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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님의 서재입니다.

그 배우는 천재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강선우
작품등록일 :
2023.06.16 02:42
최근연재일 :
2023.07.18 07: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6,750
추천수 :
1,311
글자수 :
119,339

작성
23.07.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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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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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1쪽

19. 인연

DUMMY

어쩌다 보니 단체 회식을 하게 됐다.

그것도 명훈이 형 고기 집에서!

“잘했다! 정말 고마워!”

어찌나 기뻐하시던지, 아주 눈곱만큼이나 은혜에 보답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김민은 빠졌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 전 못 가겠군요. 방송 녹화가 있어서.... ]


입맛까지 다실 정도로 아쉬워하더라.

그래도 유정아 역의 이소희 씨는 참석했다.

사실 가장 의외였던 게 이 분이었다.

술도 안마시고 출연진 중 가장 핫하고 인기가 많은 스타였으니까.

“부어라!”

“마시자!”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하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맙게도, 명훈이 형이 가게 문을 닫아준 덕분에 손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내 바로 앞에는 정훈철 감독님이, 그 옆에 회장님 역의 정희철 대 선배님께서 앉아 계신다.

놀랍게도 이소희 씨가 왼쪽, 내 옆자리에 앉으셨다.


“자네 이야기 좀 해 봐. 배우 생활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야?”

“아, 저는....”

솔직히 말씀드렸다.

학창 시절,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마음에 일인극을 제작했고,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엑스트라에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돈은 없고 연기는 잘하고 싶고...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마음에 연기 오디션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원했습니다.”

“그러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도 해본 거고?”

“그렇습니다.”

“작품 이름이 뭐야.”

“파도 소리가 들리는 베이커리라고... 강릉 바닷가에 위치한 빵가게를 소재로 한 극이었습니다.”

“음, 모르겠구먼.”

다들 고개를 젓는다.

그럴 수밖에.

“규모가 굉장히 작았고 오래 걸지도 못했어요. 그렇게 인기가 있던 작품이 아니었거든요.”

“그런 거 많아. 나도 소싯적에 이름 없는 작품 출연 개수만 두 자리 수가 넘어. 아, 나만 그런 경험 있나?”

“다 그렇죠 뭐!”

“전 요즘도 그래요.”

“하하하.”

정희철 대 선배님의 질문에 극단 출신 배우 분들이 크게 동조하신다.

“그러면, 지금도 그 극단에 소속되어 있는 건가? 아니면 잠깐 오디션 보고....”

“잠깐 소속되어 있긴 했는데 그 작품 마지막으로 해체됐습니다.”

“하, 영끌 작전이 실패했구먼.”

“뭐 그 바닥에는 흔한 경우 아닙니까? 사실 저도 예전에 작은 극단 하나 차렸다가 4년 만에....”


굉장히 재미있는 자리였다.

여기저기서 흘러 들어오는 이야기들 대부분이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다들 목소리를 높여 자기 이야기를 떠들기에 바빠졌다.

바로 그때였다.

조용히 앉아 있던 이소희 씨가 갑자기 술을 한 잔 따라주며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선배님. 저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

선배님.? 내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녀는 올해로 3년차.

업계 경력만 따지면 내 두 배도 안 된다.

“네. 물어보세요.”

“글을 어떻게 쓰시게 된 거예요?”

“음...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서?”

“네?”

어리둥절한 얼굴.

음, 설명을 너무 생략했나?

그녀의 빈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군대에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난 아무래도 연기로 밥 먹고 살 긴 그른 것 같으니, 직장을 갖게 되면 계속 할 수 있겠지? 그런데 일반적인 직장은 출. 퇴근이 명확해서 연기를 못할 수도 있잖아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디지털 노마드 같은 직장이면 좋겠는데... 그때 들어온 게 웹소설이었어요. 친한 후임이 일과 시간이 끝나면 내무실에서 휴대폰으로 그것만 읽었거든요.”

“아....”

“읽다 보니 재미도 있고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한 번 해보자. 이런 생각에 도전하게 됐던 거죠. 그때 준비한 게 지금 연재하고 있는 이그니라는 소설이에요.”

