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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실 님의 서재입니다.

후천적 재벌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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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이상현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7.02 20:1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5,089
추천수 :
200
글자수 :
373,307

작성
24.05.08 10:02
조회
1,028
추천
15
글자
13쪽

1. 한순간의 선택

DUMMY

***


증권가에서는 주로 통용되는 말이 있다. 그것은 경제는 예측할 수 없는 동물이라는 것.


설령 그 시기를 알아내 올라탔다 한들, 내리는 시기를 놓인다면 더 먼 곳으로 휩쓸려 갈 수도 있다.


그것에 정해진 패턴은 없다.


의미 없는 상승과 하락은 늘 반복되기에.


그러나


만일 길들이기에 성공한다면 우린 빠르게 부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걸 업으로 삼는 증권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


덜컹거리는 지하철은 내부의 사람들을 흔들거린다.


곧 출입문이 열린단 안내에 맞춰 성질 급한 이들은 미리 내릴 준비를 마친다.


그 짧은 정차의 시간조차 아까웠던 나는 이어폰을 낀 체, 경제토론 방송을 늘 살펴보았다.


혹시 모를 정보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미련 탓이었다.


[이번 코스피 지수는 1800 포인트로. 지난 분기보다 13%성장했으며...]


에이... 이번 이야기는 너무 뻔한 이야기네.


정세를 살피기 위해 참고한 프로그램도 이젠 별다른 매력을 느끼질 못 하겠다.


오늘과 같이 헛발 칠 때면 늘 밀린 잠을 청하는 게 보통이었다.


지잉____ 지잉____


오늘은 그것조차 허용되지 못하는 듯. 전화 한 통이 걸려들었다.


[여보세요?]

[어. 자기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아주 잘 알지. 우리 막내 첫 돌이잖아.


[치이... 은서랑 은희 생일은 까먹었으면서. 막둥이만 챙기기야?]

[미안. 그래도 이번 생일은 기억했으니깐 그리 걱정하지는 마.]

[음... 그랭. 그럼 오늘 저녁에 준비해둔다.]

[응. 고마워.]


뚝...


단순한 아침인사. 그러나, 내게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와이프와 나 모두 스무 살이었을 무렵.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아이를 가지고 말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보건소에 갔던 기억은 아직도 새록새록 하다.


‘서...선생님. 혹시 딸인가요? 아니면... 아들?’

‘음... 둘 다 핑크가 어울릴 것 같네요.’


그렇다. 쌍둥이였다.


때문에 우린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낮엔 아르바이트를. 그리고 밤엔 스펙 준비를 하며 악착같이 시간을 활용했었다.


물론 그 누구도 눈여겨보진 않았다.


뭐... 당연한 거지.


대학 졸업자도 아닌 휴학생. 그리고 스펙조차 쌓이지 않는 신입을 누가 함부로 뽑겠어?


나라도 안 뽑겠다.


무튼. 어떡해서든 살아보려고 어설픈 전공을 내세워 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흐르자, 내게도 운이 찾아왔다.


‘혹시 취업한다면 어느 쪽에 하고 싶으세요?’


늘 커피를 마시려고 찾아오는 단골 중 하나가 내게 이 말을 건네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그런가? 처음으로 타인에게 속마음을 들어 낸 게?


‘할 수 있다면 증권 쪽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래요? 혹시 전공이 뭐에요?’

‘지금은 휴학 중이긴 하지만. 경제 학과입니다.’


경제 학과라는 소리에 그는 조용히 커피를 들이켰다.


‘흠... 그럼 재무제표 및 다른 용어들 몇 개는 알겠네요?’

‘네... 그렇죠. 뭐...’

‘한 번 저희 회사에 지원해보실레요?’

‘네?’


정말로 뜬금없었었다.


그러나 그 형이 직접 건네준 명함을 보곤 이게 꿈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지.


‘이번에 신입 하나 뽑는데 지원자가 거의 없어서 말이죠. 생각 없으면 말고...’

‘아니요!! 바로 지원하겠습니다!!’


그 회사가 바로 내가 입사한 MB증권이었다.


첫 직장을 이렇게 얻게 될 거라곤 상상치도 못했는데 말이지...


인턴 기한을 거쳐 슬슬 안정된 삶을 이어간다 생각했던 그때, 와이프가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었다.


‘자기야... 나 임신했어...’


그게 정확히 2년 전. 17년도 일이었고. 태어난 것은 바로 아들이었다.


어째, 가면 갈수록 쉴 틈이 없는거지?


딸 둘에 아들 하나.


요즘 같은 시대에 다자녀라니...


후우... 한숨이 절로 쉬어진다.


뭐. 그래도 책임지기로 했으니깐 책임져야지.


힘들긴 하다만, 결국 이것들도 다 돌이켜보면 잘 흘러가더라고.


열심히 살아야지... 그래...


[이번 역은 여의도. 여의도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이제 15분 뒤면 슬슬 도착이구나...


압박되는 인파들 사이를 비집어 가까스로 밖으로 걸었다.


