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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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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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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9.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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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2)

DUMMY

궤도차 안은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마음이 답답했고 제인과 앨런은 마음이 불안하고 긴장했을 것이다. 유벤타 공장에서 궤도차가 멀어져 공장이 보이지 않게 되자 긴장을 풀려는 듯 제인이 억지로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나마 김 박사님과 함께여서 다행이에요. 박사님은 최초의 우르 사냥꾼에다 최근에도 활약이 대단하시지 않아요?”


앨런도 바로 맞장구쳤다.


“그래요. 메타2 기지를 조사하러 가라 했을 때는 눈앞이 아득했는데, 김 박사님이 가신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어요.”


그들의 치사에도 나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내 기분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나는 고맙다는 말로 그들의 찬사에 보답했다. 문건한은 이 두 사람이 제임스 기지를 나와 유로파를 다녀본 적도 없을 거라 했다. 나는 그것부터 확인했다.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다른 할 말도 없었다.


“이번만큼 제임스 기지에서 멀리 나온 적이 있었나요?”


제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명랑하게 대답했다.


“처음 왔을 때 우주선 착륙장에서 제임스 기지까지 걸었던 적 외에는 기지 밖으로 나온 적이 없어요. 이 살벌한 얼음세계를 꼭 돌아다녀야 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내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앨런은 소모용 기자재 재고를 파악해야 될 일이 있어 아서 기지까지는 가 본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궤도차를 운전하는 법까지 배웠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교대 운전자가 있다니 그의 말이 반가웠다.


“그럼 살아있는 우르를 본 적도 없겠군요?”


“그거야 볼 일이 없죠. 볼 이유도 없고요.”


앨런은 당연하다는 투로 말하고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물었다.


“별안간 우르가 잡히지 않고, 갑자기 신종 인플루엔자에 사람이 죽고, 우르인간이라는 괴물이 나타났다고 시끄럽던데 그 모든 것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두렵기만 해요.”


“나도 두려워요. 유벤타를 생산하지 못하면 벌어질 일이 끔찍하기만 합니다.”


내 대답에 제인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영원히 유벤타를 생산 못할 수도 있나요?”


“그걸 막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일부러 가볍게 말했다. 궤도차의 컴퓨터는 방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내가 핸들을 돌리자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거칠고 험한 얼음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전에 궤도차가 지난 적은 있는지 궤도가 얼음을 누르며 지나간 흔적이 뚜렷했다.


“어, 궤도차가 이 길을 다녔나?”


내가 놀라며 말하자 제인과 앨런도 유심히 밖을 보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이 흔적을 남긴 것이 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이 길은 클라크와 함께 휴먼세븐을 추적했던 길이었다. 나는 괜히 가슴이 철렁하며 앨런과 제인의 눈치를 보았다. 당연하게도 앨런과 제인은 아무런 생각도 없어보였다. 제인과 앨런은 바로 옆까지 바싹 서있는 얼음 기둥과 바위들의 위세에 질려있었다. 앨런이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이곳의 풍경은 제임스 기지와는 또 달라요. 이 얼음 기둥이 우리 위로 쓰러지지는 않겠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는 운전에 집중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얼음 기둥의 위세가 약해지는 곳은 크레바스가 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길은 S자로 급하게 휘어졌다. 제인과 앨런이 의자를 꽉 잡았다. 이전 보다 길이 더 험해진 것 같았다. 클라크와 갔을 때는 내가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 그렇게 느겼을런지도 몰랐다. 한편으로 위험을 모르는 동행자들을 보며 더 불안해졌을 수도 있다.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제인과 앨런은 앞 유리창으로 밖의 풍경을 정신없이 보았다. 내 걱정은 우르인간의 출현이었다.


“우르인간이 있는지 경계를 해야 해요. 앞만 보면 안 됩니다. 양 옆도 동시에 봐야 합니다. 특히 얼음바위나 기둥의 위를 주시하세요.”


