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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유일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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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7:56
최근연재일 :
2024.05.30 19:2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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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9
추천수 :
70
글자수 :
119,254

작성
24.05.23 19:20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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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Chapter 7. 낭중지추(1)

DUMMY

제법 괜찮다――, 봉석을 보는 이백의 판단이었다.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기동이 가능한 보법, 생각보다 빠르게 가속하는 공격.

눈으로 읽은 전투의 가능한 양상을 봉석은 훌쩍 벗어나고 있었다.

레벨로 인한 스탯에 장비의 유무. 덕지덕지 붙은 스킬 탓이라는 건 짐작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차이가 이렇다는 건 꽤 생경했다.

첫 전투에서 아예 데미지가 안 먹히던 몬스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자신이 가진 도구를 제법 잘 사용해.’


단검을 내지르는 몸동작은 그야말로 3류 쓰레기.

하지만 순간 가속의 타이밍이나 몸을 가볍게 만들어 허공에서 회전하는 기동성은 어지간한 무공의 초식보다 유려하다.

훌륭함과 쓰레기 같음이 반복되는 느낌.

재밌었다.


“이 새끼······왜 이렇게 안 맞아!?”

“공격이 훤히 보이니까 그런 거 아니냐.”


회수하는 단검을 따라 오른발을 내디뎌 거리를 좁히는 이백.

깜짝 놀란 봉석이 왼손을 뻗어서 ‘스킬’을 사용하지만, 이건 이미 봤다.

소매에서 보이지 않는 비도, 세 자루를 날리는 공격. 옷자락을 잡아서 방향을 확 틀고 얼빠진 얼굴의 놈을 가볍게 쳤다.


데미지는 고작 50. 체력 총량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대단치는 않으리다.

발끈해서 단검을 억지로 휘두르는 꼴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그 반응까지 노린 것이 공수의 포석. 최소 다섯 수 앞까지 내다보면서 초식의 합을 짜는 것이 이백 수준의 고수다.

내리는 단검을 손자루를 쳐서 올리고 목젖과 가슴팍을 연달아 때렸다.


타격 부위 당 여러 가지 디버프가 따라오는 것이 도원경의 방식.

‘충격’으로 혼란에 봉석의 머리 위로 별 모양 띠가 빙글빙글 돌았다.

아주 잠시 반응이 느려지고 스킬이 봉인되는 상태 이상이었다.


“크윽!? 큭? 자, 잠깐!”

“쉿.”


빠악······!!


빙글빙글 도는 머리 위로 강타.

치명타에 상태 이상으로 인한 추가 데미지까지.

이번에는 그 피해량이 큰지 봉석이 휘청거렸다.


“시발, 뭐야! 이거 왜 안 풀려!”

“난잡하기 짝이 없군. 그리 싸워서야 저잣거리 아이에게도 지겠다.”

“너!”


발끈해서 단검을 휘두르니 몸이 훤히 열렸다.

옆구리를 두드려 몸을 위축시키고 턱과 낭심을 연달아 쳤다.

모조리 치명타로 들어가는 타격에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이름이 위태롭게 깜빡거렸다.

그로기 상태로 빠진 봉석이 이백 앞에 주저앉았다.


“불알 두 짝 달고 태어나서 약속은 지키겠지?”

“마, 말도 안 돼. 난 91렙이라고······”

“보디빌더가 힘 잔뜩 키웠다고 격투기 선수에게 이기는 거 봤냐?”

“자, 잠깐!!”


빠악――!


마지막 일격까지 때려 박는 이백.

봉석이 그대로 벌러덩 뒤로 자빠지자 대결 모드가 종료되었다.

격리되었던 공간 역시 원래의 상태로 복원.

남은 건 승자와 패자의 이름뿐이었다.


“좋은 말로 할 때 꺼져. 또 기웃거리다가 걸리면 반절도 안 되는 레벨에게 털렸다고 영상을 공개해 주마.”

“크으으······”


여기서 또 무슨 강짜를 부릴까.

봉석은 눈물을 머금고 귀환서를 찢을 수밖에 없었다.

빛무리의 함께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



“와와와와와.”


