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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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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12,532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5.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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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3화

DUMMY

“!”



버니, 타임! 버니타임이다! 어? 왜? 나 지금 또 죽을 위기에 처한 거야? 어째서지?


그야 물론 이 하늘섬에 내 피를 우다다다 집어넣고 터트려서 지금 보통 난장판이 아니긴 하지만, 죽을 정도의 위기는 아닐 텐데?


반짝!


가짜 철수의 모습은 여전히 눈에 들어오고 있지만, 저 녀석이 내게 뭔가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난 지금 대체 왜?


반짝반짝!


······뭐가 자꾸 반짝인다. 가짜 철수의 근처에서. 거울. 거울인가? 거울. 거울. 카나 씨? 가짜 카나 씨의 등장인가? 그럼 지금, 가짜 카나 씨가 나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건가?


아니 애초에 카나 씨의 능력이 뭐야? 정령술사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한 능력의 형태를 모른다. 모르는 것에 대처하기는 어려운데?



“······으아아아아!”



도시를 떨어뜨릴 거대한 피 주머니의 안으로 나를 던진다. 터지려는 폭탄의 안으로 몸을 던지는 미친 행위였는데, 눈을 뜰 수 없는 강렬한 빛에 할 말을 잃었다.


빛의 정령이랑! 계약했구나?! 와아! 대단해!


피부를 찌르는 따끔따끔한 느낌! 그리고 커다란 압력! 곧 터질 것이란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급하게 나를 지킬 공을 만들어 숨었다. 최대한, 최대한 두꺼운 공을 만들었다!


전에 큰입에게 쫓길 때도 이런 것을 만들었는데, 그 땅을 뚫는 위력의 물대포에 깔끔하게 절단이 되었지.



“?”



그런 경험이 있으니 최대한 두껍고 큰 보호막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주변에서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한참을 쏟아냈던 그 피들이 다 어디론가 가버렸다.



“좋아. 아주 좋아.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었어.”

“!”



분명 조금 전, 내 기습적인 공격에 잘려 나갔던 자칭 영희라는 가짜 철수의 한쪽 팔, 마치 영희를 따라 하려다가 만 것처럼 생긴 기괴한 덩어리가 뭐라뭐라 말을 한다.


위에서는 나를 내려다보는, 뻥 뚫린 명치에 작은 빛의 구슬이 박힌 카나 씨와 그런 카나 씨의 등에 업힌 가짜 철수가 있고, 아래로는 내 피를 모조리 흡수한 듯 보이는 철수 목소리의 가짜 영희가 있다.


0층은 테마가 혼돈인가? 머리가 어지러워지네?



“철수야! 죽여 버려!”

“조용. 그래. 거대한 마력을 가진 아이야.”



막대기에 헝겊 덮어서 만든 것 같은 모양새의 가짜 영희가 말을 하며 점점 뚜렷한 모양을 만들어간다. 어? 이거, 나 때문인가?


게다가 무너지고 추락하던 도시도 시간이 되돌아가듯이 서서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 하고, 무, 무섭다.



“보아하니 넌 우리를 아는 것 같구나. 그렇지?”

“엥? 그런 거야?”

“넌 누구지? 지난 10년간 너 같은 건 본 적이 없는데? 미처 다 가져오지 못한 기억이 있는 건가?”

“······.”



5층 시민들의 영혼, 혹은 뭐 기타 등등을 베이스로 진화하고 그 목표 지점을 철수들로 잡은 괴물들.


어린 가짜 철수와 기괴하게 생겼고 조금 전까지는 개인으로 활동하지 못했던 가짜 영희. 10년 뒤의 설이, 저기 가짜 카나 씨도 3~40대 정도로 보인다.


차이. 철수와 영희는 제대로 된 모습이 아니고, 설이와 카나 씨는 오히려 더 강하고 나이 든 모습이 된 이유.


가짜 영희. 서서히 그 모습이 명확해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누가 봐도 인형이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모습이지만.


······가진 마력이 큰가 작은가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되는 건가? 뭐 10명분의 영혼이 뭉쳐서 약하고 천 명의 영혼이 뭉쳐서 강하고 그런 느낌인 거야?


그럼 이배수는 이런 녀석들의 등장에 휘말려서 10년 동안의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기억이 생긴 건가? 뭔가 좀 잘못된 느낌인데? 아니야, 잘못됐다는 감상 보다는, 그래.