화려해 보이는 건물들을 지나 외곽진 곳에 다다르면 내가 속해있는 MB증권이 있다.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허름한 오피스텔.


4층 건물 중에서도 옥상.


아직은 상장조차 되지 않은 중소기업이지만, 업계에선 강소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뭐, 지금의 내겐 이것도 감지덕지한 기업이지.


끼이익.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문을 여니 테이블에 발을 올린 사내가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3년 전, 내게 명함을 건네주었던 그 사람이었다.


“어? 왔어?”

“좋은 아침입니다. 대리님.”

“새끼... 둘이 있을 땐 성민이형이라 하라니깐. 아직 사람들 안 왔잖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깐요.”

“아이... 딱딱하기는.”


짤막한 담소를 마치며 자리로 항하니 성민은 자세를 바로 고쳤다.


제멋대로인 탓에 몇몇은 거리를 두었으나, 신기하게도 성민은 눈치 하나만큼은 기막힐 정도로 빨랐다.


마치 겉과 속이 다른 듯 한 느낌이랄까?


“성민이형. 그보다 사장님은요?”

“아빠? 접대하느라 오늘 좀 늦을 것 같은데... 아! 너 그리고보니 그거 아냐? 이번에 우리 상장한덴다.”


나랑 딱히 상관없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 그래요?”

“어. 듣기론 뽀너스도 나올거라 하던데?”


뽀너스?


“진짜요?”

“새끼... 얼굴 펴진 거 봐라.”


아... 티났나?


“일이나 해. 인마.”


툭...


성민은 피식거리곤 곧 흥미를 잃었다는 듯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래... 슬슬 일해야지.



타칵... 타칵카가각...


9시부터 3시 반. 국내 장이 열리는 시간.


초 단위로 오르내리는 숫자들 속엔 난잡한 흐름이 보인다.


그리고 그 흐름을 파악하는데 성공한다면,


타깍!


이렇게 돈을 벌게 되지.


[총손익 : + 115,487,352]


크으~ 이거지!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돈이 잘 벌린다. PB (Private Banker) 업무를 맡은지 4년차에 손익 1억을 넘길 줄이야.


보통은 2,000 안팎인데 말이야.


오랜만의 행운에 감격이 차오른다. 소리없이 함성을 지르느라 왼손엔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은 벌써 4시를 향하고 있었다.


슬슬 퇴근해볼까?


“하아...”


헌데, 나완 다르게 성민이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불길하다.


이 인간이 이럴수록 항상 뭔가가 있었는데...


“어? 성민이형. 왜 그래요?”


성민은 조용히 책상에 걸친 담배곽을 챙기곤 따라오라는 눈치를 내게 건넸다.


묵묵히 걸음을 옮긴 곳은 다름 아닌 옥상.


매캐한 연기를 깊게 내쉬기만 하던 성민은 한참을 멍을 때렸다.


대체 뭔 짓을 했길레 이러는거지?


“형 대체 무슨 일이시기에 그러세요?”

“일냈다... 내가 매수를 해야 하는데... 실수로 매도를 하고 말았다야.”


이게 진짜인가?


하도 믿기지가 않는 바람에 나는 성민에게 다시 되물었다.


“네? 매도요?”

“어... 이거 이러다가 좆 된 것 같다...”


사색 된 표정을 짓곤 고개를 푹 숙이는 걸 보아, 이건 하찮은 농담같은 게 아니다.


대체 얼마정도를 잃었길레?


“... 인석아. 하나만 부탁하면 안 될까?”


설마.., 그건 아니겠지?


“이번 실수 니가 했다고만 해주라.”


에이. 그래도 이건 좀.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나중에 술 살게. 제발 부탁한다. 지금까지 잘 해줬잖아?”

“아니 형. 인간적으로 이건 아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덤탱이 씌는 건 좀...


“... 그러면 일부만이라도 부탁하면 안 될까?”


일부?


“그래. 일부만. 이건 어차피 내 잘못이야. 책임도 내가 지는 게 맞고. 그런데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 이 말 인거지.”


보통 같으면 바로 거절했겠지만,


이번엔 함부로 거절하진 못하겠다.


성민이 형이 아니었으면 이곳에서 일하지 못했을 테니깐.


고졸 출신에 자격증도 없는 내가 정규직을 단건 이 형이 나를 밀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


고민스럽다.


이걸 받아들여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감조차 생기지가 않는다.


“인석아. 진짜로 부탁한다... 이번일 들키면 나 아빠한테 맞아죽는다. 제발...”


워낙 간절하게 부탁하는 바람에 결국 마음이 한 쪽으로 기우렸다.


휴우...


그래. 큰 실수는 아니니깐 내게 이러는 거겠지.


이번 한번만 감싸주자.


“네. 그럴게요. 대신 거하게 쏴야합니다.”

“오케이! 고맙다 인석아!!”


성민은 내가 부탁을 들어주겠다 말하니 스마트폰으로 부장에게 인수인계를 알렸다.