제인과 앨런은 다시 긴장하며 좌우의 창까지 살피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우르인간을 발견해도 에어록의 잠금장치를 깨고 들어오면 더 이상 막을 방법은 없었다. 유벤타 공장으로 가는 중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나! 하지만 난 앨런과 제인에게 그 얘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둘을 공포로 미치게 할 필요는 없었다.


궤도차는 순조롭게 달렸다. 제인과 앨런의 집중력은 떨어졌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앨런과 자리를 바꾸었다. 나는 운전의 피로감에 벗어났지만 궤도차의 속도는 크게 떨어졌다. 앨런이 컴퓨터의 운전을 믿지 못해 크레바스 경고가 나오면 한번 씩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이 궤도차는 휴먼세븐이 다른 로봇과 만나던 장소까지 왔다. 그 자리에는 바퀴자국만 어지러이 남아있었다. 바퀴자국은 자리를 벗어나며 일렬로 모여 우리가 가려는 쪽으로 이어졌다. 이 자국의 끝에 메타2기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궤도차는 촘촘한 얼음기둥과 바위의 군집과 짧고 거친 평야를 번갈아 만나며 계속 앞으로 나갔다. 내비게이션에서는 펠라콘 리네아가 근처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얼음 둔덕이 보이고 얼음기둥의 간격은 이전보다 넓어져 운전하기가 수월해졌다. 그러나 갈수록 궤도차가 비틀거리는 횟수가 많아졌다. 좌측을 살피던 나는 앨런에게 물었다.


“앨런 피곤합니까? 자리를 바꿀까요?”


앨런은 대답하지 않았다.


“앨런, 괜찮아요?”


나는 다시 물으며 제인을 힐끔 봤다. 제인은 멍하니 창밖의 하늘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나는 제인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보았다. 하늘의 절반을 메우고 있는 목성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움직이는 뱀처럼 사행하는 은회색과 적갈색의 어울림이 강렬하게 내 눈에 부딪쳤다. 모든 것을 굴복시킬 것 같은 그 무거운 색감에 당장 빨려들어 갈 것 같았다. 나는 얼른 눈을 돌렸다. 그리고 제인을 흔들며 앨런에게 외쳤다.


“앨런, 제인, 눈을 감아요. 목성을 보지 말아요.”


내말이 끝나기도 전에 궤도차의 방향이 틀어지며 얼음기둥을 박아버렸다. 내 말에 정신이 들며 앨런이 핸들을 꺾은 것이다. 자율운행보다 우선시 되는 게 사람에 의한 수동 조작이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가 경보음을 울렸다. 궤도차 지붕에 얼음덩이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 때문인지 내가 부르는 소리 때문인지 앨런과 제인이 정신을 차렸다. 앨런이 시끄러운 컴퓨터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목성에 정신을 빼앗겨서 그래요. 얼음기둥이나 바위 위를 경계 하라 할 때, 오랜 시간 하늘 보게 되니 미리 경고해야 했는데 내 잘못입니다.”


그것은 확실히 내 잘못이었다. 제임스 기지에만 있어 목성을 보지 못했던 이들이 황홀경에 빠질 위험이 높았는데도 그걸 깜빡했다. 제인이 다시 목성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나는 황급히 제인을 말렸다.


“목성을 보지 말아요.”


“하지만 안 볼 수가 없지 않아요.”


“그래도 목성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안 보이는 것처럼 행동해요. 하늘에 아무것도 있지 않는 것처럼, 그 색깔과 무게를 느끼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나는 말을 하며 앨런과 자리를 바꾸고 차를 뒤로 뺀 뒤 경고음을 껐다. 궤도차는 크게 부서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궤도차에 이상이 생긴다면 오도 가도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차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로 하고 우주복을 점검했다. 앨런이 미안했는지 자신도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우리는 에어록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앞쪽 범퍼가 조금 찌그러져있었다. 앨런이 불안스레 물었다.


“이거 수리비용은 내가 내야 하는 건가요?”


