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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의 서재

일해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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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불
작품등록일 :
2018.04.09 23:01
최근연재일 :
2019.09.10 13: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69,679
추천수 :
1,397
글자수 :
635,868

작성
18.04.10 00:12
조회
1,240
추천
21
글자
7쪽

7. 실험의 시작 (1)

DUMMY

연무장은 호세가 처음 본 모습 그대로 넓고 정돈된 모습으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세는 이유 모를 불길함이 넓은 연무장을 마주하자 두려움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데이지는 호세의 옆에서 잔뜩 신난 얼굴로 스크롤을 한 아름 안고 낑낑거리며 걸었다. 호세는 수많은 종이 두루마리에 도무지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 수가 없어 감히 들어주겠다는 소리도 꺼낼 수 없었다.


“좋아, 이쯤이면 되겠군.”


대장은 에밀리아가 검술을 훈련할 때처럼 연무장 한가운데에 섰다.


“이리로 와라, 애송이.”


대장이 손짓하자 호세는 쭈뼛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마법 스크롤이 뭔지 알고 있나?”


잔뜩 굳어있는 호세를 내버려 두고 일행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대장이 물었다.


“네? 아, 네!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로 알고 있는데요···.”

“맞다. 마법진을 그릴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하지. 하지만 종이 자체가 저항력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고강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기초적인 마법진만을 그릴 수 있지.”


호세는 두려움을 잠시 잊고 새로 배우게 된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우리는 아니다.”

“네?”

“데이지가 고안해 낸 마법진을 이용하면 기존에 그릴 수 있었던 마법의 두 배정도 되는 것들을 스크롤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대장의 말에 데이지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호세를 바라보았다. 호세는 덩달아 주눅이 들었다. 대장은 데이지가 들고 있던 스크롤을 하나 집어 들었다.


“이건 전투용으로 쓰이는 공격 마법이다. 불꽃을 만들어 적을 공격하지.”


대장이 스크롤을 찢자 손 위에 주먹만 한 불덩이가 만들어졌다. 대장은 공중에 떠 있는 불꽃을 마치 돌멩이처럼 던졌다. 불꽃은 대장의 손 위를 떠나 포물선을 만들다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에밀리아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걸어가 칼을 휘둘러 불을 껐다. 대장과 에밀리아가 행한 일련의 동작들엔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장은 스크롤을 하나 더 들었다.


“이건 데이지의 마법진을 이용한 것이다.”


대장이 다시 스크롤을 찢자 이번엔 처음의 불꽃보다 크고 선명한 불꽃이 나타났다. 호세는 감탄사를 작게 내뱉었다. 이번에도 에밀리아는 아무렇지 않게 불을 껐다.


“쯧, 재미없군.”


대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대장이 다른 스크롤을 찢자 이번엔 처음과 똑같은 크기의 불꽃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번엔 처음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음.”


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서대로 스크롤을 계속 찢었다. 마지막에는 손톱만 한 불꽃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갔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그는 차오를 향해 말했다.


“방패를 가져오도록.”


차오는 가지고 있던 자그마한 방패를 호세에게 건넸다. 호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방패를 받아들고는 차오와 대장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자, 호세 린필드! 일반인의 역할을 할 때가 왔다.”


대장의 눈빛이 다시 시퍼런 빛깔로 이글거렸다.


“너는 지금 막 곡식을 맺은 밭을 소유하고 있는 농부다. 그런데 어디선가 불꽃을 뿜는 마족이 나타나서 네 밭은 전부 태워버리려고 한다! 어떻게 할 거지?”

“도망칠건데요···.”


호세는 방패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아니! 도망치면 죽는다! 그런 병에 걸렸다고 해 두지.”


대장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스크롤을 찢었다. 주먹만 한 불꽃이 호세를 향해 날아왔고, 호세는 얼떨결에 불꽃을 방패로 막았다. 대장은 날카로운 미소를 지었다.


“좋다! 애송이.”

“아니, 저는···.”

“마족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처음 것보다 빨라진 불꽃에 호세는 화들짝 놀라 방패를 들었다. 방패에 부딪힌 불꽃이 붉은 가루를 날리며 사그라들었다. 뜨거운 기운에 인상을 찌푸리며 호세가 방패를 내려놓자마자 다음 불꽃이 날아왔다. 불꽃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처음엔 거의 불꽃에 맞다시피 한 호세도 오기가 붙어 불꽃을 방패로 쳐내기 시작했다. 방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호세는 어렸을 적 농사일을 돕던 때가 떠올랐다.


