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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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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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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903

작성
22.11.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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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6)

DUMMY

아서 기지에 나타난 우르인간은 스물 명 정도였다. 그들은 고속도로에 서있는 우주선에 다가갔다. 우르인간에게 왕복선은 처음 보는 물체였을 것이다. 그들은 왕복선 둘레를 빙빙 돌며 선체를 만지고 두드려 댔다. 김철수가 불안한 기색으로 휴먼세븐에게 물었다.


“문은 잠겨 있겠지?”


“내가 오픈 명령을 내리기 전에는 절대 열리지 않아요.”


휴먼세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투로 가볍게 대답했다. 우르인간이 왔던 방향에서 이십여 명이 더 나타났다. 김철수가 놀라며 나직이 말했다.


“수가 너무 많은 걸. 저것들이 동시에 덤비면 곤란해지겠어.”


모두에게서 불안감이 흘렀다. 우르인간이 저렇게 왕복선을 둘러싸고 있는 이상 왕복선을 탈 수 없었다. 뒤에 나타난 우르인간들은 곧 처음 무리와 합쳤다. 우르인가들은 계속 왕복선을 돌며 만지고 두드리기 바빴다.


그러던 중 한 명의 우르인간이 도는 속도가 느려지며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그 우르인간은 무리와 떨어져 가만히 왕복선을 올려다보았다. 무리를 따라 돌며 선체를 두드리는 동안 기억의 일부가 살아났고 그 흔적을 끌어올려 과거의 흔적을 더 명확하게 하려는 듯 보였다. 김철수가 말했다.


“혼자 떨어져 있는 우르인간 보입니까?”


“네. 왕복선을 보고 뭔가 자극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렇다면 좀비대원일 수도 있겠어요.”


통신기에서 켐젠의 소리가 들렸다. 켐젠도 지금의 상황을 영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그 아서 기지에서 바이러스로 죽은 대원중 왕복선 예비 조종사가 있었습니다. 다른 비행사가 비번일 때, 대신 우주 정거장을 오갔던 조종사인데, 그때는 마침 아서 기지에 있었습니다.”


“맞아요. 기억납니다. 우주왕복선에 갖다왔던 조종사. 이름이···”


“스펜서요. 맞습니다. 스펜서. 바이러스로 죽어 아서 기지 밖에 묻었는데, 좀비 대원이 그걸 파내어갔죠.”


김철수가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아아, 그래서 저렇게 왕복선에 흥미를 갖는 건가···”


김철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펜서라고 추정되는 우르인간이 갑자기 왕복선으로 달려갔다. 스펜서는 달리는 힘을 이용해 왕복선을 바로 앞에서 빙빙 돌고 있는 다른 우르인간을 펄쩍 뛰어넘어 우주선의 선체에 달라붙었다. 손과 발에서 접착성 물질이라도 나오는지 스펜서는 떨어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곧추선 왕복선 위쪽으로 기어 올랐다. 김철수가 휴먼세븐을 보며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출입구가 있는 방향으로 오르잖아? 저게 정말 문을 열지는 못하겠지?”


“절대로요. 내가 명령하기 전에는 절대 열리지 않아요.”


휴먼세븐의 확신에 김철수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사다리를 들여놓아 놔 다행이야.”


휴먼세븐이 생긋 웃었다.


“우르인간들에게 사다리 따위는 없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손잡이가 없는 게 낫지···”


김철수는 확신하지 못한 듯 입을 닫았다. 그러나 왕복선을 버티게 하고 있는 건 손잡이가 아니라 체계였다. 평상시든 비상시든 인간이 마음대로 드나들어야 하는 기지의 에어록과 죽음이란 게 없는 로봇이 타는 재단의 왕복선과는 설계와 기밀 유지의 개념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그 단순성이 문을 확실히 잠그고 있었던 것이다. 선체를 타고 오른 스펜서는 정확하게 왕복선의 출입구에 매달렸다.


“저게 문의 위치를 분명히 알고 있어.”


김철수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휴면세븐을 보았지만 휴먼세븐은 여유만만 했다.

