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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님의 서재입니다.

그 배우는 천재작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강선우
작품등록일 :
2023.06.16 02:42
최근연재일 :
2023.07.18 07: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6,751
추천수 :
1,311
글자수 :
119,339

작성
23.07.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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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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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
11쪽

15. 불타오르네

DUMMY

최홍민은 자신에게 놓인 두 가지 갈림길을 놓고 고민했다.

‘안정적이고 열심히 하면 더 올라갈 기회도 주어지는 직장.’

국내 최대 게임 회사, 넥플의 대형 프로젝트의 원화 파트장.

이번 프로젝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성과도 좋다면 적잖은 보상과 함께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아트 디렉터 포지션을 거머쥘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이거 하겠다고 공부 많이했지. 나름 경험도 많이 쌓았고.’

아트 디렉터 다음은 프로젝트 디렉터, 혹은 프로듀서였다.

산 너머 산이긴 하지만 어쨌든 넘어야 할 고갯길이 보이고 있었다. 열심히 걷는다면 언젠가는 봉우리 끝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다시 웹툰 작가.”

인기 판타지 웹소설 이그니의 웹툰 작가.

힘들고 고단한 길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채색을 포함해 적잖은 분량을 소화해야 한다. 문하생을 고용한다고 해도 소설 퀄리티를 구현하려면 죽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성공하면 게임 회사 일과 비교도 안 되는 돈을 벌수가 있어.’

거기에 웹툰이 성공하면 애니메이션 화도 노릴 수 있다. 근래에 적잖은 웹툰 대작들이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화 계역에 채결했다는 뉴스가 떴다.

‘내 어린 시절 꿈이기도 하지.’

이를 테면 이거다.

‘현실이냐. 꿈이냐.’

내가 선택해야 할 길은 어떤 길인가?

“........”

최홍민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나는....”


최홍민의 퇴사 선언에 회사가 뒤집혔다.

“아니, 왜?!”

“웹툰 작가를 하려고 합니다.”

“... 웹툰?”

처음에는 많이 놀란 듯 하던 아트 디렉터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러고 보니 너 원래 웹툰 작가 일을 했었지. 다시 해보려고?”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간단히, 이그니 웹툰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로열 북스 코리아와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 그 거대 출판사.”

대략적으로 이그니가 어떤 소설인지 알려주고 유료 구매수 현황을 보여줬더니...

“굉장하네. 야, 구매수가 8만이 넘어? 한 화 올리면 얼마를 버는 거야?”

“회당 구매료가 100원이니까 구매료를 8만 회로 잡는다면 800만원. 플랫폼, 매니지먼트 분배, 3.3% 세금을 떼도 대략....”

“와... 그러면 한 달이면 대략... 억!”

아트 디렉터가 입을 쩍 벌렸다.

“이렇게 대단한 소설의 원작을 하게 된다니... 어떻게 된 거야?”

“제가 이 소설 표지 작업을 했는데 작가님과 출판사에서 제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넌 실력 하나는 끝내주는 놈이니까.”

“감사합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꿈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아무래도 저는....”

“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네.”

최홍민을 가만 바라보던 중년의 아트디렉터가 한숨을 내쉬었다.

“꿈이라는데 뭐... 그래. 보내줘야지.”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죄송할 것도, 감사할 것도 없어. 하나만 약속하자.”

“네?”

“만약 일이 뜻대로 안 된다면... 꼭 다시 돌아와라.”

“네?”

“난 너하고 일하는 게 편해. 그림도 잘 그려. 업무 능력도 성실해. 팀원들에게 평판도 좋아....”

씩 웃는다.

“동생으로서, 부하 직원으로서 넌 굉장히 좋은 녀석이거든.”

“.......”

“회사 그만두더라도 형하고 연락은 계속 하자. 할 거지?”

“물론이죠. 애당초 절 게임 업계로 데려다 준 사람이 AD님. 아니 형이잖아요.”

