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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 님의 서재입니다.

악바리 쌍절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함길수
작품등록일 :
2017.04.25 13:39
최근연재일 :
2017.05.11 16:18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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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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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6
글자수 :
147,231

작성
17.04.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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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직장 생활 1

DUMMY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창수는 졸업 후에 친구인 광호와 주류업체에 취직했다.

회사는 의정부시 동쪽 끝 용아산 옆구리에 붙어 있다.

봉급은 작았지만, 숙식이 되고, 도시의 변두리여서 산이 가까워, 마음에 들었다.


회사는 정문 왼쪽에, 이 층 사무실 건물과 그 뒤에 큰 창고가 있고, 가운데 넓은 마당 일부는 야적장으로 쓰였다.

정문에서 제법 떨어져서, 오른쪽에는 낡은 이 층 건물이 있는데, 일 층은 식당이며 이 층은 숙소이다.


창수는 번잡한 것이 싫어서, 옥상의 창고를 정리해서 방으로 만들었다. 숙소보다 허름하고 추웠지만, 산에서 산삼 같은 걸 먹은 후 추위를 타지 않았다.

혼자 지낸 시간이 많았던 창수는 숙소에서 여럿이 북적이며 자는 게 싫었다.

창수의 방 앞 옥상을 혼자 쓴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산에 붙여 지은 회사라서, 옥상에 서면 산이 바로 앞에 있어 더 좋았다.


뒷산에는 활엽수가 많았다.

검은 가지와 갈색의 마른 잎이 달린, 상수리나무 사이로 일월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옥상에 서서, 마르고 부스스한 산을 보는 창수의 코로 멧돼지 노린내가 스며들었다. 자랑할 만한 번듯한 직장은 아니지만,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는 기대에 가슴이 부풀었다.


낡은 블록 담장 너머는 약간 비탈진 산으로 연결돼있고, 정문 앞 도로 건너편은 주택과 상점이 섞여 있는, 도시의 외곽지 모습이다.

화물차가 싣고 온 술 상자를 내려서 정리하고, 보낼 물건은 거래처별로 미리 준비해 뒀다가 실어 주면 된다,

일은 바쁘지 않았다. 한가할 때는 족구를 하거나 역기로 운동하며 지냈다.

상하 차 일은 네 명이 하는데. 야간 고등학교 일학년에 다니며 주경야독하는 상진과, 스물네 살 태우 형이었다.


고아인 상진이는 아직 어려서 쉬운 일만 시킨다

작업량의 절반은 창수가 해치운다. 그래도 힘들지 않았다. 창수의 얼굴에는 학창시절의 흉터가 있어서 험악한 인상이다.

첫인상이 좋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지만, 말없이 일 잘하는 창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태우 형이 쇠파이프와 개 줄을 용접해 쌍절곤을 만들어 주었다.

쇠 파이프와 개 사슬 사이에 베어링도 넣었다.

쇠 파이프엔 고무 튜브를 감았다. 나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창수는 질풍노도의 시간을 쌍절곤 돌리며 보냈다. 주말에는 남들은 시내로 갈 때 창수는 산으로 갔다.

가끔은 광호와 친구들을 만나 술집도 가고 영화도 보지만, 산에 덫을 놓고, 계곡에서 가재를 잡는 게 더 재미있었다. 직장 사람들과는 잘 어울려도 낯선 사람들과 교류하기보다는 산에서 노는 게 더 편했다.


회사의 실 주인은 종삼파 보스 이종삼이다.

지금 사장은 바지사장이다. 이종삼은 보육원 출신이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주먹세계에 뛰어들었고, 보스가 된 후에는 보육원에 기부도 많이 한다. 그래서 조직원은 보육원 출신이 많다.

상진이도 조직의 도움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광호는 주먹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있다.

축구부에 있을 때, 선배들을 일방적으로 때리던 창수의 싸움 실력을 잘 알고 있던 광호는, 친척인 사장에게 부탁하여 갈 곳 없는 창수와 같이 입사했다.

