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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tion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한 내 캐릭터들이 너무 강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세당
작품등록일 :
2020.09.17 13:07
최근연재일 :
2020.10.0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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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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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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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인턴십

DUMMY

“역시 스케일이 다르구만.”


황량한 땅 위에 목소리 하나가 더해졌다.


“인턴 첫 날부터 폐쇄구역 청소라니.”


남자의 목소리에 다른 인원들은 겉으로는 묵묵부답이었지만 내심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폐쇄구역은 최소 B급 이상의 헌터들로만 구성된 파티가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함께 걷고 있는 4명의 인원 중 가장 높은 급은 C급에 불과했다.


“이건 완전 걸음마도 안 하고 뛰라는 격 아냐?”

“조용히 좀 해. 48번.”


45번의 말에 인상을 팍 쓰는 48번.

나도 때마침 재잘대는 48번의 목소리가 듣기 싫어진 참이었다.


“아, 참 재미없는 사람들이네.”


그는 볼멘소리를 하며 바닥에 침을 찍 뱉는다.


“왜들 그렇게 진지해? 설마 정말로 우리끼리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페쇄구역 C99.

옛 강동구의 한 지역인 이곳은 크리처의 지속적인 범람으로 인해 폐쇄된 곳이었다.

최근 정부에서 안전구역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엔데버가 맡은 C99는 근 3개월에 걸쳐 청소가 95프로 이상 완료된 상태, 나머지 5프로는 새내기들에게 맡겨진 참이었다.


그러나 고작 5프로라고 해도 C급 이하에 불과한 헌터들에게는 고난과 역경을 경험하기에 충분한 환경이었다.

인턴십 총 책임자인 이연수는 이 과정에서 적어도 20프로 이상의 사상자가 나올 거라고 확신할 정도였으니까.

경험이 풍부한 A급의 진언에 사람들은 갑작스런 추위를 맞이한 새싹마냥 오들오들 떨 수밖에 없었다.


“오우거가 누구네 개 이름도 아니고 말이야.”


오우거.

흔히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거대한 괴물과 흡사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오우거는 거체와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하는 거인종이었다.

오우거는 한때 이형종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한 사회성을 가진 종이었지만, 인류와는 일절 대화하지 않고 무조건 적대시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안 그래 토끼?”


토끼.

그래, 번호로 불리는 것보다야 낫지.

그렇게 합리화하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조용히 하라고 했다?”

“아이고. 한 대 치시겠어?”


그러자 앞서가던 45번이 홱 돌아선다.

그는 정말로 화가 난 듯 왼쪽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을 태세였다.


“어이, 진정해. 그냥 농담일 뿐이라고.”


48번이 항복의 의미로 두 손을 들었지만 45번의 눈은 여전히 번들거리고 있었다.


“싸우지들 마세요. 우리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때잖아요?”


그러자 단발머리가 이상적인 50번이 손을 저으며 둘 사이를 가로 막았다.


“봐봐, 꼴찌도 싸우지 말라잖아.”


그녀의 행보에 48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꼴찌 아니거든요?!”

“토끼 빼면 꼴찌잖아?”

“아무튼 아니에요!”


50번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자 참다못한 45번은 몸을 홱 돌려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가, 같이 가요!”


부리나케 쫓아가는 50번, 그 뒤를 실실 웃으며 뒤따르는 48번. 그리고 나.

이 오합지졸의 파티가 구성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3명 혹은 4명씩 파티를 짜라는 지시에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도움 될 사람들을 찾아 나섰지만 마냥 자신보다 번호가 낮은 이들을 마냥 반길 수는 없었다.

사활을 걸어야 할 곳에서 등을 맡긴다면 당연히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 맡기고 싶을 테니까.


결국 원치 않게 리더가 된 45번의 입장에서는 이 부담을 자신이 다 떠안아야 했으니 저렇게 시종일관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주신, 정말 이대로 갈 생각이야?’


에일라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파프닐에서 수많은 오합지졸의 파티가 전멸하는 걸 보아왔던 녀석으로서 지금의 파티는 벼랑에 선 것 마냥 위태로워 보였으리라.


‘일단은 가야지. 협동심도 평가 항목이니까.’


협동심은 이미 개나 줘버린 듯하지만.


