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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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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신
작품등록일 :
2019.01.22 21:08
최근연재일 :
2019.01.24 21:17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69
추천수 :
2
글자수 :
12,586

작성
19.01.22 21:33
조회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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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 일어나라.

DUMMY

하늘에는 빛 한점 없이 먹구름이 가리며 비가 내렸다.

천둥이 치며 귀를 먹먹게하고 바닥에 차가운 진흙에 파묻혀 서서히 몸에 온도가 내려간다. 그리고 배에는 무언가에 찔린 상처를 움켜쥐는 왼손이 느껴졌다.

나는 추격자들한테 도망가면서 그들에 공격에 당한것이다.


춥다.


피는 계속 흐르며 비는 주르륵하며 계속 내려온다. 나는 그런 와중에도 가족의 안위를 생각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리고 여동생까지 잘 살아 있을까?

아니, 아마도 추격자에게 당했겠지.

나는 애써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곧 있음 나는 그 현실과도 곧 이별을 맞이할테니깐.

서서히 분노가 올라왔다.


"...망활놈들."


갑잡기 터진 전쟁에 왕국이 흔들리며 수세에 몰렸다.

아버지는... 아니, 아바마마는 어서 빨리 여동생을 데리고 도망치라 하시면서 어마마마와 왕좌에 견고히 앉아 계시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둘 남매의 찢어지는 절규에도 꿈쩍하지 않으셨다.

어쩔수 없이 여동생과 그의 호위기사와 동행하며 왕궁의 내부 통로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나는 중간에 적군 기사들의 기습으로 그들과 떨어지게 되었다.


호위 기사는 왕국에서도 손꼽는 강자지만 추격자들이 계속해서 좇아온다면 버티지 못하겠지.

점점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나는 쓰러진채 오른손을 앞으로 뻗으며 꺼져가는 분노를 방출했다.


"다음엔... 죽지 않는 몸이 되어 다시 일어나주마."


점점 내려가는 눈꺼풀에 정신이 희미해진다.

진흙에 파묻힌 얼굴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지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아주 잠깐 눈이 감겼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정신은 이 공허함을 나돌며 배회할뿐.


그런데 그 계속될꺼라 믿었던 공허함이 곧 끊겼다.

분명 몸의 감각은 사라진지 오래인데 갑잡기 몸에 감각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놓았던 정신줄도 스르륵하더니 이내 잡혔다.

그리고 곧 이어 오랫동안 닫혀있던 눈꺼풀이 켜졌다.


'....살아있어?'


나는 생각했다.

어째서 내가 살아있지?

누군가 도와준건가?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이 장소는 내가 쓰러진 그 장소 그대로였다.


'....아니, 뭔가 좀 달라졌다.'


원래는 좀 더 작았어야할 나무들.

그리고 분명 계절은 여름이라 푸른 잎이 매달려야 있어야 한데, 나무에는 푸른 잎은 한 싹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겨울이라는듯. 나뭇가지에는 어떠한 잎도 없었다.


"...풀입?"


나는 바닥을 매만지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분명 진흙으로 더럽혀져 있어야할 바닥이 죽어가는 시들시들한 풀입으로 자라나있다.

설마 시간이 흐른건가? 설마... 그럴일이 일어날리 없어.

그때 어루만지던 배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걸 인식했다.


"상처가 나은건....?"


고개를 아래로 숙이자 그것이 보였다.

인간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수백개의 그것.

아니. 인간뿐만이 아니다.

동물 또한 그것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없다면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수 없을 것이다.나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삐그덕.


움직일때마다 뼈에서 기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보는게 꿈일까? 어째서.... 내 팔의 살점이 사라지고 뼈만 남은거지?

이상하게도 감촉은 있다.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때쯤에야 내가 이상하단걸 알아챘다.


자신의 팔이 뼈만 남았고 시간이 오래간 흘렀다는걸 인지하였는데도 불안전하다거나 일절 당황하지 않는 마음.

아니, 마음이라는게 있는 것인가?

