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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유일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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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7:56
최근연재일 :
2024.05.30 19: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97
추천수 :
70
글자수 :
119,254

작성
24.05.10 19:20
조회
140
추천
6
글자
12쪽

Chapter 1. 이래서 오지랖은(3)

DUMMY

화가 난다. 누굴 심부름꾼으로 아는 건가.

성질머리대로 하자면 다 엎고도 남을 이백이다.

하지만 낯선 곳 낯선 상황이다.


‘소리를 질렀는데 돌아보는 놈 하나가 없어.’


뭘 알아야 화를 낼 것 아닌가.

일단, 나가는 법부터 알고 난 다음에 성질대로 풀자. 부글거리는 화를 삭이고 원하는 대로 물건을 사 왔다.


『정말 제 말이 들리는군요! 그렇다면 제 부탁을 한 번만······!!』

『꼭 한 번만 들어 주십시오. 꽃집 아가씨가 너무 마음에 드는데 말 한번 걸어본 적이 없습니다. 제 마음을 전달해 주신다면······』

『방석을 하나 구해다 주겠나? 엉덩이가 아파서 죽을 지경이네. 하루 종일 딱딱한 의자와 씨름하는 노인을 위해서 한 번만······』


그렇게 돌기를 다섯 명이다.

그나마 방석 파는 노인이 군소리 없이 방석을 내어 주어서 다행. 노인마저 부탁이 있다고 나섰으면 마을을 통째로 일주할 뻔했다.


【퀘스트 완료】


처음 받은 퀘스트를 마지막으로 완료.


【촌장의 선물상자 * 2】【몰락한 자의 동전 * 1】

【1500 Exp】【스킬 포인트 1】

【Level Up】


보상이 우수수 떨어졌다.

앞서 받은 선물을 포함해서 인벤토리 한쪽이 상자로 꽉 차 있었다.

레벨도 쭉쭉 올라서 벌써 13. 아무것도 안 하고 발품만 팔았는데 이런 상태였다.


“이 동네 인간들은 하나같이 바라는 게 많군. 전부 들어 줬으니까, 묻는 말에 답이나 해. 이번에도 말 돌리고 부탁이니 뭐니 하면 네 머리통부터 깨버린다.”


일반 유저라면 공짜 레벨이라고 좋아했겠지만, 이백은 경우가 달랐다.

살벌하게 가라앉은 눈매로 촌장을 노려봤다.

인내심은 이미 한계까지 닳아버린 후였다.


『허. 허허. 도원경 주민의 부탁을 들어주시는 귀인분께 제가 어찌 헛소리하겠습니까.』

“도원경 주민? 여기는 게임 속이 아닌 거냐?”

『게임은 맞지요. 일반 유저라면 그렇게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귀인께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몰라. 여기 이 계집의 팔찌를 쥐었더니 뜬금없이 빨려 들어온 거다.”

“하악!”


어깨에 매달려 있는 청아의 목덜미를 잡아서 들어 올리니 하악질을 한다.

반응이 진짜 고양이 같아 대롱대롱 흔들어 보지만, 말 대신 나오는 건 고양이 울음이 전부였다.

이건 그냥 고양이었다.


“뭐야. 이 계집은 왜 또 고양이 흉내지?”

『호오. 몽화(夢化)로군요. 참으로 오랜만에 봅니다.』

“몽화? 그건 또 뭐냐?”

『꿈에서 나비가 되었더니 내가 나비인지 사람인지 모르겠더라.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보셨는지요? 옛 설화부터 많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들어는 본 것 같은데. 그게 왜?”

『이 세계의 시작이 꿈이었기 때문이지요. 저 소녀는 고양이를 꿈꿨나 봅니다. 꿈속에서 고양이가 되니 인간일 적은 희미해지는 것이지요.』


이백이 코끝을 찡긋거리며 청아를 탈탈 흔들었다.

