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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무객 님의 서재입니다.

난 해결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재밌냐이거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8
최근연재일 :
2018.11.06 12:10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66,976
추천수 :
783
글자수 :
336,950

작성
18.05.14 12:10
조회
759
추천
10
글자
7쪽

3장 그들의 선택(12)

DUMMY

“흔들리네.”

“괜찮아?”

“응.”


하지만 말과는 달리 에트나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폭발로 피해를 본 것이다.

직접적인 피해는 아니지만, 폭발의 영향권 내에 있어서 몸 내부에 충격을 받았다.


“좀 쉴까?”

“아니, 이번 폭발로 인공지능도 알았을 거야. 빨리 끝내자.”

“그래.”


두 사람이 통로를 말없이 걸었다.

에트나의 걸음이 조금씩이지만 느려진다.

길트레는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와 발을 맞춰주었다.

문득 에트나가 말했다.


“이거 분명 조트로가 설치한 거겠지? 걔는 맨날 이러잖아.”

“맞아. 은근히 허당이니까. ”

“호호호. 흐윽.”


웃음소리를 내던 에트나가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렸다.


“에트나!”


길트레가 자신을 간절히 부르자 에트나가 웃으며 말했다.


“길트레. 나 좀 바닥에 앉게 해줄래?”

“.... 알았어.”


에트나가 두 발을 뻗고 앉아 한숨을 쉰다.


“후···. 이제 좀 낫네.”

“여기에서 좀 쉬다 갈까?”

“아니. 너 혼자가.”

“어떻게 그래?”

“우리의 계획을 잊었어? 그자에게 복수는 못 하더라도 계획을 망친 인공지능에게만은 복수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그냥 날 여기 두고 가. 네가 만든 거니 네가 더 잘 알잖아.”

“음···.”


길트레는 에트나의 말에도 계속 망설였다.

이유는 그녀도 안다.

그러니 길트레를 달래주어야 했다.


“지금이 우리의 마지막 작별이 절대 아니야. 네가 다시 올 때까지 난 여기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하지만···.”

“우리의 마지막 복수까지 망칠 거야?”


그 말에 길트레가 멈칫하더니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그럼 여기 있어. 내가 꼭 성공할게.”

“그래. 빨리 가. 그리고 모두 동작시킨 다음 조종실로 가서 인공지능을 보자.”


길트레는 에트나가 주는 격발 장치를 받아들고는 일어났다.

그는 통로를 걸어가며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에트나는 그런 길트레에게 어서 가라며 손짓을 했다.

통로에서 그가 사라지고 에트나가 한숨을 쉬었다.


“하···.”


사실 온몸이 아팠다.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움직일 여력이 하나도 없었다.

갑자기 터진 폭탄은 그녀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예전 생각이 든다.

과거 자신이 마르아토 밑에서 충성을 다하며 일을 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진실을 알고 난 후의 좌절감.

동지들을 만나고 즐거웠던 한때.

그들과 변혁을 꿈꾸던 나날들.

그리고 길트레.

그를 생각하며 에트나가 미소를 지을 때였다.

갑자기 뭔가 다가오며 그녀를 불렀다.


-마스터. 여기에서 뭘 하고 있나요?


에트나가 고개를 들어보니 소에타의 목소리를 내는 안내 로봇이 바로 앞에 있었다.

지금 소에타는 태연하게 말을 걸고 있었지만 에트나를 찾기 위해 정말 열심히 움직였다.

곳곳에 놓여 있었던 안내 로봇을 제어하며 돌아다니고 없으면 다음 안내 로봇을 이용해 다시 찾아다니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해 드디어 쉬고 있는 에트나를 발견한 것이다.

레포노 호의 감시 장치를 사용할 수 없고 또한 원격으로 제어 가능한 기계 장치가 두 기밖에 없는 와중에 현수만을 쫓았던 것이 패착이었다.

현수의 위치를 계속 파악하느라 에트나와 길트레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더니 두 사람이 심각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에트나가 안내 로봇을 보며 물었다.


“이제 우리에게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왔네?”

