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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실 님의 서재입니다.

후천적 재벌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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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이상현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7.02 20:1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5,085
추천수 :
200
글자수 :
373,307

작성
24.05.08 20:23
조회
672
추천
13
글자
13쪽

3. 한순간의 선택 (3)

DUMMY

***


아내가 잠든 사이 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에 잡음이 섞이는 것을 보아 또 클럽인 듯 보였다.


[네. MB증권 임성민 대리입니...]

[나야.]

[... 무슨 일이야?]


놈은 뻔뻔스럽게도 당당하게 나왔다.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하지만. 아직은 터뜨릴 때가 아니다.


[생각해보니깐... 400은 좀 적은 것 같더라고.]

[뭐? 하아 이새끼. 아주 그냥 돈독이 올랐네.]

[이 상처가 그냥 상처는 아니잖아. 전치 8주 나왔어. 남은 2주 동안은 여기에 있어야 된다고.]

[고작 그게? 엄살은 짜식이...]


엄살? 이게 엄살이라고?


난 니 때문에 직장도 잃고 장애를 가졌는데?


[어쩌라고. 난 이미 합의를 마쳤어요오~. 인석쿠운~.]

[뭐?]

[아니. 내가 미쳤다고 너에게 400만원을 그냥 줬겠냐? 다 생각이 있어서 한 거지.]


이토록 뻔뻔스러울 줄은 몰랐다.


사람이라면. 적어도 사람이라면. 이렇게 나올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깐.


[인석아. 어설프게 나대지 좀 마. 너 같은 놈들 한둘 상대한 거 아니니깐. 설령 그때 본 사람이 있다 쳐도 증언은 어떻게 얻을 건데?]

[...]

[할 말 없으면 끊는다. 형 지금 바쁘다.]


뚝.


이런 씨발!!


콰삭!


정신을 차려보니 핸드폰은 박살나 있었다.


후우... 잠은 다 잤네.


터벅거리는 걸음으로 화장실을 향했다. 수도꼭지를 틀며 얼굴을 식혀봤지만, 쉽사리 진정되지는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고졸출신에 자격증도 없어. 그런 너를 내가 왜 밀어줬을 거라 생각해? 이럴 때 쓸려고 뽑은 거지.’


놈이 던졌던 비수가 다시 한번 더 떠오른다.


선명해진 기억은 머리를 짓눌렀지만. 그 안엔 단 하나의 감정만이 담겨있었다.


‘복수하고 싶어. 날 이 지경으로 만든 그놈에게.’


띠링.


그 순간, 바로 앞에 어떤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7,745,329 > 17,745,329 (↑) + @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뭐지? 갑작스럽게 1000만원이 들어온다고? 옆에 쓰여진 퀘스트는 또 뭔데??


처음보는 형태의 상태창.


뺨을 타고 내리는 물줄기는 심란한 마음을 증폭시켰다.


정말로... 이게 가능한거야?


[남은 시간 : 5초]


급격하게 시작되는 카운트.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개죽음 당할 수는 없어.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모른다. 무엇이 나를 이리로 이끌었는지도 잘은 모른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 수락.”


띠링!


이것은 내게 주어진 기회였다.


+++


[퀘스트 – 밀린 돈을 되찾아라]


- 당신은 현재, 병원비 및 합의금 10,000,000원. 그리고 기타 금액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 현재 당신이 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돌려받으십시오


힌트: 핸드폰

[성공시 : 1000만원 (+@) + GP 1000 + 새로운 업데이트]

[실패시 : 능력 상실 + 범죄자 기록 + 생활고]


+++


얼떨결에 수락은 했지만...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일단 힌트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금이 간 화면을 두들기며 파일이란 파일은 모조리 눌렀다.


사진, 텍스트 파일, 그리고 영상...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음... 그냥 기우였던 걸까?


아오! 됐다! 그냥 퇴직금이나 받아야지.


머리를 흩뜨린체로 고용노동부를 검색했다. 연관 검색어로 직장내 괴롭힘이 떡하니 놓여져 있었다.


‘어떤 상황들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볼까?’


...


다들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구나. 그래서 처분은?


...


고작해야 과태료? 그것도 피해청구는 민사소송으로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고?


아. 이 새끼가 왜 이렇게 나왔는지 알겠다. ‘어차피 건들어 봤자 소용없을 거다.’ 이거네.


이때, 어머니였다면. 어떻게 말씀하셨을까...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순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5살 때였나? 처음으로 온 가족이 모여 놀이동산에 갔던 날. 부랑자를 만나게 되었던 게.


‘박용일이!! 박용일!!’


그는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어머니는 우릴 껴안아 그 장면을 못 보게 하셨고 아버지는 간단하게 그를 제압했었지.


