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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실 님의 서재입니다.

후천적 재벌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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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이상현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7.02 20:1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5,088
추천수 :
200
글자수 :
373,307

작성
24.05.08 15:30
조회
717
추천
15
글자
11쪽

2. 한순간의 선택 (2)

DUMMY

***


“선생님! 저희 남편 괜찮은 거 맞죠?”

“... 외적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인지능력이 조금 떨어진 것 같습니다. 뭐, 일시적인 증상일 수도 있지만...”


뭐지? 아직 안 죽은 건가?


흐릿해진 시선이 점차 맑아진다.


지근거리는 머리에 손을 얹지니 흐릿한 숫자가 선명해져 갔다.


이건 대체...


“자기야!!”


아. 와이프도 여기 있었구나.


“보호자 분. 아직 환자 분께선 안정을...”

“으아아앙... 걱정했잖아!!! 이 바보야!!!”


그 정도까지 아픈 건 아닌데?


띠링!


[774,210]


어? 뭐지? 와이프의 머리에도 숫자가 떠올랐네?


이뿐만이 아니었다.


병실에 누운 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머리엔 이상한 숫자가 떠올랐다.


“환자 분? 환자 분?”

“네넵?”

“혹시 오늘이 며칠인지 아세요?”


아니... 그런 걸 왜 묻는 거지?


오늘이 분명...


“6월 11일 아닌가요?”


확신에 찬 내 물음과는 달리. 의사는 고개를 내저었다.


“... 지금 환자 분께선 6주 만에 깨어나셨습니다.”


뭐? 6주?


그럴 리가 없다. 분명 그 일은 어제 일어났잖아?


얼 방한 얼굴로 주의를 살피니 의사가 내게 되물었다.


“환자 분. 혹시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하시나요?”

“네. 그건...”


끼이익.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


아는 얼굴이었다.


저 새끼가 왜 온 거지?


“여. 괜찮냐?”


임성민의 손에는 흔하디 흔한 음료 박스가 들려있었다.


놈은 태연하게 걸어오곤 와이프와 인사를 건넸다.


“인석이 아내 분 되시나요?”

“네... 안녕하세요... 혹시 누구...”

“아아. MB증권 임성민 대리입니다. 미팅이 근처 인지라 잠시 들렸고요. 여기 선물이요.”

“아 네...”

“혹시 괜찮으시다면 인석이랑. 둘 이서 얘기 나눠도 괜찮을까요?”

“아. 네... 편하게 나누고 계세요...”


여러 번 해 와서 인지 놈에겐 어설픔이란 일절 보이지 않았다.


그리곤 놈은 병실을 나오는 와이프를 흘겨보았다.


“이야... 저게 어딜 봐서 애 엄마야? 너 능력 있다? 어떻게 꼬셨냐?”

“안 닥쳐?”

“... 그래. 이걸 말하려고 온건 아니니깐.”


놈은 커튼 막을 치곤 간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한참을 뜸 뜰 이다 놈이 말했다.


“우선. 사과부터 할게. 미안하다.”


뭐?


“아무리 그런 상황이어도 그러진 말았어야 했는데... 나도 좀 흥분을 했나 보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지랄.”

“뭐?”

“시간 끌지 말고 본론부터 말해. 니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잖아.”


이날.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속에서부터 쌓아온 울분이 들끓어서 그런지.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허어... 야. 너 띠꺼워졌다?”


놈은 이젠 감출 생각 없었는지 나를 노려보았다.


병실의 조그만 소음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노려봄에 한 치의 망설임 조차 없었다.


“... 쯧. 재수없는 새끼.”


툭.


성민은 혀를 치며 흰 봉투를 내게 던졌다. 그리곤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 본론부터 말하자. 너 짤렸어.”

“뭐?”

“다시 말해줘? 너 짤렸다고.”


개소리.


“못 믿겠으면 확인해봐. 거짓말인지.”


성민의 재촉거림에 봉투를 살폈다. 그 안엔 권고 사직이 적혀있었다.


