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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27,637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1.21 12:16
조회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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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52. GS의 몰락.

DUMMY

미국정부와 협의했던 대로 일이 일단락되자 대통령은 장석환의 과거를 알아내도록 국정원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자가 태어날 때부터 고아는 아니었을 테니 어떤 연유로 고아가 되었는지 알아내도록 해.

보통능력을 가진 자가 아닌 것 같으니 언젠간 국익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 단 하나도 놓치지 말고 샅샅이 파헤쳐 보도록."


이모든 사건이 한사람의 복수를 위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실장은 대통령의 명령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오랜 세월동안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해온 자신은 대통령의 손발일 뿐 자신의 주관은 필요 없다는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지시만큼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작해야 어린놈일 뿐인데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무슨 뜻이지? 머리론 이해하기 어렵다 생각을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석환은 뉴스를 통해 한국의 사정을 보고 있었다.

재벌이란 게 이렇게 쉽게 무너지리라곤 상상조차 못했었기에 허무하기까지 했다.


"저 정도면 재벌그룹이란 것도 모래성 같은 것 아닌가?"


한편으론 CIA의 치밀함에 놀랍기도 했다.

막상 보고자 했던 정회장의 얼굴과 정찬우는 보이지도 않고 그놈의 형 찬호가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곧 급성뇌출혈로 인해 인사불성상태에 빠졌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막상 죄를 지은 놈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엄한 놈이 욕을 보는구나."

그나저나 CIA대단하네.. 상황을 저렇게 만들 수도 있는 거구나..

회견이 끝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회장직에서 쫓겨난 정회장 개인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주주들과 하청기업의 소송이 잇따랐다.


미국과 한국을 뒤흔들었던 범인을 특정지울 수 없는 폭약과 마약얘기는 그런 혼란 속에 조용히 묻혀갔다.


정찬우는 뉴스를 보면서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와 형의 무능함을 탓하고 있었다.

또 다른 자신이 저질렀던 과오를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은 찬우는 조만간 수배가 떨어지리란 걸 알고 약상자를 찾아 챙기고 자신이 챙겨야할 것들을 모두 가방에 담아 공항으로 향했다.


"흐흐, 세상 좀 쉽게 즐겨보려고 했더니 그것도 뜻대로 안되는구나. 굳이 이런 곳에서 본능을 감추고 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래, 테러범들의 천국이라는,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피를 볼 수 있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으로 가자."




카파는 샌더슨의 허락을 받고 다시 돌아온 바이올렛으로 활기를 띠었다.

석환은 새뮤얼의 요구대로 오랜만에 녹음을 마치고 발매한 신곡이 순조롭게 차트에 진입했다.


꿈속에서 만난 그대라는 곡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댈 보지 못했네.

그렇기에 오랫동안 그댈 잊고 있었지.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기에 가슴만 저리고

그대 떠난 빈자리 굳세리라 믿었던 약속은

먼지처럼 흩어져 바람 따라 흘러가 버렸다.


이젠 그리움조차 세월의 물결에 씻겨 흔적만 남은 줄 알았는데

어젯밤 갑자기 찾아온 그댈 보니 가슴만 미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

기쁨보단 슬픔으로 가슴엔 휑하니 바람만 불고

그저 얼굴만 바라보았지.


뭐가 그리 좋은지 바보처럼 환하게 웃고만 있던 그대.

오랜만에 만난 그리움을 풀었기 때문일까.

가까이 갈수록 멀어져만 가던 그대는 안개 속에 흩어져가고

난 아직 약속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았고


문득 잠에서 깨어 그대 있을 먼 하늘만 쳐다보았네.

........


노래의 주인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인터넷 상에서 토론이 벌어질 정도로 노래는 이슈를 끌었다.

먹먹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뮤지션의 곡은 한번쯤 이별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음원을 다운받아 들어보았기에 차트에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GS가 몰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처럼 시간을 내 찾아온 주영이 한결 환해진 얼굴로 석환에게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거대한 그룹이 무너질 수 있는 건지 내 머리론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GS가 그렇게 될 동안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도 그렇구요."