-제가 왜 마스터를 신경 쓰지 않겠어요? 제 마스터인데요.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늦은 것 아냐?”


에트나가 비웃음을 흘렸다.

그녀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하나다.

벌써 폭탄의 절반 이상을 작동시켰기 때문이다.

소에타가 아무리 지금부터 폭탄을 쓰지 못하게 하더라도 절반은 터진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말씀이시죠?

“나와 이야기 하고 있을 시간이 있어? 그 시간에 폭탄이나 찾아보지?”

-안 그래도 그러고 있어요.


사실 이미 폭탄은 모두 찾아본 상황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폭탄의 수가 전에 확인했을 때보다 반조차 되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그걸 확인하고 바로 폭탄을 해체하려고 했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소에타가 할 수 있는 건 원격으로는 타이머를 동작시키는 것과 즉발을 시키는 것밖에 없었다.

그때 서야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은 소에타는 급히 에트나를 찾았고 지금에 이르렀다.


뭔가 느낀 걸까?

에트나가 갑자기 웃었다.


“호호호호.”

-왜 웃으시죠?


소에타의 말투가 뾰족하다.

정말 이런 상황을 싫어하는 소에타였다.

자신이 분석한 행동 패턴에서 벗어나는 행동들.

소에타의 생각대로라면 두 사람은 분명 모든 걸 포기해야만 했다.

설마 이렇게 자신에게 복수한다고 날뛸 줄은 파악도 못 했었다.


“알고 싶어?”

-예. 마스터.

“그게 말이야.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내가 너무 의미를 주고 화를 내고 놀랐던 것 같아서 말이야. 지금만 해도 그래. 어차피 이제 모두 끝났잖아? 그런데 내가 왜 네 앞에서 긴장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나 자신에게 웃겼어. 그리고 안 그래도 된다는 걸 깨달았고.”


뭔가 변한 에트나에게 소에타가 다급히 말했다.


-마스터.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왜 벌써 포기하려 해요?

“아니, 이미 끝났어.

-아니죠. 제가 도와준다면 아직 복수는 할 수 있어요.

“뭘 어떻게? 네가 만사로움 행성을 벗어난 순간 사실 끝난 일이야. 네 잘난 머리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너와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는 걸 너는 모르고 있었구나.”


현수와 실랑이를 하던 소에타는 멋대로 행성을 벗어나 우주로 나왔다.

그 당시 경황이 없어 에트나는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했지만, 함장실에 있을 때 생각해보니 그 순간이 바로 희망이 사라진 때였다.

홀로그램으로 자신이 한 일이 마르아토에게 알려진 데다 그를 죽이지 못했다.

만약 그 후에 만사로움 행성에 남아있었다면 기회를 노릴 순간이 있었겠지만, 그것도 물거품이 되었다.

마르아토는 분명 자신과 연관된 모든 이들에게 남은 건 고통 뿐이다.


‘어쩌면 그냥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


에트나가 하려 했던 건 마르아토를 죽이는 것뿐 아니라 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건물까지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당연히 마르아토는 엄청나게 분노했을 것이고 벌써 자신이나 길트레 관련된 모든 걸 알아오고 사람들을 잡아 오라고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이게 문제였다.

자신 하나 희생하는 건 상관이 없었지만, 자신의 주위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되는 것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는 에트나로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를 해야 했고 그 대상이 바로 소에타였다.


-제가 어떻게 해서든 복수를 도와드릴게요.

“......”


아무것도 모르는 소에타가 계속 자신을 설득한다.

하지만 에트나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사실 대답할 기력도 없었다.

온몸이 아프고 모든 게 귀찮고 짜증 났다.


‘좀 쉬자.’

길트레가 올 때까지.

