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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이순신 연대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03.01 20:00
최근연재일 :
2020.10.27 22: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79,793
추천수 :
903
글자수 :
226,887

작성
20.10.12 12:00
조회
478
추천
7
글자
7쪽

학익진을 펼쳐라!

DUMMY

바로 이때였다.


"추격을 중지시키시오!"


그새 사이칸을 뒤쫓아온 허허리가 외친 것이다.


사이칸은 이러한 허허리가 못 마땅한 듯 찌푸린 얼굴로 외쳤다.


"복만 전하의 명입니까?"


사이칸은 누르하치의 명이 아니라면 추격을 중지시킬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허허리는 땅에 널려 있는 조총과 군량을 번갈아 가리켰다.


"조총은 무거워 버렸다 쳐도, 군량마저 버린 것을 보면 필시 매복이 있는 것이 틀림없소!"


허허리는 조선군이 매복이 있는 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군량을 버린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이때 슈르하치가 이끄는 기병들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이칸은 뒤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복만 전하의 명이 아니라면, 패륵께서 오고 계시니 이만 떠나겠습니다!"


"부인! 복만 전하의 명을 받아낼 터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허허리가 다급히 외쳤지만, 사이칸은 이미 떠나버렸다.


허허리는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유인 작전이 틀림없으니 복만 전하를 설득해 막아야 한다!'


이런 생각에 허허리가 말머리를 돌리는 순간, 맨 앞렬에서 달려오는 슈르하치와 마주쳤다.


"허허리! 자네는 조선군이 남긴 조총과 군량이나 줍도록 하게!"


허허리가 싸울 생각이 없는 것을 알고 빈정거린 것이다.


'복만 전하를 설득하려면 조총과 군량을 보여드려야겠군!'


이런 생각에 허허리는 슈르하치의 말뜻을 알면서도 고개를 조아렸다.


"패륵의 말씀대로 조총과 군량을 줍겠으니, 백 명의 병사만 내어주십시오."


슈르하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대신, 조총과 군량을 주운 것은 내 병사들의 공으로 돌려야 하네!"


허허리는 고개를 조아렸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복만 전하께 패륵의 병사들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허허리는 슈르하치가 떠나고 나자 백여 병사들에게 명했다.


"군량과 조총을 하나도 빠짐없이 주워 가져오라!"


허허리가 병사들을 시켜 한 곳에 모아놓고 보니, 조총은 2백여 자루, 군량은 천여 명이 열흘간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허허리는 곰곰이 생각했다.


'열흘간 먹을 군량을 버렸다면 필시 조선군의 군량은 얼마 남지 않았을 터 매복이 아니라면 속전속결을 노리는 것이 틀림없다!'


보통 병사들이 소지하고 다니는 군량은 보름 정도의 분량이었으니 조선군의 군량이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추측할 수 있었다.


때마침 누르하치가 대군을 이끌고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허허리는 누르하치 쪽으로 말을 몰아 달려가 보고했다.


"복만 전하! 소신이 패륵께서 주신 병사들을 시켜 조선군이 버리고 간 조총과 군량을 모두 모았으니 유심히 살펴보소서!"


'복만 전하께서 조선군의 유인 작전임을 깨달으셔야 할 텐데.'


허허리는 누르하치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고 있었다.


누르하치는 군량은 눈 여겨 보지도 않고 조총만 쳐다보며 입이 찢어질 정도로 기뻐했다.


"허허리야! 네가 이렇게 많은 조선군의 조총을 확보했구나! 기술자를 시켜 조총을 만드는 법을 알아내면 큰 힘이 될 터, 네 공이 크다!"


누르하치는 벌써부터 조총을 만드는 법을 알아낼 생각 뿐이었다.


"총탄도 확보했느냐?"


누르하치가 묻자 허허리가 고개를 저었다.


"총탄은 물론 화약도 없었사옵니다."


여진군은 조총만 발견했을 뿐, 총탄과 화약은 보이지 않았다.


총탄과 화약 모두 진천뢰를 만드는데 써버렸으니, 설령 작전상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가 없었다.


조선군이 급히 도망치느라 조총을 버렸다면 화약과 총탄도 함께 발견되었어야 정상이었지만, 누르하치는 승리감에 도취해 있어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조총은 원래 왜의 무기가 아니더냐? 총탄과 화약은 왜에 기술자를 보내 배워 만들면 될 것이다."


이때 허허리가 들떠있는 누르하치에게 말했다.


"하오나, 복만 전하, 조선군이 조총만 버린 것이 심히 이상하지 않사옵니까? 군량도 천여 명이 열흘간 먹을 분량이라 대부분 버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필시 아군을 유인하려는 계책이 틀림없사오니, 매복에 대비해야 할 것이옵니다."