광호는 창수와 함께 조직원이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창수는 건달이 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운동하기를 좋아하지만, 싸움은 즐기지 않았다.

산을 뛰어다니길 좋아하는 창수가 업소 지키는 일을 좋아할 리가 없다.


이 층 숙소의 큰 방 하나는 늘 비어 있다가 가끔 조직원들이 훈련하러 온다.

낮에는 산에서 뛰거나 몽둥이질 연습도 하고, 밤에는 단합대회라고 술 마시고 떠든다.

광호는 옆에서 얼쩡거리며 심부름도 하며, 얼굴 알리기에 바빴다. 창수가 보기엔, 그들의 훈련은 애들 장난 같았다.

덩치만 크고, 지구력도 없고, 몽둥이질은 약했다.

고작 그런 훈련하고는 서로 고생했다며 술판 벌이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고수는 하수를 보면 안다. 본인보다 약하다는 것을. 하지만 하수의 눈에는 고수의 실력이 보이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훈련이 있었지만, 누구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애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광호는 아쉬워했지만, 창수는 귀찮지 않아서 좋았다.


토요일은 오전만 근무한다. 점심 먹고 자전거를 타고 산으로 향했다.

오늘은 좀 더 멀리 원정 사냥을 간다.

한여름의 산은 더욱 풍요롭다. 산에서 텐트 없이 자도 춥지 않다.

자전거로 두 시간을 달려 매향산을 올랐다. 등산로를 피해 풀과 나무가 우거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돌아다녔다.


오후 내내 올가미를 쳐놓고 계곡을 뒤졌다.

완전히 어두워지면, 비탈진 곳에 땅을 고르고 풀을 깔아 잠자리를 만들었다.

혼자 누워 별을 보며 잠들지만, 외롭진 않았다. 외로움은 어릴 때부터 늘 창수와 같이 했다. 외로움은 창수의 가슴 한 쪽을 늘 차지하고 있지만, 누구나 다 그런 줄로 알고 있었다.


산에서 자다 새벽을 맞으면 아주 상쾌하다.

별이 사라지고 여명이 밝아오면서 산이 활기를 뿜어내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이 모습을 보려고 산에서 자는 것이다.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

몸이 데워지면 쌍절곤을 돌린다. 쇠 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날카롭다.

개울로 내려가 돌 틈에서 나무로 밥을 한다.


창수도 산에서 불을 피우는 걸 금지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가스버너보다 나무로 밥하면 밥맛이 좋다.

나무가 탈 때의 연기냄새도 좋다.

산불이 날 수도 있으니 개울가에서만 불을 피웠다. 인적이 없는 깊은 계곡에서만 불을 피웠다.

바싹 마른 잔가지로만 불을 피우면 연기도 별로 나지 않는다.

밥이 되면 반찬통의 김치와 고추장 바른 육포를 구워 아침을 먹는다. 믹스 커피도 한잔하고 일어났다.

어제 쳐놓은 올가미를 둘러보며 산을 돌아다녔다. 쌍절곤을 돌리며 나무 사이로 뛰어다녔다.


산 아래쪽으로 가는데, 나무 사이로 사람들이 보였다.

이쪽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다. 이런 데서 마주치면 서로 멋쩍다.

나무 뒤로 숨으며 가까이 가보았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는데, 어째 협박하는 것 같았다.

궁금해진 창수는 은신을 유지하며 더 가까이 다가갔다.


“한 번만 봐 주세요.”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돈 내놓으면 봐 준다니까, 이 간나 새끼야, 삼천만 원만 내놔.”

협박하는 말투가 조선족 같았다.

“제게 그런 큰돈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내가 걸리면 댁들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 아니요?”

애원하다가 같이 화를 냈다.

“우린 걸리면 중국으로 튀면 끝이야. 넌 걸리면 인생 조지는 거야, 이 간나 새끼, 말로 해선 안 되겠구먼, 이보라우, 몽둥이 갖고 오라우.”


