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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조의선인 을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7.09.29 16:30
최근연재일 :
2017.12.07 21: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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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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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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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30

작성
17.09.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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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검은 복면의 여인

DUMMY

고구려 도읍 평양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금수산 모란봉.


열여덟 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기합과 함께 택견을 시전하고 있었다.


"이얍!"


휙!


세상에 이렇게 잘생긴 남자도 있을까?


신선처럼 잘생긴 이 청년이 손을 내지를 때마다 '휙'하는 강렬한 파공성을 일으켰다.


마치 물이 흐르듯 유연하면서도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번개처럼 빠른 동작으로 택견을 시전하는 잘생긴 청년의 이름은 을밀이었다.


고구려 건국 공신 을소의 후손인 을밀은 명재상 을파소의 직계 후손으로 약관도 되지 않은 열여덟의 나이에 택견, 검술, 궁술 등의 무예가 모두 입신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을밀의 택견은 말 그대로 입신의 경지였다.


을밀이 기합을 지르며 나무를 향해 손을 휘두를 때마다 나뭇가지에 달린 꽃잎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내리는 것이 아닌가!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아니, 눈으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입신의 경지였다.


이때는 온갖 꽃들이 만개한 2월(고려력 2월은 양력 4월에 해당한다. 고려는 고구려 후기 국호로 장수왕 때 고려로 개칭해 멸망할 때까지 사용했다)로 꽃잎이 저절로 떨어질 시기가 아니었다.


혼연일체가 된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에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이제 겨우 열여덟의 을밀이 이같은 입신의 경지에 이른 무공을 지녔으리라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택견으로 심신을 수련한 을밀은 어느 순간부터 손을 내질러 택견을 펼칠 때마다 강맹한 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을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가 어찌나 강맹한지 나뭇가지에 달린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은 물론 나뭇가지까지 꺾일 정도였다.


을밀이 무예를 수련하는 장소인 모란봉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뭇가지들이 꺾여 땅에 떨어져 있었지만, 오늘은 손의 힘을 조절해 나뭇가지는 꺾지 않고 나뭇가지에 달린 꽃잎들만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풀 한 포기마저 함부로 뽑지 말라는 할아버지 을지현의 가르침에 따라 나뭇가지는 꺾지 않고 꽃잎들만 떨어지도록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얍!"


목청껏 기합을 지른 을밀은 마지막 택견 동작으로 혼신을 다해 커다란 나무 하나를 향해 양손을 휘둘렀다.


바로 그 순간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뿌지직!


높이가 10장(약 30m, 1장 약 3m)이 넘는 커다란 나무가 마치 도끼에 잘려나간 듯 두 동강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양손에서 뿜어져 나온 기에 십장이 넘는 커다란 나무가 두 동강나버리자 을밀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을밀은 속이 썩은 나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동강난 나무를 번쩍 들어 유심히 살펴보았다.


"속이 썩은 나무가 아닌데......"


을밀은 두 동강난 나무 옆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향해 혼신을 다해 양손을 휘둘러보았다.


이번에도 '뿌지직'하고 커다란 나무가 두 동강나버리자 이때서야 을밀은 자신의 양손에서 나온 기에 커다란 나무가 두 동강난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검기도 아니고 수기에 커다란 나무가 두 동강나다니...... 드디어 나의 택견이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천하에 검기로 나무를 두 동강낸 사람은 있어도 손에서 뿜어져 나온 수기로 나무를 두 동강낸 사람은 을밀이 유일했다.


을밀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선배 선인들조차 해내지 못한 일을 내가 해내다니......"


바로 이때, 누군가 모란봉 쪽으로 걸어오는 발소리가 을밀의 귀에 들려왔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 을밀이 발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쓴 인영 하나가 모란봉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허리에 쌍검을 찬 채 눈 부분만 두 개의 구멍이 뚫린 검은 복면을 쓴 검은 옷의 인영은 몸매가 대단히 가녀린 것이 여인이 틀림없어 보였다.


