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12,513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6.16 21:00
조회
19
추천
0
글자
12쪽

115화

DUMMY

“들어오세요!”

“어으, 너무 눈치 보이네 진짜.”

“왜요?”



야심한 새벽, 카나의 집에 초대 받은 인수. 남들의 눈에 띌까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인수는 지금 세상이 두렵다. 혹시라도 길을 걷다 붕어빵 사 먹던 새시대나 스왐프와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아니 그래서 왜. 왜 인수가 이곳에 있을까. 이곳, 카나가 살아가는 아파트, 즉 탑의 바깥에.


지금의 그는 거의 대부분의 위험한 인물들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그의 가족들도.


그래서 탑에 틀어박혀서도 바깥과 연락할 수단을 찾기 위해 5층에 왔던 것인데, 왜, 왜 다시 탑을 나왔을까.



“이거랑~이거! 그리고 이것도 챙겨야 하고~! 아 진짜! 탑에도 이사 전문 업체가 있으면 좋을 텐데!”

“농담으로 하는 말이죠?”

“농담 아닌데요?”

“탑에서 사는 사람이 없는데 이사 업체가 왜 있겠어요.”

“이제 생겼잖아요! 그리고 그 스왐프? 인가 뭔가도 탑에서 산다면서요?”

“왜 비교를 그것들이랑 해요?”



원래대로라면 이번 일을 끝으로 철수와는 조금 거리를 둘 예정이었던 카나. 가끔 만나 방송만 같이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더 철수와 밀접한 곳에 있겠노라 각오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탑에서 나오지 못하는 철수에 맞춰 카나도 탑에서 살아볼 생각인데, 그녀에게는 필요한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녀의 말마따나 이사 전문 업체가 있었다면 편했을 텐데, 그런 것이 없으니 영역을 이용해 많은 물건을 가지고 이동할 수 있는 인수가 필요했다.



“저는 있잖아요~인수 씨가 정상적인 사람인 척하는 게 조금 무섭기도 해요.”

“무슨 의미예요?”

“오늘 저 따라 나온 것도 답답해서 그런 거잖아요! 철수에게 부탁했으면 철수가 어떻게든 제 이사 정리 같은 거 도와줬을 텐데! 굳이~본인이 돕겠다고 하시고!”

“······하하.”



답답해서. 탑에 있는 것이 답답해서 카나를 돕겠다는 핑계로 나왔다. 카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인수는 여건만 된다면 몇 년이고 탑에 틀어박혀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다. 겨우 며칠 정도로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 그가, 카나를 따라 바깥으로 나온 이유는 하나. 카나가 어떤 사람인가. 그것을 더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였다.


앞으로는 스왐프나 새시대와의 싸움도 많아질 듯하고, 위험한 일도 늘어날 것이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끼어들어 온 카나라는 신입을 인수는 그저 온전히 다 믿을 수가 없었다. 처음 카나의 계획대로 가끔 만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영희는 이미 카나를 상당히 가깝게 여기고 있고, 설이도 그런 영희의 감정에 따라 카나를 경계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철수의 경우엔 카나에게 상당히 예외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인수처럼 가르치는 학생으로 여기지도 않을 것이고, 설이처럼 보호해야 할 아이처럼 여기지도 않고, 냐루냥처럼 우상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상 철수 본인인 영희를 제외하고 철수가 유일하게 자신과 동등하게 여기는 듯한 카나. 인수와는 다른, 정말 친구 관계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 철수와 카나가 계단론에서 말이 통하기 때문, 일 텐데. 인수는 이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 철수의 계단론을 이해하고, 맞받아치고, 심지어는 철수의 부족한 점을 꼬집기까지 해? 경계해야 한다. 호감을 얻기 위한 작전일지도!



“거기 상자 좀 접어주시겠어요?”

“아아, 네. 그런데 무슨 옷이 이렇게 많아요?”

“저 방송하는 사람이잖아요~! 일주일 내내 다른 옷 입어야 사람들이 허튼소리 안 한다구요~!”

“허튼소리?”

“네! 한 2~3일 전에 입었던 옷 꺼내서 다시 입으면 ‘아 빨래 좀 하고 살아라;;’ 이런다니까요? 당연히 빨래를 안 했을 거라고 단정하고! 대뜸! 지가 날 그렇게 잘 알아? 내가 매일매일 빨래하고 다림질하는 줄도 모르면서!”

“말하지 그랬어요.”

“안 듣고 안 믿어요~! 다짜고짜 시비 거는 애들이 뭐 사실관계가 중요하기나 하겠어요?”



