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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전인

낭인으로 플레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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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전인
작품등록일 :
2019.04.01 23:47
최근연재일 :
2019.04.11 02:26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820
추천수 :
54
글자수 :
38,950

작성
19.04.11 02:26
조회
118
추천
5
글자
10쪽

낭인회

DUMMY

받아달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정신이 멍해져버렸다.

아무래도 이건 확실히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말하는 건 그것입니까?”


그러자 동추도가 대답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앞으로 은공을 시중드는 노비가 되겠습니다.”


아니. 이런 건 예상을 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었다.

방금 이쪽 세계를 게임 세계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퀘스트’였으니 끝나면 ‘보상’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결국 보상이 오긴 왔다. 하지만 이건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아니 일단 일어나시오.”

“은공께서는 부디 저를 받아주십시오.”

“아니 일단 일어나시라니까!”


그러자 동추도가 조용히 일어섰다.

나는 뭐라고 해야 이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지 난감해졌다.


“일단 술이나 마십시다. 그거면 됩니다.”

“제가 어찌·····”

“저더러 은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원하는 걸 안 들어줄 생각인가요?”

결국 동추도는 엉거주춤 앉았다.

이로서 겨우 사태를 진정시킨 셈이었다.

마침 주인이 슥 하고 다가와서 술 항아리 하나를 건네준다.

술값은 받지 않는단다.

정신을 차려보니 탁자에 안주도 몇 접시 나와 있다.

‘객잔 아저씨 무리하시네····.’

나는 동추도와 한 잔 두 잔 나누었다.

처음에는 딱딱하게 굴던 동추도였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술이 들어가니 점점 자세가 편안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도 조금 풀어주었다.


동추도의 본명은 동원효.

그의 부친은 청해 쪽의 무사로 나름의 지위도 있었으나 모시던 가문이 몰락하자 이쪽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거의 아무 것도 없는 맨몸으로 이주하였기에 온갖 고생을 하던 참에 부호의 호위로 일하던 부친이 원수의 칼날에 유명을 달리했다.

동추도가 14살 때의 일이었다. 그 때부터 장남인 동추도에게 일가를 책임질 의무가 주어졌다.

본래라면 부친에게 어느 정도 무공을 배웠으니 그것으로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호위나 경비, 표국업에 종사하는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얼굴이 흉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추한 외모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외모가 추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흉한’ 외모였다. 즉 보기만 해도 악당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의 인간됨을 알고 있는 지인이 표국에 꽂아준 적도 있는데 고객이 질색하는 바람에 금세 그만두었다고 한다.

무공을 팔려고 해도 동추도의 무공은 철저한 가전무공이라 아무에게나 전수할 수도 없었다.

결국 동추도에게 남은 것은 악행뿐이었다.

그는 신중하게 악행을 고르기 시작했다.

되도록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 가는 악행들.

흑도의 무리에 묻어 패싸움을 벌이고 한푼 두푼을 받는다거나. 그쪽의 두목을 호위하여 칼받이를 한다거나.

직접 양민을 갈취하는 것은 아닌 류의 일들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모친마저 유행병으로 돌아가셨다.

그에게는 동생이 남았고 그 아이를 부양하는 것은 그의 의무였다.

때문에 더욱 더 하던 일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참에 동생이 산에 올라갔다 뱀에 물렸고 양독에 걸린 것이었다.


“혹시나 제가 악행을 저질렀던 것이 꺼려지시는 것이라면... ”


말을 끝맺지 못하고 두터운 입술을 다문다.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정말이다.

생각해보면 전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저런 나쁜 짓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하게만 살아오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인격상 큰 하자는 없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까도 이 사람이 객잔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놀라긴 했지만 동추도라고 알고 나서는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딱 ‘아 그 맨날 집 나가서 돌아다니는 좀 불량한 어느 집 아들?’하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술집 주인의 반응도 그랬다.

‘동추도니까 괜찮아’라는 식이었다.

이것보다 더 큰 증거는 없다.

그리고 나는 이 사람을 어떻게 할지 결심했다.


나는 아까 받은 ‘청해보도’를 내밀었다.


“받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는 실망한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말해주었다.


“칼만 받는 것이 아니라 칼과 사람을 함께 받을 생각이오.”


그리고 보도를 그의 손에 넣어주었다.


“나는 그 칼을 든 당신을 원하오.”


청해보도는 동추도의 가보(家寶)이다. 이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모르되 받아들인다면 그것을 빼앗고 싶진 않았다.

단순한 효율의 문제다.

내가 쓰는 것보다 동추도가 쓰는 것이 더 효율이 좋을 테니까.

내게는 무기를 얻어낼 다른 구석도 있다.

동추도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칼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신명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마시지요.”


우리는 벌컥벌컥 술을 들이켰다.


다음날.

지끈거리는 머리와 함께 일어났다.

내공이 있는데 이 정도의 숙취라는 건 정말 어지간히 마셨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쌓인 항아리의 숫자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


“음, 목 말라····.”


