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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지

안소니 : 이네파빌리스 (말할수없는자)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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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지
작품등록일 :
2020.03.22 05:58
최근연재일 :
2020.04.09 17:0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009
추천수 :
377
글자수 :
69,010

작성
20.03.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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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추천
27
글자
10쪽

예언 (4)

DUMMY

예언 (4)





평소 안소니에게 불만이 많았던 헨리였다.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알고 있었던 이 자리마저도, 안소니가 차지하는 이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안소니의 품에 안겨 갸릉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 드래곤의 피부는 굉장히 촉촉했다.


드래곤은 병아리가 모이를 쪼듯, 안소니의 허리춤에 부리와 같은 입을 밀어 넣었다.


‘혹시, 건포도 주머니를 찾는 건가?’


안소니가 아침에 챙겨두곤, 잊어버렸던 주머니에서 건포도를 조금 털어 손바닥 위에 올렸다.


꽤액 !


다소 괴랄한 소리였지만 드래곤의 표정은 좋아 보였다.


건포도를 맛있게 받아먹는 드래곤을 바라보며 헨리가 외쳤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흐음···”


상황을 지켜보며 앉아있던 레무스는 생각에 잠겼다.


“그는 아직 9살의 어린아이입니다. 선택을 받을 자격조차 없는 아이가 건포도 하나로 드래곤을 현혹했단 걸 모두 보았지 않습니까!”


헨리가 성이 난 듯 거친 발걸음으로 안소니를 향했다.


“그만!”


근엄한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레무스였고, 헨리는 그대로 멈춰 서야 했다.


“예로부터 전통적으로 10대의 아이들만 선택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했지, 허나, 그보다 어린아이가 선택을 받았다고 해서 잘못되었다는 것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지”


“그, 그렇지만! 저건 건포도···”


“그만하라 했다. 헨리”


그레함은 헨리의 말을 자르며 노려보았다.


“힘을 통해 억지로 받는 선택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힘을 사용하지 않았어.”


주변의 귀족들이 모두 웅성거렸지만, 그의 말에 반박할 이는 없어 보였다.


“무엇이 되었든 저 어린 드래곤의 선택은 번복할 수 없다. 이리 성스런 자리에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니, 축복은커녕 화를 입겠구나”


술렁이던 분위기가 가라앉으려는 그때,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소니는, 나이 이외의 문제도 있잖습니까”


“어머니···”


조심스럽게 떨리는 목소리로 반박한 그녀는 헨리의 어머니 ‘에밀리 윈스턴 모어’ 였다.


“그는 온전한 10 가문의 귀족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녀의 눈길이 안나 모어를 향했다.


“그녀는 그래함 가의 공주, 지금 혹시 그것이 문제라는 건가?”


“그래함 가의 머리카락은 전통적으로 붉은빛이 감도는 금발입니다. 가주님”


“그래서?”


“안나 부인의 검은 머리카락을 보면 제대로 된 공주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녀의 피를 받은 안소니 역시···”


레무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함 가의 시종 출신에서 갑작스럽게 공주로 신분이 올라갔음은 이례적인 일이라 모두 알고 있지만, 암묵적으로 밝히지 않던 이야기이다.


안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손을 안소니가 작은 손으로 꼭 잡아주었다.


“미안하구나, 안소니”


“미안하다뇨, 저는 어머니 아버지 모두 자랑스러운 걸요”


안소니가 작게 속삭였다.


“소니투스(Sonitus)도 엄마가 좋나봐요.”


“벌써 이름을 지어주었구나”


드래곤이 긴 혓바닥으로 그들의 손등 위를 간질였다.


“그는 내 아들이다. 그리고 엠마 그레함의 ‘예언의 날’ 태어난 아이이기도 하지.”


에밀리는 단호해 보이는 레무스에게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언의 아이는 해밀턴 가의 알렉산더 왕자가 아닙니까? 안소니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눈이 그친 후였습니다.”


“그것을 보았는가?”


“아마도···”


에밀리가 대답을 망설였다.


“다시 묻지, 그것이 중요한가?”


“아닙니다.”


“안소니는 나의 아들이다. 그가 선택받는 것에 반대하는 이가 있다면, 지금 일어서보게”


레무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에밀리 측의 측근들도 숨을 죽여야만 한다는 것을.


“이만 부화식을 마치겠다. 분위기가 좋지 못하니 이만 해산하지.”


속이 불타오르는 헨리는 제일 먼저 계단을 내려가며 안소니를 노려보았다.


꽤애액 !


소니투스가 그런 헨리를 바라보며 꾸짖듯 시끄럽게 소리 질렀다.



. . .



꽤애액 !


요란스런 돼지우리 앞을 지나가던 노부부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지금 무슨 이상한 소리 듣지 못했소?”


“이상하긴, 뭐가 이상하오. 매일 듣는 돼지 울음소리 밖에 안 들리는데”


“오늘따라, 유독 예민한 것 같은데···”


“배가 고픈가 보오, 당신이 가서 밥 좀 주고 들어오게”


먼저 우리로 들어가 본 노파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 영감, 이리 와보시오!”


노부부는 우리 안에서 쓰러져있는 한 여성과 울고 있는 갓난아기를 발견한다.


“아이고, 이를 어째··· 어미가 숨을 안 쉬는구먼”


그들은 울고 있는 아기를 품에 안아 흔들며, 진정시켰다.


“네가 고생이 많구나, 태어나서 이게 무슨 고생이니.”


아기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은 그들이 아무리 흔들어 깨워보아도, 움직임이 없었다.