누르하치는 허허리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후 입을 열었다.


"허허리, 네 말에도 일리가 있으나, 불과 천여 명 뿐인 조선군에게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냔 말이다! 쓸데없는 걱정말고, 조총이나 병사들에게 명하여 잘 간수토록 하거라."


그리고는 병사들에게 명했다.


"선봉군을 따라 진격한다!"


누르하치가 떠나려는 순간에 허허리가 외쳤다.


"복만 전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소신에게 일만의 병력만 나눠주소서! 조선군은 진천뢰라는 무서운 무기가 있으니 마땅히 매복에 대비해야 할 것이옵니다!"


누르하치는 허허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허허리, 네게 오천을 줄 테니, 아군의 후방에 매복이 있는지 살펴보거라. 전방은 네 아내, 사이칸이 살펴볼 터이니."


전방은 사이칸에게, 후방은 허허리에게 맡기면 안전해진다는 것이 누르하치의 생각이었다.


허허리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조아렸다.


"그럼, 소신이 오천의 병력으로 매복에 대비토록 하겠사옵니다."


이 무렵, 일천여 조선군이 평야에 진입했지만, 눈에 보이는 여진군은 일만여 병력 뿐이었다.


송희립은 허탈한 듯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조총과 식량만 버린 셈이군!"


유형은 동의하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를 것입니다!"


유인 작전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고는 병사들에게 명했다.


"학익진을 펼쳐라!"


유형의 명이 떨어지자 일천여 조선군이 학익진을 펼쳤다.


이제 막 평야에 진입해 이를 지켜보는 사이칸이 중얼거렸다.


"기껏 학익진을 펼치려고 평야로 도망왔나 보군!"


그러고는 유형이 있는 조선군의 정중앙을 가리키며 외쳤다.


"학익진은 정중앙이 급소이니, 조선군 대장이 있는 정중앙을 집중 공격하라! 공격!"


조선군이 학익진을 완성하기 전에 공격에 나선 것이다.


바로 이 순간, 이순신은 산위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진군이 일만 뿐이니, 나머지 사만이 가세할 때까지 버텨야 할 텐데.'


이순신 역시 유형과 마찬가지로 유인 작전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머지 사만 대군이 가세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이순신의 작전이었던 것이다.


유형이 외쳤다.


"우리 조선 수군은 명량해전 때도 일천여 병력으로 오만이 넘는 왜군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었었다! 용감하게 맞서 싸우기만 하면 적군은 아군의 적수가 못 될 터, 용감하게 맞서 싸우라!"


실제로 명량해전 때 왜군의 병력이 오만이 넘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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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완벽한 승리를 노리다 20.10.20 459 8 7쪽
51 항복 20.10.18 564 9 7쪽
50 조선군의 정중앙을 뚫어라! 20.10.17 494 9 7쪽
49 허장성세 작전 20.10.15 444 8 7쪽
48 후위군만 남기고 전군 진격! 20.10.14 506 7 7쪽
» 학익진을 펼쳐라! 20.10.12 479 7 7쪽
46 조총을 모두 버려라! 20.10.10 490 8 7쪽
45 통제공이시다! 20.10.09 532 9 7쪽
44 이제 곧 여진의 대군이 쳐들어올걸세 20.10.08 480 5 7쪽
43 부진타이와 손잡으소서! 20.10.06 488 5 7쪽
42 조선군을 이길 계책이 있느냐? 20.10.05 488 6 7쪽
41 완벽한 승리 20.09.29 585 6 7쪽
40 전투 태세를 갖추도록 하게 20.09.28 539 5 7쪽
39 가짜 진천뢰 20.09.26 491 5 7쪽
38 공중에서의 재회 +1 20.09.25 520 6 7쪽
37 나를 대신해서 지휘해다오! +1 20.09.24 549 5 8쪽
36 진천뢰를 던지겠네! +1 20.09.23 549 5 7쪽
35 유옹금을 죽인 이완을 향해 복수를 다짐한 사이칸 +2 18.04.24 1,352 15 11쪽
34 이순신과의 결전을 결심한 누르하치 +3 18.04.19 1,275 15 10쪽
33 압록강으로 군대를 돌린 이순신 +3 18.04.15 1,298 15 10쪽
32 비차의 폭격 +1 18.04.14 1,135 15 9쪽
31 갈대밭에 매복한 동악부 여진족의 기습 +4 18.04.13 1,162 15 12쪽
30 1천여 경상우수영군을 없애기로 결심한 사이칸 +1 18.04.12 1,158 14 10쪽
29 사이칸의 임무 +1 18.04.10 1,148 10 9쪽
28 동악부의 여걸 사이칸 +3 18.04.07 1,185 11 9쪽
27 천하의 영걸 누르하치 +1 18.04.04 1,401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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