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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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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744
추천수 :
56
글자수 :
233,931

작성
24.05.15 22:25
조회
474
추천
3
글자
12쪽

플레이어

DUMMY

자루를 벗고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문 곳은 조종석.


“음?”


조종석이 비어 있었다.


띠링!


멍하니 있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헬기에 비치된 물품 중 하나를 챙겨서 이동하세요.]


앞 좌석에 울룩불룩한 포대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마체테와 부싯돌, 어망, 구급 상자와 우비가 들어 있었다.


“한 개라···”


나는 헬기 바깥을 내다봤다.

숲으로 길이 나 있고, 그 안쪽까지는 자세히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좋아.”


포대에서 하나의 물품을 챙겨서 헬기 밖으로 나왔다.

헬리포트를 벗어나, 숲으로 향했다.


그나마 새 울음 소리는 알겠는데 나머지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저음의 울림과, 새소리보다는 낮은 고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숲이 가까워질수록 날벌레가 많아졌다.

손으로 날벌레를 쫓으며 가던 중 문제가 생겼다.


길이 끊겨 있었던 것.


“후···”


길이 끊긴 건 차치하고도 갑자기 너무 울창해지는 바람에 당혹스러웠다.


띠링!


[제한 시간 내에 체크 포인트에 도착해야 합니다. 시간을 초과하면 탈락 처리됩니다. 제한 시간 30분.]


탈락?

무슨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되는 건가?

가만히 서서 생각해 봐도 정보가 너무 없다.

멍하니 서 있는 사이 1분이 흘렀다.


다시 봐도 주변에는 무성히 자란 이름 모를 나무들밖에 없었다.

가만히 서서 신경을 곤두세워 본들,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다.


“좋아, 간다.”


이럴 땐 그냥 밀고 나가는 거다.

나는 가슴에 둘러멘 마체테를 꺼낸 뒤 칼집을 등 뒤로 돌렸다.

그리고 나아갔다.


퍽! 퍽!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길을 골랐는데도 잔가지들을 쳐내며 나아가야 했다.


“마체테를 고르길 잘했네!”


퍽! 퍽! 퍽!


얼마 가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숨이 찼다.

등도 축축해졌다.


“으으, 꿉꿉해···”


땀이 나서인지 날벌레가 더 달라붙는 느낌.

특히 뒷덜미에 달라붙는 놈들이 성가시다!


신경을 곤두세운 탓인지 금세 피로감이 몰려왔다.

시간을 확인한다.

절반.

벌써 15분이 날아갔다.

사방이 덤불로 뒤덮였다.

갈수록 쳐내야 하는 가지가 많아지는 느낌.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았다.

되돌아갈까 생각해 보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후아···”


찰싹!


“잡았다!”


그때였다.


부스럭부스럭.


옆쪽 덤불이 흔들리며 소리가 났다.

나는 숨을 죽인 채 무릎에 기대 놓았던 마체테를 들었다.


부스럭부스럭, 부스럭부스럭.


더 심하게 덤불이 흔들렸고,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나뭇가지가 등을 찔러 더 뒤로 갈 수는 없었다.

이내 무언가가 덤불을 뚫고 나타났다.


“···”


덤불에서 나타난 것을 보고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엘프였다.

이마에 나뭇잎을 붙인 엘프.

몸에 착 달라붙는 레깅스와 위에는 윈드 브레이커를 입고 있었다.

동네에 마실 나온 차림.

게다가 크로스백까지 메고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여인이 나를 보며 명랑하게 인사를 건넸다.

머리카락을 비롯해 온몸에 나뭇잎과 잔가지가 붙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참가자이신가요?”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잘됐네요! 괜찮으면 같이 가실래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허공에다 대고 손가락을 놀렸다.

나는 그것이 무슨 행위인지 잘 알았다.

시스템 창.

내가 사는 1234지구에서도 종종 시스템 창을 다루는 각성자를 보았다.

저 엘프는 각성자다.


나는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스마트폰을 꺼내면 ‘나 비각성자요.’ 하고 광고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큰일이네요. 이제 10분 남았는데. 이렇게 바로 탈락해 버리는 걸까요 우리?”


우리라고 하는 것을 보니 나를 각성자로 본 모양이다.


엘프를 만난 뒤로에도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가지를 쳐내며 슬금슬금 나아가고는 있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는 상태.