“왜 대답을 못 하지? 말하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

“실망이 큰데.”

“뭐라고?”

“이배수조차도 탑이라는 커다란 존재의 강제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휘말렸다는 의미잖아? 5층의 일부가 0층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이렇게 되는 건가?”

“이봐, 어딜 보는 거야. 날 봐라.”

“하나의 생태계, 그렇게 믿었는데. 버그가 생겨서 허겁지겁 고치는 건가? 신비로운 세상이 아니라 잘 짜인 프로그램? 그럼 뭐, 놀이동산 놀이기구 같은 건가? 게임?”



내가 탑에 꿈을 꾸었던 이유는 다른 것보다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마치 다른 이세계의 일부를 때어 놓은 것만 같은 그 압도적인 신비 때문이었는데.


물론 뭐, 게임 같은 형태가 신비, 다르게 말하자면 미지에 대한 공포를 줄여준 것도 사실이다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설정 바꿨습니다~’ 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이 나오면, 낭만이 죽어버린다.


재미가 없어도 된다. 기대를 벗어나 실망을 줘도 된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개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좀. 용사가 마왕과 잘 싸우고 있는데 대뜸 마왕성 근처에 살고 있던 은거 기인이 마왕 찔러 죽이고 갑자기 자기도 용사의 동료라고 하면 어처구니없잖아.


하다못해 이배수가 저것들이랑 척지거나, 아니면 ‘흥미롭네.’ 이러면서 지켜보는 스탠스였다면 모르겠는데, 아니 그래. 솔직히 그랬다면 이런 실망감은 없었다.


0층이라는 환경, 뚝 떨어진 5층의 도시. 눈깔괴물들의 양분이 되었지만, 그저 먹이가 되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확실한 영향을 남긴 죽은 이들, 몇 개체의 내 친구들을 따라 한 모습까지.


이배수에게 생긴 존재하지 않는 기억이나, 갑작스러운 10년이라는 세월은, 짜친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저 마냥 어처구니없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만약 진짜로 저 도시의 사람들과 나나 철수들의 시간에 10년의 차이가 난다고 쳐. 그러면 설이나 카나 씨의 모습은 어떻게 따라 한 건데? 어린 철수나 영희야 원래 0층에 있던 애들이니까 그렇다 쳐도 말이지.


언제나 그렇지만. 난 생각보다 이해심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건 좀, 그렇지 않나? 뭔가 그럴듯한 이유를 더 말해 봐. 내가 이해하고 납득이라도 하게.


그런 거 없지?


······급조된 설정이라니. 탑도 20년이 지났는데 아직 완전하지 않아서 급조된 설정이 필요하다니. 그건, 그건······


······그건, 꽤, 흥미가, 내가, 보는 모든 탑이 새로운 모습이라는 건가? 아무도 보지 못했던? 어? 어라? 오? 이게 긍정적인 사고인가? 물이 반이나 남았네? 아?


어쩐지 조금 신이 난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조증인가? 병원 가야 할 것 같은데?



“맞네! 놀이동산! 놀이기구! 그럼 놀면 되잖아!”

“뭐지? 미친 건가?”

“급조된 설정! 그거! 나도 할 수 있는 거지?! 흡!”



쩍!


있는 힘껏 두 주먹을 부딪친다. 그것만으로 두 주먹이 박살이 났다. 팔에 담긴 힘은 역시나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부서진 두 주먹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검은 진액. 피라고 부를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누군가의 피.


······이배수의 피를, 따라 해보았다. 그 양반이 대검에 자기 마력을 불어넣어 준 덕에 따라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토끼 수인의 피는 따라 하니 몸이 잽싸지고 초승달 검을 쓸 수 있었는데, 이배수의 피는 그러지 않았다.


이배수도 결국 눈깔괴물. 여기 모여 있는 가짜들 셋과 근본은 다르지 않다. 그러니 아마, 내 안에서 만들어진 이배수의 피는 결국 내 것으로, 박인수의 피로 변화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이번에 D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이는 셈인데. 그렇다는 말은 결국, 나, 박인수라는 육체에 피가 갇혀 있기 때문에 쉽게 영향을 받고 삼켜지는 눈깔괴물인 이배수의 피는 박인수의 피가 된 것이라면!


