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가밀 님의 서재입니다.

필드의 황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퓨전

가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9.20 17:14
최근연재일 :
2023.10.16 18: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23,494
추천수 :
360
글자수 :
133,896

작성
23.09.20 17:40
조회
2,200
추천
26
글자
12쪽

빙의 (1)

DUMMY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루이스 엠브리오는 멍하니 주변을 바라봤다.


언제나 주변 상황을 냉철히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지만, 이런 상황은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이 뒤바뀌어 있는 상황.


거울이 없어 얼굴을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금을 녹인 것처럼 부드러운 금빛의 머리카락은 새까맣게 변했고, 하얀 편이었던 피부는 구릿빛으로 빛났다.


옷차림도 마찬가지.


화려했던 의복은 어디로 가고 붉은색과 검은색의 세로줄 무늬가 나타난 옷을 입고 있었다.


“괜찮으냐?”


바뀐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모든 것도 바뀌었다.


생전 처음 듣는 언어지만 이해가 되는 것 하며,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마치 아는 사람인 것처럼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다른 세계,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온 건가?’


생각나는 건 이것뿐이었다.


그러나 왜 이런 상황이 닥친 건지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다.


루이스는 기억의 마지막에 자신이 겪은 일을 떠올렸다.




* * *




“드디어... 손에 넣었다.”


루이스는 떨리는 눈으로 눈앞에 놓인 트로피를 바라봤다.


거대한 구를 두 명의 선수가 떠받치고 있는 트로피.


대륙에서 가장 귀한 핏줄인 루이스가 이것을 얻기 위해 1년이나 노력했을 정도로 매우 특별한 물건이었다.


무려 제국의 초대 황제께서 직접 만드신 제1회 대륙 컵의 우승 트로피였으니까.


만약 루이스가 황태자가 아니었다면, 마침 대륙 컵 초대 우승 국가의 경제가 심각하지 않았다면 트로피를 얻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을 정도로 귀한 물건이었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당연하지!”


드코프의 물음에 루이스는 바로 대답했다.


“너 같은 샌님은 몰라. 이 트로피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허, 샌님이라니요. 이래 봬도 황실 마법 병단의 부단장이자 제국에서 손꼽히는 마법사입니다. 당장 이 트로피도 제가 고생한 끝에 얻을 수 있던 것 아닙니까?”


드코프의 말에 루이스는 짜게 식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거야 내가 명령했으니까 그렇지. 내가 명령 안 했으면 네가 이 트로피에 관심이나 가졌을까?”


“그건 아니죠.”


“거봐. 역시 책상에 앉아 있는 마법사들은 축구의 매력을 모른다니깐.”


“저야말로 전하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쓸데없이 공을 따라서 움직이는 노동이 뭐가 그리 좋다고.”


“뭐 이 자식아?”


저게 진짜. 속 뒤집히는 말만 골라 하네.


“어휴. 네가 고생한 걸 아니까 참는다.”


“크흠.”


드코프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루이스는 다시 트로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대륙 컵 트로피를 앞에 두고 저놈 얼굴 보고 기분이 더러워질 이유는 없었으니까.


“대단하군...”


트로피의 자태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루이스는 저도 모르게 트로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루이스의 손이 트로피에 닿은 그 순간.


화아아악-!


갑자기 푸른 빛이 트로피로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하!”


갑작스러운 이변에 드코프가 서둘러 루이스에게 달려왔지만, 그보다 푸른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게 더 빨랐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 * *




‘그 뒤 눈을 떠 보니 지금, 이 상황이고.’


루이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트로피로부터 푸른 빛을 보고 나서 이렇게 된 것을 보면 원인은 그 트로피일 텐데.


‘초대 황제가 심어둔 마법인가?’


그러나 아무리 초대 황제라지만 사람을 바꾸고, 세계를 바꾸는 마법은 들어본 적이 없다.


“머리 괜찮니? 병원 가야 할 것 같아?”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괜찮은지 상태를 물었다.


“괜찮냐니. 이런 상황에서 누가 괜찮을까.”


순간 주변에 정적이 흘렀다.


동료가 그라운드에 쓰러져서 걱정되는 마음에 웅성거리던 선수들뿐만 아니라 걱정하는 코치들까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응?”


갑작스레 조용해진 주변에 루이스가 주변을 살폈다.


방금 자신이 들은 것을 믿지 못해 황당해하는 하유곤 감독부터 잘못 들었다는 듯 자신들의 귀를 후비는 코치들. 그리고 코치진들의 눈치를 보는 선수들까지.


“허 참. 내가 잘못 들었나? 어찌 됐든 머리가 안 괜찮다는 거지?”


하유곤의 말에 루이스가 고개를 저었다.


“머리 문제가 아니라니까.”


다시 한번 이어진 정적.


하유곤 감독의 얼굴이 굳었다.