“아... 그게 웹소설이었어요?”

“네. 지금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유료 연재 중인데, 곧 책으로도 나올 거예요.”

“와... 제목이 뭐라고 말씀하셨죠?”

“이그니요. 인간이 된 천사의 이야기에요. 판타지 소설이죠.”

“판타지라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그런 거 말씀하시는 거죠? 저 그런 장르 좋아해요! 책도 사서 읽었어요!”

아, 후배님도 책 좋아하시는 구나!

그래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책 좋아한다는 말이 그냥 던진 소리가 아니었다.

“전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부터 찾아가요. 거기서 읽지 않은 소설이 보이면 모두 뽑아서 구매하는 방식이죠.”

“아, 저도 그랬는데 책 쌓아두는 게 부담스러워져서... 그래서 요즘은 이북 리더기로 읽어요.”

“저도 사실 구매할까 고민 중인데... 어때요? 리더기, 살만 해요?”

“네. 아주 좋아요. 제가 추천해드릴까요?”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분명 밝을 때 들어왔는데, 회식을 끝나고 나설 때 쯤 하늘이 어두워져 있었다. 동네도 인적이 없었다.

와...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낸 거지?

“쓴붸뉘임~ 우리 한 잔 더 마셔요. 눼에~?”

우리 우아한 이소희씨... 아무래도 취한 모양이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눈도 반쯤 풀려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검은 승합차가 도착했고 그 안에서 덩치 큰 형님... 이 아니라 누님이 하차하셨다.

“크, 술 냄새... 죄송해요. 소희 친언니이자 매니저인 이소연이에요! 저 성함이....”

“아,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된 유한입니다. 제가 전화 드렸었죠?”

“아, 감사합니다! 이 계집애는 대체 얼마나 퍼마셨기에... 어휴!”

질질 끌려가면서도 ‘쓴배임~ 한잔 더!’를 외치는 소희씨. 신기한 게 저런 상태에서도 특유의 우아한 느낌은 퇴색되지 않는다는 거.

정말 사기적인 비주얼이라니까.


“다들 잘 마셨어?”

“네! 선배님!”

“잘 마셨습니다!”

오늘 회식은 최고 연장자이신 정희철 선배님이 사신 모양이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 종종 이런 시간 갖자고.”

“네!

“혹시 2차갈 사람 있어? 내가 돈 줄게.”

“.......”

조용했다.

다들 이미 취할 만큼 취해서 정신이 없어 보였다.

나는 원래 술이 세기도 하고, 적당히 조절해서 마셨기에 끄떡없었다. 배가 좀 불러서 그렇지.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선배님이 혀를 차신다.

“아주 난리 났네. 어떻게 한다, 이대로 보내면 안 될 것 같은데.... 응?”

바로 그때, 택시 한 무리가 몰려와 우리 앞에 멈춰 선다.

“콜택시입니다. 저 전화 주신 분이...?”

“........?”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

내가 손들고 나섰다.

“네. 제가 전화 드렸습니다.”

“유한이 네가 전화 했어?”

“다들 취하신 것 같아서....”

놀란 표정의 정희철 선배님.

머쓱한 감정을 뒤로하고 몸도 못 가누는 사람들의 택시 탑승을 도왔다. 그렇게 택시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이제 마지막 한 대만 남았다.

정희철 선배님이 물으신다.

“넌 어떻게 들어가려고?”

“전 집이 가까워서 버스 타고 가면 됩니다.”

“무슨 소리야. 버스는 무슨... 택시 타고 가.”

지갑에서 지폐를 모두 꺼내 내게 건네주신다.

“받아.”

“어, 너무 많은....”

“쓰읍.”

“넵!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선배님!”

“그래. 음....”

따로 할 말이 있으신 걸까?

“언제 시간 돼?”

“선배님이 연락 주시면 달려 나가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번호 좀 찍어 줘.”

재빨리 내 번호를 찍어 돌려드렸다.

씩 웃고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씀하신다.

“마음에 들어. 앞으로 자주 보자고.”

떠나는 택시를 향해 힘껏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선배님!”

