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선우 님의 서재입니다.

그 배우는 천재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강선우
작품등록일 :
2023.06.16 02:42
최근연재일 :
2023.07.18 07: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6,752
추천수 :
1,311
글자수 :
119,339

작성
23.06.30 07:00
조회
2,671
추천
54
글자
11쪽

10. 오디션을 보다

DUMMY

다음 날 오전 11시.

을지로 3가에 위치한 건물에 도착했다.

“여기 2층이라고....?”

1층에 고깃집이 있었다. 상당히 큰 규모의.

지도 앱을 보니 무려 30년 전통의 유명 맛집이라고 하더라고.

그 윗층에 바로 내 목적지, 스튜디오 ‘진’이 있다.

어우야. 여기는... 항상 고기 냄새가 가득하겠는데?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심호흡을 하고 건물 위층으로 올라갔다.

건물 외관은 허름했는데 내부는 굉장히 깔끔하다가.

[ 도착했습니다. ]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경을 낀 30대 중.후반 정도의 젊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가 정훈철입니다. 유한 배우님 맞으시죠?”

“네! 제가 유한입니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오시죠.”


사무실 역시 굉장히 깔끔하다.

일반적인 오피스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안았는데, 딱 하나 흠이라면....“

“고기 냄새가 좀 많이 나죠?”

“여기 1층이 굉장히 유명한 고기 집이라고... 30년도 넘은 전통 있는 맛집이라고 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운영하고 계십니다.”

“아....”

대충 알겠다.

이 건물도 부모님 건물... 오호라?


“먼저 준비해 오신 연기부터 보고 싶군요.”

“네.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카메라 테스트를 위한 공간도 꽤나 그럴 듯하게 차려져 있었다. 넓이가 좀 좁을 뿐이지, 촬영 관련 비싼 장비가 있을 거 다 있다.

“준비 끝나셨다면 언제든 바로 시작하셔도 됩니다.”


카메라 앞에 서서 잠시 눈을 감았다.

어젯 밤, 꿈에서 본 환상이 아주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난 관찰자 시점으로 펼쳐지는 영상을 볼 뿐이고 그런 점에서 영화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모든 요소가, 심지어 미세한 감정선 조차도 남아 있다는 거지.’

그 세계 자체가 깊숙이 각인된다.

이건 차라리 초능력에 가까웠다.

그래서 난 이 환상을 보는 능력을 이렇게 칭한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눈을 뜬 순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너 나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

난 일인 극을 시작했다.


@


“음?”

눈을 뜨는 순간 분위기가 돌변했다.

그러더니 대본 첫 장면부터 연기를 시작한다.

“내가 부탁한 배역이 아니었을 텐데....”

하지만 정훈철은 당황하지 않았다.

‘하여튼 배우들은 참....’

오히려 흔한 일이다. 어떻게든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시키지도 않은 것까지 준비해서 펼쳐 보이는 일들.

‘그런데....’

눈앞의 배우. 유한이라는 남자는 지금껏 봐온 별종들과도 남다른 부분이 있다.

‘모든 배역을 완전 다른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어.’

목소리 톤, 표정, 몸짓... 모든 것들이 순간적으로 바뀌어 버린다. 계속 해서 다른 가면들을 바꿔 착용하는 것 같다.

‘저게 된다고?’

가장 놀라운 건 장면 연출.

카메라를 보고 대사만 읆는 게 아니라 스크린 속 장면을 최선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공간을 활용해서 즉석에서 동선을 짜고 이를 구현하는 능력이 기가 막히다.

‘이런 천재가 있었다고?’

정훈철은 생전 처음 보는 타입의 천재에 아연실색했다.


“...여기까지입니다.”

대본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봤던 환상 속 장면들을 모두 펼쳐보였다. 일인 극으로!

내가 이거 준비한다고 진짜 공을 많이 들였다.

꿈에서 환상을 보고 끝이 아니라, 실제 구현을 하기 위해 집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세워놓고 열심히 연구하며 발버둥을 쳤다.

‘난 최선을 다했으니...결과는 하늘에 맡긴다.’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눈앞의 정훈철 감독.

과연 그는 내 연기를 어떻게 평가할까?

카메라와 연결된 서브 모니터로, 오디션 장면을 쭉 훑어보던 감독이 묻는다.

“유한 배우님은... 혹시 영화를 만든 경험이 있나요?”

“네?”

“경험이 있죠? 그것도 상당한... 녹화된 장면을 보며 확신이 생겼어요.”

그는 나에게 모니터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거 봐요. 장면 전환에 사용된 3,4초 정도만 끊어 내서 연기 파트만 이어 붙이면 영화가 되잖아요. 제 말이 맞죠?”