‘... 지금 뭐해! 경찰 안 부르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형도 참 대단했었다. 아버지가 말하기도 전에 경찰에 전화 했었으니깐.


‘놔!! 놔라고!!’


그가 몸부림 칠수록 아버지의 제압은 강해졌다. 한참을 발버둥 거리던 그는 곧 울먹거렸다.


‘크흑... 흑... 그때 계약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것 때문에... 그것 때문에 우리집은...’

‘그럼 신중하게 생각하던가. 당한 놈이 머저리인 거지.’


... 이거다.


***


후우... 긴장되는군.


철컥...


걸음을 옮겨 자리 잡은 곳은 다름 아닌 옥상.


철문을 힘겹게 밀어 여니, 매몰찬 바람이 몰려온다.


거. 담배 한 개비 물었으면 좋겠지만,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어. 이대로 가는거야.


딸깍.


긴장된 마음을 내려놓으며 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놈은 막 자다 일어나서인지 목이 잠긴 듯 보였다.


[... 여보세요.]

[접니다. 박인석이]

[... 분명 차단했을 텐데?]


다 방법이 있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받을 거 아니깐.


[그래서 지금은 통화 가능한 듯합니다?]

[허. 미친새끼. 그래서 뭐? 이젠 돈 줄 때까지 매달려 볼려고?]

[어. 그럴려고.]

[뭐?]


왜? 내가 계속 너에게 예우를 해줄 것 같았어?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을 드러내는 성민.


성민이 사태를 파악하는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허... 야 인마. 이거 스토킹이야. 사생활 침해라고. 이거 녹음해서 증거물로 제출하면 너 그냥 깜빵가는거야.]

[그럼 하던가.]

[뭐?]

[하라고. 나도 녹음 할테니깐.]


됐다. 이걸로 녹음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자. 증거를 만들어보자고.


놈을 머저리로 만들 증거를.


[... 이거 웃기는 새끼네. 야. 니 지금 뭐 하자는 거냐?]

[잘 알고 있잖아. 설마 모르는 척 하기야?]

[하. 쪼잔한 새끼... 아직도 억울해? 어?]


조금만 더 몰아보자.


어설프게 건들면 이도저도 아니게 될 테니.


[어. 억울하지. 믿었던 성민이형에게 뺨따구를 쳐 맞을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깐.]

[짜식이 엄살은. 그거 다 힘 조절 한 거야 인마.]


물었다. 이걸 순순히 실토할 줄은 몰랐는데...


뭐 믿을 만한 구석이라도 있는건가?


조금 더 밀어보자.


[힘 조절을 했다?]

[어. 내가 그쪽 분야에선 전문가야. 딱보면 견적이...]

[그럼. 나 말고도 다른 사람에게도 뺨을 때렸다 이 말이네?]

[...]


뭐지? 그냥 찔러본건데?


설마 진짜로?


[야. 니 지금 뭐 하자는 거냐?]


찰나의 망설임 끝에 놈의 분노가 섞여들었다.


흥분하기 시작했군. 이럴수록 침착하게 나가야 한다.


[성민이형. 지금이라도 사과할 생각 없어?]

[허...어이가 없네. 인석아. 아까 내가 말했지? 함부로 쳐 기어오르지 말라고. 이 씨발새끼야.]


그래. 마음 것 욕해라.


나는 지금처럼 행동 할 테니.


[뭐... 예상은 했지만, 역시 말이 안 통하네. 그럼 법정에서 보자.]

[법정? 허! 대체 뭔 근거로?]

[아까도 말했지만, 이거 지금 녹음되고 있거든. 벌써 2개나 잡았어.]

[2개? 해. 씨발놈아. 그래봤자 니가 1억 날린거는 변함 없...]


지금이다. 몰아붙이자.


[형이 병문안 왔었을 때, 이렇게 말했었지? 시나리오를 썼다고.]

[그래서 뭐?]

[그런데 말이야. 그 시나리오에서 빠진 게 있더라고. 내가 창가에서 떨어지게 된 건 성민이 형날 밀어서 그런거잖아.]

[!!!]

[... 그걸 넣게 되면 형은 어떻게 될까?]


매몰차게 다가온 압박이 드디어 풀렸다.


성민은 이제야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차분한 어조로 내게 물었다.


[...동의 없는 녹화는 불법인거 모르냐?]

[동의했잖아? 그래서 녹음했는데.]

[너이 씨...]

[아! 참고로 이것도 녹음 중이니. 잘 판단하시고.]


자. 이제 어떻게 나올려나?


[이런 또라이 새끼... 야. 박인석... 너 진짜로 피 보고 싶냐?]


그 또라이를 만든 건 과연 누구일까?


난 그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걸 최고의 낙으로 삼는 사람인데.


[됐고. 시간 아까우니깐 빨리 선택이나 해. 나랑 같이 감방에 갈지 아니면 합의할지.]

