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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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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676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4.0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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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3
추천
27
글자
9쪽

2. 마법공학실험부(2)

DUMMY

자고로 용족(龍族)이라 함은, 그 고결한 혈통을 바탕으로 국경 최전방에서 싸우는 용맹한 종족들이다. 용족들에게 전통으로 내려오는 무예는 일반인들이 하루도 견디지 못할 만큼 혹독하다고 전해진다. 과거 혹자는 그들이 호전적인 성격을 감추기 위해 무예를 닦는 것이라고도 했지만, 100년 전 마족섬멸전에서 일기당천쯤은 우습게 마물들을 쓸어버리고 왕국의 승리를 거두는 데에 큰 도움이 된 이후, 지금은 왕국 국민들에게 용족은 국가의 수호자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용족이 왜 여기에?”


그러나 태어나서 용족과 마주한 일이라곤 고작 왕국 기념일에 갑옷으로 칭칭 두른 용족 장군들이 거리에 환호를 받으며 행진하는 것을 멀리서 본 정도인 호세는, 용족의 용맹함과 무예보다는 막상 코앞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한 생물체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하하, 그런 말 많이 듣곤 합니다.”


울룩불룩한 다리와 번쩍거리는 갑주와는 전혀 다른 따듯한 목소리가 또 다시 흘러나왔다. 덕분에 호세는 경계심을 약간 누그러뜨리고는, 문득 자신이 실례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죄, 죄송합니다! 그, 이번에 여기 부서장님이 뽑아 주셨다고 해서, 왔습니다...”


여전히 문고리를 잡고 있는 근육으로 만들어진 것만 같은 붉은 꼬리를 보며, 호세는 시험 과목인 역사학에서 배운 용족들 간의 세력 다툼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가문을 만들어 낸 것이 붉은(赤) 용족이라는 기억을 떠올렸다. 때문에 말하고 있던 목소리가 줄어들다가, 마지막 ‘왔습니다’는 사실 웅얼거린 것이나 다름없는 소리가 되었다.


“그러시군요. 안으로 들어오시죠.”


근육질 꼬리가 문을 완전히 젖히고, 문이 열리며 용족의 것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아한 손짓이 호세를 방 안으로 안내했다. 호세는 다리가 떨리는 것을 참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훨씬 더 널찍한 공간이었다. 문 바로 앞에는 호세가 살고 있는 방 크기만 한 푹신한 의자가 두 개나 놓여있고, 서류가 쌓인 책상들 뒤로 바깥을 향해 들어왔던 문만큼 큰 창문이 있어서 햇빛이 호세의 눈으로 환하게 들어왔다. 눈이 부셔서 인상을 약간 찌푸린 호세는, 창문 바로 앞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보려고 노력했다.


“저 분이 부장님이십니다.”

“누구지?”


날카롭게 선 목소리에 호세는 어깨를 움찔하고는, 주눅 들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얼른 대답했다.


“이번에 신입으로 뽑은, 아니, 뽑아 주신, 그러니까...”

“안내부터 하도록.”


더듬거리며 이어진 호세의 말을 부서장이 잘랐다.


“예, 알겠습니다.”


용족이 대답하자, 자신의 말이 도중에 끊긴 것에 시무룩해진 호세는 풀이 죽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붉은 용족은 작게 웃으며 호세의 어깨를 살짝 다독였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원래 저런 분이니.”


붉은 꼬리가 이끄는 대로 푹신한 의자에 앉은 호세는, 조용히 차를 내려놓은 용족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거대한 덩치와는 다르게 무척 세심하고, 배려심이 가득한 인물인 듯 했다.


“저는 차오라고 합니다. 붉은 칸 차오. 용족들의 이름의 앞에는 가문의 색이 붙지요.”

“아, 저는 호세 린필드라고 합니다. 열여덟 살이니까 편하게 대해 주세요.”


차오라는 용족은 차를 마저 따르며 말했다.


“어리다는 것이,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언제든 성장할 수 있으니, 더 소중히 대해야 하는 법입니다. 호세 군.”


생각지도 못한 다정한 말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낀 호세는, 울지 않으려 코를 한 번 훌쩍이고 앞에 놓인 차를 단숨에 마셨다. 뜨거운 기운이 목을 넘어가자 마음이 좀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럼, 마저 소개를 할까요?”

“네!”


차오를 따라 일어난 호세는 이전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뒤를 따랐다.


“지금 계신 곳이 본관입니다. 업무를 보고, 회의를 하는 공간이지요. 옆문으로 들어가면 휴게실이 있습니다.”


