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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유일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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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7:56
최근연재일 :
2024.05.30 19: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698
추천수 :
70
글자수 :
119,254

작성
24.05.18 19:20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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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Chapter 4. 감추지 못하는 재능(1)

DUMMY

꿈. 아니, 게임에서 깨어난 이백은 구석에서 토악질하고 있는 청아를 바라봤다.

로그아웃하고 난 뒤부터 벌써 삼십 분째 저 꼴이었다.

왜 저럴까. 잠시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괜찮냐?”

“우욱. 우우우욱. 소, 속이 울렁거려서 죽을 거 같아요. 이거 갑자기, 왜 이러······우욱!”

“천천히 다 게워내라. 아마도 네가 아닌 다른 뭔가가 네 몸을 차지해서 그런 걸 거다.”

“네? 다른 뭔······오우에에엑!!”


거하게 토하는 청아의 등을 두드리며 도원경에서의 일을 전달했다.

그녀는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상태가 이해와는 거리가 먼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 아닌 것이 두 번째였다.

어려운 건 대충 넘기고 이해가 쉬운 것 위주로 이백이 풀어서 설명했다.


“네 어머니가 남겼다는 팔찌도 그렇고 게임에 불쑥 들어가는 우리 상태도 그렇고. 일반적인 게임이 아닌 건 이미 알았잖아. 도원경은 특별한 존재들을 ‘초대’를 빌미 삼아 불러와서 놀음. 아니, 지금은 사역에 가까운가? 하여튼 현대의 게임과 엮어서 이용하는 공간이다.”

“후우우. 우욱. 트, 특별한 존재라면 어떤 거요?”

“계약에 엮여 있어서 말은 안 하지만, 아마도 다른 세상일 거다. 요물일 수도 선경의 영물일 수도. 아니면······”


나와 같을 수도. 이백은 뒷말을 삼켰다.

말한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과거는 과거인 채로 남겨두고 싶었다.


“뭐, 하여튼 괴상한 것들이 NPC의 탈을 쓰고 새가 빠지게 일한다는 거다. 그리고 네 몸을 빌린 건 그놈들을 관리하는 관리자. 정확하게는 전 관리자지. 퀘스트 보상이 몰락한 어찌 구라고 하는 거 봐서는 그쪽 바닥에서 한바탕 하고 밀려난 모양이야.”

“와아. 고양이가 돼 있던 사이에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네요.”

“너랑 비슷한 놈도 하나 생겼다. 걔는 요정이더라.”

“······무에요?”


피식 웃으며 메르시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전신불수로 게임에만 매달리던 처지······, 라는 설명에 청아는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는 냉정하게 내쳤다는 대목에서는 ‘냉혈안!’, ‘싸이코패스!’라며 타박도 늘어놓았다.

그 대가로 청아의 머리에 커다란 혹 하나를 안겨 주었다.


“그래서 관리자라는 분이 아저씨한테 권한을 줬다는 건가요?”

“그래. 말은 신이라는데 그리 거창한 건 아니야. 이젠 완전히 사라진 ‘초대’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초대를 빌미로 곳간을 채울 수 있는 기능 정도지.”

“곳간을 채울 수 있는 기능? 그게 정확히 어떤 거죠?”

“설명보다는 직접 보는 편이 빠르겠네.”


이백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왼쪽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용과 호랑이가 교차 된 문이 좁은 단칸방을 꽉 채우며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이 삐걱, 하고 흔들리는 건 착각이려나.

깜짝 놀란 청아와는 다르게 이백은 태연하게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도원경에 초대된 자는 마음껏 그 세상을 노닐고 그 대가로 선물을 남겼어. 이것이 골조야. 내가 누군가를 초대하면 그 대상은 내게 선물을 남겨야 해.”

“NPC들도 퀘스트 보상으로 선물을 남겼잖아요.”