[... 돈독이 제대로 올랐구나. 니.]

[그래서 못 하겠다?]


돈 앞에선 그 무엇이라도 못할까. 이래나 저래나 죽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원래 잃을게 없는 사람. 함부로 건드는 거 아니야.


그래서. 언제까지 침묵 할 건데?


나 그렇게 시간 많은 사람 아니야.


[... 원하는 게 뭐야?]

[간단하게 말할게. 다 못 받은 병원비. 그거면 돼.]

[그러니깐. 얼마.]

[음... 나도 대충 들은 거긴 한데. 1000만 원 정도 나오더라.]

[뭐? 1000? 니 지금 장난 하냐?]


성민이형. 지금 내가 장난치는 걸로 보여?


[이게 제일 깔끔한 거야. 형도 잘 알잖아? 내가 고소하겠다는 거 겨우 진정시켰거든.]


자. 니가 했던 논리. 그대로 한건 데 어때?


카득.


전화기 넘어로 이빨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니 나중에 딴말하지 마라.]

[그래서 해 주겠다는 거? 아님 말겠다는 거?]

[... 계좌나 불러. 이 새끼야.]

[HN은행 00-0000-000입니다.]


띠링


[임성민님께서 10,000,000원을 입금하셨습니다.]

[퀘스트에 완료하였습니다.]


또 이상한 창이 내 눈을 가로막았다.


뒤를 이어 똑같은 숫자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드러났다.


후우... 정말로 해낸거구나... 그보다 놀랍다. 한 귀로 흘려듣던 이야기들이 마치 퍼즐 조각마냥 튀어 나왔다는 게.


이게 그 서번트 증후군인지 뭔지 하는 현상 때문 인건가?


띠링!


생각을 채 끝내기도 전에 스마트폰에선 메시지 하나가 더 튀어나왔다.


[곱게 끝날 생각은 하지마라.]


훗. 꼴에 협박은.


복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읏차!


자. 돈도 받았겠다. 이제 실업급여나 신청해 볼까?


띠링!


[숨겨진 @(실업급여)를 통해 150일 동안 총 9,018,000의 금액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퀘스트에 성공하셨습니다.]

[추가 GP 500이 더해집니다.

[보상 : 1000만원 (+ 9,018,000) + GP 1500 + 새로운 업데이트]


... 처음으로 아버지가 도움 될 줄은 몰랐다. 아니 생각해보면 난 아버지에 대해서 잘 몰랐었다. 아버진 늘 바쁘셨고 예민하셨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아버진 늘 형이랑 대화하곤 했었다.


지금 든 생각이지만.


그때, 그걸 귀 기울렸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벌컥!


뒤에선 철문소리가 거칠게 열리기에 고개를 돌렸다. 새근새근 거리는 막둥이와 와이프였다.


“자기. 지금 뭐 하는 거야?”


우와... 저렇게 째려보니 있었던 잠도 확 깨네. 여기서 내가 짤렸다는 걸 말하면... 분명 뒤지겠지.


일단 이 이야기는 최대한 숨겨보자.


“그냥 잠이 안 와서... 산책 좀 했어.”

“... 담배 핀 게 아니라?”

“안 폈어.”

“정말이지?”

“어.”


킁킁.


와이프는 의심을 지우질 못하겠는지 내게로 다가와 옷 냄새를 맡았다.


“... 정말이네?”

“그럼. 내가 누구인데. 그보다 여긴 어떻게 찾아 온 거야?”

“막둥이가 하도 몸을 뒹굴 거려서 깼어. 그런데 자기가 없더라고. 내 핸드폰도 사라졌고...”


나이스 타이밍.


이때 돌려주면 되겠어.


“아무래도 내가 챙긴 게 자기 폰이었던 것 같네. 자 여기. 막둥이는 이리주고.”

“괜찮겠어? 아직 다 안 나았잖아?”


걱정스러운 말투에 마음이 아파온다.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망정. 부담만 쥐어줬으니.


“괜찮아. 이제 집에 가도 상관없을 것 같은 느낌이야. 그리고 쉬어봤자 시간만 날리는거지.”

“그래도... 오랜만에 얻은 병가잖아? 이참에 편히 쉬는 게 어때?”

“그건... 내일 이야기 해보자. 오늘은 밤이 깊으니깐.”


계속 이어나가다 보면, 내가 짤린 걸 말할 것 같아 다급히 와이프를 병실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걸 언제까지 감출 수 있을까.


‘최대한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해.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띠링.


[안내창을 업데이트 하시겠습니까?]


물어볼 필요가 있겠어? 당연히 Yes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하는 안내창. 하지만, 이게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빈털터리로 내쫓겨났을 거다.


그래. 절대로 나약해지지 말자. 너는 한 명의 가장이니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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