상황이 마무리되자 골목 어귀에서 보고 있던 연주가 달려왔다.

눈을 반짝이며 폴짝폴짝 뛰는 모양새가 콘서트에 간 팬과 다를바 없었다.


“넌 또 뭐 한다고 촐싹거려?”

“대······단해요! 삼촌 레벨 아직 40도 안 됐다면서요! 방금 그 사람은 91렙! 개고렙! 근데 어떻게 이겼어요? 가름을 혼자서 때려잡을 때도 놀랐지만, 이건 진짜 너무 대단해요!”

“승패는 단순히 능력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시스템으로 스탯과 스킬을 줬다지만, 제대로 싸움 한 번 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뭘 얼마나 강하겠냐.”

“와······멋있어. 방금 그거 백전노장 같았어요.”

“크흠. 쓸데없이 아부는.”


흠. 흠. 이백이 살짝 올라오는 콧대에 손사래를 치며 반짝이는 시선을 만끽했다.

이런 거 즐기는 성격은 아니지만, 주는 걸 마다할 필요까지는 없다.

방향까지 틀어가며 선망의 시선을 전력으로 누렸다.


『귀인. 귀인. 무사하십니까!?』


그러기를 잠시. 골목 주변을 오가는 이동형 NPC중 하나인 ‘주근깨 소년, 잭’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뭘 어쩌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손에는 돌돌 말린 신문지도 들려 있었다.


“뭔 뒷북이냐. 그놈은 이미 박살나고 튀었어.”

『헉! 유저 레벨 91인 놈을 말입니까? 귀인께서 신위를 받았다고는 하나 쪼렙 아니신지?』

“쪼렙······?”

『허억. 아, 아닙니다. 역시 귀인님이십니다! 레벨차이가 아무리 나도 일개 유저 따위는 가볍게 발라 버리시는군요!』

“뒤늦게 아부하기는. 혹시나 내가 깨질까 봐 뛰어들어온 거냐?”

『네. 헤헤헤. 저만 아니라 다들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고 이백이 골목 너머를 보니 시야에 닿는 NPC들은 죄다 힐끔거리며 보고 있다.

정해진 장소와 행동을 벗어나기 힘든 놈들의 습성을 볼 때 꽤 무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은의를 사용해서 자유를 준 것도 아니니까.


“쓸데없는 걱정이다. 그런 놈 정도는 몇 명이 와도 안 무서워. 중원에서도 내가 뭐 내공이 강해서 천하제일 소리를 들었나. 내공이든 스탯이든 전부 쓰기 나름인 거야.”

『암요. 암요. 저는 처음부터 귀인을 믿고 있었다니까요.』

“제일 못 믿은 놈이 어디서 허풍이야. 가서 기웃거리는 놈들에게 전하기나 해. 저런 얼뜨기에게 당해서 때려치울 일 없다고.”

『귀, 귀인. 저희의 근심을 알고 계시는군요!』

“말해 뭐하냐. 그러니까 가서 일 봐.”

『······아. 근데, 그럼 이건 어떻게 하죠? 다들 귀인께서 질까 봐 숨겨 놓았던 물건을 모았다고 하던데. 스킬북에 장비에 덕지덕지. 다 회수하라고 할까요?』

“스톱.”


어물쩍 거리는 ‘주근깨 소년, 잭’의 팔목을 움켜쥐는 이백.

그 어느 때보다 박력 넘치는 동작이었다.


“십시일반 날 위해 모았다고?”

『네, 네.』

“그럼, 그 성의를 거부할 수야 없지. 안내해라. 사양하지 않으마.”


주는 걸 마다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이백은 매우 예의가 바른 사내였다.



##



낄낄낄낄.


이백은 한가득 쌓인 공물을 보며 웃음을 참지 않았다.

어떻게 옮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몰락한 자의 신전 비석 앞으로 공물이 배달되어 있었다.

어딜 봐도 평범한 물건은 없었다. 게임 지식이 얕은 이백의 눈에도 동 레벨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이것들이 이런 물건을 꿍쳐놓고 나한테 귀인님, 귀인님 그랬다 이거지?”