하지만 깨어나서 외치기는커녕 완전히 고양이가 된 양 발톱을 세워 손등을 박박 긁을 뿐이었다.


『-1』『-1』『-1』


데미지도 들어왔다.

주둥이째 콱 잡고 촌장에게 물었다.


“이거, 돌아가면 풀리냐?”

『네. 깨어나면 한때의 꿈에 불과하니까요. 헤어나지 못해서 끝없이 떠도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겁니다.』

“다른 놈들은 다 멀쩡하게 인간 모습인데, 왜 이 계집만 이 꼴이냐?”

『아마 귀인께서 다른 방식으로 이 세계에 흘러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희 언어를 이해하는 것도 그렇고.』

“확실하게 아는 건 없냐?”

『아쉽지만, 저도 말단인지라.』

“쯧. 됐다, 그럼. 나가는 법이나 알려 줘.”


호기심, 궁금증 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출구 없이 낯선 곳에 떠돌 만큼 이백은 대책 없는 성격이 아니다.

고양이가 되어서 하악거리는 어린 계집도 이대로 둘 수 없고.


『나가는 법은 간단합니다. 손등을 두 번 두드리시고 로그아웃이라고 말하면 되지요.』

“······썩을. 이렇게 간단한걸.”


툭툭. 이백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펑. 번쩍. 와르르.

요란한 소리는 없었다.

눈을 깜빡이니 처음 만났던 그 장소 그대로였다.

하지만 공간과 다르게 시간은 달라진 듯, 한껏 두들겨 팬 뒤 눕혀 두었던 양아치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 어라?”


그나마 다행이라면 청아가 고양이가 아닌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점일까.

이백이 그녀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달라진 점은 없나 살폈다. 꼬리가 남아 있거나 고양이 습성대로 하악질을 하진 않았다.

촌장의 말대로 꿈을 벗어나면 그저 꿈일 뿐이었다.


“아, 아저씨 저희 어떻게 된 걸까요?”

“꿈꿨다고 생각해라. 그런 이상한 곳은 두 번 다신 갈 일 없으니까.”

“아······”


딱 잘라 말하는 이백과 다르게 청아는 무언가 미련이 남은 얼굴이었다.

어느샌가 팔뚝에 얌전히 돌아와 있는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답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단서이기 때문일까. 이백은 짐작했으나 묻지 않았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와의 연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아저씨.”

“부르지 마라. 서로 갈 길 가면 그만이다.”


그러니 미련이 남아도 답할 이유가 없었다.


“아, 아뇨! 그거 말고 아저씨 손등을 보세요! 빛이 번쩍거리고 있어요!”

“응······?”


미련이 아닌 다른 무언가.

이백이 청아의 지적대로 손등을 들어서 살피니 화상이라도 입은 듯 손등에 붉은색 낙인이 새겨져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무한의 고리 같았다.

이게 왜······, 라는 마음으로 그 낙인을 손으로 건드렸다.


부웅――!!


그러자 무언가 떠오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커다란 문이 하나 나타났다.

족히 3미터. 어지간한 거한이라도 거뜬히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문이었다.

붉은색으로 옻칠이 되어 있고 문 좌우로는 용과 호랑이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끼이이익.


손을 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열리는 문.

이백은 홀린 듯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 안쪽에는 색색의 궤짝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촌장의 선물. 잡화점의 선물······”


궤짝 위로 붙어 있는 이름들.

이백은 이 상자가 무엇인지 한 번에 이해했다.

이것들은 모두 게임 안에서 NPC들을 도와주고 받은 퀘스트 보상이었다.

게임 안의 것이 밖으로 나온 것이다.


“와. 아저씨 이게 다 뭐에요?”

“난들 아냐. 뭐에 홀린 기분이다. 꿈이다 어쩐다 말을 하더니 왜 꿈의 것이 현실로 따라오는 건지.”

“이거 열어봐도 돼요?”

“······확인은 해봐야겠지.”


