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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tion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한 내 캐릭터들이 너무 강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세당
작품등록일 :
2020.09.17 13:07
최근연재일 :
2020.10.0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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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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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DUMMY

이른 아침, 헌터 지원 창구.


“어서 오···.”


호출 벨을 누른 젊은 접수원의 표정이 의아함에 차오른다.


“접수 하시나요?”

“네.”


그녀는 휠체어 위에 놓여 미동도 하지 않는 내 다리를 흘끗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여긴 헌터 지원 창구인데요.”


마치 여자 화장실에 들어온 남자를 보는 것 같은 시선.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의 내 모습은 다리도 못 쓰는 사람은 총도 없이 전쟁터에 나온 병사나 똑같았으니까.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알고 있는데요.”

“네?”

“저는 그냥 대리인이고요. 지원자는 이쪽이에요.”

“아! 죄송해요.”


접수원은 내 뒤에 서 있던 에일라를 보며 미안한 듯 어색하게 웃었다.


“신분증 좀 주시겠어요?”


물론 가상 세계에서 넘어온 에일라에게 신분증이 있을 리 만무했고, 접수원에게 내민 것은 한 장의 종이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종이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던 접수원의 표정에 또다시 의아함이 떠올랐다.


“이형종··· 이세요?”


제출한 것은 다름 아닌 이형종 증명서였다.

이형종 증명서는 오로지 이형종만이 발급받을 수 있는 증명서였다. 치외법권 지대를 제외한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고나 피해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보호자 및 대리자가 있으면 발급이 가능했고 이 증명서 하나로 일자리를 구하는 등의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문제라도 있나요?”

“그건 아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있었다.

이형종이라함은 본래 지구에 있는 생명체가 아닌 존재를 일컫는 말이었으니, 에일라도 마땅히 그 범주 안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에일라는 다른 이형종들처럼 눈이 세 개 이상이 있는 것도, 온몸에 털이 수북하게 난 것도 아닌, 어딜 살펴보든 영락없는 인간이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마치 도화지에 그려낸 것 같은 그림 같은 외모랄까.

접수원은 당황하며 증명서가 가짜인지 확인하려는 듯 꼼꼼하게 살펴보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제출한 증명서는 이형종 관리소에서 제대로 승인 받은 진짜배기였다.


‘진짜잖아?’


검증 코드를 확인하고 이쪽을 바라보는 접수원의 표정이 딱 이런 느낌이었다.


“오늘 신청하셨으니 다음 주까지는 연락이 갈 거예요.”

“감사합니다.”


떨떠름하게 안내하는 접수원의 표정에 나는 싱긋 미소 지었다.



*



던전은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크리처가 출몰하기 때문이라는, 그런 시답잖은 이유는 단순히 명목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길드라는 합법적 무력 단체를 끌어들여 공략하도록 법제화 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던전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짐승이 죽어 가죽을 남기면, 그 가죽은 하나의 재화로 인정을 받듯.

크리처가 죽어 남긴 모든 것은 재화로써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았다.

인류에게 크리처란 실험체이기도 했고 장식품이 되기도 했으며 때로는 소유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니까.


말 그대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존재는 이따금 터무니없는 가치를 인정받기도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던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헌터들은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단체인 길드나 PMC(민간 군사 기업)에 가입했고, 각성하지 못한 이들은 던전에서 나오는 재화를 매입하여 가공 후 판매하거나 던전에 들어가는 헌터에게 생존에 필요한 물품과 무기를 판매하는 유통 서비스에 몰두했다.


이는 격변으로 인해 심각하게 침체된 대한민국의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구심점을 찾고 있는 정부가 놓칠 리 없었다.

결국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던전의 발현은 어느 새 필요한 일들 중 하나가 되었고 던전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 법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그 조건은 대충 이러했다.


첫째, 각성자여야할 것.

둘째, 헌터 테스트를 통과할 것.

셋째, 길드에 소속 되어있을 것.


일반인에 불과한 나는 단 하나도 충족시킬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에일라의 몸을 빌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물론 돈을 보고 그러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이었다.

부모님의 사망 보험금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고 최근에 꽤 모았던 돈도 집세 몇 번을 내면 끝일 정도였으니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몸뚱이로 돈을 번다는 생각은 사치였고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건 혜성처럼 등장한 에일라밖에 없었다.


‘이제 조금 실감이 나네.’


접수원의 말대로 가까운 시일 내에 연락이 왔고, 나는 에일라와 함께 1차 실기 시험을 보러 가까운 시설을 찾은 참이었다.