“와. 삼촌, 이거 진짜 구하기 힘든 레어 아이템. 못해도 50레벨 중반까지는 쓸 수 있는 장비예요. 이런 걸 마을 NPC들이 어떻게 구했지?”

“퀘스트 아이템도 대충 돌려막는 놈들이야. 여기서 흘렀든 저기서 흘렀든 유저들이 쓰다 버린 것들도 뒤에 잔뜩 쟁여두고 있을 거다.”

“그걸 뭐 하려고 챙겨 둘까요?”

“뭐겠냐.”


손가락을 동글게 말아 보이는 이백.

연주의 어깨 위에서 꾸벅꾸벅 졸던 청아가 기지개를 쭉 켜며 대신 답했다.


“돈이다옹!”

“도, 돈이요?”

“그래. NPC들은 일종의 계약 신분. 그 내용이 악질이라도 임금은 있기 마련이지. 얘들이 뭘 받겠냐? 골드? 현금? 아니지. 유저들에게서 뜯어내는 자원이 임금으로 들어가는 거야.”

“몽념? 아. 이곳 아이템을 몽념으로 바꾼다는 거네요.”


몽념으로 마켓을 사용할 수 있다면 반대 개념도 가능하다.

어차피 게임이 물물 거래를 위한 장터라면 중간 재화로 아이템이 사용되는 건 당연한 논리.

NPC들이 부족한 임금을 채우기 위해 물건을 빼돌리는 것도 납득이 된다.


“어지간히 몸이 달았던 모양이야. 소중한 비상금을 탈탈 털어서 낼 만큼.”

“삼촌이 그 유저에게 패배하면 게임에 안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나?”

“그럴 가능성이 높지. 지난 신들이 일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때려치웠으니까. 이번에도 나가면 또 언제 나 같은 놈이 올 줄 알고 기다리겠어.”


이백이 아이템을 정리하며 씩 웃었다.

신과 NPC사이의 관계에 하나의 포인트를 더 짚은 기분이었다.

이런 지저분한 역학 관계라면 그의 전문 분야였다.


“어디 게시판 상황을 좀 볼까?”


소매를 걷고 게시판을 열람했다.

예상대로 싸움이 시작된 이후로 게시판이 불구덩이처럼 뜨거웠다.

페이지를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한참이나 손으로 비석을 끌어 올려야 했다.


“헤에. 헤에. 이 사람들 진짜 급했네요. 다급함이 느껴져요.”

“그렇······응? 너, 게시판 글이 보이는 거냐?”

“네. 아! 그러네요? 언제부터 이게 보였지?”


눈을 깜박거리며 의아해하는 연주.


“고양이. 너도 보이냐?”

“냥. 나도 보인다옹. 아마 동반자가 된 이후로 가능하게 된 거 같다옹.”

“이제야 좀 편하네. NPC말은? 그건 아직 안 들리고?”

“그건 아직이다옹.”

“알았다. 대충 급 좀 높아지면 소통도 될 모양이네.”


이러면 혼자서 게시판과 NPC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럼, 둘이 앉아서 게시판 좀 정독하고 있어라. 난 애가 달아서 끙끙대는 NPC들 좀 만나고 올 테니까.”

“아. 하긴, 걱정하고 있겠네요. 가서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다독이실 생각인 거죠?”

“아니.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고 징징댈 건데.”

“네?”


말 들어줄 사람 없어서 오랫동안 고생한 건 고생한 거고.

형편 따라 챙겨둔 물건이 있는 건 있는 거다.

뽑아먹을 꿀물이 있는데, 그걸 외면하는 건 흑도에 몸담았던 사람의 예의가 아니다.


“어때? 내 얼굴, 불쌍해 보이냐?”

“······네.”


떨떠름한 연주의 답이 만족스러웠다.



##



“크아아아! 빌어먹을! 염병! 썩을!”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봉석이 단말기를 집어 던졌다.

침대에서 한 번 튕기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화가 다 안 풀려서 몸부림을 쳤다. 마음 같아서는 단말기를 부숴버리고 침대도 걷어차고 싶지만, 형편상 그럴 순 없었다. 게임은 계속해야 했으니까.


“시발 새끼. 레벨도 좆도 안 되는 놈이! 나, 봉석인데! 한봉석이라고! 91레벨! 팔랑크스 공대 2군 멤버라고!”