“그들도 누군가에게 초대받아 이곳에서 노닌 자들이니까. 사라진 관습이라도 그 흔적은 도원경에 남아 있는 거지. 관리자는 그걸 이용해서 내게 퀘스트를 부여한 거다.”

“그럼, 직접 초대한 사람은······?”


이백이 창고 안을 둘러보더니 먼지 쌓인 현판 하나를 발견했다.

‘이건가.’ 그 모습에 잠시 주억거리더니, 냅다 발로 후려쳤다. 뻥 소리와 함께 현판이 쪼개지고 나뭇조각들이 제멋대로 굴러서 숫자를 만들었다.

17. 나무로 만들어진 숫자였다.


“17? 이게 뭐예요?”

“메르시. 그 꼬맹이가 초대받은 뒤 누적된 몽념(夢念).”

“몽념?”

“말 그대로 꿈꾸는 자의 사념. 말하자면 크레딧이다. 과거에는 현물을 선물로 삼았다면 현대로 넘어오며 동전, 지폐. 그리고 카드나 코인 같은 거로 변한 거지.”

“와. 갑자기 훅, 현실이 들어오네요. 이건 그러니까 드림 코인?”

“그렇지. 꿈꾸는 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 코인을 꾸준하게 지불하고 있는 거다.”


게임, 도원경의 이용자 숫자는 10억 명이 넘는다.

10억 명이 1원씩 기부해도 10억이다. 100원, 1000원이 되면 어떨까?

이백은 이 도원경이라는 게임의 시스템에 그야말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부분의 유저는 도원경의 진실을 알지 못해. 초대받지 않은······제한적 게스트라고 해야 하나? 발만 살짝 담근 형태지. 그렇기에 쌓이는 몽념은 많지 않아. 하지만 숫자가 압도적이면?”

“어마어마한 숫자의 몽념이 쌓이겠네요. 근데, 그 몽념이라는 거. 쌓아서 뭐에 써요?”

“너, 의외로 머리가 돌아가는군. 꽤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어.”

“원래 좋았거든요? 아저씨만 모를 뿐이에요.”


좋아서 사채인가. 이백은 코웃음이 나왔지만,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대신 구석에 놓인 두루마리를 잡아서 손으로 펼쳤다. 다 펼치면 창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분량이라 관리자는 필요한 부분을 생각하라고 당부했었다.


“······1년 수명, 백만 몽념?”

“꿈. 사념. 이런 건 강력한 힘이야. 팔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사고자 하는 자도 있겠지. 보여준 건 수명이나, 관리자는 세상의 모든 것이 있다고 호언장담했어. 즉.”

“꿈을 재화로 하는 마켓.”

“그리고 우린 그 뒤로 몰래 들어온 도둑 정도겠지.”


두루마리를 덮어 탁 소리 나게 두드리며 웃는 이백.

‘도둑’이라 말을 할 때 유독 신나 보이는 얼굴이었다.


“즐거워 보이네요?”

“즐겁지. 원래 남 털어먹을 때 가장 신나는 법이거든.”

“······크윽. 부정하지 못하는 제가 안타깝네요.”

“어쩌겠냐. 삶에 허덕이다 보면 다 그렇게 되는 거다.”


두루마리를 뒤로 던져두고 이름이 새겨진 상자 앞으로 걸어가는 이백.

열심히 발품 판 대가들이 그곳에 있었다. 말은 도둑질이라 했지만, 어차피 도원경도 유저들 등골 빼먹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의적인 거다.


쾅······!


걷어찬 상자 안쪽에서 금빛이 번쩍거렸다.



##



『시나리오 1번 태초 마을 보스 가름 솔플?』


어느 날 도원경 월드 포럼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작성자는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었고 내용 자체가 날림이라 별다른 반응 없이 넘어갔다.

문제는 하루가 지날 무렵, 유명 공대의 공대장이 댓글을 단 이후부터였다.