이백이 가장 앞에 놓인 촌장의 선물(1)부터 열어봤다.

허름한 너무 궤짝이 뒤로 넘어가고 그 안에 놓인 내용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쌀······이네요?”

“그래. 쌀이다. 두 포대.”


안을 꽉꽉 채운 쌀이 두 포대였다.

포장이 허름해서 쌀알이 툭툭 튀어나와 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신기한 문을 지나서 보물 궤짝을 열었더니 쌀이 나온 다라.

도깨비놀음인가? 긍정도 부정도 어려웠다.


“아저씨, 남은 상자도 열어봐요.”

“일단 다 열어보자.”


쌀 다음에 뭘까. 문 안쪽에 놓인 상자를 돌아가며 전부 열었다.

촌장의 것은 두 개 모두 쌀이었고 잡화점의 상자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가죽이었다.

형편 따라 보상을 주는 걸까. 대단하다고 생각될 만한 선물은 없었다.

마지막 노점 노인의 궤짝을 제외하면.


“이거 금······이죠?”

“내가 봐도 금인 거 같다.”


노인의 두 번째 궤짝에서 나온 건 금불상이었다.

도금인가 싶어서 살짝 물어봤으나, 아니었다. 통짜 금. 못해도 2, 300g은 나가는 무게였다.

최근 금값을 고려하면 2, 3천만 원. 쌀이나 가죽과는 차원이 달랐다.


“혹시 문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사라지거나 하는 건 아니겠죠?”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말은 그리해도 불안한 건 이백도 마찬가지.

금불상을 포근히 감싸서 조심스레 문 안쪽을 빠져나왔다.

흐릿한 골목 조명으로 봐도 뚜렷하게 금빛을 내는 불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덜컥, 손안에 수천만 원이 생긴 셈. 기쁘다기보다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 아저씨 저기 사람이 와요!”

“야, 닫아. 문부터 닫아.”


청아의 지적에 황급히 문단속하고 황금 불상을 등 뒤로 숨겼다.

골목 저편에서 오던 남자는 지극히도 어색하게 서 있는 두 사람에 ‘뭐지?’란 눈빛을 주며 스쳐 갔다.

다행히 등 뒤의 금불상은 보지 못했다.


“휴우······”

“후.”


나란히 한숨을 내쉬는 두 사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서로를 돌아봤다.


“연은 여기 까지다 하고 갈 길 가요?”

“우리 집 가깝다. 뭐라도 먹을래?”


금 앞에 장사 없었다.



##



찬장 구석에 박아 둔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고 난 뒤.

두 사람은 금불상을 식탁에 올려둔 채 말없이 바라봤다.

영롱한 금빛에 마음이 홀랑 다 녹아내릴 것 같았다.


“아저씨.”


그 침묵이 길어진다 싶을 때.

청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금불상 팔아서 제 사채부터 갚자고 하면 화낼 거죠?”

“난 여자라고 안 봐준다.”

“기대도 안 했어요.”


잠시 말을 삼키고 다시 말을 잇는 청아.


“칠 대 삼.”

“팔 대 이.”


이백의 반문도 거의 즉각이었다.

청아의 미간에 나이에 안 맞게 주름이 깊게 파였다.

‘쪼잔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작았지만, 안 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제 팔찌가 없으면 접속하지 못한다는 건 기정사실 아닌가요?”

“접속하면? 가서 물고기라도 사냥하게? 아니면 집사 찾아서 냥냥거릴 거냐?”

“큭. 이번엔 뭔지 몰라서 그런 거죠. 꿈이라면서요. 고양이가 아닌 걸 꿈꾸면 장땡이죠.”

“NPC의 말은 들리고?”

“······”


입술을 비죽거리는 청아.

고양이가 되기 전, 짧은 기억을 뒤져봐도 NPC의 속마음이 들린 적은 없다.

이해는 하지 못해도 그 현상이 이백에게 국한되어 있다는 건 사실.

