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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 님의 서재입니다.

악바리 쌍절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함길수
작품등록일 :
2017.04.25 13:39
최근연재일 :
2017.05.11 16:18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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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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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6
글자수 :
147,231

작성
17.04.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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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티타늄 쌍절곤을 얻다.

DUMMY

특전사들이 서로 대화하더니, 세 번째 선수를 내보냈다.

키는 창수보다 작고 다부진 체구에, 눈빛이 매섭고 인상이 험악했다.

창수는 군대에 와서 키가 더 자라 182cm였다.

잘 생겼지만, 험악해 보이는 자신과 달리, 상대는 험악함 그 자체라는 게 창수의 생각이다.

목을 단단히 굳히고 전통적인 복서의 자세로 다가오더니, 왼손 잽을 연달아 날렸다.

창수가 고개만 움직여 피하니,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날아왔다.

주먹이 앞의 선수들보다 훨씬 빠르다.

연타로 들어오는 주먹을 더킹, 위빙으로 피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도 날린다.


복싱선수로 생각했는데, 실전적인 싸움꾼의 방식이다.

이리저리 피하면서 보니, 싸워 본 경험이 많은 것 같다.

혹시 조폭의 행동대장 출신이 아닐까.

연속 공격을 하다가 한 걸음 물러서서 숨을 조절하더니, 왼손이 나오는 듯하더니 오른손을 움찔거리고는 왼손 훅을 날렸다. 페인트가 아주 훌륭했다.

상체를 오른쪽으로 피하며 상대의 복부에 왼 주먹으로 한 방 쳤다.

살살 쳤는데 허리를 접으며 아파했다.

싸움 실력은 발군인데 맷집이 약했다.

“한 번 더 해도 되겠습니까?” 창수가 감지덕지할 말씀을 해 주셨다.

“예! 물론입니다.” 웃음이 얼굴에 나타나지 않게 조심했다.

몇 번의 공격을 받아 주고는, 허벅지를 한 번 차주고 턱에 주먹을 갖다 대니 항복을 하였다.

“잘 배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폼이 아무래도 조폭 같은데.

마주 인사한 창수는 꿋꿋이 서서 다음 선수를 기다렸다.


조금 눈치가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대련할까 싶어서 버티고 있었다.

특전사 측의 술렁임이 커지더니, 무리 속에서 덩치 하나가 걸어 왔다.

195cm 정도의 키에 고릴라를 닮았다. 아니, 고릴라다.

고릴라 무리에 가면 바로 식구로 받아줄 것 같다.

인간 사이에서 왜 외롭게 살고 있을까. 동족을 떠나서 말이야.

가까워질수록 감탄이 나오는 체구에, 귀가 뭉그러진 게 레슬링을 했을 것 같다.

그야말로 게임에 나오는 막판 보스의 포스를 갖고 있었다.


인사할 때도 눈싸움을 계속 걸어왔다.

창수도 눈싸움엔 가락이 있지만, 온화한 눈빛을 유지했다.

노려보다가 상대가 겁먹고 도망가면 안 된다. 귀한 손님이다.

낮은 가드의 복서 자세로 성큼 다가오더니, 왼손 잽을 날렸다

팔도 무척 길고 자신만만한 눈빛이었다.

스피드도 괜찮고 주먹엔 위력이 있지만. 가볍게 상체 윗부분만 움직여 피했다.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왼쪽으로 움직여 피하니 뻗은 주먹을 펴서 어깨를 잡으려 했다.

손등으로 팔꿈치를 쳐내니 힘으로 버티며 오른발로 로우 킥을 찼다.

한 걸음 물러나니,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며 주먹질과 로우 킥을 연속으로 찼다.


특이한 기술은 없지만, 실용적인 수법으로 공격하는데, 위력이 좋다.

피하기만 하다가 공격하는 팔과 다리를 쳐 내기 시작했다.

창수의 팔다리와 부딪히고는 아픈 듯 인상을 찡그리던 상대가, 조금 물러서더니 태클을 들어왔다.

