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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27,636
추천수 :
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1.1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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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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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6. 바이올렛의 실종.

DUMMY

로즈는 자신의 신분을 눈앞에 있는 이자에게 밝혀도 될지 확신할 수가 없어 망설여졌다.

윌셔가 찍어온 동영상은 국가정보국에 의해 곧 모든 기관으로 공유되었고 로즈는 국토안보부의 I&A소속 정보분석관으로 컴페어프로그램을 이용해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괴물을 해치운 자가 석환이라는 것을 확신한 것도 로즈였다.


이미 가수로 제법 이름이 나 있기에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출생서부터 성장환경과 배경까지 분석을 마치고 찾아온 길이지만 단 한 가지 이 남자의 성격분석을 하지 않고 찾아온 것은 실수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단순히 교도소에 있었다는 문제 때문에 무시하고 지나갔던 거지. 그저 단순한 일로 생각한 내 실수야.’


보통 남자들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지 못해 안달을 했지만 눈앞의 이 남자만은 다르다는걸 미처 몰랐다.


그때부터 석환이 달리보이기 시작했다.

"난 I&A소속 정보분석관이에요. 우린 당신에게 협조를 부탁하려고 찾아온 거구요."


’그래, 그거였군. 그렇게 오만할 수 있는 이유가 국토안보부란 이름 때문이라 이거지.’


규모면에서 미국의국토안보부는 창설당시 다른 부서에서 흡수한 17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과 함께 무려 375억 달러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었다고 했다.

국토안보부의 1차적 임무는 미국을 겨냥한 국내외의 테러공격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 같은 임무수행을 위해 국토안보부는 각 기관의 22개 부처를 흡수하여 통합 운영하고 있다. 부서 내 조직들은 크게 국경안전국, 정보분석국, 인프라보호국, 생화학무기관리국, 비밀경호국(SS)을 비롯해 기존의 연방재난 긴급관리청(FEMA) 등 총 5국(局) 1청(廳)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했다.


국경안전국은 법무부의 이민국(INS), 재무부의 관세국, 교통부의 해안경비대, 교통보안청을 흡수해 국경과 해안 경비, 미 본토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통제·관리한다.

연방재난긴급관리청(FEMA)은 비상시 시민 대피와 구조를 전담한다. I&A는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협조를 바탕으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신설된 인프라보호국은 백악관, 연방청사, 의회의사당, 원자력발전소 등과 같은 주요 사회기간시설이나 건물을 보호하는 일을 맡는다.

생화학무기 관리국은 화학, 생물, 방사능, 핵과 관련된 테러를 집중 연구하고 대처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그동안 고위급 인사들을 은밀하게 경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비밀경호국(SS)이 재무부 소속이었다가 국토안보부로 흡수되었다.


’여하튼 간에 그만한 조직에 소속되어있으니 겁날게 없다는 건가?’


협조라니? 사람을 눈 아래로 깔아보던 여자의 입에서 뜬금없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석환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하. 뜬금없이 협조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발도클럽에서 괴물을 제거한건 인정하십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믿고 싶은 대로 알아서 생각하시오."


시작부터 꼬였으니 계속 꼬여갔다.

사람이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루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무의식적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자기애적방어기저가 강한 사람일수록 정도가 심했다.


그건 로즈역시 마찬가지였다.

로즈는 지금 대화가 꼬이고 있는 이유를 만만한 직원 탓으로 돌리고 눈을 흘겼다.


’병신같이 제대로 회유조차 못해놓고 여태껏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엄밀하게 말해 미카엘은 로즈의 경호담당 겸 어시스턴트일 뿐 부하직원이 아니다.

로즈의 오만함이 저 혼자 부하로 여기고 있을 뿐 하지만 미카엘은 일말의 내색도 하지 않았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석환의 눈엔 미카엘의 내심이 보이는 것 같았다.

’쯧, 불쌍한 사람이네. 어쩌다 저렇게 머리에 꽃 꽂은 여자한테 꽂혀 가지고.

저런 사람이 화나면 물불을 안 가릴 텐데.. 저 여자 괜찮을까 모르겠네.’


대화의 단절이 길어지자 석환도 짜증이 났다.

"지금 이렇게 남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도 상당한 민폐거든,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돌아가시지?"


자존심에 금이가자 로즈의 눈빛에 독기가 서렸다.

’어떻게든 I&A로 끌어들이겠다고 큰소리 치고 나왔는데 이대로 돌아갈 순 없어.’