너와 내가 겪었듯 거짓 속에 가려진 진실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게 말이다. 아무튼 너나 내가 모르는 속사정이 있었겠지, 아무리 망했다 해도 정회장 식구들이 깡통까지 차게 될 줄 미처 몰랐다."


"자업자득이겠지요. 주식회사라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과오로 밝혀진 손해에 대해 막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했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겠지만... 그런데, 이제부터 난 뭘 하면 되지요?"


"그게 무슨 말이야 뭘 하다니? 넌 하던 공부마저 해야지."


"갑자기 목표가 갑자기 사라지고 나니까, 의욕이 사라져버리네요."


"다 잊어버리고 이제부턴 네 행복 만을 위해 살아."


"그게.. 될까요?"


"답답하면 술이나 마실래?"


"그러게요, 오늘 같은 날 술이라도 마시면 좀 낫겠지요."


"좋아, 그럼 오랜만에 한식이나 먹으러 코리아 타운으로 가자."


쯔룹.

주영의 목에서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오랜만에 소주와 함께 안주로 먹기 좋은 돈돈이 순대로 갈까요?"


그래도 한식이란 말에 화색이 도는 걸 보면 같이 앉아 먹어 본지가 제법 되는 것 같다.

자신도 오랜만에 침이 고이는 걸 느꼈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어서들 와, 바빴나 봐? 이렇게 오랜만에 온 걸보면."


주영이 넉살좋게 받아 넘겼다.

"흐흐, 누님은 그새 조금 더 이뻐지셨구만요. 그라니, 우리도 조금은 바빠야 되지 않겠습니까?"


"호호호, 이쁘다니 지금 늙은이 꼬시는거야?"


"흐흐, 사십대가 늙은이라 하모, 오십대는 뭐라 불러야 하는교?"


"호호호, 넉살은.. 어서 자리에 앉아."


"예, 우선 소주부터 좀 주이소."


한인사회에 주영의 이름이 알려지기 전부터 드나들었던 식당주인아줌마의 환대를 받으며 자리에 앉은 둘은 밑반찬이 나오기도 전에 소주부터 주문하고 한잔씩 들이켰다.


"카. 역시 소주가 진리입니다."


"하하, 그래 오랜만에 마시니 좋네."


곧 테이블에 놓이기 시작한 반찬 그릇에 젓가락이 쉼 없이 오갔고 그만큼 소주병이 늘어갔다.

순댓국은 곧 동이 났다.


얼큰한 얼굴로 주영이 물었다.

"형님은.. 서울 소식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안 그래도 간간이 전화로 소식은 듣고 있다. 하지만 나한텐 이제 하나가 끝났을 뿐이야. 아직 우영과 화승이 남아있으니까, 그것들이 무너지는 꼴을 보기 전엔 안 돌아간다고 맹세했었으니까. 우울해 지니까 그 얘긴 그만하자."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미안합니다, 형님.

....전 그동안 GS만 생각하느라 잊고 있었습니다."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는데?"


"......이제 곧. 제가 말씀드렸던 해킹방지프로그램의 연구가 끝이 납니다. 그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방화벽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즉, 그 말은 제가 들여다보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없다는 말과도 상통됩니다. 그러니 화신과 우영을 제가 손봐도 될까요?"


"아니..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거.. 범죄 아니냐?"


"일종의 해킹이라고 할 수 있으니 걸린다면 범죄가 되겠지요. 하지만 제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신이 나서 설명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도리는 없었지만 생기 가득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저 감탄 섞인 추임새만 넣을 뿐 입을 막을 수가 없었다.


"범죄행위라니 좀 껄끄럽긴 하지만.. 필요하면 그때 가서 부탁해도 될까?"


"부탁이라니요, 말씀만 하십시오. 그놈들의 비리를 캐내는 것쯤은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고맙다."


"이게 다 형님덕분인데.. 쑥스럽게, 고맙다는 말을 하십니까."


"하하하, 공부를 한건 내가아닌 너잖아. 성과를 내느라 얼마나 열심히 했을지 보지 않았어도 알 것 같다."


".....그동안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로 쑥스러운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크크큭, 아무래도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유, 이제 좀 한가해 졌네. 나한테 한잔 안 권할 거야?"