이내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먼저 나선 건 주변의 코치들이었다.


“분명 머리를 크게 다친 것이 분명합니다.”


“감독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렇게 머리에 큰 충격을 받으면 말이 헛나올 수 있다는 것을요.”


동시에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눈치를 줬다. 코치들의 눈치에, 주변에 있던 선수들이 나섰다.


“야, 너 미쳤어? 감독님한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아니. 미치지 않았다만. 그것보다 감히 황태자를 보고 미쳤다니. 무엄하군.”


그 말에 루이스 주변의 선수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약간 맛이 간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냥 데리고 나가.”


주변의 무엄한 말에 루이스가 발끈했다.


“황태자를 보고 맛이 갔다니. 이거 크게 한 번 혼나야, 읍!”


루이스가 말하기가 무섭게 선수들은 손을 뻗어 루이스의 입을 막았다. 그러고는 서둘러 그를 끌어냈다.


“이거 놔라! 난 미치지 않았다!”


주변의 동료들에게 끌려가면서 외치는 루이스의 외침이 공허하게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 * *




“약간의 뇌진탕 증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네. 횡설수설하거나 기억 쪽에도 약간 문제가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병원 가서 한 번 검사를 맡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구양 고등학교의 양호실.


루이스를 보고 보건 교사가 내린 증상은 뇌진탕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시죠. 금방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보건 교사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하는 차를 준비하기 위해 양호실을 떠났다.


보건 교사가 떠나고.


“일단 너도 들었다시피 뇌진탕이 의심 간다니까 병원에 가서 검사 한번 보자.”


“그러니까 머리 문제가 아니라니까. 그것보다 여긴 어디냐?”


“여기가 어디냐고?”


이곳이 어딘지를 묻는 루이스를 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여기가 어디긴 어디야. 서울이지.”


“서울? 엠브리오 제국이 아니라?”


코치가 한숨을 내쉬었다.


“엠브리오 제국은 또 뭐야. 너 요새 밤에 혹시 만화 보니? 엠브리오 제국은 도대체 어떤 만화에 나오는 나라야?”


자신의 위대한 조국. 엠브리오 제국을 마치 가짜 취급하는 코치의 말에 루이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엠브리오 제국은 가짜가 아니다. 내 선조께서 세운 위대한 나라란 말이다.”


“그, 그래?”


얼굴을 굳히고 말하는 루이스의 말에 코치가 순간적으로 말을 더듬었다. 루이스에게서 흘러나오는 위압감에 압도당한 것.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을 황태자라 말하는 루이스의 말이 거짓말 같지 않았다.


“크흠. 미안하군. 나도 모르게 약간 흥분한 것 같다. 사과를 건네지.”


뒤이어 루이스의 하급자에게 건네는 듯한 사과에 발끈했지만 말이다.


‘환자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애는 머리를 크게 다친 환자야.’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거기다가 머리를 다쳤다는 것을 되새기며 화를 가라앉힌 코치에게 루이스가 말을 걸었다.


“혹시 내 이름이 뭔지 알려줄 수 있겠느냐?”


이름이란 존재의 정체성을 부여해 주는 중요한 요소.


아무래도 몸이 바뀐 것 같으니 이 몸의 이름부터 알아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름? 설마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아마... 그런 것 같다.”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심하게 다쳤나 본데?’


코치는 곧바로 루이스에게 답을 알려주었다.


“김해일. 김해일이야.”


“김해일이라. 특이하군.”


그렇게 얻어낸 이름은 낯선 이름이었다.


이름이 세 글자밖에 안 되다니. 성이 없는 걸 보아 평민인 것 같았다.


“이 몸은 평민인 건가.”


“평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음? 성이 없으니까 평민 아닌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루이스의 말에 코치가 헛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성이 없긴 왜 없어. 앞에 김이 성이고 해일이 이름이잖아.”


“호오. 이곳은 이름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나 보군? 그럼, 이 몸은 귀족인가?”


성이 있는 걸 보니 루이스는 귀족의 자제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황태자라고 바뀐 이 몸까지 황족, 혹은 왕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뒤이어 이어진 코치의 말은 루이스를 더 놀라게 했다.


“귀족이라니. 우리나라에 귀족은 없어.”


“귀족이 없다고?”


“그래. 애초에 왕이니 귀족이니. 우리나라에 그런 신분제도는 없는걸.”


코치가 알려준 것은 충격적이었다. 그제야 자신이 기존에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에 떨어졌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방법으로 작명된 이름이며, 대륙의 어느 곳도 이곳처럼 신분제도가 없는 곳은 없으니, 이곳은 대륙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봐야겠군.’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것을 자각한 루이스는 코치에게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조금이라도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알아 두는 게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이곳, 지구라는 곳에 대해, 그리고 바뀐 몸인 김해일에 대해 알아갈 때쯤 루이스의 귀에 꽂히는 단어가 있었다.