"미국 땅에 살면서 우리와 척을 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모양이군요."


로즈의 독기가 짙어질수록 석환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아갔다.

도대체 저 되도 않는 우월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보이질 않는 여자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이 세상은 힘 가진 놈이 없는 놈을 찍어 누르며 살게끔 만들어진 모양이다.


"허-. 이젠 되도 않는 협박까지? 당신 말마따나 어떤 일이 생기게 될지 나야 모르지.

그래도 상관없어, 하지만 정상적으로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여기까지 온 나를 내보내려면 이 회사에 위약금을 엄청 많이 물어줘야 할 텐데. 난 무식해서 I&A가 뭘 하는 기관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돈이 많은 모양이지?"


로즈는 자신의 입이지만 때리고 싶었다.

협박 따위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파악하고도 흥분이 지나친 바람에 말이 앞선 것이다.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자존심에 입은 상처 때문이다.


I&A는 초능력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능력을 지닌 이자를 이용해 차이나타운에 들어와 있는 중국의 스파이들을 일망타진할 계획을 세웠고 국토안보부의 승인까지 받았다.

자신의 명성을 날릴 기회라고 여긴 로즈는 석환의 포섭을 맡겠노라 자신 있게 나선 길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다 틀려버린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결국, 원인은 저 인간 때문인 거지.

애꿎은 미카엘만 씹어대고 있었다.

결국 로즈는 아무소득도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석환은 일할 맛이 나질 않아 숙소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스튜디오를 나왔다.


띠루룩. 띠루룩.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올 사람이 거의 없다는 생각에 석환은 무심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새뮤얼. 회사로 좀 와줄 수 있을까?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새뮤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바이.. 아냐. 전화론 얘기하기가 좀... 어려운 일이라서.


긴장이라곤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긴장이 지나쳐 잔뜩 잠겨있다는 걸 알았다.

"알았어, 바로 출발할게요."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틀림없이 바이올렛 얘기인 것 같았다.

바이올렛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

떠올리려고 해봤지만 건방지기 짝이 없던 그녀의 얼굴이 전혀 떠오르질 않았다.

기억력이라면 자신이 있는 난데, 그만큼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한차례 실패를 겪은 바이올렛의 노래는 석환이 준 한곡의 노래로 급물살을 타고 차트를 날아올라갔다.

첫인상부터 별로였던 여자에게 노래를 주고 싶어 줬던 것은 아니다.

이대로 묻히기엔 바이올렛의 목소리가 아깝다는 새뮤얼의 간곡한 부탁과 주겠다는 돈을 거절하기 힘들어서 주었던 것일 뿐 기분이 나쁘면 나빴지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자기 고집대로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음색은 나무랄 때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레게음악을 고집하고 있었다.

내게 있어 어울림이란 밴드와 자신의 음색과의 화합을 말하는 것인데 묘하게 그녀의 음색은 밴드의 연주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레게음악의 악기편성법의 특징은 전기 베이스기타가 곡의 흐름을 주도하며 큰 소리로 연주하는 것. 베이스기타 주위로 오르간, 피아노, 드럼, 리드기타 등이 긴장과 이완의 교대 형식에 의해 비트(beat)를 세분하는 짧은 오스티나토(ostinato) 악구를 연주하며 간결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청취자에게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본다.


전달하기 가장 좋은 메시지라면 사회적 불만이나 이슈를 피 토하는 심정으로 불러야 하는데 부르는 사람의 감정이 실려 있지 않으니 듣는 이들로서는 그 불협화음을 불쾌해 할 것이 뻔했지만 막상 당사자만은 아예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제 멋에 사는 사람이니까. 그 여자에겐 차라리 목소리를 살릴 수 있는 팝이 어울릴 거야.

그런 생각에서 건네준 음악이 ’난 이제부터 시작이야I'm starting now’ 라는 곡이었고 자신의 생각대로 노래에 날개를 달았고 회사에 제법 큰 수익을 안겨주었다.

그녀와의 인연은 단지 그 뿐이라 짐작이 가질 않았다.

’그런데 그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회의실에서 만난 마이크와 새뮤얼의 얼굴에 가득 찬 근심을 보자 차마 평소같이 장난 같은 인사를 나눌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죽을상을 하고 계신 겁니까?"


"그.. 바이올렛이.. 행방불명됐단다."


"에혀, 난 또 뭐라고. 어린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행방불명 됐는데, 그게 대표님이나 새뮤얼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러고 계신 건데요?"