"하하,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을 드려야지요."

의도치 않게 주인까지 가세한 술자리는 길게 이어졌다. 모처럼 가진 마음편한 자리였기에 석환도 굳이 파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석환이 정찬우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뜻밖에도 애덤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그와의 만남이후 팜이라 부르는 이곳 CIA의 훈련소에서 처음으로 사격이란 걸 하고 있었다.


약속도 없이 찾아온 애덤을 보고 석환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소식을 전하러 왔네."


"소식이라니요, 무슨..?"


"정찬우라는 인물을 알고 있겠지?"


이름을 듣는 순간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애덤은 차분하게 정찬우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그자가 지금 중동, 그것도 이라크의 모술에서 목격됐다네."


어쩐지... 소식을 들을 수가 없다 했더니 그런 곳에 처박혀 있었구나.

"그런데, 그놈이 거긴 왜?"


"알라 아사드란 이름으로 개명하고 IS의 조직원으로 그것도 일군의 지도자급으로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네."


"알라의 사자란 뜻인가요?"


"그렇지."


아무리 미친놈 이라지만 어떻게...전쟁터 엘?

"우리가 알아낸 건 중국 측에서 그놈에게 대량의 크리스탈을 건네줬다는 거야.

유일하게 복용하고도 죽지 않고 적응한 놈이니 그 이유를 찾아내고 싶었던 거겠지."


"뭐라는 겁니까? 그 미친놈이 크리스털을 먹었다고요?"


"확실하네. 정회장이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는 증거도 찾아냈네."


석환의 눈이 사납게 빛났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당신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면서 나를 핑계 삼아 GS를 무너뜨렸던 거였군."


"...어차피 통하지도 않을 테니 억지로 부정하진 않겠네."


"그런데 그런 정보를 나한테 알려주는 이유가 뭡니까?"


"음... 그놈으로 인해 우리 측 병사들의 인명피해가 막심하다네. 정보원들 보고에 따르면 크리스털을 먹은 그놈의 신체 능력은 가히 슈퍼맨에 버금간다고 하더군."


"나에게 원하는 게 뭡니까?"


"어차피 자네와 그놈과는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는 원수지간 아닌가, 그러니 자네의 능력을 우리에게 빌려주지 않겠나?"


결국 이용해 먹자는 소리였나?

"....."


"그냥 요구하는 건 아닐세. 합당한 보상을 할 거란 약속을 하지."


"합당한 보상이란 게 뭡니까?"


애덤의 머릿속으로 전사자 1인당 보상금이 얼마인지 계산이 주르륵 흘러갔다.

벌써 300명 이상의 전사자가 생겼다. 그것만 해도 1억5천만 달러!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석환은 바쁘게 움직이는 애덤의 눈동자를 쳐다보고 만 있었다.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시민권과.... 자네를 자유롭게 할 신분과 돈 그 정도 일세. 더 필요한 게 있다면 협의를 해보면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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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65. 와칸회랑. 22.02.05 17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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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63. 귀국. 22.02.03 17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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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58. 악연과의 조우. 22.01.28 175 5 12쪽
65 57. 악연과의 조우. 22.01.27 17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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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55. 악연을 찾아서. 22.01.25 181 5 12쪽
62 54. 악연을 찾아서. 22.01.24 188 4 11쪽
61 53. 악연을 찾아가다. 22.01.22 188 5 11쪽
» 52. GS의 몰락. 22.01.21 188 4 11쪽
59 51. GS의 몰락. 22.01.20 180 6 12쪽
58 50. GS의 몰락. 22.01.19 188 5 11쪽
57 49. 애덤 반스와의 조우. 22.01.18 175 3 12쪽
56 48. 바이올렛의 실종. 22.01.17 173 5 13쪽
55 47. 바이올렛의 실종. 22.01.15 178 5 12쪽
54 46. 바이올렛의 실종. 22.01.14 184 4 12쪽
53 45. 능력을 탐 내는 자들. 22.01.13 183 4 11쪽
52 44. 발도 나이트클럽. 22.01.12 182 6 11쪽
51 43. 발도 나이트클럽. 22.01.11 18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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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1. 납치극. 22.01.08 19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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