고개를 숙이며 허리를 잡으러 오는데, 아주 많이 해본 솜씨였다.

고개를 숙이며 미끄러지듯이 들어오는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상대는 머리가 잡혔지만, 두 손이 허벅지에 닿았으니 당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팔에 힘을 주었지만, 창수의 다리는 꿈적도 하지 않았고 잡힌 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에 꼼짝할 수 없었다.

격투기 선수생활을 했지만 이런 식으로 당한 건 처음이었다.

창수는 공격하지 않고 기다렸다.

이 상태에서 공격하면 목 다칠 지도 모른다.

그 자세로 조금 지나자, 상대가 창수의 다리를 툭툭 쳤다.

일어선 상대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힘이 대단하시네요. 제가 졌습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부탁해도 될까요?”

“아, 예! 여기 계실 동안 언제라도 좋습니다.”

사실 창수도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웠다. 이번 상대에겐 한 방도 못 때렸으니까.

특전사는 대다수가 부사관이다. 창수보다 훨씬 군대 생활을 오래 했다.

그래도 반말을 하지 않으니 창수도 공손히 대했다.

계급을 떠나서 상호존중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상대가 간 뒤에도 창수가 버티고 있자, 소대장이 가까이 다가와서 조용히 말했다.


“그만 내려가라”

막판 보스를 잡았으니 일 대 일은 안 될 거고.

“혹시 이 대 일이나 삼 대 일로 안 될까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했다.

“인마, 부대끼리 감정 상할 일 있냐? 수고했다. 빨리 내려가.” 소대장도 입을 가렸지만, 벌어진 입을 다 가릴 순 없었다.

창수는 어쩔 수 없이 지휘부, 특전사, 우리 부대를 향해 경례하고 물러났다.

박수 소리가 연병장에 울려 퍼졌다.


특전사를 조금 눌러준 여파는 컸다.

우선 부대 훈련에서 조금씩 소외되기 시작했다.

선착순 뛰고 나면 창수를 제외하고 등수를 매겼다.

일등으로 들어와도 일등이라 불러주지 않고, 땅파기작업 선착순에 일부러 꼴찌로 들어가니 ‘넌 저리 가라’고 한다.

중대장이 불러서 갔더니, 포상 휴가가 나왔다고 하신다.


“무엇에 대한 포상입니까?”

“자네가 대련에서 이긴 게 보통 일인 줄 아나? 군대는 그런 일은 큰 공적이 되는 곳이야. 그리고 아직 휴가 다녀오지 않은 부대원은 너뿐이야. 이번에 꼭 갔다 오도록 해.”

그래서 창수는 칠 개월째인 시월에 휴가를 가게 되었다.

예전에 창을 준 동기인 종호를 찾아갔다.


“네 삼촌께선 쌍절곤은 안 만드시냐?”

“있지, 무기는 다 있어. 진짜 총 빼고. 쌍절곤도 끝내주는 것이 있지. 네가 쓰던 쌍절곤은?”

“어, 문방구나 체육사에서 산 건 약해서 못 쓰겠더라고. 나무 몇 번 치면 금방 부서져서 말이야.”

“삼촌이 티타늄 합금으로 만든 게 하나 있는데 안 줄 것 같아. 물론 팔지도 않을 거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면 안 될까?”

“글쎄, 내가 부탁하면 만들어 줄 것 같은데, 나 휴가 나가려면 한참 있어야 돼.”

“나, 이번에 포상 휴가 나왔어. 그것 너 줄까?”


“에이, 그건 안 돼. 그땐 처음이니까 이름 바꿔 줬지. 또 어떻게 그래? 그런데 무슨 포상이냐?”

“저번에 특전사 대련한 게 보고된 모양이야. 뭐, 부대의 위상을 높여서 준다던데, 난 잘 모르겠어.”