버럭버럭 악쓰는 것이 전부였다.

방음 안 되는 방에 노래만 좀 틀어도 이 층에서 사람 내려와 문을 쿵쿵대는 건물이지만, 그래도 이건 참을 수가 없었다.

91레벨 도적 클래스가 어떻게 40도 안 넘은 노 전직 유저에게 당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쪽팔려서 말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우우웅.


“아이 씨! 누구야, 지금!?”


순간, 울린 폰에 화를 내며 확인하던 봉석이 멈칫했다.

폰에 떠 있는 이름이 ‘이상아’였기 때문이다.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봉석아. 너 로그아웃했더라?”

“어, 응. 방금. 오늘 좀 피곤해서 일찍 쉴까 했지.”

“그랬어? 그럼, 내가 부탁한 일은? 그 사람 추적은 다 했지?”

“······”


하필 이 순간에.

봉석은 입술을 잘근 씹으며 고민했다.

그가 아는 ‘이상아’라는 여자는 일없이 연락할 인간이 아니다.

그것도 하물며 지금 이 순간에 딱 맞춰서? 우연일 수 없다.

어떻게든 상황을 알았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전화한 거다.


“······찾았어.”

“역시, 우리 봉석이네. 실력은 어때? 우리 공대장님이 눈독 들일 만큼 되는 거 같아?”


자존심이 와그작와그작 구겨지지만.


“어.”


봉석은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팔랑크스 2군 명함은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잘했네, 봉석이. 그럼, 그 사람에게 전해. 팔랑크스 공대에서 한번 접선하고 싶다고.”

“내, 내가?”

“응. 그럼, 봉석이 네가 아니면 누굴까? 설마, 내가 직접 가야 해?”

“······아니야. 내가 할게.”

“그래. 봉석이만 믿을게. 몸 안 좋으면 오늘은 쉬고. 다음에 또 연락하자.”

“자, 잠······”


뚝.


끊어진 폰을 보며 봉석이 소리 없이 아우성쳤다.



작가의말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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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일신이 됐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Chapter 9. 불가해(1) 24.05.30 24 2 12쪽
21 Chapter 8. 마스터 이백(3) 24.05.29 25 2 11쪽
20 Chapter 8. 마스터 이백(2) 24.05.28 28 2 12쪽
19 Chapter 8. 마스터 이백(1) 24.05.27 32 3 12쪽
18 Chapter 7. 낭중지추(3) 24.05.25 35 1 12쪽
17 Chapter 7. 낭중지추(2) 24.05.24 35 1 12쪽
» Chapter 7. 낭중지추(1) 24.05.23 38 2 12쪽
15 Chapter 6. 신이 된 남자(3) +1 24.05.22 40 2 12쪽
14 Chapter 6. 신이 된 남자(2) 24.05.21 40 2 12쪽
13 Chapter 6. 신이 된 남자(1) 24.05.20 54 2 12쪽
12 Chapter 4. 감추지 못하는 재능(2) 24.05.19 60 2 12쪽
11 Chapter 4. 감추지 못하는 재능(1) 24.05.18 66 2 12쪽
10 Chapter 3. 나쁜 남자(4) +1 24.05.17 71 3 12쪽
9 Chapter 3. 나쁜 남자(3) 24.05.16 74 3 12쪽
8 Chapter 3. 나쁜 남자(2) +1 24.05.15 76 5 13쪽
7 Chapter 3. 나쁜 남자(1) +1 24.05.14 82 4 13쪽
6 Chapter 2. 이 남자가 게임을 하는 법(3) 24.05.13 92 6 12쪽
5 Chapter 2. 이 남자가 게임을 하는 법(2) 24.05.12 101 6 12쪽
4 Chapter 2. 이 남자가 게임을 하는 법(1) 24.05.11 115 4 13쪽
3 Chapter 1. 이래서 오지랖은(3) 24.05.10 141 6 12쪽
2 Chapter 1. 이래서 오지랖은(2) 24.05.09 193 4 13쪽
1 Chapter 1. 이래서 오지랖은(1) +1 24.05.08 27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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