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필곰 님의 서재입니다.

지렁이의 능력이 심상치 않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필곰
작품등록일 :
2023.01.01 05:31
최근연재일 :
2023.02.10 12:5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247
추천수 :
66
글자수 :
228,420

작성
23.01.04 19:11
조회
130
추천
1
글자
16쪽

헌터지망생 정화영

DUMMY

소리의 위치는 멀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이곳까지 들려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들려온 방향도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봐도 사람의 소리가 분명하다.


사람이다. 사람!


내심 생각하고 있던 추측이 점점 들어맞는다.


처음 외뿔타이거라는 몬스터를 봤을 때 생각했다. 이곳은 게이트 안이구나. 그렇다면 게이트를 통해 다시 밖으로 나갈 수도 있겠구나. 인간으로 살던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여태 게이트 안에서 원주민 같은 사람이 발견됐다는 뉴스는 본 적이 없다. 오직 몬스터 뿐이었다. 그렇다는 건, 소리의 주인공이 바깥세상에서 들어온 헌터라는 뜻이다. 현재 이곳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게이트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들을 찾고 그들을 따라가면 게이트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나가서 인간이 될 방법을 찾고 다시 돌아와 보물을 찾는다. 그리고 이 목표들을 최대한 빨리 이루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1분 1초라도 빨리.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희망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동굴 입구도 잘 가렸겠다. 주저할 필요가 없다.


좋은 일이 생기려니 연달아 터지는구나!


순간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방만철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앞을 막는 바위나 나무들은 가볍게 뛰어넘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평지처럼 거침없이 휙휙 달렸다.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다.


이쪽이 맞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 탓에 장담할 수는 없다.


소리가 한 번만 더 들리면 좋을 텐데.


‘제발 한 번만 더 소리를···’


그 바람은 곧바로 이루어졌다.


꺄아아악


[번개출력 Lv.8]


-강력한 전류를 몸에 두른 채 쏜살같이 이동한다.


고양이의 몸이 금빛 잔상을 남기며 벼락 치듯 쏘아졌다. 조금 전 달려올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였다.


다시 들려온 소리는 비명소리가 분명했다. 비명소리라는 것은 무언가 위험한 상황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겨우 찾았는데, 몬스터에게 공격받는 중이라면? 공격받고 죽어버린다면?


사실 어떻게 되든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만약 죽었다면 다른 사람이나 게이트를 찾으면 될 일.


그렇다고 눈앞에 굴러들어온 기회를 낭비할 생각도 없다.


어디냐! 어디야? 어디 숨은 거야 인간아!? 모습을 드러내라!


금방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쉽게 눈에 띄지 않으니 답답해진다.


‘높은 곳!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찾아보자!’


방만철은 거대하고 높은 나무를 수직으로 박차고 올라갔다. 나무 꼭대기에 올라 고개를 휙휙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저 멀리 회색빛의 털을 가진 짐승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놈은! 설마 아까 그놈?


검은 고양이에게 학살당한 외뿔타이거 무리 중 도망친 한 마리.


그놈이다.


그다음 눈에 띈 것은 외뿔타이거의 몸에 가려 어렴풋이 보이는 인간의 형체였다.


저기다!


방만철이 몸을 날리려는 순간, 외뿔타이거도 앞에 인간을 향해 달려들려는 자세를 취했다.


안돼! 늦어···


한걸음에 달려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명을 지른 것으로 보아 인간은 외뿔타이거를 상대할 능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죽임을 당하는 건가?


저 미꾸라지 같은 놈! 기어이 도망쳐서 일을 이렇게 망쳐놔?


이대로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지!


[크허엉 Lv.7]


-마력을 끌어올려 폭발하듯 음파를 내뿜는다.


생각한 순간, 자동적으로 튀어나왔다.


크허어엉


거대한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에 놀란 외뿔타이거는 달려들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방만철도 놀랐다.


뭐야 이 소리?


개구리였던 시절 들었던 포효소리다. 설마 이 소리의 주인이 고양이었을 줄이야.