“그렇지. 아무튼... 사표 제출하고 인수인계 준비하자. 나도 빨리 다음 원화 파트장 물색해봐야겠네. 너 추천할 사람 없냐?”

“몇 명 떠오르는 적임자가 있긴 합니다만....”


퇴사를 마친 최홍민은 웹툰 작업 준비를 진행했다.

다시 시작된 꿈을 향한 일보.

그러나 설렜던 기분도 잠시 뿐.

‘월급이 없으니 최대한 절약해야 한다.’

현실 앞에 정신이 바짝 들기 시작했다.

‘작업실은 집을 활용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다행스러운 것은 시나리오, 설정이 존재한다는 것.

처음 자료를 넘겨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심지어 배경, 소품, 캐릭터 일러스트까지 굉장히 상세한 자료집이 정리되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 그림은... 제대로 배운 사람의 작품인데?’

유한의 작업물은 결단코 아니다.

재능 넘치는 인재가 최고의 교육기관에서 제대로 배웠을 때야 얻을 수 있는...이른바 탄탄한 베이스와 자신만의 탁월한 센스가 결합된 ‘작품’이니까.

‘누구지? 누가 그린 거지?’

또 하나.

‘각본을 작가님이 맡아주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

자신은 좋은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이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반면 유한은 타고난 작가였다.

‘상상하게 만드는 문장을 구사하는 천재 작가라면....’

콘티 만드는 법도 금방 익힐 수 있을 터였다.


‘최대한 빨리 정리를 끝내고 유한 작가님을 만나 미팅을 해야겠어.’

어느 순간부터 감추고 지냈던 열기가 눈동자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멈춰 있던 시간이 너무나도 길다. 그만큼 빨리 걸어야... 아니, 달려야 만회할 수 있어.’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단은 한 걸음부터....’


@


꿀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휴대폰이 난리가 났다.


[ 유한 작가님! 아니 배우님... 아무튼, 대본 방금 확인 끝냈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원하던 로맨스입니다! ]

[ 아, 보내주신 설정집도 잘 읽었습니다. 참고할 부분이 많더군요! 역시 천재 작가는 달라도 뭔가 다르네요! ]

[ 주무시고 계신 듯하니 일단 말을 아끼겠습니다. 일어나면 연락 좀 주십쇼! 논의하고 싶은 내용이 굉장히 많습니다! ]


“........”

아니, 문자로 그렇게 수다를 떨어놓고는 나중에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고? 이건 무슨 경우야?

이외에 생각지도 못했던 이들이 연락을 해왔다.

일단... 최고의 미녀 배우 김연화 씨!


[ 소설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그리고... 아, 이건 직접 통화로 대화하는 게 좋겠네요. 아니면 지아랑 함께 셋이 만나 식사를 하는 건 어때요? ]


설렌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 배우가 식사 제안을 해서?

그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니, 그게 왠지 배역과 관련된 일 같아서.

작품에 꽂아주는 건 기대도 안 해. 바라지도 않고.

내가 바라는 건 기회다.

오디션을 볼 기회.

진짜 좋은 배역은 나처럼 근본 없는 배우에게 기회가 오지 않으니까.

내 실력을 보여줄 기회만 제공해준다면, 난 김연화를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할 거다.


[ 오빠. 연화 언니가 셋이 식사 같이 하자고 그러던데 들으셨죠? 그런데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예요? 연화 언니, 진짜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거든요! ]


정지아의 문자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그렇게 냉정해 보이지는 않던데?


답변을 해주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펴고 자리에 앉았다.

꼬박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잤다.

만회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는 미친 듯 집필에 몰입해야 했다.

순백의 워드 화면을 노려보며 손가락을 꺾었다.

그리고.

- 타다다닥!

폭발하는 영감을 문장으로 나열한다.

어느 새 나는 소설 '이그니'의 세계에 깊숙이 몰입해 있었다.

내 뇌리에 생생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


이그니를 2회분 예약 걸어 놓고 옷을 챙겨 입었다.

이동한 장소는 을지로 정훈철 감독 스튜디오.

“작가님!”