1초 1초가 무겁다.


“여기 어떻게 오게 된 거예요?” 내가 물었다.

“흠···”


엘프가 고민하듯 눈을 치떴다.


“우연이었어요. 헌터가 되기는 싫고, 뭔가 재미있는 일은 하고 싶은 와중에 방송 관계자가 연락을 해 왔거든요. 재미있는 게 있다고.”


음?

나와는 전혀 다른 경로였다.

지인 중에 방송 관계자가 몇 있다고 덧붙였다.


“연예인 지망생 같은 건가요?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데뷔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미모가 남다르긴 했다.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노느니 이거라도 해 보자, 했던 거죠. 그쪽은요?”

“아, 저는···”


느닷없는 질문에 난처해졌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돈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고···


“저도 뭐 비슷해요. 재미로.”


그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아까는 좀 막막했는데 그쪽을 만나니 좀 낫네요.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요? 저는 사브리나예요. 스물 두 살.”

“사지마입니다. 나이는 그쪽보다 두 살 많고요.”

“무슨 종이세요? 엘프는 아니신 것 같은데···”


그녀의 시선이 내 전신을 훑다가 귀에서 멈추었다.


“인간입니다. 그리 흔하진 않아요.”

“아, 인간···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은데···”


엘프는 턱을 꼬집은 채 심각한 얼굴을 했다.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익숙한 일입니다.”


대화하는 중에도 나는 부지런히 가지를 쳤다.

사브리나를 만나기 전과 후, 주변 풍경이 그리 많이 변하지는 않았다.

도리어 그녀를 의식하느라 가지 치기에 소홀해졌다.


“5분 전이에요. 그거, 제가 좀 할까요? 혼자서 너무 고생하시는데.”


사브리나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자연스레 마체테를 건네려다 동작을 멈추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등이 다 젖었는데···”

“정말 괜찮아요. 그보다는 처음에 물건 뭐 고르셨어요?”

“아 저는 부싯돌이요. TV에서 봤는데, 이런 야생에서는 불을 피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이 방송에 대한 정보를 좀 들으셨나요?”

“흐흐, 아뇨.”


컹···

뭐지?


하지만 엘프는 내 뒤에 서서 시계 역할을 착실히 수행해 주었다.


“3분 전이에요.”


···


“10, 9, 8··· 3, 2, 1··· 제로.”


잠시 후.

사브리나가 허공에 손가락을 놀리다가 별안간 함성을 질렀다.


“꺄아! 우리 통과래요, 통과! 아싸!”


그러고는 나를 와락 껴안았다.

당황해서 마체테를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나도 당장 스마트폰을 꺼내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내내 가지만 쳤는데 통과라니.


“와··· 신박하긴 하네요. 체크 포인트라는 게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니었어요. 이곳에서 다른 참가자를 만나는 거였나 봐요.”


친절하게도 사브리나가 설명해 주었다.


“아···”


그랬군.


“이곳에서 참가자와 접촉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모두 탈락입니다··· 이렇게 쓰여 있네요. 하지마님도 한번 확인해 보세요.”

“사지마입니다만.”

“아, 맞다. 죄송해요··· 제가 이름을 잘 못 외워서···”


풀 죽은 모습에 괜찮다고 말하려 했는데 금세 다시 꺄아, 소리를 질렀다.


척.


그러고는 느닷없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악수하자구요.”


아하.

나는 그제야 손을 붙잡았다.

사브리나가 힘차게 흔들며 말했다.


“잘 부탁해요. 파트너!”


엥.

이건 또 무슨 말이람.

혹시 다음 퀘스트 이야긴가?

얼른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었다.


“아 저 근데, 화장실이 급해서 잠시만요.”


오, 나이스 타이밍.


사브리나가 충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녀가 시스템 창을 조작하는 걸 보고 얼른 진동으로 바꿔 두었다.


“아예 무음으로 해야 하나···”


가까이 있으면 진동 소리가 들릴 테니.


[체크 포인트에 무사히 도착하셨습니다!]

[체크 포인트는 다른 참가자와 접촉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퀘스트를 완료하여 보상금 10,000골드가 계좌로 이체되었습니다.]

[두 번째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지도에 표시된 지점으로 이동하세요.]


좀 얼떨떨했다.

30분 만에 내 다섯 달치 월급을 벌었다.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게 느껴진다.