깔끔하게 정리 정돈 된 집안. 저렇게나 많은 옷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깔끔하다. 그녀의 성실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따로 사람을 불러 정리를 한 것이 아닐까 싶은 깔끔함에, 인수는 솔직하게 놀라고 있었다.


그래, 일단 성실하고 깔끔한 사람이구나. 인수의 마음속에서 카나의 점수가 조금 올라갔다.



“옷은 제가 넣을 테니까 인수 씨는 가전제품 같은 것들 좀 옮겨주시겠어요?”

“네.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제 영역 완전 피바다라서 문제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럼 철수가 고쳐주겠죠!”



긍정적인 사고. 어쩌면 대책 없다는 느낌도 있지만 그만큼 철수를 믿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철수를 이용하려는 건가? 조금 점수가 깎이려고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카나 덕분에 철수가 힘들어진다면 그건 꽤 흐뭇하지 않을까?


카나의 점수가 조금 더 올라갔다.



“바니바니. 여기 보이는 가구들 전부 옮겨서 영역에 넣어둬. 피바다에 처박지 말고 깨끗하게 잘 보존하고 있어.”

“삑!”

“아, 모자 토끼. 너 왜 친한 척이냐?”

“······비이익······!”

“징그러우니까 가까이 오지 마. 실망? 뭐 어쩌라고. 난 너희들 얼굴 볼 때마다 실망스러워.”

“그러면 안 되죠~! 인수 씨 본인의 힘인 거잖아요? 이 아이들을 미워하는 건 자기 혐오밖에 안 되는 거라고요~”



영역에서 우르르 튀어나와 호다닥 가구를 들고 나르는 토끼 수인들을 귀엽다고 쓰다듬어주는 카나.


······인수의 마음에서 카나가 ‘의심되는 사람’ 에서 ‘믿을 수 없는 사람’ 으로 격하되었다.


일단 지금은 내버려 두겠지만 탑에 들어가면 철수에게 말해 제대로 된 상의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집에 같이 사는 것까지는 몰라도 같이 모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아, 아니. 이런 걸로 결정하면 안 되지. 나도 사람이 참 망가졌어.’


“그러고 보면 카나 씨는 철수랑 꽤 죽이 잘 맞는 것 같으시던데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니에요?”

“아니아니, 저는 잘 모르죠~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그렇게 보이면 그런 거 아닐까요?”

“아아 그런 느낌. 카나 씨가 철수랑 대화를 곧잘 하시니까, 전 뭐, 그냥 그런 줄 알았죠.”

“으음, 뭐랄까, 철수와의 대화는 약간 본능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살짝 뇌 빼고 대화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가끔은 엄~청 큰 대형견 어르고 달래는 느낌도 조금 들고.”



철수에게 대형견이라는 비유를 할 줄이야. 인수는 차마 철수를 개에게 비유할 수가 없었다. 대형견, 맹견, 그러한 비유마저도 철수에게 빗대기에는 너무 가녀리고 귀여운 이미지라.


개에 비유를 하는 것도 그렇고, 그저 본능적인 대화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어르고 달랜다는 말도 그렇고.


마치 지진이 나면 인간이 지진을 느끼기도 전에 강아지들이 지진을 먼저 느껴 도망친다는 이야기처럼, 인수의 감각에 무언가 찌르르 찔러 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철수가 카나 씨는 곧잘 지켜주는 것 같네요.”

“그쵸! 첫 만남부터가 그래서 그런가?”

“아~오크 마을에서 구해줬다고 했죠?”

“네에~저 진짜 그때 생각하면 정말! 인간 불신 생길 것 같다니까요? 어쩜 저 방송 도와주던 사람들이 하나 같이! 하아~세상이 참, 무서워요 그쵸~! 철수 아니었으면 진짜~!”



인간 불신이 어쩌니 말은 하지만, 점점 날카로워지는 인수의 감각과 눈에는 그녀의 눈이 반짝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말하고 싶어 한다. 철수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한다. 그녀와 그 사이의 일을 말하고 싶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자랑. 무엇을 자랑하려는 것일까. 관계성이다. 그녀는 철수와의 관계성을 인수에게 자랑하려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카나 씨를 바라본다.


딱히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기에 크게 눈에 담아두지 않았던 그녀는 확실히 미인이다.


시원시원하게 길쭉한 팔다리에 어지간히 예쁜 거 아니면 안 어울린다는 단발에 금색 머리카락.


깔끔한 집처럼 본인 관리에도 철저한 것인지 전체적으로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관리를 받아온 티가 난다.


