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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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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677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4.09 23:23
조회
1,430
추천
27
글자
8쪽

4. 마법공학실험부(4)

DUMMY

호세가 눈을 뜨자 어두컴컴한 공간이 시야를 채웠다. 호세는 자신이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확인하려 눈을 몇 번 껌뻑이고 있었다. 데이지는 어둠이 익숙한 듯 스르르 사라지더니 벽면을 한 번 쓰다듬었다. 그러자 갑자기 환한 빛이 들어왔고, 호세는 눈을 껌뻑이다가 눈부신 빛에 놀라 다시 질끈 눈을 감았다. 데이지가 큭큭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눈 떠.”


데이지가 말하자 호세는 눈동자를 조심스럽게 굴리며 한쪽 눈만 살짝 떴고, 점차 빛에 눈동자가 익숙해진 것을 느끼고 두 눈을 다 떴다. 생각보다 훨씬 큰 공간이었고, 정리된 마법 도구 외에도 도검, 방패, 갑옷 따위가 잘 정돈되어 마치 박물관 같았다. 호세는 입을 헤 벌리고 쭈뼛거리며 발을 옮겨 실험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데이지는 폴짝 뛰어 자신의 키만큼 큰 의자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무거나 만지면 안 돼. 죽을 수도 있어.”


호세는 데이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눈을 깜빡이는 속도보다 빠르게 처음에 있던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데이지는 무릎을 탁탁 때리며 크게 웃었다. 호세는 민망한 눈초리로 데이지를 째려보고는, 다시 천천히 데이지가 있는 의자 쪽으로 다가갔다.


“여기는 너밖에 없어...요?”

“다들 가끔 오긴 하는데, 내가 실험실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지.”

“대...대장?”

“응. 우리 부서 대장은 위에 있잖아. 우리는 부서장을 대장이라고 불러.”


호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번쩍거리며 빛나고 있는 검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단장, 용족, 검, 대장...’

“혹시, 여기는 전투를 준비하는 곳이야? 마법공학부 말이야.”


데이지는 이상한소리를 듣는다는 표정으로 호세에게 대꾸했다.


“전투? 물론 전투도 지원하지. 하지만 일부분일 뿐이야. 우리는 마법공학에 관한 부서니까. 네가 쓰고 있는 웬만한 것들은 다 우리가 만들었을 걸?”


호세는 눈썹을 찡그리며 재차 물었다.


“내가 쓰는 것들이라니, 예를 들면?”

“너, 여기 어떻게 왔는지 기억 못 해?”

“어떻게라니... 본관에서, 마법진을...?”


호세는 숨을 헉, 하고 삼켰다.


“혹시 이동 마법진?”


데이지는 고개를 저으며 바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호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는 자신이 이동 마법진을 사용했다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 이동진은 매우 비싸고, 응급 의료나 국경 병력 지원 같은 곳에나 쓰이는, 고급 마법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일은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호세는 감회가 새로운 얼굴로 자신이 처음 발을 디뎠던 실험실의 입구를 쳐다보았다.


“저거, 내가 개량한 거야. 마력 손실을 최소화 시켰거든. 곧 왕궁 밖에도 보급 될지도 몰라.”

“뭐라고...요?”


그러고 보니, 호세는 문득 마법진에 연결된 마력석이 매우 작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이동 마법진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마력석이 필요한데, 실험실의 마법진에는 새끼손톱만한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저 정도 크기면 일반 가정에서 쓰이는 수준이다.


“너, 칼 홉슨이라고 알아?”


데이지가 다리를 쭉 펴며 물었다.


“당연하지. 유명한 마법 공학자잖아. 마력 증폭 공식을 처음으로 만들었고, 일반인들도 마력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사람이라고 배웠어.”

“공부 많이 했네. 그 칼 홉슨이 마법공학실험부를 처음으로 만들었어.”

“와, 그렇구나!”