흥분으로 목소리가 높아져 있었다.

안경 속 눈이 부담스러우리만치 반짝인다.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었고, 그냥 학창 시절 영화를 배우고 싶어서 혼자 영화 만들며 독학 했었습니다.”

“오, 저하고 똑같네요! 저도 고등학교 때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친구들이나 사람들 모아서 영화 만들고 그랬거든요! 영화 제작 동아리나 클럽 같은 곳에 속해 있었나요?”

“아니요. 저 혼자 일인 극으로....”

“...네?”

“프리 프로덕션부터 제작 연출 연기 편집까지 그냥 저 혼자 했었어요. 돈도 없고 마음에 맞는 친구도 딱히 없었고....”

난 어색하게 웃었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굉장한 것 같지만 전혀 아니에요. 단순히 영화가 좋아서 혼자 이것저것 하며 놀았다는 거니까요.”

“........”

정훈철 감독의 표정이 굉장히 복잡해 보였다.

“뭐, 좋습니다. 아무튼....”

그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아, 악수하자고?

조심스레 손을 맞잡자 그가 내 손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거... 된 거지?

나 합격한 거 맞지?!


@


이렇게 행복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런 날은 축배를 들어야지!

치킨과 맥주라고 구입한 뒤, IPTV로 보고 싶었던 최신 영화를 구매, 관람했다.

아, 행복하다!


그렇게 나만의 만찬을 즐긴 뒤 기분 좋게 글 한편 썼다.

그런데 좀 지나쳤던지, 한 호흡에 2만자가 넘는 분량이 완성됐다.

뭐, 읽을거리 많으면 좋은 거지.

자체 검수를 완료 후, 문서를 편집장님 메일로 전송했다. 그리고 연재 게시판을 확인해 본다.

“오, 선호작이 3만 명이 넘었네.

그렇게 보면 3만 명이 내 글을 봐준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평균 조회 수가 4만대.”

보통 이 정도면 유료 전환 때 구매수가 못해도 1만 명은 나오던데....

‘그렇게만 나와 주면 돈방석이지!’

문제는 퀄리티와 성적을 유지하는 거지만... 지금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처음으로 인정받으며 잘 하는 게 생겼다는 것.

연기는... 솔직히 이쪽은 더 파봐야 알 것 같다.

이 바닥은 재능만큼이나 운도 중요하잖아.

“연재 횟수도 30회가 넘었으니 슬슬 유료 전환을 생각할 때가 된 건가?”

보통은 4,50회 정도에서 시도하던데, 나는 편당 분량이 많고 성적이 충분히 나와 주고 있으니 시도해도 되겠지.

사실 슬슬 돈이 쪼들리거든.

계약금으로 받았던 돈은 월세, 관리비 내고 식비 좀 해결하니 사라지더라고.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고민이다.

바로 편집장님께 문자를 보내... 려다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오전에 보내기로 했다.

일 끝났는데 업무 관련 문자 받으면 누구라도 짜증나잖아?


@


다시 을지로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대본을 받고, 배역을 확인 후 계약서를 작성했다.

“내용이 오디션 용 대본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혹시 수정하신 건가요?”

“정확히 말하면 작년에 쓴 초고를 다듬어 완성시킨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아....”

“시나리오의 큰 줄기는 같습니다. 하지만 배역들의 성향이라던가 촬영 장소, 동선, 연출 구도 같은 것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오디션에서 임팩트를 남긴 덕분일까?

정훈철 감독이 날 대하는 모습이 지금까지 겪은 다른 감독들과 굉장히 다르다.

이전에는 그냥 대본 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는데 굉장히 상세하게 영화에 전반에 대해 알려준다.

“유한 배우님이 연기할 ‘김성철’은 주인공은 ‘백강훈’과의 케미가 중요합니다. 백강훈이 워낙 진지한 캐릭터라 ‘로맨틱’은 충분히 가능한데 ‘코미디’ 부분이 약할 수밖에 없거든요.”

“감초 캐릭터네요.”

“바로 그렇습니다. 김성철이 빠지면 영화는 진지하기만 한 쓰디쓴 한약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균형이 중요하네요. 등장할 때 환기가 되고 때로 웃음도 주지만 지나치지 않아야 하고 주인공보다 튀어서는 안 되겠어요.”

“제대로 보셨습니다. 사실 마지막 부분이 중요합니다. 배역 특성상, 배우의 역량만 충분하다면 여러 가지 의미로 주연들을 잡아먹기 딱 좋은 포지션이거든요.”