방만철은 잡생각을 버리고 다시 몸을 날려 뛰었다. 몬스터가 주춤거린 덕에 시간을 벌었다.


[번개출력 Lv.8]


금빛 전류를 흘리며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단번에 몬스터에게 접근해 끝장을 낼 생각이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린 외뿔타이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포효소리에 겁을 먹었으리라.


도망가? 뭐 상관없다. 놈을 잡는 게 목적은 아니니까.


방만철은 걸음을 멈추고 멀리서 도망가는 몬스터의 뒤꽁무니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인간 주변에 다른 몬스터는 보이지 않는다. 일단 안전은 확보한 셈이다.


그제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야 한다.


이제, 어쩌지?


그냥 무턱대고 인간의 품에 안기면 끝날 일인가?


생각해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그럼?


인간은 젊은 여성이었다. 그리고 착용한 화려한 장비는 헌터의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 전투 요원은 아닌 듯하다.


모습을 드러내야 할까? 지금 드러내도 괜찮을까?


여자는 한껏 긴장한 채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만약 무기를 들고 있었다면 즉각 휘두를 태세다.


방금 몬스터의 것으로 짐작되는 무시무시한 포효 소리를 들었으니 당연하다.


갑자기 튀어 나갔다간 까무러쳐 기절할지도 모른다.


방만철은 수풀 뒤에서 기척을 숨기고 여자를 살폈다.


침착하게 방법을 찾아보자. 놀라게 하면 안 되는데. 아차! 그러고 보니 지금 모습은 검은 고양이었지. 그것도 아주 귀여운!


몬스터를 찢어발기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충분히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외형이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검은 털의 귀여운 고양이. 과연 싫어하는 여자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상황이 아주 나쁘지는 않다. 갑자기 자신감이 샘솟는다.


천천히 상대가 놀라지 않게 모습을 드러내면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최대한 귀엽고 깜찍한 ‘냐옹’을 곁들인다면 가능성은 더더욱 높아질 테다.


방만철은 긴장을 풀고 천천히 다가갔다.


바스락


수풀 속에서 소리가 들라자, 여자는 화들짝 놀라 경계했다.


방만철은 일부러 부스럭 소리를 내며 기척을 드러냈다. 그리고 앞발을 먼저 수풀 밖으로 쭉 내밀었다.




발톱을 숨긴 채, 부드럽게 물결을 그리듯 앞발이 흐느적거렸다.


앙증맞은 앞발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안심시키려는 속셈이다. 앞발의 크기를 본다면 덩치가 큰 몬스터 같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머리.




“아?”


여자가 놀란 소리가 낸다. 높지도 낮지도 않게.


외뿔타이거를 만나 지른 비명소리에 비하면 아주 진정된 톤의 소리였다.


역시 예상이 적중했다.


검은 덩어리가 갑자기 휙 나타나는 것보다 이 방법이 훨씬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여자가 크게 놀라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주저할 필요가 없다.


부스럭

부스럭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방만철은 네 발을 가지런히 모아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갸웃’은 귀여워 보이기 위해 한 행동이다.


그리고 침착하게 여자의 반응을 살폈다.


“고양이?”


여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고양이라는 것을 알아봐 줬으니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남은 건 ‘나의 집사가 되어라!’를 시전 하는 것.


아니. 집사까진 바라지 않아. 그냥 게이트 밖까지 만이라도 데려다줘!


방만철은 ‘냐옹’하며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 했다.


그런데.



키엑?


어라? 소리가 안 나온다.


키킥

키엑


인간의 심장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고양이만의 필살기. ‘냐옹’이 아닌 무슨 가래 끊는 컬컬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게 뭐야? 목소리 왜 이래?’


100년 동안 담배만 피우면 이럴까? 무슨 목소리가 쩍쩍 갈라지다 못해 금방이라도 피를 토해 쓰러질 것 같이 건조한 목소리다.


방만철은 당황해 계속 키엑거렸다.


“어머! 냐옹아! 괜찮아? 목에 뭐가 걸린 거니?”


여자가 몇 걸음 다가와 자세를 낮췄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방만철을 바라봤다.


