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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뇨기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를 닮은 그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중·단편

지뇨기
작품등록일 :
2019.08.15 01:03
최근연재일 :
2019.09.02 19: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30
추천수 :
1
글자수 :
13,370

작성
19.08.16 17:00
조회
45
추천
0
글자
5쪽

2화

DUMMY

원래 인연이라는 것은 사소한 거 하나에도 이어질 수 있는 법이다.

노트 한 번 빌려준 거로 인해 둘의 사이는 친해질 수도 있고, 가까워질 수도 있다.

지금 이 둘의 상황이 앞서 말한 것과 딱 맞아 떨어진다.


“저번에 빌려준 노트 잘 썼어. 고마워.”


노트를 돌려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그녀와


“아니야. 별것도 아닌데. 도움이 돼서 다행이야.”


멋쩍게 웃으며 노트를 받는 그였다.


“그런데 혹시 이름이 어떻게 돼?”


“이··· 이름?”


“응. 도움받았는데 이름조차 모르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더는 엮일 일이 없을 거 같던 그에게 갑작스러운 그녀의 질문은 그를 당황하게 하였다.


“김··· 김진호예요.”


“김진호······ 내 이름은 김은혜야. 앞으로 잘 부탁해.”


밝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은혜를 보며 진호는 넋이 나갔다. 그러다 정신을 후딱 차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악수했다.


“나도 잘 부탁해···.”


진호가 쑥스러워하는 것이 눈에 보였는지, 은혜는 그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계속 악수할 수도 없기에 손을 뺐다.

진호는 잡았던 손이 허전해지자 다소 아쉬워했다.


아직 완전히 친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분위기만이 흘렀다. 그 분위기를 풀고자 진호가 뭐라도 얘기하려고 얘깃거리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은 은혜의 친구였다. 그녀의 옆에 앉은 친구는 저번 주에 이어 오늘도 오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자기 바빴다.


진호는 뭐가 그리 피곤해서 자는 건지 궁금해서 이야깃거리로 삼고 싶었지만, 아직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서 생각으로 그쳤다.


그래도 뭐라도 얘기하려고 입 밖으로 꺼내려던 순간 교수가 오고 강의는 시작됐다.

길고 지루했던 강의가 끝났다. 진호는 슬쩍 은혜의 필기 노트를 훔쳐봤다. 여전히 노트 곳곳에 빈 곳이 많았다.


‘또 빌려줘도 괜찮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진호는 은혜가 자기를 부르는 것에 정신을 차렸다.


“진호야. 혹시 괜찮으면 필기 노트 좀 빌려줄 수 있어?”


“응··· 나야 괜찮지.”


“정말 고마워. 자꾸 도움받기만 해서 미안하네······.”


“아냐. 그냥 빌려주기만 하는 사소한 거라 신경 안 써도 돼.”


“그래도······ 아!”


좋은 생각이 났는지 은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럼 필기 노트 빌려준 답례로 내가 점심이라도 사줄게.”


갑작스러운 제안에 진호는 어리둥절했다. 그저 대화만이라도 나누는 거에 만족했던 그에게 있어 눈앞의 기회는 놓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는 자기랑 점심 먹는 것이 괜찮은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되물었다.


“나랑 점심 먹어도 괜찮겠어······?”


그의 되물음에 그녀는 일 초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물론이지. 장소는 내가 정할 테니까 시간은 네가 편한 대로 해.”


시간을 정하라는 말에 그는 스마트 폰을 통해 자신의 시간표를 살펴봤다.

점심시간이 비어있는 요일은 금요일이었다. 오전 강의만 있어 수업이 끝나면 오후부터 자유였다.


“금요일에 오전 강의밖에 없으니까 그때가 좋아.”


“금요일이라··· 다행히 나도 괜찮네. 그럼 장소는 나중에 알려줄 테니까 휴대폰 좀 줘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그녀에게 넘기자, 그녀는 능수능란하게 번호를 저장하고는 전화를 걸었다.


“지금 전화 온 번호가 내 번호니까 저장해놔.”


“응.”


“그럼 나랑 얘는 다음 강의가 있어서 먼저 가볼게.”


자고 있던 친구를 깨운 그녀는 친구를 데리고 서둘러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하아······.”


그녀가 나가자 그는 큰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와 가까이서 번호를 교환하며 약속까지 잡을 때, 본인이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어쩌지······“


한 번도 이성과 단둘이 식사를 해본 적 없던 그에게 이런 경험은 크나큰 시련이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하며 머리를 어떻게 정돈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등등.


처음으로 겪는 일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마음에 든 이성과의 점심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별생각 없이 제안한 것이지만, 제안을 받은 그는 정작 신경 쓸 것이 많았다.

하지만 금요일에 있는 점심 약속이 되자 그가 했던 고민은 쓸데가 없는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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