그렇다면! 이 육체에서 해방시켜준다면! 이배수의 피가 되지 않을까?! 아니라면 곤란해! 나 지금 저 앞에 있는 가짜 철수는 고사하고 가짜 카나 씨나 가짜 영희 절~~~대로 못 이겨!



“?! 이건! 이배수의?!”

“끄아아아!!”



온몸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듯한 기묘한 기분이다. 내가 가진 그 어마어마한 마력이 한순간에 바닥이 나서 영역에 끝도 없이 쌓인 마력까지 왕창 끌어오고 말았다.


잠깐, 아주 잠깐 시야가 흔들리는 것 같았는데, 이후엔 전보다 더 많은 것이, 더 넓고, 자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겨드랑이 아래로는 무언가가 돋아나는 듯했고, 두개골을 쪼개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무언가가 솟아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저것들은 왜 날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사실 나 지금 헛짓거리 하고 있는 건가?



“미, 미미 미친놈! 이배수를 따라 하고 있는 건가?!”

“엥?! 그럼 막아!”

“······이배수를? 무슨 수로?”



아니구나! 다행이다! 야호!


아직 실이 달려 있는 대검을 몰래 잡아당겨서 챙겨두자. 일단은 무기를 손에 드는 편이!


콱!


······! 우, 우와! 우와 깜짝아! 살짝 당긴다고 당긴 건데! 엄청난 속도로 당겨졌다! 게다가 당연하다는 듯이 잡았어!


이게 이배수의 힘인가? 그 사람의 피를 따라 하는 것만으로 이 정도라니! 조금만 더 하면!



“벗이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군.”

“······이배수······!”

“? 뭐냐 넌. 그 모습은······10년, 못 봤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추락했군. 흠, 그 옛날 이상한 놈들을 이곳에 보낼 때 너의 이상을 알아차렸어야 했나?”



······어라? 왜, 왜 내가 이런 말을?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 네 개의 팔이, 아니, 두 개의 팔. 겨드랑이 아래로 났던 두 팔은 어째서인지 잘려서 바닥에 떨어져 있다. 시야는 좁아졌고, 머리는 시원해졌다.



“머리가 조금 복잡하군. 김설과 카나. 둘은 분명 나의 기억과 같은 모습인데. 김철수. 나의 벗이여. 그 무슨 가녀린 모습이지? 이영희, 나의 벗이여. 그 무슨 가련한 육체인가?”

“······그게, 중요한가?”

“······대답을 해? 겨우 이딴 질문에? 가짜로군.”



뭣?


서걱!


진짜로. 겨우, 겨우 그딴 이유로 이배수, 나? 이배수? 아니, 하여튼 대검을 휘둘러서 그 자리의 셋을 모두 베어버렸다. 어라? 어라라? 어라?


저 멀리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영희와 철수의 모습을 보면, 그야 물론 저 가짜 셋의 죽음이 곧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진짜?



“······아니 잠깐. 그런가. 당한 건가. 그렇다면 10년은 뭐지? 이상하군. 분명히 보았는데. 흠. 아~그럼, 그 김설은 가짜인 건가? 허어, 그게 가짜라고? 믿기 어려운데.”

“야아~! 인수야아아~? 어? 이배수? 너니? 아하하! 어떻게 살아있는 거람~?”

“그래. 나도 만나서 반갑다.”

“어휴~저 밉상! 야! 철수야!”

“응? 영희 목소리? 왜?”

“이배수야! 근데 뭔가 생긴 게 좀~인수가 뭔가 정신 나간 짓을 한 모양인데?”

“오.”

“그래. 이 미친놈이 나를 따라 했지. 하필이면 나를. 모르는 인간이었다면 몸을 빼앗았을 것.”



시야를 가득 메우는 수많은 채찍들의 세례. 마치 세계가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는 그 광경은, 버니타임이 만들어낸, 숨이 막히는 광경.


······이, 이 미친놈이 다짜고짜! 이배수라서냐?! 이배수라서 그런 거냐?!


······아니, 내가 이배수에게 몸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더라도 이 모습이었다면······?


쓰읍, 긍정적인, 사고방식. 나름 도움이 됐었으니까. 음······아! 난 그래도 아직! 철수만큼 미치진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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