사유는 업무 미숙이었다.


“이번 금액이 생각보다 커서 그냥 덮기에는 힘들 것 같더라고. 그래서 시나리오를 썼지. 상장을 코앞에 두고 있던 와중 박인석은 실수로 1억을 날렸다. 그리고 그 압박감을 견디질 못해 건물에서 투신...”

“개소리 집어치워!!! 그거 다 니가 한 거잖아!!”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녀석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었다. 헌데 성민은 여전히 여유로워 보였다.


“인석아. 잘 생각해봐. 이게 제일 깔끔 한 거야. 너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 돼. 그 늙은이가 영업 방해로 고소하겠다는 거 겨우 진정 시켰거든.”

“...”

“그럼 이제 좀 놔 줄레? 이거 비싼 거라서 말이야.”


내가 뭘 했길레...


대체 내가 뭘 했길레 이렇게 되는 건데...


빳빳하던 목은 저절로 수그러졌다.


손은 파르르 떨려 갈 곳을 잃었다.


지금 것 참아왔던 설움이 처음으로 터져 나옴에, 나는 그 어느 때 보다 무기력함을 느꼈다.


“인석아. 그래서 답은?”

“... 퇴직금은 들어오는 거 맞죠?”


이를 악물며 고개를 일으켜 세우자, 놈에게 맞은 상처가 터져 나와 아래로 흘러내린다.


일부는 눈가를 거치는 덕에 눈물처럼 보였다.


“어휴... 그래. 잠시만 기다려라.”


띠링!


[21,627,121 > 17,627,121 (↓)]


그 순간, 성민의 머리 숫자가 줄어들었다.


띠링!


잠시후, 내게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사라진 그 액수와 정확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조금 더 넣었으니깐 남은 건 니 용돈 해.”


놈은 내 어깨를 토닥 거리며 병실을 나섰다. 그와 동시에 막둥이를 업은 와이프가 보였다.


“어? 성민 씨. 벌써 가시게요?”

“네. 이래보여도 없는 시간을 쪼개서 온 거라... 인석쓰. 다음에 보자.”


뚜벅대는 구두 소리가 점차 멀어져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나 수치스러웠기에 그렇다.


“자기야. 둘이서 무슨 얘기... 어어!! 피!!!”


머리가 지근거린다. 자잘하게 꼬맨 실밥에선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자기야!!”

“보호자 분. 진정하세요!! 선생님!!”


다행히 그냥 마취가 풀려서 그랬던 것 같았다.


“환자 분. 상태는 어떻습니까?”

“조금 아픈 것만 빼면 괜찮아요. 아 그런데요.”

“네. 말씀하세요.”

“깨어난 뒤로 이상한 게 보이는데... 이게 머리 아픈 거랑 연관되어 있나요?”

“이상한 거요?”

“네. 사람 머리 위로 무슨 숫자 같은 게 보이는데 이게 다 달라서요. 대체 뭘 의미하는 건지...”


의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턱에 손을 얹었다. 와이프는 이 모습에 조마조마 거렸다.


“선생님!! 저희 남편 어디 아픈 거 아니죠?”

“흠... 우선 MRI를 찍어보는 게 어떻습니까?”


MRI?


이거 보험 처리 되는 거 맞으려나?


띠링!


[774,210 > 477,321 (↓)]


그 순간 와이프의 머리 숫자가 떨어졌다.


잠깐.


“저. 선생님. 혹시 MRI 찍는데 얼마 정도 나옵니까?”

“저희 병원에선... 대략 30만 원 정도 합니다.”


딱 맞아 떨어졌다.


“혹시 이거 MRI 찍어야만 알 수 있는 건가요?”

“뭐... 굳이 찍으실 필요는 없다만... 한 가지 의심 가는 증상이 있긴 합니다.”

“그게 뭐죠?”

“환자 분의 말씀 대로면...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인 것 같습니다.”


서번트 증후군? 그게 뭔데?