솔직히 말해 단독으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애초에 파티를 구성하라는 것 자체로 파티원끼리의 조화와 협동심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미가 진하게 묻어나왔기에, 이들의 꽁무니를 쫓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파티도 밸런스가 맞아야 해먹지, 뒤에서 1등 2등 하는 놈들을 모아놓고 오우거 잡으라고 하면, 그게 뒤지라는 소리밖에 더 돼?”


투덜이 48번의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길드는 최상의 조건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뽑고 싶은 게 당연했다.

애초에 길드가 40번대에게도 희망을 걸었다면, 적어도 파티를 알아서들 짜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무장이라도 잘 주든가? 고작 이런 보급품 쥐어주고 뭘 바라는 거야?”


엔데버는 인턴 전원에게 무장을 지급했으나 그건 엔데버의 가장 말단이 사용하는 무기보다도 못한 것들이었다.

그야 아직 엔데버의 일원으로서 확정도 되지 않은 인원에게 값비싸고 수준 높은 무장을 지급하는 건 손해일 테니까.

허나, 진정한 헌터들은 무기 탓을 하지 않는 법이었다.


“안 그래?”

“48번 씨, 귀 아파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꼴찌! 너까지 이러기야?”

“저 꼴찌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반말하지 마세요. 언제 봤다고 자꾸 반말이에요? 양아치 같이 생겨가지고···.”

“야, 양아치?”

“쉿.”


어느덧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선 일행은 45번의 신호에 부리나케 건물 뒤로 몸을 숨겼다.

45번의 말대로 놀이터처럼 보이는 곳 한 가운데 5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거체가 서 있었다.

그것은 거무튀튀한 무언가를 손에 쥔 채 육포 씹듯 입을 질겅이고 있었다.


“야, 정말 우리 넷이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그렇게 무서우면 꺼져 겁쟁이 새끼야!”


48번의 딴지가 다시 시작되자 45번이 결국 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러자 48번은 그의 손을 뿌리치면서 역으로 들러붙었다.


“난 현실을 말하는 거야! 우린 먹고 살기 위해 이 짓을 하는 거지 뒤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차라리 할 거라면 다른 파티가 칠 때 같이 들어가는 편이 나아.”


말투는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48번이 가장 합리적인 태도였다.

여기서 오우거를 사냥해본 사람은커녕 처음 보는 사람들만 있었으니까.


“같이 들어가? 하!”


45번은 코웃음을 쳤다.


“이건 경쟁이야. 먼저 잡는 놈이 이기는 거라고. 난 반드시 위로 올라가야 해. 너희들처럼 콩고물이나 떨어지길 바라면서 기다릴 생각은 전혀 없어.”

“안 기다리면?”


문득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주위가 쏠린다.


“그럼 가서 재롱이라도 부릴 생각인가?”


그곳엔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재밌다는 듯 킬킬거리고 있었다.


“설마 고작 오우거 하나 가지고 실랑이 벌이고 있는 거 아니죠, 여러분?”

“에이, 설마.”


25, 28, 29.

누가 제일 거만한지 순위를 매기듯, 그들 왼쪽 가슴에는 20번대의 번호가 적혀 있었다.


“거기서 구경들이나 하쇼. 싸우지들 말고.”

“···젠장!”


잔뜩 거들먹거리며 멀어지는 그들을 보며 45번은 주먹으로 벽을 쳤다.


하지만 난 그와 반대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오우거를 빼앗기는 건 아깝긴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채 출발선에 서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었으니까.

이참에 싸움 방식을 봐두면 분명 언젠가는 도움이 될 터였다.

뒤쳐진 건 그때 가서 따라잡으면 그만이다.


콰앙!


“크아아아아!”


곧이어 전투가 시작되자 아파트 단지로 쩌렁쩌렁한 굉음이 휘몰아친다.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수준의 포효.

하지만 20번대의 번호에 걸맞게 앞서 나간 셋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오우거를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전위의 탱커가 방패로 거체의 공격을 막아내면 후위에 있던 원소술사가 불을 뿜어냈다. 이에 놀란 오우거가 비틀대자 사람 몸통만한 도끼가 휘둘러지며 오우거의 팔을 단숨에 베어냈다.


“끄오오오오!”


말 그대로 완벽한 레이드.

하지만 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이상한데?’

‘뭐가?’


그 의구심에 의문을 더하는 에일라.


