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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드림 스피릿(Dream Spirit)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7.01.20 00:12
최근연재일 :
2017.02.16 23:43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686
추천수 :
42
글자수 :
72,180

작성
17.02.0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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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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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우주의 법칙 (5)

DUMMY

지난번에 이어서 다시 메시아, 민철의 몸으로 들어온 지훈. 하지만 예전보다 당황스러움은 덜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꿈인지 현실인지는 몰라도 한번 겪은 상황에서는 당황스러움이 덜한 것이 당연했다.


지훈은 양 옆에서 부축하는 핵심 신도들을 괜찮다면서 조심스레 뿌리쳤다.

지훈은 생각했다.


- 이거 어차피 꿈이겠지? 감각은 리얼하지만 이게 현실일리가 없잖아. 사람이 바뀌다니.


지훈은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어차피 여기서 이런 상황이라면 해야 할 것이 있었다.

지훈은 어차피 꿈이라면 해보고 싶던 것을 해 보기로 결심했다. 아니, 현실이어도 관계 없었다. 어차피 지금 여기 있는 자신은 진짜 자신이 아니었다. 김민철이라는 남자의 몸에 지훈의 영혼을 가지고 있을 뿐. 지훈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읽었던 장르문학의 글들을 보면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우가 많이 나오기는 했다. 지훈은 그런 상황에 닥쳤을 때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런 글들에서는 매번 주인공들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정상적인 행동을 했었지만, 그 글들과 틀린 것은 지훈은 이 몸의 원래 주인의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원래의 주인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보통의 그런 장르문학들을 보면 이렇게 다른 사람의 몸을 차지한 경우에 그 사람의 기억이 같이 혼재되어 흡수된다고 적혀있었는데 전혀 그런게 없었다. 지훈의 의식만 있을 뿐. 그렇다면 앞으로의 모든 행동은 지훈이 알아서 해야만 했다.


- 그래. 현실이라면 이 몸의 기억이 같이 나겠지. 생생하지만 꿈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지훈은 순간적으로 생각한 논리에서 이것이 꿈이라고 다시 결론지었다. 그 논리가 몇몇 판타지 작가들의 설정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팩트와 아까 자신이 쓰러질 때 부축했던 신도들의 손이 몸에 닿는 느낌과 현재 보여지는 생생한 눈앞의 모습들은 애써 무시한 채로.


지훈은 손바닥을 편 상태로 양팔을 쭉 뻗어 점점 들어올렸다. 지훈의 손끝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이동했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지훈은 몽롱한 눈빛으로 외쳤다.


“믿습니까!!”

“믿습니다아!!!!!!!!”

“메시아님!!! 믿습니다!!!!”


그저 한번 외쳐본 것이지만 적절한 때에 나온 적절한 드립이었다. 그리고 반응도 열렬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한번 쓰려졌다가 손을 들어 외치니 다들 감격에 젖어 믿는다고 외쳤다. 연신 메시아님을 외치는 사람하며, 간질에 걸린듯 쓰러지는 사람들도 보였다.


- 음.. 좋았어. 이런거 한번쯤 해보고 싶었어.


지훈은 너무나도 반응이 열렬하자 이 맛에 교주를 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에서 그날의 종교의식은 끝났다.


***


똑똑.


“메시아님. 청룡입니다. 들어가도 되겠나이까.”

“음.. 들어오세.. 들어오게.”


잠시 말실수를 할 뻔 했던 지훈은 자신의 방이 아닌 메시아가 종교의식이 끝난 뒤 잠시 머무는 휴게실과 같은 분위기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지훈의 뒤에는 주작이라고 불리는 여인이 고개를 숙이고 시립해 있을뿐 주변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청룡은 들어와서 주작이 안에 있는 것을 보자 얼굴을 살짝 찌뿌렸지만 곧 원래대로 안색을 회복했다. 그리고는 지훈에게 90도로 깊게 숙여 인사를 하여 예를 표했다.


“아...”


지훈은 살짝 놀라며 가만히 인사를 받았다. 청룡에게 인사를 받았던 경험이 없는 지훈은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인사를 받았고 그저 그 극도의 공경함에 놀랬을 뿐이지만, 청룡의 마음은 살짝 흐려졌다.


- 이 자식이, 말리지 않아?