“아! 맞아, 군대에선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내가 정기 휴가로 나가고, 네가 포상 휴가로 나가서 같이 만나, 삼촌께 부탁하려고 했는데 어떡하지?”

“내가 전화할 테니까, 삼촌을 만나서 부탁해 봐라.” 종호는 호의가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창수는 부대 동기 중에서 제일 늦게 정기 휴가를 가게 됐다. 짧은 포상 휴가가 두 번 있었지만, 이병 때 한 번만 다녀왔다.

휴가보다 군대에서 수련하는 게 더 보람찼다.

오랜만에 뵌 아버지는 창수를 아주 반겼다.


“다른 애들은 자주 오던데, 넌 군대에서 고생 많이 하는 모양이다.”

“아버지, 아닙니다. 군대 생활이 재미있어요. 제 걱정은 마세요.”

아버진 도박이나 술도 하지 않으시며 중소기업에 취직하셔서 잘 지내고 계셨다.

제대로 돌봐 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셨지만, 창수는 아버지가 마음고생이 많으셨다고 위로했다.

창수는 아버지께서 엄마 없는 슬픔을 다 짊어지고 계신 덕분에 덜 슬펐다고 생각한다.

창수는 제일 큰 걱정이 사라져서 마음이 편해졌다.


다음 날 종호의 삼촌을 만나러 갔다.

장안동에서 기계 제작하는 공장을 운영하셨다. 사무실 안쪽 방에는 도검류, 창, 각종 병기가 있었다.

처음 보는 병기도 많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종호 군대 동기 박창수입니다.”

“어서 오너라. 종호가 전화로 이야기하더라. 네 칭찬을 많이 하더라. 그래, 쌍절곤이 필요하다고 했지?”

“예! 시중에서 파는 것은 너무 가볍고 약해서 이렇게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만들어 둔 것을 보여주셨는데, 하나는 나무였고 하나는 철로 되어있었지만, 둘 다 가벼웠다.

창수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자, 안쪽에서 나무 상자를 갖고 오셔서 안의 것을 보여 주셨다.


창수가 받아보니, 45cm 정도의 곤 2개를 25cm의 쇠사슬로 연결되어있었다.

봉은 끝이 굵으며 사슬 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가늘어졌다.

사슬 고리는 ‘θ’ 이렇게 생긴 것을 죽 연결했는데 철사가 굵었다.

고리 간의 유격이 작아야 휘두를 때 곤이 똑바로 나아가며, 사슬이 꼬이지 않는다.

전체가 은회색이며 무게와 만들어진 모양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시중에선 구경할 수 없는 명품 무기이다.


쌍절곤은 막대기보다 두 배 이상의 속도로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속도에 비례하여 위력이 있으며, 타격 방향을 상대가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대다수 사람은 혼자 돌리는 재미로 사용한다.

재미로 돌리는 쌍절곤은 곤과 사슬도 짧고 가벼워 무기로서의 효용이 없다.

제대로 만든 쌍절곤으로 목표를 타격하거나, 몸에서 멀리 휘두르면, 통제하기가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휘두른 사람이 다친다. 종호 삼촌이 만든 쌍절곤은 보통 사람이 휘두르기엔 위험했다.

창수는 보는 것을 익힌 후에야 쌍절곤의 효용을 알 수 있었다.


“제가 휘둘러 봐도 됩니까?”

삼촌과 함께 밖으로 나와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오른 어깨 위로 돌아간 곤을 왼손이 겨드랑이 사이에서 받아서, 왼 어깨 위로 돌리고, 곤을 오른손이 받아 같은 경로로 휘두르기를 여러 번 했다.

엑스 자 모양으로 휘둘린 곤이 허리 뒤를 돌아 나온다.

흥이 돋기 시작한 창수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몸 주위를 돌다가, 앞으로 튀어나왔다가, 겨드랑이 사이로 숨었다가, 허리 뒤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곤은 마음먹은 대로 따라와 주었다.

사슬은 절걱대는 소리 없이, 매끄럽게 움직였다.