스펜서는 곧 문 문틈으로 손을 집어넣어 벌리려 했다. 그러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왕복선을 가운데 놓고 돌던 우르인간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애쓰는 스펜서를 보았다. 잠시 뒤 일어날 일은 빤했다. 모든 우르인간이 왕복선의 선체를 기어올라 출입문에 달라붙었다.


휴먼세븐은 아무렇지도 않는 듯 미소를 머금고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휴먼세븐의 장담처럼 왕복선의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우르인간에게는 도구가 없었다. 에어록을 부수던 충차 같은 건 더욱 생각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가능성을 주는 그 가는 틈에 손을 밀어 넣었지만 철저하게 밀폐된 틈은 움쩍하지도 않았다.


소용없는 시도는 길게 이어졌다. 모든 우르인간이 맹목적인 따라 하기를 한 번씩 하고 의미 없다는 것을 인정할 때까지 문열기는 지속되었다. 결국 모두가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나 선체에서 바로 떨어져 나오지는 않았다. 우르인간들이 선체에 매달린 모습이 징그럽고 기괴했다.


“아하, 저것들이 빨리 사라져야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데···”


뒤쪽에 있던 보안요원인지, 유벤타 공장 직원인지 모를 누군가가 크게 한탄했다. 사실 나도 불안했다. 저들이 저렇게 영원히 붙어있으면 우리 또한 영원히 아서 기지에 갇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휴먼세븐이 명랑하게 말했다.


“저렇게 계속 붙어 있으면 좋은데··· 저대로 왕복선을 출발시켜 우주선에 갖다 붙이면 우르인간들을 사로잡아 지구로 데려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뒤에 있던 문건한이 불쑥 말했다.


“우주까지 가는 동안 붙어 있을 가능성도 없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지구로 데려가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도 동의했다. 죽지도 않는 저 괴물들이, 지구의 도시를 활보하며 사람을 해치는 모습을 상상하면 끔찍했다. 손목의 산소 게이지에 노란 불이 들어왔다. 나만 아니라 모두였다.


“또 산소통을 교체하려면 산소통이 있는 곳까지 가야하는 데,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기지의 산소로 호흡해야겠는데요.”


내가 말하자 김철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좀 찝찝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우리 모두가 헬멧을 벗었다. 바이러스가 없다고 한 방역로봇의 측정치가 맞기를 바랄 뿐이었다. 우리가 헬멧을 벗고 얼마 되지 않아 우르인간들이 동시에 왕복선에서 뛰어내렸다. 십 미터가 되는 높이를 그들은 가볍게 떨어져 앉아 다시 멍하니 왕복선을 봤다. 그리고는 손짓을 하고 발을 구르고 제각각 몸짓을 하다 발과 손짓이 하나가 되자 아서 기지에는 가까이 오지도 않고 왔던 방향으로 사라졌다. 김철수가 재빠르게 말했다.


“산소통을 교체하고 지금 바로 여기서 철수합시다.”


에어록 앞에 깔아놓은 전기 그물망을 실험해보지 않아 아쉽기는 했지만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서 기지를 나오자마자 원격으로 전기 그물망을 가동시킨 후, 왕복선으로 갔다. 액체가 얼어붙은 자국들이 선체에 가득 남아있었다. 김철수가 말했다.


“우주복이 오염될 수도 있으니 저기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요.”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일부러 만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컴퓨터가 내려준 사다리를 타고 급하게 왕복선에 올랐다. 왕복선은 월리엄 기지로 출발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할 틈도 없는 짧은 비행이었다. 아서 기지처럼 고속도로에 왕복선을 착륙시키고 5분여를 걸어 월리엄 기지에 도착했다.


기지 안에 우르인간이 남아 있을지도 몰라 모두가 긴장했다. 보안요원 둘이 공기총을 들고, 먼저 기지에 접근해 안쪽과 주변을 살핀 후에야 우리도 기지에 다가갈 수 있었다.


월리엄 기지는 그야말로 싹 뜯겨 나가고 콘크리트 벽만 남아 있었다. 에어록의 문도 모두 사라졌고 문을 작동시키는 실린더와 제어기에, 산소탱크 자리도 비어 있었다. 기지 안의 차단문들은 모두 열린 채 남아있었다. 그 무게와 크기에 떼어내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콘솔박스, 입력패드, 모터 등 자잘한 부품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지독하군. 지독한 약탈이야.”