고개를 내밀고 보니, 등산복 차림의 네 명이 평상복 차림의 사람 하나를 무릎 꿇린 채로 때리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네 명이 악당 같았다.

뭔가로 협박해 돈 삼천만 원을 뜯어내려는 것 같았다.

눈앞에서 약한 사람 괴롭히는데 모르는 척할 창수가 아니다.

확실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조금 더 있으면 맞는 사람이 골병들 것 같았다.


배낭 속에서 야전삽을 꺼내 들었다. 쌍절곤은 배낭 옆 주머니에 꽂아 두었다.

수풀을 헤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풀 속에서 사람이 나타나니 놀란 듯했다.


“당신은 뭐야, 다치고 싶지 않으면 날래 꺼지라우.”

한 놈이 이상한 억양으로 말하며 눈을 부라렸다.

“아저씨들 입산 허가받고 온 거예요? 여긴 입산금지구역입니다.”

창수는 산림청 직원인 척하며 더 가까이 다가갔다.

여기가 입산금지구역인지 확실히 모르지만, 잠깐 동안은 조선족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당신은 뭔데? 산림청 직원이야? 하여튼 빨리 꺼···. 퍽, 으악!”

산림청 직원이 야전삽 하나 들 수도 있으니, 바짝 다가갔는데도 경계하지 않았다.

창수의 야전삽은 삽날과 괭이가 접혀져 있었다.

삽날의 뒷부분으로 떠드는 놈의 어깨를 때렸다.

옆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옆의 놈 허벅지를 후려쳤다.

야전삽의 무게는 상당하다.

한 놈은 어깨를 잡고 비틀거렸고, 한 놈은 허벅지를 붙잡고 주저앉았다.


“엑, 이 간나 새끼가, 죽고 싶어 환장했나.”

“내래 때려 죽이갔어.” 한 놈이 품속에서 칼을 꺼냈다.

“으악, 케엑.”

두 놈이 떠들며 칼을 빼는 사이에, 창수는 허벅지 잡고 앉아 있는 놈의 턱을 걷어차고, 어깨 잡고 비틀거리는 놈의 반대쪽 어깨를 삽으로 세게 쳤다.


영화에 보면, 대충 맞고 쓰러진 놈이 주인공을 뒤치기 한다. 창수는 영화의 그런 장면을 항상 답답해했다.

한 번 때린 놈은 확실히 더 때려서 뒤치기 못하게 해야 한다.

창수가 앞의 두 놈을 상대할 동안 어깨와 허벅지를 회복해서 뒤치기 할 게 뻔하다.

바보 같은 주인공 역할을 창수가 왜 하나.

앞의 두 놈이 떠들고 폼 잡으며 시간을 주니, 고마워하며 한 방 맞은 놈들을 후환 없게 정리했다.


뒤치기 할 악당을 제거한 창수가 두 놈에게 다가갔다. 짧은 단검보다 야전삽이 훨씬 위력이 있다.

한 놈이 역수로 든 칼로 옆으로 누운 8자를 그렸다. 한 손은 손가락을 벌린 채 가슴 앞에 두고 있었다.

중국 무술 영화에 자주 나오는 모습이다.


“흥.” 창수가 콧방귀를 뀌었다.

상대는 무술영화 좀 본 것 같았다. 하지만, 창수도 무협지 몇 질 읽었다.

창수는 왼쪽으로 비스듬히 서며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왼손을 손가락을 편 채 앞으로 내밀며 오른손의 야전삽을 머리 위로 들었다.

무협지의 주인공이 잘 하는 동작이다.

초식명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 상태에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덤비라는 만국 공용어다.


“이 간나 새끼가, 동무, 같이 덮치자우.”

창수의 폼이 그럴듯한 고수 같아 보이니, 옆의 놈에게 같이 덤비자고 했다.