옆문을 열자 주방처럼 보이는 공간과 작은 간이침대 몇 개, 그리고 큰 원형 식탁이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옆에는 누군가가 정성스레 가꾼 것처럼 보이는 화분들이 줄지어 가지런히 햇빛을 받는 중이었다.


“아마 저는 대부분 여기 있을 겁니다. 요리 담당이니까요.”

“요, 요리 담당?”

휴게실을 둘러보다가 차오의 말에 놀란 호세는 요리 담당이란 말을 곱씹어보았다. 갑주를 입은 요리 담당 용족이라니,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 부서의 모든 업무는 서로 도와주며 합니다. 요리는 업무 외의 일입니다만, 제 취미라. 하하.”


차오는 부드럽게 웃으며 문을 닫았다. 호세는 용족이 해주는 요리는 무척 맵거나 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의 편견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 반대쪽 문으로 나가면 연무장이 있습니다. 마법 공학으로 만든 도구들을 실험하는 공간이지요. 운동 같은 걸 하기도 하구요. 특수 방어진이 작동되고 있으니 파괴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차오의 말이 끝나고 연무장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자마자, 거센 바람이 호세의 얼굴을 때렸다. 입술이 부르르 떨릴 만큼 강한 바람이라 끝날 때 까지 얼굴을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옆에 있는 차오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바람이 멈추자, 전체적인 연무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단이 사용한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고, 정돈된 수준급의 연무장이었다. 잔디가 있는 공터를 중심으로 계단이 층층이 있고, 가운데에 쉴 수 있는 천막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잔디 한가운데에 누군가가 있었다.


“아, 에밀리아 경이군요. 내려가서 인사를 할까요?”


차오는 반가운 얼굴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에밀리아? 어디서 들어봤는데...’

“그런데, 이렇게 넓은 연무장이 있는 걸 보니까, 사람이 많은 부서인가 봐요?”


차오를 뒤따라가면서 호세가 물었다.


“아니요. 네 명 뿐입니다. 아, 호세 군이 들어왔으니 이제 다섯 명이군요.”

“네 명이요?”


본관과 휴게실, 연무장만 보더라도 한 개의 기사단이 쓸 수 있을만한 크기였다. 도대체 무슨 일을 위해 이렇게 넓은 공간이 주어진 것일까? 호세는 혼란스러운 규모에 말문이 막혔다.


“에밀리아 경! 이번에 새로 온 호세 린필드 군입니다.”


에밀리아 경이라 불린 여인은 긴 은발을 뒤로 질끈 묶고 가벼운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분명 특이할 것이 없는 차림인데도, 호세는 무엇인가 께름칙한 느낌이 들었다. 호세가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차오가 얼른 손을 뻗어 호세를 제지했다.


“잠시만요, 호세 군. 아직 훈련이 덜 마무리 된 모양입니다.”

“훈련요? 혼자 뿐 인데 무슨 훈련을...”


호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에밀리아가 검을 뽑았다. 호세는 검이 뽑히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호세 군, 숨 참으세요.”


차오가 팔로 호세를 감싸며 말했다. 호세는 하던 말을 삼키고 허리를 약간 굽힌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 위협을 감지한 초식동물 같은 자세였다.


“흡!”


에밀리아가 숨을 한번 삼키는 소리를 내더니, 검을 반원 모양으로 힘껏 휘둘렀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엄청난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폭풍처럼 바람이 몰아쳤다. 호세가 정신을 차릴 무렵에는 이미 연무장 구석에 처박힌 뒤였다. 눈을 뜨자 차오가 미안한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차오가 호세를 일으키고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며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호세 군. 더 잘 살폈어야 하는데. 체력 단련을 해야겠네요.”


차오의 뒤로 에밀리아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리고 표정 없는 얼굴로 손을 뻗었다.


“반가워. 에밀리아 호프라이트야.”


차오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호세의 손이 에밀리아의 손과 닿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호세는 덜덜 떨리는 손을 놀랍도록 차가운 에밀리아의 손에 얹었다. 에밀리아는 아무렇지 않게 호세의 손을 몇 번 흔들고는,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호프라이트?”

“아, 그렇지요. 에밀리아 경은 구원기사단 소속입니다.”

“네에? 원래 두 개의 부서에서 일 하는 건 금지잖아요? 게다가, 구원기사단이라니... 날마다 훈련이 있는 걸로 아는데, 아니, 애초에 자리를 비우는 것도 허락을 맡아야 된다고 들었는데요.”

“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차오가 웃으며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호세는 에밀리아가 그 엄청난 검술을 또 펼칠까봐 두려워 계단을 두 칸씩 뛰었다. 계단을 서둘러 올라가고 있는 호세의 뒤에서, 차오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단장이거든요.”


호세는 다시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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