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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멘탈입니다......

엘베꿈


[엘베꿈] 그녀의 속앓이(58~59 스포일러)

듣고 싶다.

듣고 싶다.

듣고 싶다.

 

너무나 듣고 싶다.

 

해선 안 될 일이란 걸 알지만, 그런 만큼이나 더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메워지지 않는 애욕이 불러일으키는 그 간절한 마음에 가슴이 숨 막히도록 죄여왔다.


바라고 또 바라는 그 한마디를 단 한 번만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손은 계속해서 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세혁아 나 부탁이]

[세혁아 나]

[]

[세혁아 나 부탁이 하나]

 

쓰다 말기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그럴수록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한숨. 그리고 또 한숨에 이어지는 호흡곤란까지.

 

, 하아아... ... 으흡...... 어흑...”

 

입을 연 채로 이리저리 움직이던 끝에,

 

, 아아아, 커흐으, ... , 아아...”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고통에 찬 신음을 간신히 내뱉으며 폰을 들여다 봤다.

 

[세혁아 나 부탁이 하나 있어]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 사이 작성한 메시지가 이미 전송된 뒤였다.

 

, ... 으흑... 아니야... ...”

 

실수.

또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어떤 부탁인데?]

 

하지만 곧바로 전송된 메시지에 조금씩 숨이 트이기 시작했다.

 

하아... , 하아아...”

 

이렇게 된 이상 할 수밖에 없다.

말할 수밖에 없다.

 

[나한테 사랑한다고 녹음 하나만 해줄 수 없을까? 이상한 부탁 해서 미안해]

 

대답이 없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심장이 쿵쿵 뛴다.

 

또 바보 같은 소리를 해버렸다.

그러다, 전화가 걸려왔다.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동시에 손이 멋대로 가려는 걸 붙잡았다.

 

해도 될까.

정말 받아도 될까.

 

“.........”

 

받았다.

받자마자, 다시 가슴이 강하게 옥죄여온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아프지만... 좋다.

 

소리가 나오려는 걸 꾹꾹 참는다.

 

“...여보세요. 도윤아?”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목소리가 걱정해준다.

 

슬프다. 그래도 좋다.

아프다. 그래도 좋다.

 

입을 열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목에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바보처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받아버렸다.

 

“......나 목소리, 잘 안 나와.”

 

죽어버린 목소리가 나왔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죽고 싶지만... 해야 할 말이 있다. 마저 해야 한다.

 

“...미안해. 목소리가 이래서. 끊을 게.”

 

끊자마자,

 

사랑해. 사랑해요. 너무 좋아요. 사랑해.”

 

말하고, 말하고 또 말했다.

 

이토록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게 만드는 감정은 언제부터 이렇게 확 커져 버리고만 걸까.

 

사랑해요...”

 

아무도 듣지 못하는 그 말을 혼자서 되뇌며, 새로운 메시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 부탁을 들어줄까?

아니면...

 

 

왔다.

녹음된 음성이 왔다.

 

두근두근, 쿵쾅쿵쾅. 터질 것 같은 심장 속 소리가 울리고 또 울려 머리까지 빙글빙글 돌고 돌고 또 돌아 어지럽지만.

 

확인했다.

 

- “도윤아, 사랑해.”

 

어느 때보다도 깔끔하게 정돈된 자상한 목소리. 그 꾸며진 목소리가 가짜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웃게 만든다.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말이 더 없이 기분 좋게 만든다. 이제까지 우울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그러다가, 뒤이어 온 두 번째 녹음파일에 어떤 말로 또 놀라게 해줄지 기대하며 재생했다.

 

- “다음에는 마음 아프지 않게 해줄게.”

 

다음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숨이 다시 멎어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마음 아프지 않게 해준단 말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었다.

 

다음에? 어떻게?

좋아해 준다는 걸까?

그땐 행복할 수 있단 걸까?

 

그럴 리가 없다.

 

종말이 온다.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 믿는다. 종말은 올 거라고.

 

숨을 가다듬는다.

가다듬지만, 잘 안된다.

 

괴롭다.

 

보이지 않는 물에 깊게 잠기는 것만 같다. 공기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내던져진 것만 같다.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재생한다.

 

- “도윤아, 사랑해.”

 

듣자마자 또다시 눈과 입이 제멋대로 웃는다.

 

히으, 흐으으... 후으으...”

 

귓가를 간지럽히는 달콤한 목소리. 비록 거짓된 말이라 하여도, 그 안에 담긴 호의만큼은 진실이었기에.

 

멈춘 숨을, 멈춰가는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달콤한 해독제가 되어주었기에.

 

- “도윤아, 사랑해.”

 

오로지 나만을 위한 그 말을, 그 마음을 기분 좋게 웃으며 받아들였다.

 

나도... 사랑해. 사랑하니까 아파도 좋아...”

 

아프지만, 괴롭지만.

 

그래도 좋다.

그러니, 다시 한번 더 겪어도 나는.

 

상관없으니까...

 

 

[세혁아... ?]

 

마음을 전하자.

 

.

.

.

 

왜 그랬을까.

 

또 실수했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미안해.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

 

잠들었을까...?

 

아니야. 아직 잠들지 않았을지도 몰라. 조금만 더 기다리자.

 

조금만 더...

 

 

[너무하다고 해서 미안해]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거 같아]

[세혁이는 다 떠안고 가는데]

 

읽지 않는다.

 

읽지 않으니까... 조금 더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해두고 싶다.

 

괜찮을까.

 

어차피 마지막인데...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래. 조금만...

 

[그래도]

 

조금은 내 마음 제대로 알아주면 좋겠어.

 

 

쓰지 못했다. 써선 안 된다.

나만 힘든 게 아니야.

 

그러니까...... 참자.

 

- “도윤아, 사랑해.”

나도 사랑해.”

 

- “도윤아, 사랑해.”

. 세혁아, 한 번 더 말해줘.”

 

- “도윤아, 사랑해.”

“......”

 

 

.

.

.

 

[2 11일 토요일]

 

- “도윤아, 사랑해. 도윤아, 사랑해. 도윤아, 사랑해...”

으흣, , 나도, 나도 아아... , 사랑, 사랑해...! 나도, ... 사랑해...”

 

모든 걸 잊고,

 

나와 세혁이. 단둘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갔다. 이곳에선 나도 사랑을 받는다. 끊임없이 날 안아주는 세혁이가 있다.

 

조금 몸이 무거워진 것 같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 도윤아, 사랑해. 도윤아 사랑해. 도윤아 사랑...”

! ! 나도, 나도! 사랑해, 사랑해...!”

 

세상이 어찌 되든 이제 나랑은 상관없다.

나에겐 나만을 바라봐주는, 내게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세혁이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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