어라? 나쁘지 않은데?


여자가 경계를 풀고 방만철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냐옹’은 실패했지만, 어찌 됐든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좋았어. 기회다!’


키···키엑···


이렇게 된 이상 작전 변경이다.


귀엽고 깜찍함 대신 아프고 측은함으로!


방만철은 빌빌거리며 키엑거렸다.


애초에 그는 배우였으니 칼에 맞고 죽어가는 연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배역은 수도 없이 맡아봤다. 사실 거의 이런 역할 뿐이었다. 슬프다.


어쨌든 방만철은 곧 쓰러져 죽어가는 연기를 펼쳤다.


그림이 그려진다.


비틀거리며 여자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다리에 기대듯 풀썩 쓰러지는 것까지 원테이크로 끝낸다.


“어머! 어떡해! 어떡해!”


방만철이 빌빌거리며 조금씩 여자에게 다가갔다. 이왕이면 혀도 슬쩍 내민다.


가련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잡는다.


그런 모습에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는다.


이제 거의 끝났다. 여자의 품에 안겨 이곳을 벗어날 일만 남았다.


그렇게 여자의 발치에 거의 도착했을 때.


피융




어디선가 날아온 마법미사일이 여자의 손보다 앞서 방만철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쿠휅


방만철은 혀를 깃발처럼 휘날리며 한쪽으로 날아갔다.


"꺄악! 이게 무슨 짓이에요!?"


어느새 옆쪽에서 나타난 남자에게 여자가 날카롭게 외쳤다.


"너야말로 뭐 하는 거지? 이곳은 게이트 안이다.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전쟁터란 말이야. 그런데 정체도 모르는 몬스터한테 함부로 손을 뻗어? 손모가지가 물어 뜯겨야 정신을 차리겠나?"


"무, 무슨··· 어딜 봐서 몬스터라는 거에요! 그냥 고양이일 뿐이라고요!"


그녀는 날카롭게 외치며 서둘러 고양이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회복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힐!"


여자가 외치자 손끝에서 푸른 빛이 번쩍였다.


“쯧쯧, 몬스터를 치료하다니. 미친 건가? 게이트 안에 평범한 고양이가 있을 거로 생각하나? 제정신이 아니군. 하여튼 요즘 젊은것들은···”


혀를 차며 말하는 남자의 이름은 최대곤.


그가 무언가 더 말하려는 여자보다 앞서 말했다.


“됐고, 당신 같은 멍청한 풋내기를 길원으로 뽑을 수는 없지. 해고야. 아니지. 애초에 테스트를 합격한 적도 없으니 탈락이 맞겠지. 탈락. 당신은 아웃이야! 아웃. 게이트 밖으로 나가는 길은 알아서 찾을 수 있겠지? 그 정도는 해야지. 쯧쯧.”


최대곤은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찬 바람이 불 정도로 쌩 몸을 돌렸다.


“해... 해고?”


여자는 눈을 사납게 치켜뜨고 외쳤다.


"넙치 대가리 새끼야! 거기 안 서?"


최대곤의 발길이 멈칫했다.


“뭐, 뭐? 넙치 대가리?”


“그래. 너, 너 말이야. 넙치! 말끝마다 사람 무시하고 잘난 척만 하는 재수 없는 넙치 인간!”


“당신 미쳤어?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함부로 지껄여?”


최대곤은 중견급 되는 길드의 임원이었다. 그는 권위를 내세우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자신의 말에 복종하는 사람들을 보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길드원들을 아랫사람처럼 부리며 명령하고 지적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다.


“누구긴 개뿔. 넙치가 어류 뭐 그런 쪽이겠지!”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어디 감히 헌터지망생 따위가 자신에게 저런 막말을 내뱉는단 말인가!


“정화영 당신! 정신 나갔어? 이 바닥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나 보지? 미치지 않고서야 감히 내게 그따위로 지껄이다니 똑똑히 기억해두겠어!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정화영. 그녀는 생선을 싫어한다. 당연히 넙치도 싫어한다.


