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다.
제목 :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었다.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칼이 흩날렸다.
안 그래도 부족하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넘긴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쭈욱 휘날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국기도 아니고
왼쪽 귀에 붙은 해초가 파도에 휩쓸리듯 나부끼고 또 나부낀다.
사람들이 쳐다본다.
후.... 얼굴이 벌게진다.
창피하다.
무지 창피하다.
왁스를 바르면 몇 되지도 않는 머릿수가 뭉쳐 일부러 자연스럽게 넘긴다고 넘긴 거였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불디불은 내 얼굴을 더욱 붉게 만든다.
웃는다.
웃기겠지.
하지만 없는 자들은 내 마음과 같이 안쓰러운 눈빛을 던진다.
그래, 네 맘 다 안다는 듯.
없음은 항상 초라하다.
초라한, 작은 자를 더욱 작게 만든다.
움츠려들고 또 움츠려든다.
없음이 죄도 아니건만 고개를 숙이게 만들고
작은 어깨를 더욱 작게 만든다.
시선으로 누르고
손가락으로 찍어버린다.
마치 귀찮은 초파리가 된 것처럼.
존재 가치가 없는 자가 된 것처럼.
귀찮음의 대상이 된 것처럼.
시선을 받고 또 손가락으로 찍혀 눌린다.
머릿숱이 많은 자들이 항상 부럽다.
없어진 후에야 그 귀중함을 알았다.
나도 전에는 웃었고, 웃겼다.
하지만 내가 그 대상이 된 후에야 나의 잘못을 알았다.
내가 했던 행동,
내가 했던 웃음.
가벼웠던 그것들이,
상대에게 어떤 모멸감을 주었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없는 것은 죄가 아니다.
창피할지라도 떳떳하게 고개를 들자.
얼굴이 빨개지더라도 웃자.
좁은 어깨지만 힘을 싣고 가슴을 넓히자.
네가 부족하다 하여도
네 스스로 너를 부끄러워한다면
어느 누가 너를 소중히 하겠나?
나 스스로부터 나를 소중히 하자.
하지만....
또 바람이 분다....
- 작가의말
세돌스리가님과 나눈 대화에서 스스로에게 힘을 내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세상을 빗대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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