나를 보자마자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는 감독님이다.

처음에 보였던 스마트한 인상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식사 안하셨죠?”

“네. 감독님이 식사 같이 하자고 말씀하셔서...”

“잘하셨습니다. 일단 내려가시죠! 오늘 제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소고기를 풀코스로 대접해드리겠습니다!”


정훈철 감독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횡성 목장에서 저희 큰 삼촌이 직접 키우신 최고급 한우입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던 천상의 맛!

정훈철 감독님은 본인은 단 한 점도 먹지 않고, 오로지 고기 굽기에만 집중하며 수다를 쏟아냈다.

“정말 열 번도 넘게 읽은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정말 굉장한 분이십니다! 글도 잘 쓰고 캐릭터도 잘 살리는데 영화 연출, 연기 경험까지 있어서 대본에 최적화된 글도 쓸 줄 아시고....”

“.......”

아, 체할 것 같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지?

스마트했고 날렵했던 그 모습은 대체 어디 간 거야?!

“식사하고 계약하시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우를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선의 대우라니... 저 같은 초보 작가에게요?”

“이미 웹소설 시장에서 재능을 입증하신 분이니 엄밀히 말해 초보 작가는 아니죠. 거기에 저에게 주신 ‘사랑해도 될까?’ 대본은 바보가 아닌 이상 실패할 수 없는 퀄리티의 대본이었습니다! 영화용 대본 집필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죠.”

그의 눈이 과하게 반짝거린다.

“대본을 받은 이후부터 영감이 마구마구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작가님의 대본이 절 이렇게 만든 겁니다!”

“아....”

“당연히 최고의 대우를 해드려야지요. 저에게 굉장한 영감을 선물해 주셨으니까요!”




최고의 식사를 마치고 굉장한 계약서를 받았다.

“영화 계약서 아직 안 써보셨죠?”

“네.”

“제가 업계 표준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3-4-3


그가 쓴 숫자를 보고 난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무슨 뜻이죠? 일단 나눠서 지급한다는 것 정도는 알겠습니다만....”

“계약금. 잔금. 중도금입니다. 제작사 상황에 따라 중도금 조건을 뺀 1-9 지급 조건도 있긴 하지만 이때 잔금 지급 조건을 잘 보셔야 합니다. 영화 제작 결정 시. 라는...작가에게는 무리한 조건을 거는 경우도 있거든요.”

“아, 그렇게 되면 제작 결정이 안 난다면 완고를 전달해도 돈을 받지 못하게 되겠네요.”

“바로 그렇습니다. 충무로에 발을 들인 수많은 초보 작가들이 여기서 피해를 입곤 하지요.”

“그렇군요.”

“오리지널 시나리오라면 보통 3,4천 수준으로 계약이 진행됩니다. 여기서 방금 말씀드린 조건으로 분할 지급이 되는 거죠. 그 밑으로는 받지 마십시오.”

“... 이런 것까지 알려주셔도 되는 겁니까?”

“작가님께서 약속을 굉장히 훌륭하게 지켜주셨으니 저 역시 최선의 대우를 해드리는 겁니다.”

그의 미소에 진실함과 선량함이 보인다.

이 사람... 괜찮은 사람이네?

“작가님께는 5000 만원을 제안 드리겠습니다.”

그가 방금 말한 업계 표준 금액보다 천만 원 많은 금액이었다.

“사실 업계 탑이라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지만... 저 역시 상세한 조건을 알지 못합니다. 이게 첫 작품이고 큰 틀에서 보면 저 역시 병아리 창작자일 뿐이니까요.”

“이해합니다.”

“이번 작품이 잘 되면 다음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도. 그리고 작가님도.”

마지막 말에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그의 눈이 야망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작가님. 아니 배우님 우리 같이 이번 작 반드시 성공시켜봅시다.”

아무래도 그의 불길 내 가슴에 옮겨 붙은 것 같다.

어느 새 내 손은 그가 내민 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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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기회를 잡다. +6 23.07.04 2,506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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