중얼거리는데 옆에서 물 한 잔이 슥 하고 내밀어진다.

“여기 있습니다”하는 목소리가 늘렸다.

나는 깜짝 놀라 옆을 보니 더할 나위 없이 흉한 얼굴이 거기 있었다.


“히익! 아 깜짝이야!”


동추도였다.

놀랐잖아····.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알고 있어도 그 얼굴이 갑자기 나오면 놀란다고.

동추도는 전혀 숙취도 없어 보였다. 혈색도 자세도 그대로다.


“아침을 대령할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이렇게 너무 밀착마크해서 몸종처럼 대하게 하는 건 하고 싶지 않다. 뭐랄까 내가 원하는 건 좀 다른 것이다.

어제 동추도가 나에게 자신을 맡기겠다고 했을 때 생각한 것.


“이봐요. 동형. 동형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봤지요?”

“그랬지요. 어머님이 계실 때만 해도 돈을 벌려고 발길 닿는 대로 쏘다니고 그랬습니다.”

“말하자면 낭인이었을 거 아닙니까?”

“그렇지요.”


낭인이 뭐 별 거 아니다.

떠돌아다니는 무인이면 낭인이지.


나는 옷을 입으면서 어제 동추도가 ‘보상’으로 건넨 가죽옷을 보았다.


[섬전복]


이 퀘스트를 해본 적은 한번 밖에 없지만 그래도 기억하고는 있다.묵월초를 먹어버리는 것과 이 옷을 얻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이득인지 따져보려고 계산을 해본 적이 있거든. 아마 스펙은 이랬을 거다.


민첩 + 7 / 근력 + 2 / 건강 + 2 / 독 면역력 증가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도 장비에 스탯이 적용되는지 확인해볼 수 있겠군.


현재 나의 스테이터스는 이러하다.


----------------

정무기 (lv. 35)

체력 : 132 / 내공 : 72

근력 11, 진기 6, 심력 5, 건강 11, 민첩 6


[심공] : 파불심공 (1성)

[경공] : 표류보 (1성)

[호신강기] : -


오행 속성

- 무

-----------------


[무왕의 탈]을 썼을 때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레벨 1이 상태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이제 산적1을 만날까 무서워 벌벌 떠는 수준은 아니다. 뭐 산적도 산적 나름이긴 하지만.

나는 동추도의 도움을 받아 [섬전복]을 입었다.


그리고 다시 상태창을 불러왔다.


----------------

정무기 (lv. 35)

체력 : 132 / 내공 : 72

근력 11, 진기 6, 심력 5, 건강 11, 민첩 6


[심공] : 파불심공 (1성)

[경공] : 표류보 (1성)

[호신강기] : -


오행 속성 - 무

독 면역 5% 증가

-----------------


독 면역이 증가한 것 말고는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섬전복]을 입고 나니 움직임이나 여러 가지가 확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뭐랄까 옷이 동작을 받쳐준다고 할까?

그리고 실제로 내가 기존에 입던 옷에 비해 방어력도 올라갈 게 틀림없다. 천옷과 가죽옷의 차이가 있잖은가.


그러고보니 공격력 방어력 항목이 없군.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끙····.


이건 그런 것 같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항목은 아예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게임에서야 칼을 어떻게 휘두르건 매번 똑같은 공격력과 방어력이 적용되지만 여기에서는 아니다.

하지만 근력이나 진기의 양은 거의 그대로라 이거지.

그렇다면 의복의 효과도 어느 정도 적용되고 있다고 보아도 좋겠다. 내가 알고 있던 그대로는 아니라도 동등한 정도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잘 어울리십니다····.”


동추도가 어딘가 감개무량한 듯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어서 질문했다.


“그런데 아까 낭인 이야기는 왜 하신 겁니까?”


아 그 이야길 잊지 않고 있었군?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나는 지나가는 듯한 어조로 슥 말해주었다.


“모임을 하나 만들려고 하오.”

“모임이요?”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소. 낭인들끼리, 마음이 맞는 낭인들끼리 만나, 어떠한 제약이나 기준에도 얽메이지 않고 올바른 일을 해볼 생각이오.”


그렇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낭인들의 세력집단을 만들고 싶다.

어떠한 문파나 집단에도 주늑들지 않고 무림을 종횡할 수 있도록.

가보지 못하는 곳도 없이 가보고 싶다.

나는 동추도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름은 ‘낭인회’라고 할 생각이오. 그리고 그대는 그 낭인회의 2호 회원이 되었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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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으로 플레이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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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이 수정되었습니다 19.04.05 123 0 -
» 낭인회 19.04.11 119 5 10쪽
7 보상 19.04.09 147 6 10쪽
6 퀘스트 19.04.08 169 4 10쪽
5 레벨 업 19.04.06 193 6 12쪽
4 초식 편집 19.04.05 235 6 9쪽
3 깨어나다 19.04.03 273 10 13쪽
2 서비스 종료 직전 19.04.02 296 6 13쪽
1 서비스 종료 한시간 전 19.04.01 385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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