깊이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팔 대 이. 대신, 급한 불부터 꺼요. 사채업자에게 쫓겨서 좋을 건 없잖아요.”

“그 정도 융통성은 있다. 때마다 금불상을 가져올 수 있다면 안 될 거야 없지.”

“때마다 그럴 수 있을까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촌구석 NPC들도 금불상을 보상으로 줬다. 게임은 레벨에 따라 더 좋은 지역으로 가는 거 아닌가? 왕이나 귀족 같은 거. 그쪽이 보상은 더 높을 거 같은데.”


두 사람 모두 ‘어째서’는 제쳐주고 ‘어떻게’에 집중했다.

팔찌? 게임? 홀린 것 같은 상황? 그걸 파헤치느니 눈앞에 놓인 금불상이 더 중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전 일단 도원향이라는 게임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아저씨는 이 금불상 팔아먹을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 주세요.”

“맡겨 둬라. 그런 쪽으로 빠삭한 인간을 하나 알고 있으니까.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보 정도로 둔갑시킬 수 있을 거다.”

“······아저씨 혹시 조폭이나 그런 거예요?”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는 비슷했지.”


중원이라는 구역에서 정파라는 조직과 항쟁을 하던 몸이니까.

하는 짓 따지면 조폭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왜?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싶냐?”

“아뇨. 조폭이 아니라 조폭 할애비가 와도 이건 해야겠어요. 사채에 깔려 죽느니 뭐라도 해봐야죠. 빚 떠넘기고 죽어버린 어머니가 남긴 이 팔찌도 알아봐야 하고.”

“······흠.”


위로는 익숙지 않다.

코만 찡긋거리며 이백이 시선을 돌렸다.


“다음엔 황금 코끼리라도 찾자.”

“좋네요, 그거.”


이백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작가의말

나도 금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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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일신이 됐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Chapter 9. 불가해(1) 24.05.30 24 2 12쪽
21 Chapter 8. 마스터 이백(3) 24.05.29 25 2 11쪽
20 Chapter 8. 마스터 이백(2) 24.05.28 28 2 12쪽
19 Chapter 8. 마스터 이백(1) 24.05.27 32 3 12쪽
18 Chapter 7. 낭중지추(3) 24.05.25 35 1 12쪽
17 Chapter 7. 낭중지추(2) 24.05.24 35 1 12쪽
16 Chapter 7. 낭중지추(1) 24.05.23 37 2 12쪽
15 Chapter 6. 신이 된 남자(3) +1 24.05.22 40 2 12쪽
14 Chapter 6. 신이 된 남자(2) 24.05.21 40 2 12쪽
13 Chapter 6. 신이 된 남자(1) 24.05.20 54 2 12쪽
12 Chapter 4. 감추지 못하는 재능(2) 24.05.19 60 2 12쪽
11 Chapter 4. 감추지 못하는 재능(1) 24.05.18 65 2 12쪽
10 Chapter 3. 나쁜 남자(4) +1 24.05.17 71 3 12쪽
9 Chapter 3. 나쁜 남자(3) 24.05.16 74 3 12쪽
8 Chapter 3. 나쁜 남자(2) +1 24.05.15 76 5 13쪽
7 Chapter 3. 나쁜 남자(1) +1 24.05.14 82 4 13쪽
6 Chapter 2. 이 남자가 게임을 하는 법(3) 24.05.13 92 6 12쪽
5 Chapter 2. 이 남자가 게임을 하는 법(2) 24.05.12 101 6 12쪽
4 Chapter 2. 이 남자가 게임을 하는 법(1) 24.05.11 115 4 13쪽
» Chapter 1. 이래서 오지랖은(3) 24.05.10 141 6 12쪽
2 Chapter 1. 이래서 오지랖은(2) 24.05.09 193 4 13쪽
1 Chapter 1. 이래서 오지랖은(1) +1 24.05.08 27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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