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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멘탈입니다......

엘베꿈


[엘베꿈] 지루한 일상 속에서(1~6 스포일러)

죽기 위해 살아갈 뿐인 아무런 의미 없는 인생.


지나치게 재미없고 따분한 일상.


태어나고,

성장하고,

짝을 짓고,

아이를 낳고,

성장시키고,

그러다 죽을 뿐인.


지루한 삶.



특별한 나.

저 무엇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나.


그렇게 생각한 15살.


일어날 리 없는 일들을 찾아 헤맨 끝에 깨달은 진실.


나도 똑같다.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았다.


나는 조금 더 특별할 줄 알았는데.



특별한 이야기를 꿈꿨다.


어디까지나 소설에 불과한 특별한 일들을, 현실에 일어날 수 없는 신기한 일들을 꿈꾸며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꿈속을 찾아...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의 교실.

잠들기 적당한 차가운 공기.

몸을 따듯하게 해줄 담요.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삶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


꿈.


회색 하늘. 멈춰버린 구름. 나갈 길 없는 높은 건물의 옥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이곳은 꿈.


그리고 추락하는 나.



덜, 커어어억───!



깨버렸다.

큰 소음을 일으키며 깨어났다.


그래 봐야 어차피 아무도 없는 교실...... 이 아니었다.


제일 끝자리.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눈으로 날 보고 있는 남자애.




*** 5 ***


덜, 커어어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눈으로 날 보고 있는 남자애가 이쪽으로 온다.


왜?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의 본능에 충실해서. 그런 생명의 흐름에 따라, 아무런 관심 없는 내게 다가올 뿐인 바보 같은 남자니까.


“저기.”


무슨 말을 하려나.


어디에 둘지 모르는 것처럼 불안한 시선, 교복 옷자락을 꽉 쥐고 있는 손.


“어, 그... 음. 그게.”


제대로 된 말조차 잇지 못하고 벌벌 떠는 가여운 목소리.


어떤 바보 같은 말로 날 실망시키려고 그러는 걸까. 어떻게 유혹하는 말로 날 불편하게 하려는 걸까.


“그... 무슨 꿈 꿨어?”


뭔가 기대하는 눈빛과 어설픈 웃음.

무슨 목적으로 물어봐 온 걸까.


기대하지 말자.


“응.”


이만하면 됐겠지. 안녕. 짧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어. 이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른 애들처럼 가버려.


“아, 그, 그렇구나. 저기. 그... 나도 어제 꿈꿨어.”


바보 같아.

바보 같지만... 재밌을지도.


들어봐야겠다.


“무슨 꿈인데?”

“어... 어, 아, 그게.”


대답할 줄은 몰랐던 걸까?


“엘, 엘리베이터. 꿈이야. 66층.”

“엘리베이터...”


66층? 이상한 숫자네.


“혼자 탔어?”

“아, 응. 나 혼자.”


어쩌면... 아니야. 기대하지 말자.

그냥 바보일 뿐이야.


바보가 바보처럼 와서 날 똑같은 바보로 만들려는 것뿐이니까, 속지 말자.


“내렸어?”

“아, 아니. 안 내렸어.”

“그렇구나... 혹시 엘리베이터 자주 이용해?”


특별할 건 없겠지.


무의식중에 자주 이용하는 장소가 나오는 건 흔한 일이니까.


“응. 집이 28층에 있어서.”

“높은데 사는구나?”


응... 재력이라도 과시하려는 걸까. 그런 거라면 적당한 대답을 들려줘야지.


“아, 응. 그렇지.”

“이상이 높구나?”

“어... 어?”

“지금 사는 곳보다 더 높은 층에 있는 꿈이니까. 내려가지도 않았고, 떨어지지도 않았잖아.”

“그, 음... 떨어지면 안 좋은 거야?”


내가 아니라, 꿈에 관심이 많았던 걸까... 어쩌면 나랑 비슷... 한 척 접근하려는 걸까.


.

.

.


12월 13일 화요일.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애들의 의미 없는 대화가 오고 간다. 그중에는 내 험담도 있고, 고백하겠다느니 하며 재미없는 대화를 나누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꿈을 꾸긴 했었는데 별거 아니라서 그냥 말 안 했거든. 근데 오늘 그 엘리베이터 꿈을 또 꿨어.”

“뭔가,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 같다.”


꿈...?


아, 어제 그 남자애구나. 정말로 그 꿈을 또 꾼 걸까...


.

.

.


12월 14일 수요일.


“됐고, 너 그거 꿈. 오늘도 꾸는 거 아니냐.”

“글쎄 뭐...”


매일 같은 꿈을 꾸고 있다니,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 눈 마주쳐버렸다.

재미있네...


.

.

.


12월 15일 목요일.


끼이이익...


“어...”

“안녕.”


기다렸어. 오늘도 그 꿈을 꿨기를 바랄게.


“아, 안녕.”

“기다리고 있었어.”

“무, 무슨 일로 기다린 거야?”


아, 웃어버렸다...

어울리지 않게 바보처럼 구니까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것도 다 전략 같은 걸까. 아니면... 그냥 바보?




66층에서 시작해서 0층으로 내려가는 꿈...?

이해가 안 돼.


그래도...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어쩌면 특별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


응...  실망하지 않게 해줘. 차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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