“던질 테니까 받아라-!”

“아버지! 저는 한 명뿐이라니까요, 한 번에 하나씩 던지세요-!”

“해 진다, 이놈아!”

“아니면 좀 가까이에서 던지던가!”

“해 진다, 이놈아!”

“저 공부 해야 하는데요!”

“공부도 굶으면 못하지, 어이쿠, 요놈 좀 무겁구나.”

“아버지!”


불꽃이 눈앞으로 날아오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추억의 파편을 헤아리는 마음 속에서, 아버지가 혼자서 농작물을 옮기는 모습이 문득 그려졌다. 덕분에 호세는 자신도 신경 쓰지 못한 사이 성심성의껏 불꽃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굽어버린 등을 가지고 있는, 오직 단 하나 뿐인 아버지와, 그의 밭을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애송이-!”


그 사이 대장은 분노와 즐거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스크롤을 마구 찢어대고 있었다. 곧 데이지가 가져온 스크롤이 다 떨어지자 바닥에 마력석으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금세 마법진을 완성한 대장은 더욱 크게 웃으며 외쳤다.


“지쳤나?”

“예에!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요?”


호세가 숨을 몰아쉬며 대답하자 대장이 날카로운 미소를 지었다. 호세는 그것이 미소라기보다는 일종의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의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대장의 허리춤에 꽂힌 지팡이는 계속 번쩍거리고 있었다.


“좋아. 조금 쉬도록 하지. 앉아 있도록.”


호세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자, 대장은 데이지에게로 다가가 무엇인가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호세는 그들의 대화가 궁금하긴 했지만 땀을 닦느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데이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호세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손에는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차가운 물병이 들려있었다. 데이지는 물병을 호세에게 건네며 물었다.


“있잖아, 많이 힘들어?”

“응? 조금. 아직 괜찮긴 해.”


호세는 받아든 물병의 마개를 열고 벌컥벌컥 마셨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시원한 물이었다. 호세에게 이런 물은 보통 겨울에 제공되는 것이었는데, 물론 호세가 원해서 받은 것은 아니었다.


‘역시 공무원은 다르네.’


호세가 물을 삼키며 생각했다. 데이지는 호세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빤히 보더니 물통이 거의 비워지자 호세의 등 뒤에 가서 가만히 서 있었다. 물을 다 마신 호세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거기 서 있어?”

“대장이 여기 서 있으래.”

“왜?”

“저 마법진이 공격할 사람이 나거든.”

“뭐라고?”


호세는 열세 살짜리 소녀에게 위험한 역할을 시키는 대장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호세가 대장을 향해 불만을 크게 외치려는 순간 데이지가 입을 열었다.


“잘 막아야 해, 아니면 내 새 마법진을 너한테 실험해야 한단 말이야.”


전혀 걱정하지 않는 목소리에 호세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자, 생글생글 웃고 있는 꼬마 악마가 보였다. 그리고 원래 위치로 다시 고개를 돌리자,


“2차전 개시다, 애송이.”


진짜 악마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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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구원 기사단(1) +1 18.04.13 928 17 8쪽
11 11. 실험의 시작(5) +1 18.04.12 989 18 7쪽
10 10. 실험의 시작(4) +4 18.04.12 1,016 19 8쪽
9 9. 실험의 시작(3) +2 18.04.11 1,047 21 7쪽
8 8. 실험의 시작(2) +1 18.04.11 1,054 21 7쪽
» 7. 실험의 시작 (1) +4 18.04.10 1,241 21 7쪽
6 6. 마법공학실험부(6) +1 18.04.10 1,174 23 7쪽
5 5. 마법공학실험부(5) +2 18.04.09 1,287 19 8쪽
4 4. 마법공학실험부(4) +1 18.04.09 1,431 27 8쪽
3 3. 마법공학실험부(3) +2 18.04.09 1,571 27 7쪽
2 2. 마법공학실험부(2) +3 18.04.09 1,834 27 9쪽
1 1. 마법공학실험부(1) +7 18.04.09 2,536 3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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