을밀은 생각했다.


'몸매를 보면 여인이 틀림없어 보이는데, 대체 누굴까?'


어느새 검은 복면인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을밀이 대뜸 물었다.


"그대는 누구시오?"


검은 복면인은 양손으로 자신의 허리에 찬 쌍검을 가리켰다.


"내가 누구인지는 알 것 없고, 검술이나 겨루어 봅시다."


을밀의 예상대로 검은 복면인의 목소리는 여인의 목소리였다.


여인의 목소리에는 보통 여인은 범접하기 힘든 고귀한 기품이 흘러 넘쳤다.


을밀은 목소리만 들어도 유서깊은 가문 여인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을밀은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이 몸은 여인과는 검을 겨룰 마음이 없소."


을밀이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검은 복면의 여인이 콧방귀를 뀌며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흥, 여인과는 검을 겨룰 마음이 없다니, 이 몸이 여인이라 무시하는 것이오?"


을밀은 고개를 저으며 정중히 말했다.


"아니오. 여인이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인이라 소중히 여기는 것이오."


검은 복면의 여인은 오해가 풀린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왼쪽 허리에 찬 검을 잡은 채 말했다.


"이 몸이 여인이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응당 대련을 받아주는 것이 마땅하오."


그러고는 오른쪽 허리에 찬 검을 검집 채 뽑아 을밀에게 던져주었다.


"그대는 검이 없으니 이 검을 쓰시오."


을밀이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검을 받는 순간, 검 손잡이에 박힌 진귀한 옥구슬이 시야에 들어왔다.


검 손잡이에 진귀한 옥구슬이 박힌 것으로 보아 보검이 틀림없어 보였다.


을밀은 어떤 검인지 호기심이 들어 그만 검집에서 검을 빼내고 말았다.


챙!


을밀이 검집에서 검을 뽑는 순간, 검은 복면의 여인도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그대도 나도 검집에서 검을 뽑았으니 이제 검술을 겨루는 일만 남았소."


을밀은 단지 검을 뽑아 살펴보려 한 것이지만, 검은 복면의 여인이 이렇게 우기니 대련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을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을 도로 검집에 꽂아 검은 복면의 여인에게 돌려주었다.


"좋소. 한번 대련해봅시다. 허나, 이 몸은 검을 잘 쓰지 않으니, 적수공권으로 대련하겠소."


을밀이 돌려준 검을 허리에 다시 찬 검은 복면의 여인은 을밀이 적수공권으로 대련하겠다는 것이 못마땅한 듯 왼손에 든 검을 치켜든 채 콧방귀를 뀌었다.


"흥, 검을 든 사람을 상대로 적수공권으로 대련하겠다니! 내가 여인이라 얕잡아 보는 모양인데, 후회하지나 마시오!"


이 말이 끝나는 동시에 검은 복면의 여인이 검술 자세를 취했다.


"내가 검을 들었으니 일초를 양보하겠소. 그대가 먼저 공격하시오!"


검은 복면의 여인이 검술 자세를 취하는 순간, 을밀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날렵한 동작으로 검술 자세를 취하는 모양세가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말하고 있었다.


'저 여인의 검술이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부상을 입히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구나.'


잠시 생각하느라 침묵하던 을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오! 그대가 이 몸에게 대련을 신청한 것이니, 그대가 먼저 공격하시오!"


검은 복면의 여인은 또 다시 콧방귀를 뀌더니 허리에 찬 검을 가리키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흥, 내, 미리 경고하는데, 이 보검은 천하제일의 보검이오. 적수공권으론 나를 상대하기 쉽지 않을 터이니 대련 중이라도 그대의 생각이 달라진다면 언제든 내 검을 빌려주겠소."


을밀은 두 손을 모아 정중히 말했다.


"호의는 고맙소만, 이 몸은 원래 검을 쓰지 않으니, 그대가 여인이라 얕잡아 보는 것이라고 오해하지는 말아주시오."


