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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전인

낭인으로 플레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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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전인
작품등록일 :
2019.04.01 23:47
최근연재일 :
2019.04.11 02:26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818
추천수 :
54
글자수 :
38,950

작성
19.04.05 00:39
조회
234
추천
6
글자
9쪽

초식 편집

DUMMY

나는 지금 현재 하남성의 한 동굴로 향하고 있다.

방주와 류산산은 당분간 개방 지부에서 몸을 추스르라고 했지만 사실 나의 몸상태는 정상이었다.

더하여 아무래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돌아다니면서 세계의 모습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곳은 정말 <운룡구패>의 세계가 맞는가?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무협소설 세계관의 세계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게임의 정보와 어느 정도 일치하고 어느 정도 일치하지 않는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발로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구려. 이걸 받으시오.”


개방방주 호영명은 내게 몇 냥의 은자와 호리병 하나를 내어주었다.

호리병은 방주의 신물로서 그걸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개방의 제자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은자는 약 오십 냥에 해당했다. 여비라도 하라고 준 것이다.

그걸 받는 순간 내게 은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레벨1 캐릭터이긴 했지만 기존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게임머니를 약간 옮겨온 바 있었다.

기본적인 칼과 방어구는 사야 했으니까.

품속을 슬쩍 확인해봤더니 이런저런 물품과 함께 은자가 보였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 있었다.


‘이게 그러니까······ 얼마지?’


호영명이 준 돈과 합치니 대략 한 300냥이 넘는 것 같다.

이쪽 물가를 잘 모르지만 이 정도면 상당히 많은 돈 아닌가?

그럭저럭한 병장기 하나 사면 그냥 없어지는 돈일 수도 있지만 먹고 자는 데는 그리 문제가 없다고 보아도 좋겠다.

사실 내심 아쉬웠다.

만렙에 도달한지 오래인 본 캐릭터의 게임머니를 그대로 가져왔으며 금전 면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을 텐데.

어마어마한 돈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걸 아쉬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럼 가볼까.’

나는 길을 나섰다.

류산산이 도중에 계속 따라오려고 했지만 열심히 설득해서 돌아가게 했다. 내심은 그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지금은 나 혼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향한 곳은 일단 같은 하남의 천중산(天中山).

길은 이미 물어서 알아둔 참이었다.

터벅터벅 걸어간다.


주변 풍광이 너무나도 현실감이 넘친다.

조금도 게임 같지 않다.

욍욍 거리다가 피를 빨고 달아나는 산모기 조차도 그렇다.

일단은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안전할 것이다.

팔을 베면 HP가 깎이는 걸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 그냥 팔이 떨어져 나간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게임인 부분은 어디까지인가.

그걸 알아봐야 했다.

그걸 위해서 지금의 목적지를 잡은 것이니까.


천중산의 묵수동(墨水洞).


이곳은 비교적 낮은 레벨을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봐야 30레벨이긴 하다.

레벨 1인 지금의 내게는 도전할 수도, 도전해서도 안 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지금의 나라도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 그대로라면 말이지만.

지금 그것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가는 길에도 수확은 있었다.

나는 내가 레벨 1에 얻어둔 초식들을 확인했다.


“스킬!”


······아무 것도 뜨지 않는다.

스킬창 같은 것이 뜨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그렇게는 안 되나.

그렇다면 다른 건 어떨까.


“레벨! 스테이터스!”


역시 안 된다.


“상태! 상태창!”


그 때였다. 슈욱 하고 내 눈 앞에 떠오른 것은 익숙하고 멋없는 검은색 창이었다.


--------------------------

정무기 (lv. 1)

체력 : 72 / 내공 : 12

근력 1, 진기 1, 심력 1, 건강 6, 민첩 1


[심공] : 파불심공 (1성)

[경공] : 표류보 (1성)

[호신강기] : -


오행 속성

- 무

-----------------------


바보 같은 ‘근진심건민’ 스탯이 그대로 떠올랐다.

처음 만들 때 얻은 5점수를 건강에 다 넣어놨는데 그것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심공이랑 경공만은 얻어놨는데 그것도 반영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쩌면 인벤토리나 초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인벤토리!”


반응이 없다.


“행낭!”


반응이 없다. 이건 안 되는 것 같다.

뭐 실제로 내 어깨에 행낭이 있으니 현실의 행낭을 이용하면 되겠지. 아쉽지만 포기하자.

그럼 다음 테스트.


“초식!”


안 되는군. 음. 그럼 이건 어떨까.


“무공!”


