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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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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688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4.09 23:04
조회
2,537
추천
30
글자
8쪽

1. 마법공학실험부(1)

DUMMY

- 사랑하는 어머니께.


어머니, 제가 드디어 해냈습니다. 꿈에 그리던 공무원이 되었어요! 시험 두 번 만에 붙다니, 자랑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는 아들이 될 수 있게 노력할게요!

‘마법공학실험부’라고 들어보셨나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름으로 봐선 마법공학에 관련된 부서인가 봐요. 이젠 주기적으로 월급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갔으면 좋겠네요.

내일부터 출근이에요.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서라 어떤 환경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서장님이 절 스카우트한 거 있죠? 절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라는 걸 테니, 첫인상은 좋게 봐줄지도 모르겠어요. 걱정이 조금 되기는 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노력할 테니 어머니는 마음 편히 지내시길 바랄게요.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겠죠. 사랑해요!


-언제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호세 드림.



이제 열여덟 살이 된 소년 호세 린필드는, 예정된 출근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먼저 일어났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호세는 괜히 오늘 입고 갈 옷을 꺼내고, 새로 산 구두를 한 번 더 닦는 둥 작은 방 여기저기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팔을 벌리면 손이 양쪽 벽에 닿을 정도로 방이 작았기 때문에, 금세 정리를 끝내고 말았지만.


한 달에 삼 골드인 왕국 수도의 기숙사 방은, 시골에서 작게 밭을 일구고 계신 부모님의 세 달치 생활비였다. 호세는 어머니 생각이 한 번 더 난 듯, 어제 저녁에 쓴 편지를 다시 봉투에서 꺼내 읽고, 천천히 원래 있던 자리에 두었다. 어머니가 조금씩 보내주신 돈이 아니었다면, 이 작은 방조차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방 한 켠 에는 시험을 위해 준비한 책들이 쌓여있었다. 첫 번째 시험은 ‘왕국행정부’에 넣었다가 떨어졌기 때문에, 두 번째 시험은 경쟁률이 제일 낮은 ‘마법안전부’에 지원했으나, 사실 저번 주까지 알려준다던 결과가 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떨어진 것인가 하고 포기하려던 찰나에, 이틀 전 ‘마법공학실험부’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심지어 근무하는 사람 모두 부서장이 직접 뽑는다고 편지에 적혀 있었으므로, 처음엔 사기꾼들인가 의심했지만 찍힌 도장을 보고 호세는 곧 환호했다.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얼마나 바랐던가를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무슨 부서인지 고민하기도 전에 펄쩍펄쩍 뛰어 다닌 것은,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어린 마음이 기쁜 까닭이었다. 어찌 되었건 왕실 공식 인증에만 사용할 수 있는 도장은 제법 웅장한 맛이 있었다. 찍힌 직인이 마르기도 전에 급하게 보낸 것처럼 번지긴 했지만 말이다.


아직 한 시간 삼십분이나 남았다. 그러나 호세는 지금 당장이라도 출근할 마음을 먹었는지 결국 옷을 꺼내 입었다. 하얀 셔츠와, 위아래를 짙은 회색으로 맞춘 조끼와 바지. 심심하지만 단정한 차림으로 구두를 한 번 더 헝겊으로 닦아낸 뒤,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섰다. 그래도 출근 시간까지 한 시간이 남았지만, 호세는 경쾌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마침 집 앞 빵가게의 아저씨가 이제 문을 여는 듯 허리를 두들기며 밀가루를 나르고 있었다.


“아저씨! 저 출근해요!”


호세가 손을 번쩍 들고 빵가게 아저씨에게 소리쳤다. 그는 고개를 돌려 호세와 눈이 마주치자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밀가루를 내려놓았다.


“오, 아침부터 공무원을 만났구만 그래.”


“흐흐.”


호세는 낮게 웃으며 발끝으로 바닥을 콕콕, 찍었다.


“아침은? 일하려면 아침을 잘 먹어야지.”


“혹시 빵 만드신 거 있어요? 어제 남은 거라도 괜찮은데.”


아저씨는 밀가루가 묻은 앞치마를 팡팡 털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야채가 끼워진 빵 두 개를 가져왔다. 빵은 금방 구워낸 듯 아직까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자, 1 실버란다. 하나는 축하 선물. 밥 잘 챙겨먹고!”


“감사합니다!”


주머니를 뒤적거린 다음 1 실버짜리 동전을 건넨 호세는 양손에 빵을 받아들고 도시 중앙에 있는 왕궁으로 향했다. 아직 식지 않은 빵을 우물거린 까닭에 장작을 지핀 굴뚝처럼 모락모락 흰 공기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호세의 고개가 거의 90도가 가깝게 젖혀져야 꼭대기를 볼 수 있는 왕궁의 문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사만 열 명이 넘었다. 주머니에 꼬깃하게 접혀진 합격 문서를 손에 쥔 호세는 힘차게 정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으려다가, 문득 정문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호세가 추측하기론, 부모님을 잃어버려서 병사에게 말을 걸고 싶은 모양이었다.


“저기, 혹시 길을 잃었니?”


호세는 아이 가까이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젓고는, 호세가 들고 있는 빵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호세는 빵과 아이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웃으며 아저씨가 선물이라며 준 빵을 건넸다. 아이는 넙죽 받고는 호세의 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우물거리며 입에 넣었다.


“저기, 내가 이제 공무원이거든!”


호세는 콧김을 흥, 하고 내뱉으며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세를 빤히 바라보았고, 빵을 쥐지 않고 남은 한 손을 호세에게 맡긴 채 함께 정문으로 향했다. 호세는 병사에게 자신의 합격 종이를 보여주며, 길을 잃은 아이 같다고 문지기 병사에게 말했다.


“흐음, 알았습니다.”


병사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정문을 통과시켜 주었고, 손을 흔들며 문을 통과한 호세는 어느새 가까워진 시간을 확인하며 분주하게 걸음을 옮겼다. 아이는 여전히 빵을 우물거리며 호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마지막 한 입을 삼키고 주머니에서 공무원 확인 패를 꺼냈다.


“신입인가 봐요.”


병사가 웃으면서 말하며 패를 확인했다. 아이는 다시 문지기가 건네준 패를 받아들고는, 작게 웃었다.


‘마법공학실험부’


명패가 걸린 문은 호세의 키의 두 배가 넘도록 거대했다.


‘왜 이렇게 문이 크지?’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하던 호세가 한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보다 첫인상을 좋게 남기는 것이 중요했다. 바지 주름을 만지고 구두를 확인한 뒤, 호세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두들겼다.

똑똑똑.

문을 두들긴 뒤 기다리는 시간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느리게 흘렀다. 호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땀이 배어나오는 손을 꾹 눌러 쥔 다음 기운차게 내뱉을 첫 마디를 준비하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굵은 목소리와 함께 조용히 열린 문은, 큰 규모가 무색하도록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호세의 눈앞에는, 갑주가 나타났다. 최전방의 장군들에게나 주어질 법한 번쩍거리고 두꺼운 갑주. 그것도 배 부분이.

호세는 준비한 말을 꺼내는 것도 잊어버린 채 고개를 들었다. 갑주를 쭉 따라 올라간 시선은,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 비늘 사이의 코에서 멈췄다가 다시 내려왔다. 문고리를 잡고 있는 것은 붉은 꼬리였고, 호세의 발 만 한 검은색 발톱은 마치 경주마와도 같이 발달된 다리를 지탱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마치 아이를 어르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를 들었지만, 호세는 얼굴이 새하얘진 채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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