검은 복면의 여인은 을밀이 자신이 여인이라 얕잡아 보고 적수공권으로 대련하려는 줄 알고 자존심이 상했었는데, 을밀이 이렇게 말하자 이전과는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그 누구를 상대하던 적수공권으로 상대하는 모양이오."


을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


검은 복면의 여인은 이제는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검술 자세를 취했다.


"좋소. 내가 먼저 공격하겠소!“


을밀이 대련 자세를 취하자 검은 복면의 여인은 검을 치켜들어 공격 자세를 취했다.


"일초요!"


이 말을 외치는 동시에 검은 복면의 여인이 검을 휘두르는 순간, 을밀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번개치듯 전광석화처럼 휘두른 검은 복면의 여인의 검에서 실로 엄청난 내공이 실린 검기가 뿜어져 나온 것이다.


휘이익!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번개처럼 날아온 검기는 을밀이 반사적으로 손을 내뻗어 뿜어져 나온 수기에 막히고 말았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를 검기라 하고,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를 수기라 하는데, 검은 복면의 여인의 검에서 내뿜은 검기가 을밀의 손에서 내뿜은 수기에 막힌 것이다.


순간, 을밀의 입과 검은 복면의 여인의 입에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똑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검은 복면의 여인은 자신이 번개처럼 날린 검기를 을밀이 손으로 막아낸 사실에 놀란 것이고, 을밀은 사내도 아니고 여인의 검에서 엄청난 내공이 실린 검기가 뿜어져 나온 사실에 놀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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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선인 을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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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 17.12.20 242 0 -
34 연황후와 독대한 열째 하인 17.12.07 380 5 13쪽
33 열째 사형의 거짓말 17.12.04 338 3 12쪽
32 을밀과 동귀어진하기로 작정하다 17.12.01 334 4 13쪽
31 모란봉을 찾아온 검은 복면의 사내 17.11.28 346 4 13쪽
30 안학공주에게 궁 외출을 금지시킨 연황후 17.11.24 356 5 13쪽
29 을밀에게 진검 승부를 제안한 안학공주 17.11.21 485 6 13쪽
28 안학공주와 상의해 결정하기로 결심하다 17.11.15 410 7 11쪽
27 마음의 병 17.11.11 417 5 11쪽
26 연황후와 을지현의 과거를 말하기 시작한 첫째 하인 17.11.09 406 7 11쪽
25 을밀의 첫번째 패배 17.11.06 466 8 11쪽
24 연광의 하인 열명의 정체 17.11.02 440 6 11쪽
23 혼검일체의 경지에 이른 안학공주 17.11.01 508 7 11쪽
22 연화의 사형이 된 을밀 17.10.29 597 6 11쪽
21 을지현과 연황후의 옛 관계 +2 17.10.28 510 8 10쪽
20 연화와 안학공주의 검술 대련 17.10.25 595 7 10쪽
19 을지현과 연화의 검술 대련 17.10.23 472 9 11쪽
18 혼검일체의 경지에 이르다 17.10.22 654 9 11쪽
17 검 하나로 안학공주의 쌍검을 상대하기로 한 을밀 17.10.21 504 8 11쪽
16 모란봉을 다시 찾아온 안학공주 17.10.20 543 9 11쪽
15 신두수 대제의 무예 대회의 규정 +2 17.10.18 571 7 11쪽
14 연황후와 을지현의 관계 17.10.17 619 8 11쪽
13 연황후 17.10.16 824 13 11쪽
12 검은 복면의 중년 여인의 정체 17.10.14 644 11 11쪽
11 을밀에게 대련을 청한 검은 복면의 중년 여인 17.10.13 640 10 11쪽
10 조건부로 혼담을 내건 문자왕 17.10.12 929 16 11쪽
9 안학공주의 비밀 17.10.11 705 9 11쪽
8 안학공주의 조언 17.10.10 758 13 11쪽
7 을밀과 안학공주와의 첫 대면 17.10.09 854 13 11쪽
6 안학공주 17.10.07 892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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