“이런 곳에 둘 수 없지.”


노인은 힘겹게 그녀를 밖으로 끌어내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지?”


“누구인지, 알게 뭐람. 아이만 불쌍한 게지”


노파가 혀를 찼다.


“옷은 마치 귀족 부인 같은데, 어찌 이리 허름한 곳에서···”


노부부가 어찌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을 때


“멈추어라”


그들의 앞에 화려한 마차가 멈추었다.

한참 달리느라 바쁜 숨을 몰아쉬는 드레이크 들을 진정시키며 마부가 말했다.


“예를 갖추시지요. 가주님이십니다.”


노부부는 마부의 말에 놀라 고개를 숙이고 예를 표하며 말을 더듬었다.


“가, 가주님께서 무슨 일로 이런 누추한 곳에 오셨습니까?”


화려한 장식으로 된 부채로 얼굴을 반쯤 가린 엠마 그레함이 물었다.


“지금 저 바닥에 쓰러져있는 여인은 누구냐”


“저희도 잘 모르옵니다.”


“흐음···”


그녀는 쓰러져있는 여인을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정돈되지 않아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렇게 흉흉할 때에 이런일이···”


엠마 그레함은 고개를 저어 보이며 시선을 아이에게 돌렸다.


“그 갓난아이도 함께 있었느냐”


“예, 가주님”


“아이는 내가 데려가겠다.”


노부부는 그녀의 말에 놀란 듯 눈썹이 위로 높게 들렸다.


‘이리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을 어찌 해야 하는가···’


엠마 그레함의 옆에있던 시종이 마차에서 내려 아이를 받았다.


. . .


“안소니!”


올리비아가 달려왔다. 그녀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루카스는?”


“루카스도 입학 허가받았대!”


갸르릉···


안소니가 안고있던 소니투스가 그녀를 경계했다.


“오, 미안 내가 너무 큰 소리로 말했나?”


“아냐 아냐, 소니투스가 조금 예민해서 그렇지”


그는 소니투스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왜, 이름을 소니투스로 지은 거야?”


*소니투스(Sonitus)- 라틴어로 ‘소음’ 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고, 안소니는 쿡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답했다.


“첫 만남부터, 엄청나게 시끄러웠거든.”


“소니투스가 화난 것 같은데?”


소니투스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마치, 안소니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미안 소니투스, 나쁜뜻은 아니었어”


안소니가 건포도를 한줌 쥐어 놓아주자, 그는 언제 화났느냐는 듯이 맛있게 받아먹었다.


“내 드래곤도 건포도를 좋아하던데”


“그래? 소니투스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응, 오늘 데려왔으면 좋았을 텐데”


“나도 보고 싶었어, 네 드래곤”


“아직 이름은 못 지어줬지만, 나름 친해진 줄 알았거든? 그런데 내가 아무리 밖에 나가자고 해도 방에서 꿈쩍도 하지 않아.”


그녀는 울상을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귀엽고, 다 좋은데 너무 답답해!”


“네 드래곤이 매우 똑똑한가 봐”


“왜 그렇게 생각해?”


“너랑 밖에 나가면 피곤할 걸, 미리 알고 있는 거지”


짓궂게 웃는 안소니는 결국 그녀에게 꼬집혔다.


“으악!”


“얘들아!”


고통받는 안소니의 뒤쪽에서 루카스가 튀어나와 놀라게 했다.


“뭐야, 언제 왔어 루카스”


“짜잔, 인사해 내 드래곤 ‘벨루스’ (Bellus) 야”


*벨루스- 라틴어로 ‘아름다움’ 이라는 뜻이다.


그는 하얗고 귀여운 새끼드래곤을 양손으로 들어 보였다. 깜찍한 눈을 가진 벨루스는 안소니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그의 얼굴에 물을 한줄기 뿜어내었다.


촉촉하게 젖은 안소니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전혀 아름답지 못해, 이름이 순 엉터리잖아?”


“아냐, 완벽한걸? 이 눈동자 좀 봐 너무

귀엽지 않니?”


올리비아가 동그랗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보석 같아”


“근데 안소니는 작년에 입학할 수 있던 거 아니었어?”


올리비아가 벨루스에게 정신이 빠져있는 사이, 루카스가 안소니에게 물었다.


“네가 부화식 최초로 9살에 선택받은 아이라며”


“응, 그래서 1년을 기다렸지”


“아, 선택받는다고 바로 입학하는 게 아니구나?”


“그렇더라고”


루카스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우리 앞에서 선배 노릇 해보려고 했었지?”


“어느 정도는 맞아”


“뭐라고?”


올리비아가 안소니의 말에 팔짱을 껴 보였다.


“농담이지, 나는 너희랑 함께 입학할 수 있어서 기뻐”


“당연히 그렇게 말해야지!”


올리비아가 외쳤다.


“드디어 집에서 나간다!”


그녀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공터에서 마음껏 뛰었다.


“우리도 곧 자유다!”


루카스와 안소니역시 바람을 만끽하며 그녀를 따라 달려갔다.


작가의말

‘1. 예언’ 편 끝, 다음 화부터  ‘2. 프린키피움’ 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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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프린키피움 (4) 20.03.30 183 22 9쪽
7 프린키피움 (3) 20.03.29 179 24 8쪽
6 프린키피움 (2) 20.03.27 198 24 8쪽
5 프린키피움 (1) +4 20.03.26 225 27 12쪽
» 예언 (4) 20.03.25 243 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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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언 (2) +2 20.03.24 265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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