아, 너무 기분 좋아서... 치솟는 입 꼬리를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존경하는 영화계 선배님으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은 기분을 과연 어떻게 표현해야 할런지....

아무튼, 기분 째진다!


돌아와서 바로 글을 썼다.

나도 솔직히 쉬고 싶지.

그런데 몸이 움직였다.

아마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잘하고, 또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분야를 찾았잖아.

그래서 좋은 것도 있지만 두려움도 크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그로 인해 내 글을 좋아해주는 독자들이 실망하는 것도.

생각만으로도 무서운 일이다.

그러니까 글을 쓰는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최소 1만자는 쓰는 게 내 필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후우우.”

분량을 모두 쳐냈다.

시간을 확인하니 세 벽 한 시였다.

아직 안도할 때는 아니지. 퇴고를 마치고 편집장님께 전송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퇴고 하며 천천히 글을 살폈다.

단순히 맞춤법, 문법만 수정 하는 게 아닌 내용도 뜯어 볼 필요가 있다.

무모한 전개는 없는지, 대사나 사용된 단어 중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 딸깍.

"됐다."

원고를 전송 하고나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무의식적으로 연재 게시판에 들어갔는데....

'응?'

근래에 올린 공지 댓글 수가 눈에 들어왔다.

아, 올리기만 하고 아직 반응을 확인하지 못했구나.


[ 헐, 설마 설마 했는데... 아니, 그림을 왜 이렇게 잘 그리세요? ]

[ 출판본을 사야 할 이유를 또 하나 만들어주시네. 그림퀄 쩐다;;;; ]

[ 소설 잘 쓰시는 분이 그림까지 잘 그리니 이런 작품이 나오네. ]


"하나 더 풀고 싶게 만드네."

술도 아니고 칭찬이 나를 취하게 만드네.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그림 하나가 이미 업로드 된 상태.

천사와 악마 군단이 대규모 전쟁을 펼치는 신화 속 한 장면인데, 화염의 검을 든 대천사 미카엘 옆에 주인공 이그니엘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이고... 제일 아껴야 될 그림인데 나도 모르게....

음, 그냥 놔둘까?

이런 건 얼마든지 그릴 수 있으니까.


댓글 반응을 더 확인하고 싶었는데 잠이 쏟아져 견딜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냅다 침대에 몸을 던졌...다가 머리를 박았다.

... 싼 맛에 샀던 싱글 침대를 벌써 7년 넘게 사용 중인데, 작고 낡아서 바꿔야 할 것 같다.

돈 많이 벌면 이것도 하고 저곳도 해보고 싶고....

언제나처럼.

희망으로 가득한 잡생각을 하다가 까무룩 잠들었다.


@


- 우우웅! 우우웅


아, 왜 이렇게 시끄러워?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았다.

"대체 누가..."

그리고 액정을 확인하다가...

"어...?"

- 쿵!

"악!"

얼굴에 떨어뜨렸다.

빌어먹게 아프네!

덕분에 잠은 확실히 깼다.

콧잔등을 부비며 상반신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시 제대로 액정을 확인해본다.

내가 손이 미끄러져서 놓친 게 아니라 놀라서 놓친 거다.

[ 김연화 배우님 : 혹시 오늘 오후에 시간 좀 낼 수 있어요? ]

이런 걸 보고 어떻게 안 놀라?

심지어 날 깨운 소리도, 알람이 아니라 김연화 배우님이 건 전화벨 소리였다.

아니... 김연화 배우님이 먼저 나에게...?

어, 어우야!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답문을 보낼까 전화를 할까.

고민하는 사이 내 손은 또 다시 의지를 벗어나 통화 버튼을 터치하고 있었다.

잠시 후 들려온 음성.

[ 유한 씨? 어제 회식했다더니... 자고 있었어요? 제가 깨웠나요? ]

우와, 우와와!

무슨 짓이냐 손!

시키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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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조언을 구하다 +3 23.07.10 2,295 66 12쪽
15 15. 불타오르네 +2 23.07.07 2,391 69 11쪽
14 14. 겹 경사 +3 23.07.06 2,427 5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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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기회를 잡다. +6 23.07.04 2,506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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