내 배역 김성철은 실연을 당한 주인공 백강훈의 친구 역할이다. 힘들어 할 때 곁을 지켜주며 위로를 해주고, 분위기 전환거리도 만들어주며 큐피드 역할도 해낸다.


“그러니 유한 배우님께서 중심을 잘 잡아주셔야 합니다.”

진지하던 그가 날 보고 웃는다.

“사실 작품 측면에서 주연만큼이나 중요한 배역입니다.”

“그렇죠.”

“그래서 김성철 배역은 정말 많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하려 했습니다만... 이렇게 빨리 적임자를 만날 줄 몰랐습니다.”

얼핏 칭찬 같이 들리지만,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너무 튀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수준만큼만 활약을 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난 씩 웃으며 말했다.

“감독님의 기대에 부합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


스튜디오를 나와 가까운 청계천 부근 카페로 이동했다. 일전에 봐뒀던 곳인데, 인테리어 좋고 차창 밖 풍광도 뛰어난데 커피 값도 저렴한 편이다.

글쓰기 딱 좋은 곳이란 말이지.

새로 받은 대본의 설정과 시나리오, 그리고 대화 내용을 쭉 정리한다.

이렇게 해야 다시 여기에 걸맞은 환상을 볼 수 있다.

이걸 보고 안 보고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체감하지 않았던가?


그나저나....

“시나리오랑 대본 퀄리티가 좀 아쉽네.”

못 쓴 건 아닌데... 평범하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에서 인기 있던 클리셰들을 잘 정리해놓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우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사건으로 엮이게 되는 남녀!

처음에는 서로가 별론데 점점 깊게 엮이며 호감을 갖게 된다.

그러다 주변 상황으로 인한 위기가 찾아오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사랑이 싹튼다.

그리고 해피엔딩!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내가 이영화를 봐야 할 동기부여가 안 된다.

사실 클리셰가 나쁜 건 아니다. 잘만 써먹으면 좋지. 사람은 원래 익숙한 맛에 끌리기 마련이잖아?

문제는 익숙한 맛을 시장에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내놓는 게 빡세다는 거지. 정훈철 감독도 이 문제에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고. 그래서 일 년 넘게 대본을 수정했다잖아.

과연 이전버전과 비교해 지금 대본은 더 나은 영상을 보여줄까?

이것만 봐서는... 음, 솔직히 관객 입장에서 큰 기대는 안 되는데 말이지.


그날 저녁.

꿈속에서 환상을 봤다.

소감?

“오리지널 버전하고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이런 영화, 넥플리스에 수백 개는 있을 거다.

여기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상태로 극장에 걸린다고 쳤을 때, 과연 손익분기점인 백만명을 달성할 수 있을까?

“.......”

뭐, 거기까지는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난 내 배역만 잘 소화하면 된다.

그 이상 뭔가 하려는 건 정말 주제넘고 위험한 짓이다.

... 상대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 배우는 천재작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22. 출판 (1) +4 23.07.18 1,373 49 14쪽
21 21. 분석해주다 +7 23.07.17 1,675 58 12쪽
20 20. 제안. +2 23.07.14 2,063 59 12쪽
19 19. 인연 +4 23.07.13 2,121 57 11쪽
18 18. 대본 리딩. +3 23.07.12 2,083 63 11쪽
17 17. 계약. +3 23.07.11 2,172 55 11쪽
16 16. 조언을 구하다 +3 23.07.10 2,295 66 12쪽
15 15. 불타오르네 +2 23.07.07 2,392 69 11쪽
14 14. 겹 경사 +3 23.07.06 2,427 57 13쪽
13 13. 유료화. +8 23.07.05 2,464 58 12쪽
12 12. 기회를 잡다. +6 23.07.04 2,506 53 13쪽
11 11. 마음에 들면 소개해줄게. 23.07.03 2,591 50 13쪽
» 10. 오디션을 보다 +1 23.06.30 2,672 54 11쪽
9 9. 이어지는 인연 (2) 23.06.29 2,762 58 11쪽
8 8. 이어지는 인연 (1) +1 23.06.28 2,750 53 11쪽
7 7. 인연 +1 23.06.27 2,836 61 11쪽
6 6. 그림을 그리다. +2 23.06.26 2,884 62 14쪽
5 5.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다. +1 23.06.23 2,990 59 11쪽
4 4. 소식을 접하다. +3 23.06.22 3,044 69 12쪽
3 3. 연재 시작! +6 23.06.21 3,165 65 13쪽
2 2. 나 재능 있는 건가? +1 23.06.20 3,316 66 12쪽
1 1. 꿈에서 설정을 보다 +3 23.06.19 4,172 7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