이런 게 돈맛이지!


사브리나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어서 얼른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죄송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럼 이동해 볼까요?”

“예, 갑시다.”


퍽!


사브리나의 말에 나는 마체테를 휘둘렀다.


“그쪽이 아니에요!”


그녀는 허공을 주시하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멈추고는 방향을 가리켰다.


“이쪽이에요.”


음.

눈치껏 잘만 하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겠는데.


지도에 표시된 지점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도착한 곳에 나무를 얽어 만든 셸터가 있었다.


“이것 좀 봐요!”


사브리나가 총총거리며 셸터로 뛰어가 안으로 들어갔다.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로, 지붕에 방수포도 덮여 있었다.


“꺄아! 여기 물이 있어요!”


사브리나가 셸터 안에서 페트병을 꺼내왔다.


“자, 땀 많이 흘렸으니 먼저 마셔요.”


그녀가 뚜껑을 따서 내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벌컥 벌컥.


물이 달았다.

생각보다 개념 있는 엘프 같은데?

각성자라 무섭긴 해도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봐서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물 말고는 뭐가 없어요. 사지마씨도 한 번 봐봐요.”


사브리나의 말 대로 셸터 안에는 작은 페트병 몇 개가 전부였다.


“정말이네요.”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는 걸까요? 아직 별다른 말이 없네요.”


일단은 다른 문제가 있었다.


꼬르륵.


“음식을 직접 구하라는 건가···”

“하루쯤 굶는 것도 건강에 나쁘지 않잖아요? 간헐적 단식!”


내 중얼거림에 사브리나가 답했다.

그래, 하루쯤 굶는다고 죽지 않으니까.


“그럼 쉬었다가 뭔가 덮을 게 있나 찾아 봐요. 혹시 밤을 보내야 할 수도 있으니.”

“네!”


얼마간 휴식을 취한 뒤.


“제가 불을 붙일게요.”

“그럼 제가 덮을 만한 게 있나 좀 찾아 보겠습니다.”


커다란 나뭇잎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주변에 널린 게 나무였으니.


퍽! 퍽퍽퍽!


팔이 묵직했지만 마체테 휘두르는 것이 제법 익숙해졌다.

가지 몇 개를 쳐내니 금세 커다란 나뭇잎들을 구할 수 있었다.


나뭇잎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 여러 개를 끌고 셸터로 왔다.


칙, 칙칙, 칙.


불은 아직이었다.

사브리나는 내가 온 것도 모르고 쪼그린 채 불을 붙이고 있었다.


“잘 안 돼요?”

“그러게요. 영상에서는 간단하게 붙이던데···”


조금 심통이 났는지, 사브리나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칙칙칙칙.


그녀는 연신 길쭉한 돌멩이로 부싯돌을 긁고 있었다.


“으으··· 좀 도와주세요!”


사브리나가 허리를 펴면서 말했다.


칙!


들고 있던 마체테로 부싯돌을 긁자 커다란 불꽃이 일었다.


칙! 칙!


하지만 여전히 불이 붙지는 않았다.

사브리나는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부싯깃이 부족한 걸까요?”

“부싯깃이요?”

“아, 이걸 부싯깃이라고 해요.”


그녀는 마른 가지와 나뭇잎 뭉치를 가리켰다.


“그렇군요. 캠핑을 좀 해 보셨나 봐요?”

“아니에요. 완전 뉴비예요.”

“그런데 어떻게···”

“융튜브요.”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부싯깃을 충분히 모아 부싯돌을 긁자 어찌저찌 불이 붙긴 했다.


“꺄아!”

“어엇, 금방 타 버리는데요. 땔감이 더 필요하겠어요.”


우리는 마른 땔감을 닥치는 대로 불에 때려 넣었다.


금방 해가 졌다.

해가 지자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사브리나가 셸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좀 더 버티다가 들어갈게요.”


그녀가 셸터에 들어가 방수천을 덮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 스마트폰을 꺼냈다.


[지도에 표시된 지점으로 이동하세요.]


그게 마지막 메시지였다.


“아, 깜빡했다.”


스마트폰을 막 무음으로 바꾸자마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두 팀 당 주어진 셸터는 한 개. 결투에서 승리한 팀이 셸터를 차지하게 됩니다.]


“두 팀이라고? 두 명이 아니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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