당연히 내 몸은 집에 둔 채로 말이다. 관계자 대기실에 살아 있는 고기 인형을 제공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아직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하지만 원하면 언제든 에일라에게 접속했다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주신, 긴장했어?’

‘···조금?’


에일라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시험이란 것은 늘 사람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보이고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려운 것이었으니까. 한 순간의 사고로 다리를 잃고 삶까지 포기했던 나에게는 더더욱.


‘난 왠지 재밌을 것 같아!’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한껏 나 자신을 뽐냈던 세계의 ‘또 다른 나’와 함께 있다.


“그럼 시험장으로 이동하시겠습니다.”


시험 감독관의 말을 끝으로 실기 시험이 시작되고 각자 지원한 분야에 따라 고사장이 나누어졌다.

나와 에일라가 지원한 것은 원거리 계열의 ‘스나이퍼’였다.

헌터의 계열은 크게 원거리와 근거리, 총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가장 자신 있는 계열을 선택하여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따는 방식이었다.


‘사람이 생각보다 없네.’


길에 치이는 게 각성자라고 생각했건만, 대기실에는 열 명 남짓한 인원이 앉아있었다.


“첫 번째 시험은 원거리 타격 시험입니다. 대기실에 앉아 계시다가 번호가 호명되면 입장하시면 됩니다.”


대기실에 들어서자 감독관이 사람들을 향해 확성기를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원거리 타격시험이란 원거리를 맞출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말 그대로 기초를 확인하는 수준이라는 것.

하지만 아무리 쉬워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실수란 건 예상치 못할 때 오는 법이었으니까.


“아니 이걸 어떻게 맞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먼저 시험을 치른 시험자가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간다.

그는 아마 떨어진 모양이었다. 탈락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은근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다음 3번 분, 입장하세요.”

‘우리네.’


감독관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서자 실내 사격 시험장과 같은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무슨 냄새지?’


문득 에일라가 의아함을 표했다.

코를 찌르는 그 냄새는 분명 익숙한 것이었다.


‘화약 냄새야.’


총은 좋든 싫든 여전히 인기였다.

그야 구하기도 쉬울뿐더러 지금의 정부는 등록만 하면 누구든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단단한 껍질을 가진 크리처를 상대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시대에 맞춰 무기는 진화했고 대 크리처용 각성자 무기류에는 총 계열이 차고 넘쳤다.

한국에서 총기 소지를 허가하면 필시 난장판이 될 거라는 말이 많았었지만 결과는 예상 외로 잠잠했는데, 범죄에 총이 사용되는 경우가 잦아지긴 했어도 생각보다 신중하게 다루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3번 수험자. 사용하시는 무기가 뭔가요?”

“활입니다.”


감독관의 물음에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지만 역시나 그는 의외라는 시선을 보낸다.

그건 좋은 무기가 널리고 널린 오늘 날 구시대적인 무기를 고집하는 ‘괴짜’를 보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지 못한 게 있으니, 괴짜는 대부분 천재인 법이다.


잠시 후, 그가 패널을 조작하자 나와 에일라의 앞에 있던 단상이 회전하며 활이 나타났다. 그건 합금으로 만들어진 현대식 컴파운드 보우였다.

생긴 건 투박하고 무게도 은근 나가서 뭔가 손에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


‘이 막대기는 뭐야?’


에일라도 불만인지 한술 더 뜬다.


‘그냥 가지고 있는 걸로 하면 안 돼?’

‘안 돼. 시험 규칙에 어긋나면 바로 탈락이야.’

‘한숨 쉬고 싶어.’


“에휴.”


에일라 대신 한숨을 내쉬자 준비를 마친 감독관이 입을 열었다.


“시험 방법은 간단합니다. 소지하신 무기로 눈앞에 나타나는 목표물을 모두 맞춰주시면 됩니다. 단, 목표물은 총 20개이고 60프로 이상 맞추셔야 합격입니다. 준비가 되셨으면 발판 위로 오르시면 되겠습니다.”

“네.”


감독관의 국어책 읽는 듯한 목소리를 따라 발판 위로 올라서자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소리가 울린다.


‘주신, 준비 됐어?’


원래라면 에일라가 시험을 치러야했지만 영 내키질 않았다.

물론 에일라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험의 규칙이라든가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걱정스러움에, 첫 시험 정도는 내가 직접 해주는 편이 더 나으리란 것이 내 결론이었다.


‘걱정 마.’


삑.


발판 위에 올라서자 비프음과 함께 주먹만 한 작은 과녁 하나가 갑자기 허공에 떠올랐다.


