 갈색 엘프(2) 21.05.13 75 4 11쪽
2 군침을 흘리는 갈색 엘프(1) 21.05.13 103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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