김철수가 화를 참으며 중얼거렸다. 휴먼세븐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메타2기지보다 더 심하게 가져갔네요. 하지만 약탈은 인간의 본성이죠.”


김철수가 휴먼세븐을 노려봤다.


“꼭 여기서 그런 말을 해야겠나?”


“어머 죄송해요. 시간과 장소가 좋지 않았네요. 이런 약탈을 보자 인간의 반달리즘이 생각났어요. 사실 인간의 진화와 역사는 약탈과 그것으로부터의 방어의 과정이 아닌가요? 생태학자님은 잘 아실 것 같은데···?”


휴먼세븐이 내게로 얼굴을 돌렸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논쟁에 말려들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다. 내가 대응하지 않자 휴먼세븐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그냥 생각이 나서 말했는데, 정말 실수했네요.”


안드로이드가 실수할리는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우리들을 한번 찔러 자극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김철수의 뒤를 따르던 문건한이 떼 내어진 부품들의 자리를 보며 심각하게 말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드라이버 같은 도구로 떼어냈는데요.”


문건한이 가리킨 곳은 공조 설비가 들어가 있던 자리였다. 다른 곳은 설비가 고정되어 있던 곳을 뭔가로 내리친 흔적이 뚜렷했지만 그 자리만큼은 나사가 빠진 자국이 깔끔했다. 문건한이 작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음···, 우르인간들이 본격적으로 도구를 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며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서나 거친 파괴와 깔끔한 제거의 흔적이 교차되어 나타났다. 주거시설마저 남은 게 없었다. 유일하게 남겨놓은 건 테일러 박사가 만들었던 프라모델이었다. 김철수가 이를 악문 소리로 말했다.


“우르인간들이 이걸 보고 충차를 만들었어요.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부수어 버립시다.”


보안요원과 유벤타 공장 직원들이 프라모델이 들어있는 유리장식장을 깨려 나섰다. 그러나 막상 가지고 있는 도구가 마땅치 않았다. 공기총은 개머리판이 없었고 총열로 내리쳤다가는 총이 고장 날 우려도 있었다. 전기봉이나 테이저건도 적당치 않았다. 얼음조각을 가지러가기에도 귀찮았고 갑자기 우르인간이 튀어나오는 상상이 되며 머뭇거려졌다. 문건한이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한 마디 했다.


“이미 기억할 건 다 기억했을 것 같습니다. 괜히 시간낭비에 체력낭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국 프라모델 부수는 걸 포기했다. 우리는 다시 기지에서 나왔다. 기지 건물 오른쪽에 핵발전소가 서느렇게 서있었다.


“발전소를 점검합시다.”


김철수가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앞장섰다. 우리는 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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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8) 22.11.25 250 17 14쪽
117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7) 22.11.23 244 22 12쪽
»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6) 22.11.21 256 23 11쪽
115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5) 22.11.18 273 21 12쪽
114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4) +1 22.11.16 280 17 12쪽
113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3) +1 22.11.14 283 16 10쪽
112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2) 22.11.11 321 16 12쪽
111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1) 22.11.09 326 20 11쪽
110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10) +5 22.11.07 349 21 13쪽
109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9) +3 22.11.04 347 24 12쪽
108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8) +2 22.11.02 361 23 10쪽
107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7) +1 22.10.31 414 23 12쪽
106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6) +6 22.10.28 438 26 12쪽
105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5) +5 22.10.26 436 23 12쪽
104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4) +1 22.10.24 404 21 12쪽
103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3) 22.10.21 381 21 11쪽
102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2) +1 22.10.19 407 21 10쪽
101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1) +1 22.10.17 429 21 10쪽
100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11) 22.10.14 423 17 11쪽
99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10) +3 22.10.12 426 19 10쪽
98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9) 22.10.10 441 23 10쪽
97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8) +1 22.10.07 452 19 13쪽
96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7) 22.10.05 462 26 13쪽
95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6) +2 22.10.03 466 24 12쪽
94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5) 22.09.30 486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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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3) +1 22.09.26 500 20 10쪽
91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2) +1 22.09.23 480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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