그러자 떴다! 눈 앞에 내가 익힌 무공을 보여주는 창이.


------------------

사용무기 : 도

(숙련도 1/100)


[심공] : 파불심공 1성

[경공] : 표류보 1성

[호신강기] : -

[무공]

낭아권법 (1성) 낭아도법 (1성)

----------------


일견 보기에는 아까 상태창에서 떴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낭인 클래스의 기본 무공인 ‘낭아권법’과 ‘낭아도법’이 보이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꾹 참았다.

왜냐하면 낭아권법과 낭아도법 옆에 자그마하게 [초식편집] 버튼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낭아도법’ 옆의 버튼을 누른다고 생각하자 ‘초식 편집’ 창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낭아도법 5초식의 동작이 눈앞에 그대로 주루륵 펼쳐졌다.


본래 무공의 초식은 일초식이 적어도 몇 가지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는 법이다. 물론 한 가지 동작으로 된 초식도 있지만 찌르고 베고 하는 연속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있다.

한 일(一)자처럼 단순한 글자가 있는가 하면 용(龍)처럼 복잡한 글자도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운룡구패>에서의 초식은 무조건 한 동작이다.

그 이유는? 물론 게임 시스템상의 문제다.

대신에 이러한 한 동작 한 동작의 순서를 편집하여 ‘투로’를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낭아도법’의 5초식이 a-b-c-d-e의 순서로 펼쳐지게 되어 있다고 하자.

[초식 편집] 기능을 사용하면 c-d-a-e-a의 순서로 움직이도록 편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렇게 순서가 바뀌어서 딱히 좋을 건 없다. 동작 하나마다 약간씩 데미지가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차이는 없다. 순서가 바뀐다고 상대가 맞을 게 안 맞거나 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이딴 거 아무렇게나 편집해도 결과는 같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는가?

아마 여기에 뭔가 대단한 걸 넣으려고 했는데 개발 도중에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초식 편집]은 그냥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무공 루트를 만든다–라는, 별 효용은 없지만 개멋에 취하기에는 좋은 시스템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 기능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게임 속에서는 왜 있는지 모를 기능이라도 지금 내가 건너온 이 세계에서는 상당한 잠재력을 지닌 그 무엇이 될 것이다- 그런 직감이 드는 것이다.


나는 초식의 순서를 e-e-e-e-e 로 해둔 후 창을 닫았다.

그리고 산중에서 시험삼아 낭아도법을 펼쳐보았다.


찌르기 – 찌르기 – 찌르기 – 찌르기 – 찌르기


라는 지극히 단순한 동작이 연속적으로 펼쳐졌다.

겉보기에는 정말 이상해보일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이 투로가 잠시 후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걸었다.

걸어가면서 호리병 속의 술을 마셨다.

진한 주향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상당히 좋은 술이군.’

개방 방주는 술취향도 좋은 것 같다.


가면서 나는 초식에 대한 테스트를 더 해보았다.

그 결과 몇 가지를 알아냈다.

낭아도법이나 낭아권법에 대한 나의 이해는, 각 동작을 펼칠 수 있다–에 그치고 있었다.

즉, 동작 자체는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마치 전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연속해서 펼치기에는 이해가 부족했다. 아무래도 동작과 동작의 연계가 마음대로 되지 않고 딱딱한 것이다.

‘이것이 [초식편집]의 힘을 빌리지 않는 나의 현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이 ‘게임적인 습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습득’도 가능하다는 느낌이 왔다.

이건 중요했다.

내가 이 세계에서 다른 무공도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였으므로.


그렇게 몇 가지를 더 이해하는 동안 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실 꽤 헤맨 상태였다.

게임에서는 천중산이란 이렇게 크지도 않았고 천중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내가 찾는 동굴이 나왔으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한참을 찾고 또 찾아야 했다.

솔직히 못 찾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다 사냥꾼을 만나 이리저리 문의한 끝에 겨우 찾아낸 것이다.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아도 이곳이 맞았다.


묵수동.


오늘 나는 이곳에서 레벨을 올릴 것이다.


작가의말

4월 6일에 ‘무공창’의 세부를 일부 변경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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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낭인회 19.04.11 118 5 10쪽
7 보상 19.04.09 147 6 10쪽
6 퀘스트 19.04.08 169 4 10쪽
5 레벨 업 19.04.06 193 6 12쪽
» 초식 편집 19.04.05 235 6 9쪽
3 깨어나다 19.04.03 272 10 13쪽
2 서비스 종료 직전 19.04.02 296 6 13쪽
1 서비스 종료 한시간 전 19.04.01 385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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