‘오우거는 단체 활동을 한다고 들었거든. 근데 저 놈은 보란 듯이 혼자 있단 말이지?’


오우거의 가장 무서운 점은 단단한 육질도, 녀석들이 들고 다니는 육중하고 거대한 무기들도 아닌, 떼로 지어 다닌다는 점이었다.

보통 거대한 것들이 개별 활동을 한다는 선입견은 오우거 앞에서만큼은 산산조각나기 마련이었다.


‘역시 함정일까?’

‘나는 그렇다고 봐.’


“끄어어어어!”


문득 사납기만 하던 포효가 구슬프게 우는 듯이 바뀐다.


“끄오오오!”

“으어어어!”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슷한 느낌의 울림.


“뭐, 뭐야!?”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리고,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우거의 무리였다.

온몸을 철갑으로 덧댄 모습은 마치 습격자가 올 걸 대비라도 한 듯한 만반의 태세였다.


“젠장! 지원을 불러!”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지급된 신호탄을 쏘지만 그들은 결국 삽시간에 모여드는 오우거 떼에게 둘러싸여버렸다.


“아아악!”


비명과 함께 방패를 들고 있던 이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부러진 도끼가 바닥에 이리저리 구르며 불을 쏘던 이는 이미 흔적조차 보이지도 않았다.


“맙소사.”


그 모습을 지켜보던 48번은 감히 입을 다물지 못했고 마음만 앞서던 45번 역시 형언할 수 없는 참혹한 광경에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어, 어떡해요!”


50번이 발을 동동 구르지만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이제 없었다.


“저기에 우리가 있었다고 생각해 봐, 상상만 해도 끔찍···.”

“지금 들어가면 되겠는데?”

“뭐?”


48번이 귀를 후비면서 다시 묻는다.


“내가 잘못 들었나?”

“지금이 기회라고.”

“그게 무슨···.”


48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일라의 발은 오우거들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개소리야!’라는 말이 뒤늦게 들려왔지만, 나는 발걸음을 돌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눈앞의 다 된 밥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는 없었으니까.



*



“제대로 물었군.”


한태훈은 오우거들에게 찢겨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쿡쿡 웃었다.


“아아, 인재들이···. 아까워라.”


그 옆에 서 있던 김혜진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그들의 어깨에는 엔데버를 상징하는 노란 색의 피라미드 문양이 새겨진 패치가 붙어 있었다.


“어차피 죽을 녀석들이었어. 이 정도면 꽤나 요긴하게 쓰인 목숨인 셈이지.”

“태훈 씨는 언제나 쌀쌀맞아요.”


잠시 일그러졌던 김혜진의 얼굴에 여우같은 미소가 드리워진다.


“장작은 타야하는 법. 이제 뜨겁게 타올랐으니 확실하게 쓸어버리면 되겠어.”


마치 사자의 갈기털 같은 머리를 쓸어 넘긴 그는 금방이라도 뛰어내릴 것처럼 아파트 난간에 발을 올렸다.


“음?”


거사를 치르려던 그의 몸이 우뚝 멈췄다.

그도 그럴 게, 오우거의 무리로 향하는 단신이 하나 있었으니까.


“장작 하나가 더 있군요?”


부채를 펼친 김혜진은 올라간 입꼬리를 슬며시 가렸다.


“하!”


한태훈은 막무가내로 치닫는 그 모습에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그의 시선은 오우거가 아닌 하늘로 쏘아져 오르는 푸른 불꽃의 화살을 향하고 있었다.


‘화살에 저런 묘한 기술을 부린 것은 용하다만, 정말로 쓸데없는 짓이구나.’


그렇게 생각한 찰나였다.

불현 듯 하늘로 쏘아진 화살이 강렬한 빛과 함께 사라졌다.


“이, 이건···?”


김혜진의 부채가 파르르 떨렸다.

그건 결코 그녀의 의사가 아닌, 공기를 뒤흔드는 엄청난 파동 때문이었다.

이어서 벌어진 일은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쐐애애액!


수십, 아니 수백, 수천 개의 화살이 오우거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이럴 수가.”


한태훈은 난간에 올렸던 다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처리하기로 예정 되어있었던 오우거의 무리는 이미 푸른 화염에 휩싸여 처절한 절규와 함께 타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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