그때 옆에 있는 얼다만 물 웅덩이가 보였다. 나는 그곳에 가까이가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놀라지 않았다.

정말 나에겐 마음이 없는 걸까?

그리 생각하며 반은 살점이 사라진채 뼈로 보이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지..."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사고가 따라가지를 못 하고 있다. 우선 사고를 자각하는게 우선이다. 일단 후각은 존재한다.

몸 군데군데가 썩은 시체마냥 냄새가 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쪽 눈알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 있는 반쪽 눈을 감았지만 앞은 보였다.

그리고 정말다행인 점은 머리카락이 있다는것.

시체가 이정도 썩을려면 적어도 몇달은 지나야겠지? 그렇다면 나는 몇달정도까지 죽어있던 건가? 아니 죽어는데 왜 살아난거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가까운 마을로 가는게 좋겠지."


우선 뭐라도 알고봐야한다.

최소 몇달이 지났을테니 추격자는 더 이상 좇아오지도 않겠지. 여기서 가까운 마을이라면 잘 알고있다.

하지만... 과연 전쟁으로 인해 그 마을이 존재할지 미지수다.

그래도 나는 발걸음을 옮기며 전진했다. 최소 2틀 동안 걸어야지 마을이 나온다.

나는 생각않고 걸었다.

걸으면서 알아낸건 지금의 이 몸은 지치지를 않는다는것.

힘들지도 않고 걷는데에도 지장은 없었다.


'뼈로 바뀐건 왼팔이랑 얼굴밖에 없는건가.'


누더기가 된 옷을 벗으며 확인했봤지만 다른 부분은 비록 멀쩡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이걸...

그리고 하루를 걸으며 밤이되면서 나는 알아낸것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배고픔을 느끼지 읺는다는것.

분명 이 시간에 허기심이 느껴질쯤인데 배에 반응은 없었다. 잘된거라면 잘된거지만... 왠지 점점 인간에서 멀어지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지금 이상태가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맛은 느껴질려나.'


그보다 볼살에 살가죽이 없는데 음식을 넣으면 다 튀어나올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밤이 되어서도 걸었다. 나는 그제야 이 몸이 잠을 원하지 않는 다는걸 알아차렸다. 죽으면 영원히 잠드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였나보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고 간신히 미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미을은 건재했다.

도대체 그 전쟁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지 궁금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것이 있다.얼른 사람 한명을 붙잡고 이것저것 묻고 싶다.


도대체 어떻게 전쟁에서 이 마을이 무사하냐고.

우리의 왕국 갈베르는 어떻게 되었냐고.

묻고 싶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내 발걸음이 서서히 멈췄다. 바로 가장 큰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살점이 떨어진 왼팔을 보며 이를 어찌해야될까 생각했다.

얼굴도 문제다.


뭐, 얼굴과 왼팔은 누더기가 된 옷으로 잘 감추면 된다지만 문제는 냄새다.

코로 올라오는 지독한 악취가 인상을 와락 구기게한다.

뭐, 어쩔수 없다.

지금 이렇게 고민해봤자 시간만 아까울뿐. 금방 마을 입구가 보이는 곳으로 달려갔다.


'...마을이 이렇게 컸나?'


분명 지도에는 이 보다 작은 마을이라 표현돼었다. 그런데 작은 마을 수준치곤 꽤나 잘 발달됐다.

아무리 몇개월이 지났다지만 발전 수준이 너무 높다.

성벽이 둘러져 있을 정도다.


"...."


나는 짐작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마을이 몇개월만에 갑잡기 이렇게 성장할 수는 없다.

짐작할수 있는건 두개다.


"왕국을 배신했거나, 점령당해서 발전한 상태이거나."


후자가 더 신비성 높다.

왜냐하면 적국은 상대 왕국이 항복을 선언하더라도 모조리 말살하는 악명 높은 왕국이였으니깐.

그렇다면 여긴 이젠 적국이다.

그럼 어떻게하지?

마땅히 갈데도 없다.


그런데 그때 비명 소리가 작게나마 들려왔다.