― 팔랑크스 길드, 서남현입니다. 해당 글의 부연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도원경에서 유명 공대라고 하면 시나리오 3번, 후반.

통칭 ‘악귀 계곡’을 넘어선 공대를 의미한다. 팔랑크스는 이 악귀 계곡을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넘었다. 즉, 전 세계를 통 털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의미.

그런 대단한 공대의 사람이 실명으로 댓글을 달았으니 반응이 후끈할 수밖에 없었다.


― 저거 정말 팔랑크스 공대 사람 맞아? 사칭 아니냐?

― 멍청아 길드 문장에 실명 인증까지 했잖아. 저거 인증받은 아이디야.

― 그럼, 진짜 팔랑크스 공대 사람이 남긴 글이라고? 뭐하러 저런 뻘글에 남겼데?

― 나야 모르지. 어쩌면 뻘글이 아닌 거 아닐까?


그가 지핀 불은 설왕설래를 낳았고, 댓글은 무려 천 개를 넘어서 계속 달렸다.

기존 유저들은 가름의 솔플이 불가능하다, 라고 달았으나 일부는 팔랑크스 공대원이 관심 가진 거 보면 모르냐. 솔플이 가능할 수도 있다, 라고 주장했다.

양쪽 모두 팽팽하게 주장을 굽히지 않으니 글은 파생에 파생을 낳으며 일파만파 게시판을 후끈하게 달궜다.


“그래서 뭐래요? 연락해 봤어요?”


시끌시끌한 게시판을 손가락으로 드래그하며 묻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성.

팔랑크스의 공대원이자, 현실에서는 모델로 활동하는 이성아였다.

평소라면 게시판 같은 건 얼씬도 안 하는 성격이지만, 이번엔 불 지핀 대상이 지인인지라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자기는 그냥 심심풀이로 써본 글이래. 이렇게까지 뜨거워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네.”

“그야 당연하죠. 오빠가 댓글만 안 달았어도 그냥 묻혔을 텐데. 뭐가 그리 궁금하셨을까?”

“묘사.”

“묘사요?”


이성아가 소파에 반쯤 걸쳐 있던 몸을 거꾸로 누이며 물었다.

뒤집힌 머리에 피가 쏠렸지만, 그녀는 꽤 편안해 보였다.


“두서없이 써 내려간 글이지만, 그 안에는 가름과의 전투를 꽤 상세하게 묘사했어. 그중 일부가 눈에 밟혀. 나도 연습 삼아서 부캐를 몇 개 키워본 터라 가름이라면 제법 알거든. 놈이 구르기를 한 뒤에 주먹을 이렇게 찔러 넣는 거.”


서남현은 가름의 동작을 흉내 내며 그 반대편의 자신을 상상했다.

어떻게 하면 이 공격을 대응할 것인가. 레벨이 오르고 온갖 스킬로 범벅이 되는 후반이면 대수롭지 않게 쳐내겠지만, 이 당시는 초보.

가진 건 몸뚱이와 기본 스킬 몇 개가 전부다.


“내가 상상한 가장 완벽한 방법을 글에서 묘사했어. 나조차 연습 삼아 도전할 때 성공시키지 못한 방식이야. 물론, 가름의 공격이 딱 맞춰 나온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흐응. 겨우 그거 때문에 실명으로 글까지 남겼어요?”

“겨우 그게 아니야. 만약, 이 글의 주인공이 정말로 그와 같은 방식으로 가름에게 대응했다면······이 남자, 보통 재능이 아니야.”

“헤에. 오빠가 관심 가질 정도로?”

“잘 키우면 천면탑에서 공격수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천면탑은 팔랑크스 공대가 최근 들어 진행이 막힌 고난도 던전을 의미한다.

충분한 스펙을 갖췄음에도 그 어려움에 몇 번이나 고배를 삼켜야 했다. 월드 랭킹을 다투는 팔랑크스에게 이런 난항은 꽤 낯선 상황이었다.


