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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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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680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4.12 20:16
조회
989
추천
18
글자
7쪽

11. 실험의 시작(5)

DUMMY

호세는 데이지의 얼굴을 보며 입을 뻐끔거렸다. 데이지와 차오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호세의 얼빠진 표정을 보고 안드로가 물었다.


“호세, 무슨 일이냐? 안색이 별론데.”


호세는 혹여나 안드로가 자신과 얽혀 끌려갈까 봐 고개를 얼른 저었다.


“아녜요! 그러고 보니까 아는 애 같네요···. 집에 가는 길에 데려다줄게요!”

“그럴래? 그럼 부탁하마. 나는 인사를 못한 녀석들이 있어서 말이야.”


호세는 재빨리 손을 흔들며 안드로에게서 멀어졌다. 호세의 손을 잡은 데이지는 쉴 새 없이 작게 웃어댔다. 호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작게 소리 질렀다.


“왜 여기 있는 거야!”


데이지는 웃느라 흘린 눈물을 훔쳐내고는 담담히 말했다.


“내가 우리 집에 있는 게 이상해?”

“뭐라고?”

“여기가 우리 집이야. 그리핀 고아원.”

“어··· 그렇구나.”

“물론 너를 미행하긴 했지. 너네 집에서부터. 집이라고 하긴 그런가? 국가기숙사는 방도 작은데 엄청 비싸다며.”


호세의 얼굴이 다시 핼쑥해졌다. 차오가 가까워지자 눈이 더욱 부셨다. 햇빛이 일렁거리며 차오의 부드럽게 웃는 얼굴을 비췄다. 호세는 걱정과 안심이 동시에 마음속에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가시지요, 호세 군.”

“어딜요?”

“당연히 마법공학실험부 아니겠습니까?”


호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잘린 거 아니었나요···?”

“하하, 대장에게 물어보시지요.”

“그게 무서워서 차오 씨한테 물어보는 건데요···.”


차오는 또 허허롭게 웃었다. 호세는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걸을 때마다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아유, 걱정 좀 하지 마, 이 겁쟁아.”


데이지가 답답한 듯 호세의 팔을 꼬집었다. 호세는 평소보다 더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숨쉬기에 집중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대장이 무섭고 별나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야.”


데이지가 호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호세는 또 비명을 질러서 겁쟁이라는 핀잔을 들었다.



“애-송-이-!”


본관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자마자 날카로운 목소리가 호세의 고막을 때렸다. 호세는 저절로 다리가 움츠러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감히 도망을 치다니, 용기가 가상하군.”

“저기···, 대장이 가라고 하셨는데요···.”

“난 집으로 가라고 했지, 다시 나오지 말란 말은 안 했다, 멍청한 애송이.”


호세는 쭈뼛거리며 물었다.


“그럼, 다시 뽑힌 건가요?”

“아니!”


호세는 대장의 단호한 대답에 움찔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왕족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시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아니요···.”


호세는 어제 자신이 대장을 향해 씩씩거리며 걸어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때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바짓가랑이를 잡아서라도 말렸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사형!”


책상을 쾅 내리친 대장의 목소리에 호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또는 무기징역이다.”


대장은 책상에서 일어나 천천히 호세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데이지와 호세는 흥미로운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너에게 선택지를 주지. 사형은 당연히 싫겠지?”


호세는 재빨리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장의 이빨이 번쩍였다.


“감옥에 가던지, 여기서 일해라. 내가 떠나라고 할 때까지 그만둘 수 없다.”


호세는 고개를 떨구더니 조용히 대답했다.


“네···.”

“좋다, 애송이.”


호세는 대장의 말이 끝나자 다급하게 말했다.


“조금 여유를 주시면 안 될까요? 작은 돈이라도 벌어야 해서···. 허드렛일이라도 구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더 이상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었다. 비록 묶인 몸이라고 해도 청소나 궂은 일을 구할 수 있으리라.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는 없겠지만.


“무슨 소리지?”

“저는 고용된 게 아니라, 죗값을 치르는 거니까요···.”


대장은 호세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한 달에 10골드!”

“예?”

“네가 받을 수 있는 돈이다. 부족한가?”


호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데이지는 다시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내가 주는 것은, 봉급이 아니라 품위 유지비다. 애송이.”


대장은 다시 책상으로 향했다. 검은 옷이 펄럭였다.


“우선 집부터 마련하도록. 아니, 차라리 구해주는 것이 낫겠군. 차오!”


의자에 앉아있던 차오가 무엇인가 적힌 종이를 가져왔다.


“혼자 살기에 나쁘지 않은 집들의 목록입니다. 집세는 부서에서 일괄적으로 계산하니 망설이지 않고 선택하도록 하십시오, 호세 군.”


호세는 자신에게 다가온 엄청난 호의에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빨리 말해! 지금 얼굴 진짜 바보 같아.”


데이지가 종이를 살피며 말했다. 차오와 데이지는 ‘여기는 어때?’ ‘괜찮군요’ 따위의 말을 나누며 호세의 집을 고르고 있었다.


“저기, 죄송한데요.”


호세가 마른 입술을 열어 말을 꺼냈다.


“뭐지?”

“제가 살던 곳에 계속 있으면 안 될까요?”


대장은 푸른 눈빛을 번쩍이며 물었다.


“오호라, 처음부터 명령을 거역하는군.”


호세는 금세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그게 아니라, 빵 가게가 가까워서요!”

“뭐라?”

“제가 가족처럼 여기는 아저씨랑 멀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부탁드려요.”


호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장에게 말했다. 대장은 재미있다는 얼굴로 호세에게 되물었다.


“빵 가게를 사달라는 말인가?”

“아니요!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호세는 펄쩍 뛰며 부정했다.


“흠, 그렇다면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말해라, 차오.”

“저희 집이 지금 호세 군이 머무르는 국가기숙사에 가깝지요. 마침 빈방이 많이 있습니다.”


호세는 입을 벌리고 차오를 바라보았다. 차오가 따듯하게 웃으며 호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호세 군의 체력단련도 하기 편할 겁니다.”


차오의 말에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마침 필요한 일이군.”

“네에?”


호세는 깜짝 놀라 대장과 차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갑주와 푸른 눈이 양쪽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진행하도록.”

“예, 대장.”


호세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면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대장과 차오의 말을 수긍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호세의 표정은 기쁨과 절망의 사이에 있는 사람의 그것이었다. 오늘 하루 천국과 지옥을 수없이 왕복한 까닭이었다.


“좋겠네, 호세는.”


데이지는 빙글빙글 웃으며 호세의 주위에서 고개를 흔들어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기까지 하는 모습에 호세는 부아가 치밀었지만,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었다. 어쨌든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마음이 조금 진정된 호세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에밀리아를 찾았지만, 본관 안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에밀리아 씨는 어디 갔나요?”


그러자 대장이 빙글 돌아 다시 악마 같은 웃음을 지었다. 호세는 다시는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궁금하면 직접 가 봐야지.”


대장의 지팡이가 엄청난 속도로 번쩍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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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마법공학실험부(6) +1 18.04.10 1,174 23 7쪽
5 5. 마법공학실험부(5) +2 18.04.09 1,287 19 8쪽
4 4. 마법공학실험부(4) +1 18.04.09 1,431 27 8쪽
3 3. 마법공학실험부(3) +2 18.04.09 1,571 27 7쪽
2 2. 마법공학실험부(2) +3 18.04.09 1,834 27 9쪽
1 1. 마법공학실험부(1) +7 18.04.09 2,536 3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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