조금만 더 멀리 있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의 작은 소리였다. 성문 입구에서 한 여성의 머리카락을 붙잡은 채 질질 끌며 기사가 걸어나왔다. 그 둘이 뭐라고 말을 주고 받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조금씩 나무에 몸을 숨기며 전진하여 그들에게 다가가자 이야기를 엿들을수 있었다.


"제..제발 살려주세요..."


여성이 손을 빌빌거리며 애원했다.


'뭐지? 범죄를 저지른건가?"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여성의 행색이였다.

막 생긴것 같은 자잘한 상처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기엔 적절하지 않은 깨끗한 옷.

게다가 가까이와서 알아차린것이 있다.


마을안에서 몇십명. 아니, 몇백의 절규가 울려퍼진다는걸.

마치, 전쟁으로 인해 마을이 점령당하는것 같은 상황이였다.


'분명 몇달이 지났을텐데?'


그런데 지금 보이는 것과 지금 들리는 이 절규는 무엇이란 말인가?


스윽.


그때 기사가 검을 뽑아들며 여성의 목을 단칼에 그어버렸다.


툭.


목이 나가떨어지며, 좀 전까지만해도 떨리던 동공은 멈춘채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눈 앞에서 사람이 죽은 것이다. 분명 마음속이 어저럽게 돌아가며 헛구역질이 나와야 정상이것만.

어째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것이지?


그저 공허한 눈빛으로, 공허한 마음으로 사람이 죽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몇분이 지나자, 성문에서 몇십명의 기사와 눈물을 흘리며 밧줄에 손이 묶인 절규하는 사람들이 기어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장면은 그야말로 피바다가 형성되는 학살의 현장이었다.


푸슉!!

서걱!!

푸욱-!!


"까아아아악!!!!"

"우,우리 애만은!!! 끄아악!!!"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커,커허헉..."


사람들의 비명과 절규가 마을을 뒤덮었지만 기사들은 전혀 예의치 않았다. 이미 많이 경험해 본 것처럼 칼질은 일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다.

피비린내가 공기를 떠돌며 진동한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죽었다.


그 마지막 한 사람은 아직 6살 밖에 되보이지 않던 아이였다.

그의 엄마로 추정되는, 아까전의 기사의 검에 베어 죽은 여성은 아직도 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잔혹하다.

그리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떠한 감정이 든것이 아니다. 그저 잔혹하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기사들이 피에 묻은 검을 휘날리며 다시 마을 안으로 들어갈려는 그때.

그들이 죽은 자리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구원이라도 바라는듯,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절규와 비탄의 가까운 소리가 나에게 들려온다.

기사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눈치인지 그들은 그 소리를 무시한채 발걸음을 옮겨갔다.

그리고 눈에 보인 것은 그들의 시체에서 올라오는 불길한 기운이였다.

나는 직감하였다.

저것이 나를...


"...부르고 있는건가."


저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그들이다.

순간 정신을 놓은 것인지 나는 기사들의 눈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발견한 기사들이 잠시나마 멈칫했지만 한명이 검을 빼들며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걸어오는 기사를 보고도 일절 물러서지 않았다. 그저 몸이, 머리가, 그리고 '무언가가' 시키는 것처럼 뻐로된 손을 내뻗었다.

뼈로 된 왼팔을 본 기사의 걸음이 순간 멈추었고 투구 안으로 비치는 안구가 크게 동요했다.


뻗어진 왼팔은 기사에게 뻗은 것이 아니다.

그 뒤에 있는 불길한 기운들을 향한 것이였다.

그들이 부르고 있다.

내가 무어라 말하면 그들은 일어날 것이라는걸 왠지 모르게 직감했다. 그것은 내가 이렇게 변화면서 바뀐 능력일것이라 추측한다.


그런데 무어라 말하지?

도대체 무슨 말을....


그때 나도 모르게 불현듯 좋은 말이 생각났다.

나는 썩은 눈빛을 빛내며 반쯤 없어져 턱뼈가 보이는 입을 열었다.


"일어나라."


슈우우우-


그리고 그들이 일어났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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