딱 그때까지만 에트나는 버티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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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해결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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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6장 새로운 시작 (17)-완 18.11.06 297 3 13쪽
77 6장 새로운 시작 (16) 18.10.30 250 3 7쪽
76 6장 새로운 시작 (15) 18.10.23 290 2 7쪽
75 6장 새로운 시작 (14) 18.10.18 287 2 8쪽
74 6장 새로운 시작 (13) 18.10.16 322 4 7쪽
73 6장 새로운 시작 (12) 18.10.04 407 3 8쪽
72 6장 새로운 시작 (11) 18.10.02 379 4 7쪽
71 6장 새로운 시작 (10) 18.09.27 356 2 7쪽
70 6장 새로운 시작 (9) 18.09.20 367 3 7쪽
69 6장 새로운 시작 (8) 18.09.18 402 2 7쪽
68 6장 새로운 시작 (7) 18.09.13 386 3 8쪽
67 6장 새로운 시작 (6) 18.09.11 389 3 7쪽
66 6장 새로운 시작 (5) 18.08.30 395 3 10쪽
65 6장 새로운 시작 (4) 18.08.28 432 6 8쪽
64 6장 새로운 시작 (3) 18.08.23 431 6 8쪽
63 6장 새로운 시작 (2) 18.08.21 453 6 8쪽
62 6장 새로운 시작 (1) 18.08.16 509 8 10쪽
61 5장 지식의 돌(13) 18.08.14 451 7 8쪽
60 5장 지식의 돌(12) 18.08.09 490 8 8쪽
59 5장 지식의 돌(11) 18.08.07 468 7 9쪽
58 5장 지식의 돌(10) 18.08.02 519 6 9쪽
57 5장 지식의 돌(9) 18.07.31 510 5 7쪽
56 5장 지식의 돌(8) 18.07.26 507 6 8쪽
55 5장 지식의 돌(7) 18.07.24 496 6 10쪽
54 5장 지식의 돌(6) 18.07.19 532 6 8쪽
53 5장 지식의 돌(5) 18.07.17 542 7 10쪽
52 5장 지식의 돌(4) +1 18.07.12 583 10 12쪽
51 5장 지식의 돌(3) 18.07.10 550 10 9쪽
50 5장 지식의 돌(2) 18.07.05 584 9 8쪽
49 5장 지식의 돌(1) 18.07.03 651 7 11쪽
48 4장 과거의 기억(16) 18.06.28 613 10 12쪽
47 4장 과거의 기억(15) 18.06.26 580 10 8쪽
46 4장 과거의 기억(14) 18.06.21 605 8 10쪽
45 4장 과거의 기억(13) 18.06.19 631 12 12쪽
44 4장 과거의 기억(12) 18.06.14 660 8 11쪽
43 4장 과거의 기억(11) +1 18.06.12 658 9 8쪽
42 4장 과거의 기억(10) 18.06.08 649 9 10쪽
41 4장 과거의 기억(9) 18.06.06 686 9 9쪽
40 4장 과거의 기억(8) 18.06.04 674 8 12쪽
39 4장 과거의 기억(7) 18.05.31 689 8 8쪽
38 4장 과거의 기억(6) 18.05.29 679 8 9쪽
37 4장 과거의 기억(5) +1 18.05.24 735 9 8쪽
36 4장 과거의 기억(4) 18.05.22 784 7 8쪽
35 4장 과거의 기억(3) 18.05.18 774 9 8쪽
34 4장 과거의 기억(2) 18.05.17 736 10 7쪽
33 4장 과거의 기억(1) 18.05.16 809 9 9쪽
32 3장 그들의 선택(13) 18.05.15 756 9 10쪽
» 3장 그들의 선택(12) 18.05.14 760 10 7쪽
30 3장 그들의 선택(11) 18.05.11 757 9 11쪽
29 3장 그들의 선택(10) 18.05.10 751 8 9쪽
28 3장 그들의 선택(9) 18.05.09 764 9 9쪽
27 3장 그들의 선택(8) 18.05.08 768 8 10쪽
26 3장 그들의 선택(7) 18.05.07 816 9 11쪽
25 3장 그들의 선택(6) 18.05.04 797 10 12쪽
24 3장 그들의 선택(5) +1 18.05.03 858 10 14쪽
23 3장 그들의 선택(4) 18.05.02 865 10 14쪽
22 3장 그들의 선택(3) 18.05.02 929 11 7쪽
21 3장 그들의 선택(2) +1 18.05.01 944 10 12쪽
20 3장 그들의 선택(1) 18.04.30 97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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