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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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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6.28 06: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764
추천수 :
56
글자수 :
233,931

작성
24.05.15 21:15
조회
597
추천
3
글자
11쪽

섬으로 배달됐다.

DUMMY

10,000골드.

만 골드.

내 다섯 달치 월급.

스물다섯 달치 생활비.

오십 달치 월세.

내 생애 가장 큰 목돈!


이른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 앉아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떨리는 가슴을 안고 고민했다.

당장 가서 정장을 한 벌 맞출까?

아니면 리처드랑 술이나 한 잔?


“안 그래도 맨날 얻어먹느라 미안했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녀갔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세 대째 지나갈 즈음 생각이 정리됐다.


“지르자!”


나는 리처드가 소개했던 시내의 테일러샵으로 향했다.


‘옷차림이 달라지면 태도가 달라진다.’


우리 영업소 실적 1위에 빛나는 리처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인터뷰만 잘 되면 당장 일을 그만둘 건데 왜 정장을 맞추냐고?


“크하핫!”


길 한가운데서 미친놈처럼 웃었다.

빈틈없는 인터뷰를 위해 정장을 맞추려는 것이다.

리처드의 가르침을 응용하는 센스!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반드시 방송에 출연할 것이다!


*


휴일은 총알처럼 지나갔다.

인터뷰 당일.


두근두근.


아직 집 앞 버스 정류장이었는데 심장 박동이 느껴질 정도로 긴장했다.


“스읍, 후우우우!”


몇 번이고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심호흡만으로 긴장을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후아···”


한 시간이나 일찍 나오길 잘했지.


저기, 버스가 온다.

평소와는 다른 번호의 버스를 타야 했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됐지만, 모두 예상 범위 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수시로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빌딩으로 들어섰다.


“여긴 짝수 층··· 여긴 홀수 층···”


왜 이렇게 복잡하게 승강기를 만들어 놨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무사히 해당 층에 도착했다.

인터뷰 20분 전.

잠금 장치가 되어 있는 유리문 앞에 섰다.

안쪽으로 가벽이 세워져 있어 그 안쪽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어째 초인종이 보이지 않았다.

유리문을 두들기려고 했지만 유리가 너무 깨끗해서 그러지 못했다.


그 앞을 서성이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인터뷰 10분 전.


“젠장!”


그러던 중.

가벽 앞으로 직원이 지나갔다.


탕! 탕! 탕!


급한 마음에 유리문을 두들겼다.


“저기요! 인터뷰 하러 왔는데요!”


직원이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버튼을 눌러 문을 열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인터뷰하러 왔습니다.”

“아, 어서오세요. 안내해 드릴게요.”


휴···

어쨌거나 지각은 면했다.


입구부터 해서 공간이 온통 가벽으로 이루어진 미로처럼 되어 있었다.

직원과 가벽을 따라 요리조리 이동하다 보니 문이 하나 나왔다.

문패가 달려 있지 않은 하얀 문.


“들어가시죠.”


직원이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방이 휑했다.

대리석 바닥 위에 초등학교에서나 쓸 법한 나무 의자가 덜렁 놓여 있었던 것.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창문조차.


“아.”


CCTV가 하나 붙어 있었다.

저걸로 나를 지켜보는 건가···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환영합니다. 사지마씨.


나와 통화했던 그 목소리였다.

내가 반갑게 화답했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착석해 주세요. 바로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목소리는 여전히 무뚝뚝한 톤을 유지했다.


“네네···”


나는 엉거주춤 의자에 앉았다.


―보안이 중요해서 다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이런 방법을 택했습니다.

“아··· 괜찮습니다.”

―바로 질문 들어가겠습니다.

―연애 경험이 있으신가요?


엥.

생뚱맞은 질문에 잠시 사고가 정지됐다.


―솔직하게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


“없습니다.”

―좋습니다. 다음 질문. 목숨을 위협 받은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구타를 당한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누구에게 구타를 당했습니까.

“각성자에게 당했습니다.”


···


인터뷰는 10여 분 동안 진행됐다.

어려운 질문은 없었지만 질문들이 대개 신경을 긁는 것들이라 인터뷰가 끝난 뒤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귀가해도 좋습니다. 인터뷰 결과는 시스템 창··· 아니, 문자로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네.”


문을 열자 아까 나를 안내해 준 직원이 서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라 인터뷰 내용들을 복기했다.

집중력을 발휘해서 질문에 대답하긴 했지만 떨떠름했다.

게다가 모든 질문들이 기억나는 건 아니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수다를 떨고 싶었는데.


‘인터뷰 내용은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됩니다.’


인터뷰어가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누구라도 좋으니, 한 명한테 만큼은 꼭 말하고 싶었다.


휴대폰 연락처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었다.


“아놔···”


의무 교육 시절 연락처를 나눈 몇몇에게 잠시 시선이 머물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뚜르르-


결국 나는 우리 영업소 실적 1위에 빛나는 리처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말도 마. 말해도 안 믿을 걸?”

―무슨 일인데 그래? 회사는 그만둔 거야?

“아니. 일단은 좀 쉬기로 했어. 길어 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 일단 휴직 처리해 준다고 하더라.”

―의왼데? 그나저나 좀 자세히 말해 봐.


나는 회사에서 전화를 받은 것부터 해서 인터뷰까지, 리처드에게 두서없이 떠들었다.


―베르폰트 컴퍼니라면··· 혹시 베르나르 베르폰트?

“베르나르 뭐라고? 암튼 그게 누군지 알아?”

―알다마다. 그 유명인을 모른다니, 어이가 없네.


베르나르 베르폰트는 아주 유명한 피디라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발설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원래는 너한테도 이런 얘기 하면 안 되는데, 좀 찝찝한 구석이 있어서 보험 들어 놓는 거야.”

