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프롤로그 Ⅰ
-하아.. 하아.. 쿨럭-
검붉은 핏덩이 속에 부서진 내장의 조각이 섞여 나왔다.
-빌어먹을.. 결국 여기까지인가. 이봐-
“......”
-큭큭. 뭐야 삐진 거야? 이봐 마지막인데 대답 좀 해주라고-
“빌어먹을 새끼. 내가 지금은 이길 수 없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이렇게 타고난 걸 어쩔 수 없잖아. 진즉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고맙다-
“...개새끼. 곧 뒤질 걸 아나 보네. 평생 안하던 말을 하는 거 보니”
-하고 싶은 말을 다 끝났나?-
중성적인 모습의 사내가 천천히 다가오며 물었다.
-퉷. 사내새끼인지 계집인지..-
핏덩어리를 뱉어낸 사내가 검에 기대어 힘들게 일어섰다.
불로 지져버린 잘린 왼팔에서 피가 섞인 진물이 흐르고 구멍 뚫린 복부에선 내장 조각과 함께 핏덩어리가 흘러내린다.
-네가 여기까지 올 거라곤 생각을 못했었다. 확실히 인간은 나약하지만 의외성만큼은 다른 종족과 비교할 수가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중성적 사내의 말에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곤 말했다.
-이봐. 친구-
-친구라.. 우리가 그런 사이였던가?-
-너 말고 새끼야-
처음으로 사내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봐. 친구-
“개새끼. 평생 기생충이라 욕하다 뒤질 때 되니까 친구라 부르는 거냐?”
-친구야. 부탁 하나만 하자. 만일, 만일에 말이야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땐 꼭 저놈을 소멸시켜줘라. 부탁한다. 그동안 고마웠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바닥이 부서지며 외팔의 사내가 빛과 같이 달려 나갔다. 그리고 빛이 번쩍이며 친구라 불린 존재의 의식이 멀어져 갔다.
“끝까지 이기적인 개새끼. 대답도 안 듣고...”
세상이 검은 적막 속에 빠져들었다.
프롤로그 Ⅱ
-후우욱.. 후우욱..-
폐허로 변해버린 세상 속 커다란 크리에이터에서 몸을 기댄 사내가 가늘고 힘겨운 숨소리를 이어갔다.
-인간, 이제 만족하나?-
맞은편에서 이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이가 명백한 비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조정당하는 줄도 모르고 지 목숨을 버리는 멍청한 용사 놈들처럼 말하는군. 너와 함께 했던 동료라는 놈들은 이미 도망가고 결국 네 목숨만 잃게 됐는데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소리냐?-
-나와 그들의 선택일 뿐이야-
사내를 바라보는 눈에 더욱 진한 웃음이 걸렸다.
-아니. 틀렸다. 도망간 네 명을 희생해서라도 너는 살았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한 자들이 너희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진정으로 세상을 구하고 싶었다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네가 살아서 그들을 막아내며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그들이, 인류가 막아내며 방법을 찾아내겠지-
-크흑.. 크하하하하. 너 같은 멍청한 용사는 처음 보는구나-
사내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좋다. 너의 선택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해주마. 모든 힘을 잃은 채 네가 믿는 동료들과 세상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또 어떻게 힘없이 무너져가는 지 지켜봐라-
-우우우우웅..
주변의 마력이 꿈틀대기 시작하고 잠시 후
-크으윽..-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힘들게 숨을 이어가던 사내가 고통스럽게 신음을 내뱉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마력이 몰려들었음에도 사내를 바라보던 이는 멈추질 않았다.
-인간, 최인호라도 했나?-
-.....-
대답은 없었다.
-발버둥 쳐봐라. 네가 저주를 이겨낸다면 그 때 다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후와왁..
심장으로 몰려든 마나가 거세게 몸부림치며 솟구쳐 오르고 갈 곳 잃은 마나가 움직일 때마다 공간이 뒤틀리고 허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최인호에게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끄아아아아악-
고통스러워하는 최인호를 바라보는 커다란 눈동자가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네 개의 신형을 눈에 담았다.
자신이 죽어가자 도망쳤던 이들이 보상을 노리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주룡 커스닐의 하나 뿐인 눈동자가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눈앞의 사내에게 향했다.
-인간, 지금의 네 생각을 마지막까지 지킬 수 있을까?-
눈이 점점 생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마력의 폭풍이 멈췄을 때
-철컥-
-철컥-
-철컥-
세 개의 사슬이 최인호의 팔과 다리 그리고 목을 묶었다.
-저주룡 커스닐의 드래곤 하트가 최후의 저주로 대상자의 영혼을 구속합니다.
다리에 묶인 사슬이 특성 및 스킬을 구속합니다.
팔에 묶인 사슬이 스탯을 구속합니다.
목에 묶인 사슬이 마력을 구속합니다.
사슬이 풀리면 구속된 능력치을 사용할 수 있습...
생기를 잃은 커다란 눈이 웃음을 머금은 채 정신을 잃은 최인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후우...
새로운 시작이네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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