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잘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창수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움직임, 곤과 사슬의 움직임, 주변 공간의 움직임이었다.

눈으로 보며, 마음으로 본다.

은회색 빛 곤의 궤적이, 빠르게 움직이는 창수의 신형을 덮어갔다.

빛의 궤적이 꿈틀대는 속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나왔다.

문구점에서 산 것으론 감히 느끼지 못한 감흥이었다.

무기와 몸과 바람과 땅이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무아지경의 순간은 잠깐이었고, 돌아가던 곤을 세웠다.



“이 친구를 저에게 주십시오.” 두 손으로 쌍절곤을 받쳐 들고, 공손하게 말했다.

“허, 그걸 그렇게 돌릴 수 있다니! 무게가 5kg이 넘는 건데,”

놀라신 듯 창수를 쳐다보며 한참을 망설이셨다.


“그건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서 강도가 세며 부식되지도 않는다.

사슬은 6ton 무게를 견디지.

사슬과 곤의 사이엔 베어링이 들어있다. 가끔 그리스를 치면 된다.

그건 내가 만든 무기 중에 으뜸이라 할 수 있지. 오늘 보니, 네가 임자인 것 같구나. 네게 주마. 대신에 그걸로 사람을 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절대로 사람에게 쓰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나는 이날까지 취미로 무기를 만들었지, 돈 받고 팔지 않으니, 돈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비싼 재료에 공들여 만든 것을 그냥 주신다니, 창수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원래 강철로 만들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휘두르다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저도 모르게 달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말하고 나서는 욕심 부린 것이 창피했는데, 정말로 주실 줄은 몰랐다.


“이건 지난번 창을 주신 고마움에 준비한 것이니, 꼭 받아주십시오.”

케이크 상자만 한 것 안에는, 십오 년 정도 된 산삼 한 뿌리와 굵은 더덕이 가득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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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 쌍절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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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미남 케라톱스. +4 17.05.11 1,082 39 12쪽
26 강기에 입문하다. +9 17.05.10 1,192 44 13쪽
25 특수 훈련 +3 17.05.09 1,283 40 12쪽
24 오거를 잡다. +2 17.05.08 1,332 43 12쪽
23 도기를 얻다. +3 17.05.07 1,334 44 13쪽
22 카라크를 이기다. +3 17.05.07 1,313 38 13쪽
21 밥 달라고 징징대다. +6 17.05.06 1,359 40 13쪽
20 훈련 과정 +6 17.05.05 1,444 40 14쪽
19 차원 훈련소 입소 +2 17.05.04 1,523 41 12쪽
18 변화하는 세상 +4 17.05.03 1,531 44 12쪽
17 전투의 종결 +1 17.05.02 1,426 35 12쪽
16 조직 간의 전투 +2 17.05.01 1,394 33 12쪽
15 종삼파를 돕다. +2 17.04.30 1,444 32 12쪽
14 종삼파 습격당하다. +2 17.04.30 1,474 33 12쪽
13 전역 +1 17.04.29 1,428 32 9쪽
12 반지하에서 탈출하다. +1 17.04.29 1,439 41 12쪽
11 산삼 구출 작전 +3 17.04.28 1,502 34 13쪽
10 열외 되다. +1 17.04.28 1,481 37 12쪽
9 멧돼지 사냥 +2 17.04.27 1,495 37 11쪽
» 티타늄 쌍절곤을 얻다. +2 17.04.27 1,515 32 12쪽
7 군대에도 기연은 있다. +3 17.04.26 1,520 33 12쪽
6 군대를 가다 +3 17.04.26 1,475 30 11쪽
5 직장 생활 2 +1 17.04.25 1,467 29 10쪽
4 직장 생활 1 +1 17.04.25 1,492 29 12쪽
3 어린 시절 3 +1 17.04.25 1,500 26 12쪽
2 어린 시절 2 +4 17.04.25 1,652 28 11쪽
1 어린 시절 1 17.04.25 1,955 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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