평소 지훈, 그러니까 원래 몸의 주인인 민철은 청룡이 이렇게 과하게 예를 표하면 ‘됐어요. 됐어. 청룡 사제님. 무슨 일입니까?’ 하고 적당히 예를 표하는 것을 끊고는 이야기를 들어주고는 했다. 원래의 민철은 약간 돌기는 했지만, 자신이 잘먹고 잘 살며 교주 역할을 하는 것이 청룡의 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친 가운데서도 청룡만은 제대로 챙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작이라 불리는 여인이 아무리 충성심을 발휘해서 따라도, 백호가 든든하게 교주의 외출시 호위를 서도 메시아의 신뢰는 항상 청룡에게 향해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교주인 민철이 청룡의 인사를 말리지 않은 것이었다.


청룡은 살짝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거기서 생각을 멈췄다. 어쨌거나 이런 정도의 변화가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메시아는 그의 손아귀에서 조종당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겉으로는 대우해 줄 사람이었다. 어차피 약간의 예는 오히려 취해주는게 나을지 몰랐다.


- 그래. 괜한 생각이겠지. 이놈이 무슨.. 이제는 메시아, 메시아 하니 정말 지가 메시아가 된줄 아는가 본데.. 그럴수록 나는 더 좋다. 후후. 정신빠진 녀석. 아니, 정신나간 놈이 맞으려나? 후후...


“무슨 일로...”

“예, 메시아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해 보세요.”


속으로 하는 생각과는 달리 청룡은 극도의 공경을 취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지훈의 뒤에 서 있는 주작을 한번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주작 사제, 나가보세요.”

“청룡 사제, 내게 명령할 수 있는 것은 메시아님 뿐입니다.”

“ㅆ... 아. 메시아님. 주작 사제를 물려주시옵소서.”

“흠..?”


청룡이 주작에게 나가라고 말했지만 주작은 메시아인 지훈의 말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듯 자리에 서서 버텼다. 그런 주작을 보며 청룡은 순간 썅소리가 나올 뻔 했지만 목구멍으로 다시 넘기고는 지훈에게 주작을 물리기를 요청했다.


지훈이 주변을 둘러보자 쇼파 뒤로 조금 전에 청룡이 지칭한 여성, 주작이 보였다. 지훈이 주작을 바라보자 그녀가 맞다는 듯 청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은 일단 살짝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종교의식을 주관하던 것도 그렇고, 눈앞의 청룡이라 불리는 남자가 자신의 처지를 가르쳐 줄 핵심 인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음... 주작 사제. 잠시 나가있어요.”

“네. 메시아님.”


청룡이 말할 때 뻗대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지훈이 나가기를 권하자 주작은 공손히 인사를 한뒤 뒷걸음질쳐서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그런 주작을 지훈이 모르게 살짝 노려본 청룡은 주작이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한 뒤에 지훈에게 말을 건넸다.


나가면 지훈에게 반말을 할 것만 같던 청룡이었지만, 단둘이 독대한다고 해도 청룡이 지훈에게 반말을 하는 일은 없었다. 어차피 교주는 스스로가 정말로 우주의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할 터, 이미 그렇게 완전히 생각하도록 빠지게 만들어 놓은 청룡의 입장에서는 적절히 존중하면서 실리만 챙기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메시아님, 이번에 처리할 일이 2가지 있습니다.”

“음?”

“일단 하나는 지난번 신도들의 정성으로 모금한 헌금으로 양양 쪽에 땅을 구매했습니다. 역시 지난번처럼 교주님의 명의로 구매했고, 관리는 언제나처럼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훈은 잘 몰라서 그저 고개를 끄덕였지만 원래의 민철도 그랬던 듯, 청룡은 평상시처럼 이야기를 계속 꺼냈다.


“그래요. 다른 하나는...”

“네. 이게 제일 중요한 건인데. 이번에 메시아님의 능력을 보여줄 행사가 필요합니다.”

“행사요?”

“예. 역시 신도들이 우주의 소리를 듣고 따르는 교주님을 신과 같이 믿고 있으니 교주님의 힘을 보여줄 일이 필요합니다. 일단 명칭은 [우주 대 부흥회]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적어도 영생무한교의 교주 보다는 힘을 써야 합니다. 교주님은 우주의 힘을 쓰실수 있으시니까요.”

“네?”