호세는 그제야 마법공학실험부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칼 홉슨이 만든 공식은, 모든 마법 장비나 시설에 탑재되어 있었고, 덕분에 사람들은 적은 마력석으로도 필요한 만큼의 마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공식을 만들기 전인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시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공식의 발명 이후에 폭발적인 활용도로 매우 많은 곳에 이용된 결과가 지금 호세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였다.


“홉슨은 지금 무슨 섬에서 놀고먹고 있대. 여생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더라. 하긴, 마법진을 그리려면 예술적 소양도 필요하니까. 그쪽으로도 뛰어난 사람이겠지.”

“넌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나도 듣기만 한 거야. 대장한테서. 대장은 홉슨한테서 마법공학을 배웠으니까.”


호세는 새삼 한 부서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대단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되새기며 입맛을 다셨다.


“내가 왕실에서 권한을 부여받은 이유도, 마법진이나 공식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내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호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존댓말을 써야겠어’ 따위의 생각을 떠올렸다.


“너는 왜 대장한테 뽑힌 거야?”


데이지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호세는 얼른 대답하고 싶었지만 사실 자신이 부서장에게 뽑힌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눈동자를 굴리며 그럴듯한 답변을 생각했다.


“음, 일반인들이 쓰는 도구를 테스트하기 위한 게 아닐까...요?”


데이지는 찝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여기서 일반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그나마 나뿐이니까. 내가 만들고 내가 실험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겠네. 그런데 고작 그것 때문에 사람을 뽑았다고? 우리 대장이? 이상하네...”

“왜? 여기 대장은 어떤 사람인데?”


데이지는 팔짱을 끼고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그러니까... 대단한 사람이지. 마법진도 나보다 잘 그리고, 마력 유도 공식도 왕국에서 제일 잘 만드니까. 별 시답잖은 곳에 쓸 만큼.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호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데이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싫어해.”


호세는 데이지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한 얼굴이 되었다.


“사람 만나는 걸 무지 싫어해. 저 정도 능력이면 국가 대외 행사에 자주 불리는데,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어. 애초에 자기가 직접 뽑은 사람들만 쓰는 게 이상하잖아? 솔직히 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니까. 여러 사람들이 테스트하면 더 좋을 텐데. 그런데도 꼭 자기가 뽑은 사람만 쓰더라고.”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야? 너처럼 왕실이 인정해준 사람이라서 그런가?”


호세는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물었다. 왕실이 인정해준 사람, 말은 쉽지만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왕실이 편의를 봐주는 사람은 결코 흔하지 않았다.


“인정이 아니야. 거의 무조건적인 지원이지. 잠깐 따라와.”


데이지는 의자에서 일어나 실험실의 안쪽으로 걸어갔다. 호세는 조용히 뒤를 따랐다.


“마력석은 크기로 가치가 정해지는 거, 알지? 얼만큼 큰 마력석 까지 봐 봤어?”

“내가 본 건 주먹 두 개 정도의 크기가 제일 컸던 것 같은데...요. 왕국 행사에서 폭죽 쏠 때 사용했던 거.”


주눅이 든 호세의 말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착한 문에 손바닥을 가져갔다. 문고리에서 푸른 기운이 나오더니 잠시 후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놀라지 마. 이게 마법공학실험부 한 달치 마력석이야.”


묵직한 소리와 함께 열린 문 안쪽에서 짙은 푸른빛이 새어나왔다. 호세는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호세가 느낀 감정은, 감탄과 경외보다는 두려움이었다. 도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이정도의 마력석이 있는 걸까?

마력석 저장고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방 안에는, 바위보다 큰 마력석이 열 개 가까이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호세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리고 아마 이곳이 아니었다면 평생 볼 일이 없었을 웅장함을 자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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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마법공학실험부(5) +2 18.04.09 1,287 19 8쪽
» 4. 마법공학실험부(4) +1 18.04.09 1,431 27 8쪽
3 3. 마법공학실험부(3) +2 18.04.09 1,571 27 7쪽
2 2. 마법공학실험부(2) +3 18.04.09 1,834 27 9쪽
1 1. 마법공학실험부(1) +7 18.04.09 2,536 3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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