이게 내 인생을 가르는 전환점이 될 거라곤 상상치도 못한 체.


지잉____ 지잉____


어? 뭐지?


[네 MB증권 주임 박인석입니...]

[당장 뛰쳐나와!!! 이새끼야!!!]


어? 뭐지?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심장은 점차 조여들었다.


정말로. 괜찮은 거 맞겠지?


“성민이형?”

“에이~ 괜찮아. 괜찮아. 별거 아니니깐 일단 가봐.”


정말로 별거 아닌 거 맞죠?


“그렇다니깐. 나머지는 내가 다 커버 칠 테니깐 걱정하지 말고.”


아까의 모습과는 달리 이젠 여유롭게 등을 떠미는 성민.


별게 아니라는 말과 달리 부장은 최대한 화를 식히려 애를 쓰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


정말로 괜찮은 게 맞나?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마른침을 삼켰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바로 조이는 듯싶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저... 부장님? 급히 부르셔서 바로 왔습니다.”

“...”


한동안 계속되는 침묵.


부장은 생각을 정리했는지 나를 째려보며 물었다.


“... 박인석이. 니 지금 뭔 실수 했는지 알어?”

“... 네?”

“네에? 네에?!”


파악!!


성난 목소리 뒤에는 그가 들고 있던 서류가 나풀거렸다.


긴장은 곧 두려움으로 변했다.


“야 이!! 미친새끼야!! 대체 뭔 짓거리를 했길레 10억을 쳐 날리고 지랄이야!!”


... 10억?


뜬금없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아직도 상황파악 안 돼? 지금 너 때문에. 되던 상장. 폐지되기 직전이라고요.”


폐지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성민이형. 이건 말이 없었잖아?


고개를 돌려 힐긋 바라보니, 성민은 멀리서 비웃어 댔다.


아... 당한거구나.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눈치만 있으면 그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깐.


“니 어떻게 책임질 건데? 어?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닌 이게 시말서로 끝날거라 생각해? 어?!”

“...”


부장의 삿대질에도 나는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그보다 10억이라니?


대체 뭘 했길레 10억이...


“허. 됐고. 이번 일은 나도 커버 못 쳐. 그러니 니가 알아서 책임져.”


뚜벅뚜벅.


부장이 자리를 비움에도 나는 한참을 멈춰 세웠다. 아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워낙 새하얗게 변한지라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두 주먹만 움켜지는 것뿐.


한참을 머뭇거리던 찰나에 임성민이가 다가왔다.


“이야... 이번껀 쉽게 넘어가기 힘들 것 같다?”


덥썩!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놈의 멱살을 쥐어 잡았다.


“어쭈. 이러다 치겠다?”

“말이 다르잖아. 사소한 실수레메.”

“일단 이것 좀 놓고...”

“말해! 사소한 실수레메!!!”


“놔라고!! 씨빨!!”


결국, 놈도 흥분해서 온 몸을 흔들거리자 붙잡던 멱살은 손끝을 떠나고 말았다.


비틀거리면서도 중심을 잡으려했지만, 결국 땅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아 씨발. 이거 비싼 정장인데 다 흐트러졌잖아...”


꽈악!!


뭐라도 붙잡아야한다.


적어도 나를 버리려는 자의 바짓가랑이라도.


“형... 제발 한 번만 봐줘... 나 이번에 아들도 태어났어... 이대로 빚 생기면 우리 가족들은 다 죽는단 말이야...”

“좀 놔라고... 왜 이렇게 눈치가 없냐? 닌.”

“형... 제발...”


간절한 호소에도 성민은 진절머리 난다는 듯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인석아.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대학 졸업도. 자격증도 없어. 그런 너를 내가 왜 밀어 줬을 거라 생각해? 이럴 때 쓸려고 뽑은 거지.”


역겨웠다. 이딴 새끼를 믿었다는 것에.


그리고 억울했다.


분하게 당하기만 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내 처지가.


“형... 제발...”

“아니!! 씨발!! 좀 놔라고 개새끼야!!”


지속되는 끈질김 탓에 결국 성민이 나를 힘껏 뒤로 밀쳐버렸다.


중심을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애를 쓴 탓인지 나는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이것이 문제였을까?


쨍그랑!


흔들거리던 머리가 멈췄을 땐, 창가에 실금이 여럿 그어진 뒤였다.


“야 박인석. 뭐하냐? 장난치지 말고 일어서.”

“...”

“... 야. 야!!”


성민이 나를 흔들거림에 날카로운 유리가 등을 헤짖는다. 찬 바람은 그 틈을 파고들어와 한기를 불어넣었다.


일부는 조각나 내 머리 속에 쳐 박혔다.


“이런 씨발... 119. 119!!”


중심을 잡아보려 하지만 저절로 흐트러진다. 머리엔 피가 흥건히 맺혀 시야를 가렸다.


이대로... 죽는 건가...


띠링!!


[26,134,331 > 21,627,121 (↓)]


그 순간, 놈의 머리 위에 이상한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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