―큭큭, 누가 보험쟁이 아니랄까봐. 알겠다. 방송은 언제부터래?

“거기까진 나도 몰라. 아무튼 촬영 기간은 최장 한 달로 잡고 있다고 하니까 혹시나 그 뒤에도 내가 연락이 없으면 신고해라. 설마 그 유명한 양반이 내 장기 털려고 꿍꿍이를 부리는 건 아닐 거야··· 그치?”

―쫄리냐?

“당연하지. 인터뷰도···”


나는 말을 멈추었다.

아오, 이것도 말하지 말랬지.

잘못하면 방송에 출연하기 전부터 짤리는 수가 있다.


“아무튼 잘 부탁한다 친구.”

―···

“내가 회사 그만두면 안 볼 거냐?”

―아아, 아니. 그럴 리가. 알겠다 친구. 들어가.


나도 모르게 친구라는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친구는 얼어죽을···”


*


녹화에 참여하기 전날,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택배 안에는 스마트폰이 들어 있었다.


“오··· 내 거보다 좋은데?”


정말로 그랬다.


손안에 착 들어오는 사이즈에 컬러는 검정.

찬찬히 살펴보니 애플리케이션 하나 깔리지 않은 새것이었다.


한참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띠링!


[픽업 차량 도착 예정 시간은 3월 1일 오전 7시입니다. 편한 복장으로 대기해 주십시오.]


메시지가 도착했다.

인터뷰에서도 대충 들었던 내용이었다.


퍽!


“크악!”


방 안을 맴돌다 침대에 새끼발가락을 찧었다.


“아오···”


통증이 잦아든 뒤에 주섬주섬 집 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끝으로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갖다 버렸다.

아직 이른 저녁 시간이었다.


책상에 앉아서 멀뚱히 스마트폰 두 개를 번갈아가며 들여다봤다.

융튜브를 들여다보다가 넹플릭스를 틀었지만 어느 하나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술이나 한잔 할까 싶기도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설레는 밤이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미리 리처드와 통화하길 잘했다.

융튜브로 베르나르 베르폰트 피디가 만든 프로그램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놓이며 졸음이 쏟아졌다.


*


띵동! 띵동띵동띵동!


초인종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아! 꽃됐네!

이런 날 늦잠을 자다니!

미친놈아!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나는 현관을 향해 외쳤다.

외침을 들었는지, 초인종이 더 눌리지는 않았다.

오늘 입으려고 자기 전에 준비해 둔 트레이닝 팬츠에 발을 집어넣다가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쿵!


늦었다는 생각에 아프지도 않았다.

누운 채로 바지 구멍에 다리를 쑤셔 넣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입을 헹궜다.

이 모든 일을 1분 만에 해냈다.


“아, 스마트폰.”


책상 위에 놓아둔 검정 스마트폰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검정 슈트에 선글라스를 쓴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것과 달리, 픽업 직원은 면바지를 입은 평범한 트롤이었다.


“가시죠.”


직원이 승용차를 가리켰다.


차에 시동이 걸려 있었다.


“다시방 보시면 자루가 하나 있거든요?”


글로브 박스를 여니 정말로 까만 자루가 있었다.


“그걸 쓰고 가셔야 합니다.”

“네?”


웃는 얼굴로 얘기해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농담이 아닙니다. 보안 때문이니 심각할 것 없어요. 피디님이 이런 거에 민감해서요.”

“아··· 그렇군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막상 뒤집어쓰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예 앞이 안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숨쉬기에도 무리가 없었으니.


“괜찮으시죠?”

“네, 생각보다는요.”

“이해 좀 해 주세요.”

“하핫, 천재들은 좀 괴짜라고 하잖아요.”


그 뒤로도 이따금 대화가 오갔지만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정보를 좀 얻어 볼까 하는 마음에 직원에게 방송에 대한 물음을 살짝 던져 봤는데, 씨알도 안 먹혔다.


드디어 차가 멈추었다.


“도착했습니다. 지금부터는 헬기를 타고 이동해야 해서 제가 에스코트해 드리겠습니다.”

“헬기요?”

“네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 섬이라서요.”

“섬이요?”

“네 섬이요. 섬에서 녹화가 진행될 거예요. 사실 이것도 말하면 안 되는데···”


어느새 조수석 문이 열렸고, 트롤 직원의 두꺼운 손이 내 손목을 감는 게 느껴졌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차에서 내리니 바다 냄새가 훅 풍겨 왔다.


“여기가 어딘가요?”

“대외비입니다.”

“···”


그렇겠지···


자루를 뒤집어쓰고 손목이 붙들린 채 걸으니 정말로 테러리스트에게 잡힌 인질이라도 된 것 같았다.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어왔다.

직원은 친절하게도 나를 헬기 안까지 에스코트해 주었다.


“자루는 헬기가 착륙한 뒤에 벗으시면 됩니다. 그럼, 건투를 빕니다!”

“이제 못 뵙는 건가요?”

“네.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서요.”

“감사했습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곧 헬기가 날아오르며 살짝 현기증이 났다.

자루를 쓰고 있어서인지 더 어지러운 것 같았다.


“저기, 멀미가 나서 그런데 이것 좀 잠깐 벗어도 되나요?”


시끄러워서 안 들리나?


다행히 비행 시간이 길지 않았다.

헬기가 착륙하고, 프로펠러가 완전히 멈추었다.


“이제 벗어도 되나요?”


역시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자루를 벗었다.


“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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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플레이어 24.05.15 475 3 12쪽
» 섬으로 배달됐다. 24.05.15 597 3 11쪽
1 이상한 제안 24.05.15 908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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