지훈은 갑작스런 청룡의 말에 반문했다. 아니, 우주 대 부흥회라니, 교주님의 힘이라니. 우주의 힘이라니. 그게 뭐란 말인가.


“그.. 좀더 구체적으로 어떤걸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편히 말씀하십시요. 메시아님.”

“아.. 그래요. 그래.”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겁니다. 잠시 노트북 좀 쓰겠습니다.”

“그래요.”


청룡은 말을 마친 뒤 바로 옆의 책상에 있는 노트북을 들어 지훈의 앞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거기에 가지고 온 USB 하나를 꽂고는 동영상 파일을 하나 재생시켰다.


***


청룡이 튼 영상에는 천명 정도인 우주의 법칙 교단보다 더 교세가 큰 사이비 종교의 집회화면이 방송되고 있었다.


“여러분! 영생입니다! 영생입니다! 영원히 건강하게 사는 영생!! 오직 믿음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이제 저희 교주님께서 여러분의 아픔을 모두 낫게 하시겠습니다!!! 나와주십시요!!!”

“오오!!! 교주님!!!”

“영생!!!”


영상에서는 이곳 우주의 법칙과 같은 광신도들이 가득 비추어지며 휠체어를 탄 채로 남자 하나가 중앙 무대로 휠체어를 미는 사람과 함께 들어왔다.


- 설마?


휠체어를 탄 사람 뒤로는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손을 내젓는 사람이 지팡이로 땅을 짚어가며 들어왔다.


- 이건 너무 진부하잖아?


이어진 화면에서는 지훈이 예상한대로 계속해서 교주와 사회자가 썰을 푸는 장면이 나왔다. 앉은뱅이가 일어서고, 소경이 눈을 뜨는 바로 그 사이비 종교의 레파토리였다. 앞의 연설 부분은 청룡이 동영상 플레이어를 조작하여 빨리 넘겼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에서 청룡은 다시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교주가 휠체어에 탄 자의 다리를 만지자 그자가 일어났고, 장님의 눈을 만지자 소경이 선글라스를 벗고 눈을 떴다.


“교주님의 은사는 끝이 없습니다! 무한합니다! 여러분께 영생을 드립니다!!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소경이 눈을 뜹니다!! 교주님 만세!!”

“만세!!!”


그리고 모두는 감격하며 오열하는 것으로 영상은 종료되었다.


“이건...”

“기적이죠. 이적입니다. 역시 저희에게는 이런 이적이 필요하지요. 메시아님. 적어도 저 영생무한교보다는 더 나아야 합니다. 이번엔 행사를 크게 벌일 생각입니다.”

“이걸.. 내가 하라구요?”


지훈은 목소리가 저절로 떨려나왔다. 이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능력이 있지도 않고 말이다. 목소리가 떨리는 지훈을 바라보는 청룡은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생각했다. 평소에는 그 광신넘치는 얼굴로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을 녀석이 말이다.


“왜 그러십니까, 메시아님? 이미 지난번에 저희도 뇌출혈로 반신불수가 된 사람을 낫게 하지 않았습니까?”

“뭐라구요?”


지훈은 이미 이런 일이 있었다는 청룡의 말에 놀람을 표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특별히 ‘우주와 파장이 맞는 사람들’을 구해서 지난번에 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걱정마십시요. ‘우주와 파장이 아주 자알~ 맞는 사람들’을 구해서 할 생각이니 말입니다. 메시아님께서는 언제나처럼 우주의 법칙을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으음....”


청룡이 말한 우주와 파장이 맞는 사람들이란 당연히 이미 조작해 섭외한 사람들이었다. 지난번 반신불수가 된 사람도 적당한 돈을 주고 섭외한 연기를 하는 정상인이었다. 적절히 왼손을 오므리고 왼팔을 구부려서 굳은 채로 버티고 적당히 절뚝거리는 사람을 연기한 뒤, 우주의 기운이 닿은 뒤에는 점차 풀리는 사람을 연기해 주는 사람. 그가 바로 청룡이 말한 ‘우주와 파장이 맞는 사람’이었다.


작가의말

보지 않는 독자가 보고 추천하지 않는 독자가 추천할지니 이것이 바로 우주의 법칙입니다. 믿습니까?! 여러분!!!


흐흑... 추천 안해도 되니 좀 봐주세염.. 흐흑...-_ㅠ


- 우주와 파장이 맞는 사람을 구해야 하나 고민하는 작가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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