"그.. 바이올렛 아버지가 샌더슨 상원의원이라서.. 문제가 된 거지."


석환은 자신이 잘못 들었거니 싶었다.

"누구요? 아버지가 누구라고?"


우거지상을 한 새뮤얼이 입을 열었다.

"샌더슨."


"이름말고요."


"버닝 샌더슨, 버닝 샌더슨 상원의원이라고."


"샌더슨 상원의원이라면.. 버몬트?"


"그래, 바로 그 사람."


"그런데, 상원이든 뭐든 그 사람이 뭘 어쨌다고?"


"우리더러 당장 찾아 놓으란다..."


무슨 얘길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짜증이 올라온다.

"이거야 원. 도대체 무슨 말인지.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끔 얘기해줄 수 없어요?"


"....그게 좀.. 우리사업이 좀 많이 곤란하게 될 것 같다."


"하, 그러니까. 그 이유가 도대체 뭐냐구요."


우거지상이 된 새뮤얼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어휴... 바이올렛이 여기서 신곡 녹음을 마치고 나간 뒤로 사라졌거든, 당연히 우린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지. 그런데 딸한테서 마지막으로 자신들만 알고 있는 구조 문자가 들어왔다는 거야.

샌더슨이 곧바로 FBI에 연락을 한 것 같은데.. 문제는 우리가 자신의 딸한테 바람을 넣어서 가수를 한다고 집을 나가버리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거지."


"아니? 바이올렛이 성인 아니었나요?"


"성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샌더슨한테 당장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지."


"권력이라는 게.. 뭘 말하는 거지?"


"그자가 작정하고 우리를 망하게 만들려면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야."


"의원이라고 해서 그런 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자가 정말 그런 짓을 할까요?"


"로샨느에게 벌어졌던 일을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자식이 관련된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겠지."


미국은 그래도 다를거라 생각했지만 똑같다는 생각이 들자 한국에서의 일이 생각나 화부터 났다. 돈이든 권력이든 가진 놈들의 생각이란 다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죄도 없는 애꿎은 회사를 망하게 한다는 생각을 가진 놈들이 제정신 일리가 없겠지.


"그만하면 상황은 알겠고... 구조 문자를 보냈다면 납치를 당했다는 말인데.. 누구 짓일까요? 우리한테 짐작 가는 곳이 없을까?"


석환의 의문에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생각에 빠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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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68. 와칸회랑. 22.02.09 173 5 11쪽
75 67. 와칸회랑. 22.02.08 165 5 11쪽
74 66. 와칸회랑. 22.02.07 164 7 11쪽
73 65. 와칸회랑. 22.02.05 171 6 11쪽
72 64. 귀국. 22.02.04 176 6 11쪽
71 63. 귀국. 22.02.03 178 4 12쪽
70 62. 우연한 구출. 22.02.02 180 6 12쪽
69 61. 우연한 구출. 22.02.01 169 6 11쪽
68 60. 우연한 구출. 22.01.31 180 6 12쪽
67 59. 각자의 욕심. 22.01.29 174 6 11쪽
66 58. 악연과의 조우. 22.01.28 175 5 12쪽
65 57. 악연과의 조우. 22.01.27 171 5 12쪽
64 56. 악연과 조우. 22.01.26 176 5 11쪽
63 55. 악연을 찾아서. 22.01.25 181 5 12쪽
62 54. 악연을 찾아서. 22.01.24 188 4 11쪽
61 53. 악연을 찾아가다. 22.01.22 188 5 11쪽
60 52. GS의 몰락. 22.01.21 187 4 11쪽
59 51. GS의 몰락. 22.01.20 180 6 12쪽
58 50. GS의 몰락. 22.01.19 188 5 11쪽
57 49. 애덤 반스와의 조우. 22.01.18 175 3 12쪽
56 48. 바이올렛의 실종. 22.01.17 173 5 13쪽
55 47. 바이올렛의 실종. 22.01.15 178 5 12쪽
» 46. 바이올렛의 실종. 22.01.14 183 4 12쪽
53 45. 능력을 탐 내는 자들. 22.01.13 183 4 11쪽
52 44. 발도 나이트클럽. 22.01.12 182 6 11쪽
51 43. 발도 나이트클럽. 22.01.11 183 5 12쪽
50 42. 납치극. 22.01.10 184 5 12쪽
49 41. 납치극. 22.01.08 190 6 13쪽
48 40. 납치극. 22.01.07 18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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