“이 오빠, 진심인가 보네. 그래도 그렇지 가름이면 이제 막 게임 시작한 사람 아니에요? 아무리 재능이 좋아도 그걸 언제 키운다고.”

“공대에서 밀어주면 금방이다. 레벨과 스킬. 장비는 어떻게 할 수 있어도 센스는 못 키워. 시나리오 후반으로 갈수록 그 차이는 점차 벌어질 거다. 정말로 최정상 공대를 노린다면 어중간한 재능으로는 안 돼.”

“다른 탑 공대에서 부캐로 키우는 건 아닐까요?”

“그 정도 재원이 길드원도 아니고 공팟으로 갈 리가 없어.”


딱 잘라 말하는 서남규에 이상아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가 이렇게 말을 잘라먹을 때는 이미 확고한 결론이 나 있는 거였다.

이럴 때면 누가 와도 설득이 불가능했다.


“글 올린 사람 설득해서 영상이라도 받아내지 그랬어요?”

“이미 지웠다고 하더라.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까지 한 터라 실수였다면서.”

“발설하지 않게? 흐응. 그건 좀 수상하네요.”

“그래서 직접적인 질문 대신 간접 질문으로 우회했다. 덕분에 쓸만한 정보 몇 개를 건졌지.”

“뭔데요? 좀 알아봐 드려요? 그런 거 잘 캐는 애들을 좀 아는데.”

“안 그래도 그걸 좀 부탁할까 싶었다.”


서남규가 폰에 저장된 정보를 이성아의 테블릿으로 전송했다.

말 그대로 두루뭉술한 정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그녀에게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맡겨둬요.”


그녀는 일반 유저 최초로 정보 길드의 60레벨 퀘스트를 클리어 한 인물.

유저명 밤 나비. 뒷세계의 유명한 정보상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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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Chapter 9. 불가해(1) 24.05.30 24 2 12쪽
21 Chapter 8. 마스터 이백(3) 24.05.29 25 2 11쪽
20 Chapter 8. 마스터 이백(2) 24.05.28 28 2 12쪽
19 Chapter 8. 마스터 이백(1) 24.05.27 32 3 12쪽
18 Chapter 7. 낭중지추(3) 24.05.25 35 1 12쪽
17 Chapter 7. 낭중지추(2) 24.05.24 35 1 12쪽
16 Chapter 7. 낭중지추(1) 24.05.23 37 2 12쪽
15 Chapter 6. 신이 된 남자(3) +1 24.05.22 40 2 12쪽
14 Chapter 6. 신이 된 남자(2) 24.05.21 40 2 12쪽
13 Chapter 6. 신이 된 남자(1) 24.05.20 54 2 12쪽
12 Chapter 4. 감추지 못하는 재능(2) 24.05.19 60 2 12쪽
» Chapter 4. 감추지 못하는 재능(1) 24.05.18 66 2 12쪽
10 Chapter 3. 나쁜 남자(4) +1 24.05.17 71 3 12쪽
9 Chapter 3. 나쁜 남자(3) 24.05.16 74 3 12쪽
8 Chapter 3. 나쁜 남자(2) +1 24.05.15 76 5 13쪽
7 Chapter 3. 나쁜 남자(1) +1 24.05.14 82 4 13쪽
6 Chapter 2. 이 남자가 게임을 하는 법(3) 24.05.13 92 6 12쪽
5 Chapter 2. 이 남자가 게임을 하는 법(2) 24.05.12 101 6 12쪽
4 Chapter 2. 이 남자가 게임을 하는 법(1) 24.05.11 115 4 13쪽
3 Chapter 1. 이래서 오지랖은(3) 24.05.10 141 6 12쪽
2 Chapter 1. 이래서 오지랖은(2) 24.05.09 193 4 13쪽
1 Chapter 1. 이래서 오지랖은(1) +1 24.05.08 27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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