“축구?”


루이스가 반응한 것은 축구라는 단어였다. 대한민국이니 스마트폰이니. 대부분이 어색했지만 유일하게 낯익은 단어. 바로 축구였다.


“이곳에서도 축구가 있단 말이냐?”


축구는 엠브리오 제국에서도 인기 있는 스포츠였다.


루이스의 선조인 초대 황제가 선포한 이후 국민 스포츠라고 불릴 정도로 제국민 모두가 즐겨 하는 스포츠.


그건 루이스도 다르지 않았다. 초대 황제의 대륙 컵 트로피를 수집한 것도 축구를 좋아해서였으니까.


만약 자신이 황태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프로 축구 선수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루이스는 축구를 좋아했다.


그런 축구가 이곳에서도 존재하다니.


코치에게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곳의 축구는 전생의 제국 못지않게, 제국보다도 훨씬 더 인기 있는 스포츠였다.


‘그리고 나는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는 선수란 말이지.’


참 아이러니했다. 축구를 좋아해서 얻은 트로피로 인해 새로운 세계, 새로운 몸으로 깨어났더니 축구의 규모는 전의 세계보다 훨씬 더 크지 않나, 새로운 몸은 그런 축구 선수를 꿈꾸는 몸이질 않나.


솔직히 혹했다. 이곳에서라면 황태자라는 이유로 접어야 했던 프로 축구 선수라는 꿈을 이을 수 있었다.


그러나 루이스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엠브리오 제국의 황태자로서 제국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 축구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보다는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힘써야 했다.


‘그래도... 이곳의 축구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건 상관없겠지.’


취미를 가지는 것 정도는 오히려 자신의 정신 건강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루이스는 코치에게 이곳의 축구에 대한 정보를 더 요청했다.


그렇게 K리그뿐만 아니라 세계 4대 리그라는 프리미어 리그, 라 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 A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던 와중 궁금한 것이 생겼다.


“이곳에서는 대륙 컵 같은 건 없나?”


대륙 컵.


초대 황제께서 만든 대회로 각 나라의 대표팀들이 모여서 경기를 치르는 대륙에서 가장 큰 축제다.


모든 축구 선수가 꿈꾸는 꿈의 무대.


그 말을 들은 코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월드컵 말하는 거야?”


“월드컵?”


“그래. 각 나라의 대표팀이 모여서 세계 최고의 국가대표팀을 겨루는 대회.”


그러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게 최근에 있었던 북중미 월드컵이야.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했지.”


코치가 보여준 사진 속에는 한 남성이 트로피를 치켜들고 환호하고 있었다.


그 사진을 본 순간, 루이스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저건.’


사진 속 남자가 들고 있는 트로피, 루이스를 이곳으로 보낸 원인으로 의심되는 초대 황제의 대륙 컵 트로피와 똑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필드의 황태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 23.10.17 74 0 -
29 U20 월드컵 (2) +1 23.10.16 229 11 11쪽
28 U20 월드컵 (1) +1 23.10.15 311 9 11쪽
27 단서 +1 23.10.14 398 8 11쪽
26 전지훈련 (2) +7 23.10.13 459 8 10쪽
25 전지훈련 (1) +2 23.10.12 513 9 11쪽
24 에이전트 23.10.11 530 11 10쪽
23 U20 국가대표 (3) 23.10.10 562 10 10쪽
22 U20 국가대표 (2) 23.10.09 571 12 10쪽
21 U20 국가대표 (1) 23.10.08 640 13 10쪽
20 결승전 (4) +2 23.10.07 634 13 12쪽
19 결승전 (3) 23.10.06 585 9 11쪽
18 결승전 (2) 23.10.05 601 10 10쪽
17 결승전 (1) 23.10.04 626 8 11쪽
16 준결승전 (3) 23.10.03 623 12 12쪽
15 준결승전 (2) 23.10.02 626 12 11쪽
14 준결승전 (1) +1 23.10.01 654 10 10쪽
13 16강전 (2) +2 23.09.30 665 10 10쪽
12 16강전 (1) 23.09.29 676 11 10쪽
11 토너먼트 진출 +2 23.09.28 731 13 11쪽
10 전국 고등 축구 리그 23.09.27 784 11 11쪽
9 연습 경기 (3) +2 23.09.26 804 10 11쪽
8 연습 경기 (2) 23.09.25 831 11 10쪽
7 연습 경기 (1) 23.09.24 925 12 11쪽
6 첫 경기 (2) 23.09.23 1,036 12 10쪽
5 첫 경기 (1) 23.09.22 1,134 15 9쪽
4 빙의 (3) 23.09.21 1,244 11 10쪽
3 빙의 (2) +1 23.09.20 1,487 22 11쪽
» 빙의 (1) +6 23.09.20 2,201 26 12쪽
1 프롤로그 +3 23.09.20 2,411 3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