옆의 놈이 고개를 동료에게 돌리며 고개를 끄덕일 때, 창수가 달려들어 야전삽을 휘둘렀다.

합공을 기다려주는 건 영화에나 나오는 장면이다.

창수가 본 무협지에는 선방 날리라고 나온다.

상대가 충분히 준비해서 합공 하는 걸, 기다려주는 친절함은 창수에겐 없다. 놈은 고개를 돌리고 한눈팔다가 야전삽이 날아오자, 칼 든 손으로 막았다.


“아킄.”

야전삽을 칼 잡은 손으로 막아 봤지만, 손뼈가 금가고 칼은 날아갔다. 옆의 놈이 칼을 역수로 들고 찍어왔다.

폼은 영화와 비슷했지만, 창수의 눈에는 너무 느렸다. 칼 든 손을 향해 야전삽을 휘둘렀다.

놈은 삽이 날아오자 부딪히면 안 될 것 같아 손을 뒤로 뺐다. 창수는 삽을 멈추며 한 걸음 다다가 오른발로 상대의 무릎을 찼다.

창수는 산에 갈 때 안전화를 신는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것이다.

비탈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으며. 발차기 하면 위력이 있다. 안전화 코에는 철판이 들어있다. 그 철판이 무릎뼈를 때렸다.


“으아악.” 한 손으로 무릎을 잡고 비명을 질렀다.

창수의 야전삽이 칼 든 손을 때리고 상대의 어깨를 내려쳤다.

몸이 찌그러지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머리는 때리지 않았다.

잘못 치다 골로 가면 골치가 아파진다.

비록 칼 들고 덤빈 괘씸한 놈이지만, 중상을 입힐 순 없다.

손을 잡고 뒹구는 놈의 다리도 걷어찼다.

다리가 멀쩡하면 도망갈 수 있다. 그런 건 미리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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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 쌍절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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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미남 케라톱스. +4 17.05.11 1,082 39 12쪽
26 강기에 입문하다. +9 17.05.10 1,191 44 13쪽
25 특수 훈련 +3 17.05.09 1,283 40 12쪽
24 오거를 잡다. +2 17.05.08 1,332 43 12쪽
23 도기를 얻다. +3 17.05.07 1,334 44 13쪽
22 카라크를 이기다. +3 17.05.07 1,312 38 13쪽
21 밥 달라고 징징대다. +6 17.05.06 1,359 40 13쪽
20 훈련 과정 +6 17.05.05 1,444 40 14쪽
19 차원 훈련소 입소 +2 17.05.04 1,523 41 12쪽
18 변화하는 세상 +4 17.05.03 1,531 44 12쪽
17 전투의 종결 +1 17.05.02 1,426 35 12쪽
16 조직 간의 전투 +2 17.05.01 1,394 33 12쪽
15 종삼파를 돕다. +2 17.04.30 1,444 32 12쪽
14 종삼파 습격당하다. +2 17.04.30 1,474 33 12쪽
13 전역 +1 17.04.29 1,428 32 9쪽
12 반지하에서 탈출하다. +1 17.04.29 1,439 41 12쪽
11 산삼 구출 작전 +3 17.04.28 1,502 34 13쪽
10 열외 되다. +1 17.04.28 1,481 37 12쪽
9 멧돼지 사냥 +2 17.04.27 1,495 37 11쪽
8 티타늄 쌍절곤을 얻다. +2 17.04.27 1,514 32 12쪽
7 군대에도 기연은 있다. +3 17.04.26 1,520 33 12쪽
6 군대를 가다 +3 17.04.26 1,475 30 11쪽
5 직장 생활 2 +1 17.04.25 1,467 29 10쪽
» 직장 생활 1 +1 17.04.25 1,492 29 12쪽
3 어린 시절 3 +1 17.04.25 1,500 26 12쪽
2 어린 시절 2 +4 17.04.25 1,652 28 11쪽
1 어린 시절 1 17.04.25 1,955 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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