‘홀로그램?’


반투명에 떠오른 것은 빔으로 쏘아 만들어진 홀로그램이 분명했다.

나는 주저 없이 표적을 향해 시위를 당겼고 화살이 명중하자 흐릿해지며 모습을 감추었다.


“오.”


감독관의 얼굴에 의외라는 표정이 떠오른다.

요즘 시대에 활이란 아무리 명궁일지라도 다루기 어렵고 명중률도 떨어지는 무기였으니까 말이다.


삑. 삑. 삑.


이어서 동시에 3개의 표적이 나타났다.

하나는 천장, 하나는 바닥, 그리고 나머지는 그 둘 사이의 정 가운데에 있었다.


팅. 팅. 탱!


연달아 줄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석궁을 벗어난 화살이 연달아 목표물에 명중한다.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모여들어 흥미로운 듯 지켜보는 감독관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요즘 시대에 활을 주력으로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으니, 그들은 마치 달인의 행보를 지켜보는 이들 같았다.


‘이젠 움직이는 구나?’


그 다음 나타난 것은 움직이는 표적이었고, 그 다음은 점멸하며 움직이는 표적이었다.

특히 날아다니는 벌레처럼 움직이는 표적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지만 에일라의 궁술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 추적 화살 ]


데미지는 낮지만 적을 타격할 수 있는 화살은 빠르게 움직이는 홀로그램을 단숨에 관통한다.


‘별거 아니네.’

‘그러게, 쉽네.’


에일라의 말에 동감한 순간이었다.


“음?”


이어서 비프음과 함께 나타난 것은 철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목표물을 가리고 있는 철판이었다.

아마도 장애물이 있을 때 목표물을 어떻게 처리하는 지 확인하는 부분 같았지만 문제는 표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물론 에일라에겐 오브젝트 뒤에 있는 적을 볼 수 있는 ‘투시’가 있었고 남은 건 철판을 어떻게 처리하는 가였다.


‘이걸 어떻게 하지? 저게 뚫리려나?’

‘굳이 뚫을 필요 있어? 그냥 뒤에 있는 것만 맞추면 되잖아? 유도살을 써.’

‘그래, 그게 낫겠어.’


신의 권능 상태에서 에일라는 조언자가 되어 더 효과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나는 녀석의 조언대로 스킬을 발동했다.


[ 유도(誘導)살 ]


완전히 다른 방향을 향해 날아가던 화살은 마치 유도 미사일처럼 꺾이며 철판 뒤에 있는 목표를 가볍게 명중시켰다.


“엇!”


그러자 지켜보고 있던 감독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뭔가 잘못됐나요?”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음···. 계속하시죠.”


난감한 기색을 보니 예상대로 장애물을 뚫는 것 시험의 목표였던 모양이었던 듯하다.

뭐 어쨌든 맞추기만 하면 된 거지.


“···허?”


어느덧 마지막 표적이 올라오고, 나는 기가 차고 말았다.

마치 해보라는 듯, 나타난 것은 거대한 장갑차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값비싼 장갑차를 시험 따위에 사용할 수는 없었으니 껍데기뿐이었지만 총알 따위는 거뜬히 무시하는 소재임은 다르지 않았다.

이미 19개를 모두 맞추었으니 합격은 기정사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오기가 생겼다.


‘저게 뭐야?’

‘공성 병기 같은 건데. 엄청 단단해. 아마 표적은 내부에 있을 거야.’

‘그럼 파우더 붐을 사용하는 게 어때?’

‘그래봤자 뚫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저건 폭탄도 버텨내니까.’

‘그러면 폭쇄살은?’

‘···그건 좋은 생각인데?’


[ 폭쇄(爆碎)살 ]


영어로 불리는 다른 스킬들과 다르게 한자어로 사용되는 이 스킬은 히든 NPC에게서 배울 수 있는 스킬이었고 맞은 상대의 체내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성격을 띠었다.

물론 폭발형 무기는 금지였지만 폭쇄살은 내부 폭발을 일으키니 안에 있는 표적만 맞추고 끝이 날 것이 틀림없다.


‘간다.’


석궁을 벗어난 화살이 장갑차에 맞는 순간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고.


콰아앙!


장갑차가 사라졌다.


“어···?”


사라진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시험장을 둘러싸던 천장과 벽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바닥은 깊게 파여 마치 미사일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넋이 나간 시험 감독관을 돌아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슬그머니 물었다.


“혹시 이거 물어내야 하는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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