“신디케이트의 규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특수상황에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앨런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차에 타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뒤쪽으로 멀리 떨어진 낮은 둔덕 너머로 솟아올라 있는 우르가 보였다. 앨런이 비명 같은 탄성을 질렀다.


“우르다!”


통신기에서 흥분한 제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르요? 어디에요?”


“저기 있어요. 나와 봐요.”


곧 에어록이 열리더니 제인이 나왔다. 제인과 앨런은 우르를 정신없이 바라봤다. 하늘에는 목성의 현란한 무늬가 마음을 당기고 있었다. 갑자기 제인이 우르가 있는 쪽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걸음걸이가 꼭 몽유병 환자 같았다.


“어디를 가는 겁니까?”


내가 물었지만 제인은 답하지 않았다. 우르와의 거리는 몇 백 미터로 곳곳에 얼음바위와 기둥이 있어 걷기가 쉽지 않았다. 더 무서운 건 숨어있는 크레바스였다. 나는 황급히 제인을 붙잡았다.


“정신 차려요. 발밑을 봐요. 무작정 가면 위험해요.”


내가 소리쳤지만 제인은 인지하지 못했다. 앨런까지도 우르와 목성의 조화에 마음을 빼앗긴 듯 몸이 굳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제인에게 외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모양으로 나를 도와 제인을 잡았다.


“차로 돌아갑시다.”


내가 말하자 앨런이 제인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차안으로 들어가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우르를 봤다. 우르의 몸통 한 가운데에서 꿈틀거리는 돌기들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우르와 하나 된 좀비 대원이거나 태어나는 우르인간일 것이다. 우르인간은 물에 잠겨 가만히 있는 우르만 아니라 돌아다니는 우르에게서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유기물을 엉기게 하는 화학물질만 바닷물 속에 있다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우르 한 마리당 나올 수 있는 우르인간의 수가 4282명이라던 소리가 쟁쟁하게 귀를 울렸다.


그러나저러나 저 우르에 다 자란 우르인간이 매달려 있거나 숨어있을 경우를 생각하자 모골이 송연해졌다. 나는 에어록을 잠그고 안으로 들어가 운전석에 앉았다. 후방카메라를 우르가 있는 쪽에 고정하고 앨런과 제인에게 말했다.


“진동을 느끼면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우르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 출발하는 게 좋겠습니다.”


앨런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제인은 아직도 환상적인 그림을 보는 듯 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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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7) 22.11.23 243 22 12쪽
116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6) 22.11.21 254 23 11쪽
115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5) 22.11.18 272 21 12쪽
114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4) +1 22.11.16 279 17 12쪽
113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3) +1 22.11.14 282 16 10쪽
112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2) 22.11.11 319 16 12쪽
111 12장. 월리엄 기지의 함락 (1) 22.11.09 325 20 11쪽
110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10) +5 22.11.07 348 21 13쪽
109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9) +3 22.11.04 346 24 12쪽
108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8) +2 22.11.02 360 23 10쪽
107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7) +1 22.10.31 413 23 12쪽
106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6) +6 22.10.28 437 26 12쪽
105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5) +5 22.10.26 435 23 12쪽
104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4) +1 22.10.24 403 21 12쪽
103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3) 22.10.21 380 21 11쪽
102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2) +1 22.10.19 406 21 10쪽
101 11장. 또 한번의 우르 사냥 (1) +1 22.10.17 428 21 10쪽
100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11) 22.10.14 422 17 11쪽
99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10) +3 22.10.12 425 19 10쪽
98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9) 22.10.10 440 23 10쪽
97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8) +1 22.10.07 451 19 13쪽
96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7) 22.10.05 461 26 13쪽
95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6) +2 22.10.03 465 24 12쪽
94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5) 22.09.30 485 21 11쪽
93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4) +2 22.09.28 496 26 12쪽
92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3) +1 22.09.26 498 20 10쪽
»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2) +1 22.09.23 479 21 10쪽
90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1) +1 22.09.21 532 16 10쪽
89 9장. 캬티냐 기지(8) 22.09.19 507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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