성격도 싹싹한 편이고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강아지상이라 멍하니 있으면 아련한 분위기에 퇴폐미마저 느껴지는 철수와는 정반대라는 느낌이 든다.


두 사람이 어울리는가 아닌가를 생각하자면, 어쩐지 카나가 옆에서 조잘거리며 웃으면 철수도 그녀를 따라 살며시 미소를 지을 것만 같은 훈훈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인수 씨도 그런 거 있어요? 철수랑 있었던 뭔가, 좋은 일? 같은 거?”

“저는, 뭐, 딱히?”

“아~정말요?”



안타깝다는 듯한 말투인데도 표정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있다. 자신의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일까? 내가 더 낫네? 라는 느낌일까?


더 볼 것도 없을 듯하다. 카나는 분명히 철수에게 마음이 있다. 이제 그녀의 점수가 어쩌고저쩌고는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인수는, 사랑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철수가 일방적으로 호감을 가지는 대상인 허은이나 냐루냥의 경우엔 사랑이라기보다는 팬심에 가까운 것이니 카나의 앞에는 연적도 없다.


그녀가 넘어야 할 벽이라면 단 하나. 김철수라는 하나의 높고 두꺼운 벽이 하나 있을 뿐이다.


카나가 철수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거나 말거나, 철수가 그 감정을 알아차려 줄지,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관심이나 줄지가 관건이 된다.



“왜~0층에 처음 떨어졌을 때도 있잖아요~”

“카나 씨.”

“네? 네? 왜요?”

“철수, 좋아합니까?”

“!~~아아~~! 으음~! 어어~!”



아, 너무 신이 나서 마구잡이로 떠들었구나. 인수가 대놓고 물어볼 정도로 노골적으로 티를 냈구나!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간다. 카나의 입장에서도 아마 지금 처음으로 본인이 철수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순간일 것이다.



“아, 아하하, 아하하하하! 에이~아니에요~!”

“음음.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원래 사람 마음이란 게 본인도 명확하게 모르고 그런 겁니다. 어느 순간을 기점을 확 깨닫고 그러는 거지. 감정은 스위치처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처음엔 뜨거웠던 물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같은 온도라도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처럼.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나를 바라보는 인수. 정작 자기 연애는 단서도 없고 가망도 없고 관심도 없었지만, 남의 연애는 참 재미가 있다.



“아니~! 네? 카나 씨. 제가 이래 보여도 친구 여럿, 커플로 만들어준 전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도와달라 한 마디면 제가 팍팍 밀어드립니다. 진짜로.”

“······어떻게, 도와주시는데요?”

“하아~이게이게, 원래 이 두 사람의 관계라는 게 서로 간의 감정이 명확하지 않아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그렇죠! 그래요! 철수 그 색! 아니아니 걔!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아니~엄청 챙겨는 주는데! 나만 그렇게 챙겨주는 것 같은데! 나한테 또 관심은 없나?!”



순식간에 거리가 확 가까워진 듯한 느낌. 뭔가 친해진 듯한 느낌. 이제부터 이어질 연애 토크는 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쨍그랑!!


방해꾼만, 없다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0층 모험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0 119화 24.06.23 16 0 13쪽
119 118화 24.06.22 18 0 13쪽
118 117화 24.06.20 14 0 13쪽
117 116화 24.06.18 17 0 12쪽
» 115화 24.06.16 20 0 12쪽
115 114화 24.06.14 17 0 13쪽
114 113화 24.06.12 16 0 12쪽
113 112화 24.06.10 16 0 13쪽
112 111화 24.06.08 16 0 12쪽
111 110화 24.06.06 18 0 12쪽
110 109화 24.06.04 13 0 13쪽
109 108화 24.06.02 17 0 13쪽
108 107화 24.05.31 17 0 12쪽
107 106화 24.05.29 19 0 12쪽
106 105화 24.05.27 19 0 12쪽
105 104화 24.05.25 18 0 16쪽
104 103화 24.05.23 19 0 12쪽
103 102화 24.05.21 20 0 14쪽
102 101화 24.05.19 20 0 13쪽
101 100화 24.05.17 22 0 12쪽
100 99화 24.05.15 19 0 13쪽
99 98화 24.05.13 23 0 14쪽
98 97화 24.05.11 20 0 13쪽
97 96화 24.05.09 16 0 12쪽
96 95화 24.05.06 19 0 12쪽
95 94화 24.05.04 20 0 12쪽
94 93화 24.05.02 21 0 12쪽
93 92화 24.04.30 20 0 12쪽
92 91화 24.04.28 22 0 13쪽
91 90화 24.04.26 2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