면접관이랍시고 만난 최대곤이라는 헌터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넙치를 닮은 외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처음 대화를 나눌 때부터 공격적이고 까칠했다.


그녀가 여전히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맞받아쳤다.


“지랄. 네가 무슨 협회 회장이라도 되세요? 애초에 광야 길드인지 광어 길드인지 그딴 어류 길드엔 들어갈 생각도 없었어! 그냥 면접 경험 쌓으려고 온 거거든!”


"이런 미친년이···“


”뭐? 미친년? 이런 초고추장에 발라 먹을 새끼가! 아차, 난 회 싫어하지.“


최대곤은 시뻘게진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한쪽 손에 마력을 모았다. 손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 금방이라도 앞으로 뻗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팀장님!“


최대곤의 뒤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가 최대곤에게 재차 말했다.


”팀장님! 마스터님께서 급하게 찾으십니다!“


”뭐? 무슨 일인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무슨 아티팩트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아티팩트?”


아티팩트. 게이트 안에서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 보물이다.


아티펙트의 종류는 다양하다. 무기, 방어구 또는 특수한 힘을 가진 도구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물론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가격 또한 떨어진다.


하지만 아티펙트라는 보물 자체가 희소성이 높다 보니 아무리 기능이 약해도, 최소 억 단위부터 가격을 매긴다.


최대곤이 반색하며 크게 놀랐다.


“정말이냐? 어디냐! 어서 가자!”


지금 헌터지망생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무려 아티펙트가 발견됐다. 전국적으로도 일 년에 몇 개 발견될까 말까 한 아티펙트가 말이다.


최대곤은 정화영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서둘러 일행과 떠나버렸다.


“...”


혼자 남겨진 정화영은 그런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봤다. 정화영에게 아티펙트에 관한 깊은 지식은 없다. 그냥 그런 게 있는가 보다 하는 정도다.


“흥! 그래, 꺼져버려라! 어류 대가리들아. 다신 마주치지 말자! 퉤!”


정화영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팔짱을 낀 채 계속 씩씩거렸다.


방만철은 여전히 한쪽에 쓰러져 있었다.


최대곤의 매직미사일에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다. 아니, 전혀 타격이 없지는 않았다. 2700의 체력 중 –10 정도?


방만철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생각했다.


‘그냥 다른 인간 알아볼까?


일단 여자의 이름은 정화영. 헌터지망생이며 어류를 극히 싫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한 성깔 하는 듯하다. 만약 제삼자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무슨 사달이 나도 큰 사달이 났을 듯싶다.


그때 정화영이 고개를 휙 돌려 고양이를 바라봤다.


방만철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기절한 척했다. 순간 본능적으로 그편이 더 나으리라 판단했다. 절대 쫄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아차! 냐옹아. 괜찮아? 어떡해! 어떡해!”


뒤늦게 생각난 듯, 정화영이 방만철에게 후다닥 뛰어왔다.


방만철의 배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숨은 쉬고 있다. 숨소리가 고른 것이 자는 것 같기도 하다.


그제야 정화영의 찌푸린 얼굴이 조금 펴졌다.


“힐 마법도 효과가 있는 것 같고, 다른 다친 곳도 없는 것 같은데···”


쌈닭처럼 사납던 표정과 말투는 어느새 사라지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정화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방만철은 계속 기절한 척하기로 했다. 그편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이대로 정화영의 품에 안겨 게이트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괜찮아. 언니가 도와줄게. 일단 이곳에서 나가자. 알았지?"


봐라. 생각대로 일이 술술 풀린다. 언니라는 단어만 빼면.


’...‘


언니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때는 알지 못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렁이의 능력이 심상치 않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울지마 바보야 23.01.06 126 5 15쪽
» 헌터지망생 정화영 23.01.04 131 1 16쪽
5 검은 고양이 23.01.03 139 3 16쪽
4 시라소니코니코틴 23.01.03 158 2 15쪽
3 개굴개굴 +1 23.01.02 179 4 15쪽
2 꿈틀꿈틀 +2 23.01.01 194 4 17쪽
1 대사 한 줄 외치지 못하고. +1 23.01.01 277 5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