어리둥절한 나를 본 와이프는 곧바로 나를 대신해 의사에게 물었다.


“대충 어떤 증상이죠? 제가... 이해가 잘 안돼서요....”


의사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다 조심스럽게 설명을 이었다.


“뇌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아주 가끔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는 이를 서번트 증후군이라 부릅니다. 이게 사람마다 달라서 환자분께 적용시키기는 어렵겠지만... ”


의사의 설명에 따르면 대표적인 케이스는 크게 셋으로.


기억력 향상.


창의성 발현.


그리고 산수처리가 큰 특징이라 말했다.


설마... 이 숫자들이 전부?


“혹시... 부작용은 없나요?”

“언어 상실, 마비, 경련과 같은 증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시죠?”

“네. 머리가 조금 지근거리는 것 빼곤요.”

“그럼 괜찮으실 겁니다.”


결국엔 좋다는 거네.


신기했다. 마치 조상님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펼쳐지는 것 같았다.


“뭐... 지금 상태를 보아하니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무슨 문제라도 일어난다면 저기 버튼을 눌러주시면 되고요. 더 물어보실건 없으신가요?”

“아 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네. 조심히 가세요.”

“네. 조심히 가세요.”


드르륵


병실 문이 차분하게 닫히자, 와이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 위에 떠오른 숫자는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건 대체...


“인석아. 박인석!”


어우 놀래라.


툭...


와이프의 손길이 이마 위로 올랐다.


따사로운 손길에 흔들리던 시아가 바로잡혔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그녀에게서 희미한 떨림이 보였다.


그 너머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힘없이 늘어져있었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 일단은 감추자.


“...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애들은?”

“출장 갔다고 거짓말했어. 처음엔 울고불고 그랬는데 나중엔 괜찮아 지더라고.”

“막둥이도?”

“응.”


와이프는 고개를 수그리곤 자고 있던 아들을 토닥거렸다.


“으이구... 아빠가 안 와서 엄마 힘들게 만들더니 이젠 잘만 자네.”

“많이 울었나 봐? 눈이 퉁퉁 부어오른 게 마치 자기 닮은 것 같아?”

“아오! 확 그냥!”


히익!! 때리지는 말아주세요!! 저 아직 환자라고요!!


와이프는 때려리려던 손을 내리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그리곤 고개를 푹 숙이더니 뜸들이기 시작했다.


“역시... 그때. 피임약 먹을 걸 그랬나?”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게 왜...”

“오늘 다친 거 우리 때문이잖아... 내가 그때 키우자고 만 안 했어도 니가 무리하지는...”


덥썩.


허튼소리를 내뱉기 전에 나는 와이프의 손을 붙잡았다.


부드러웠던 그 손에서는 이제 까끌까끌한 촉감이 느껴진다.


“민지야.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한적 없어. 이건 내가 선택 한 거고.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위로의 말을 건넴에도 와이프의 손에는 떨림이 느껴졌다.


“약속할게.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 진짜지.”

“응. 진짜로. 그보다 피곤 할 텐데 얼른 자. 막둥이는 내가 돌보고 있을게.”

“... 알겠어. 대신 무리하지는 마.”


그녀는 포대기를 내게 넘기곤, 간의 침대에 드러누웠다.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니 처음 맹세했던 그날이 떠올랐다.


흰 선에 붉은 줄이 새겨지던 그날을.


‘자기야... 나 어떡해...’

‘민지야.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책임질게. 그러니깐...’


미안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이 사람의 청춘이 날아가 버린 게.


그리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말과 달리 아내의 손은 거칠고 퉁퉁 부어 있었다.


바보 같은 놈. 그때 한 약속을 아직도 못 지키다니.


얼떨떨한 과거는 이제 잊어야 한다. 지금까진 뭘 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이젠 보이기 시작했으니깐.


이거면 가능해.


“조금만 기다려줘 여보. 지금까지 날 믿어줘서 고맙고.”


이제 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차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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