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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의 정의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1.11.24 13:49
최근연재일 :
2022.04.22 14:35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27,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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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글자수 :
666,943

작성
22.01.1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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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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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7. 바이올렛의 실종.

DUMMY

석환으로선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생각에 잠겼던 새뮤얼이 장고 끝에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엔 이건 단순히 우리나 바이올렛을 노리고 저지른 일은 아닌 것 같아.. 생각해봐, 바이올렛이 제법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곤 하지만 아직 까진 서부에서 일 뿐이라고, 큰 돈을 벌려면 아직 멀었단 말이지. 그러니 돈 때문은 아닐 거야. 그렇다고 바이퍼 이후로 우리 카파에 욕심을 내는 인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샌더슨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그거야 FBI에서 밝혀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바이올렛의 신상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마이크로선 샌더슨의 화를 피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혹시.. 범인들한테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답니까?"


"누가 이렇다 저렇다 상황을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고..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형편이야."


"거참, 아무리 힘들어도 인상은 폅시다. 그나마 남아있던 복도 다 달아나겠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봐도, 우리한테 대책이 없어서 너 보고 와 달라고 한 거야."


후.. 정말이지 하다하다 별일이 다 생긴다.

한국이나 여기나 권력을 가진 놈들의 횡포는 다 똑같다는 생각이드니 한숨부터 터져 나왔다.


"누구였더라..? 그래 블리츠라고 했던 PI의 실력이 제법인 것 같던데 그 사람에게 찾아보라고 의뢰를 해보는 건 어때요?"


"아! 그 생각을 왜 못했지?"


"지금 당장 연락해보도록 해요."


"그래, 알았다."




블리츠는 전과 다름없이 블랙 정장에 검은 가방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섰다.

사건 전말을 다 듣고 난 블리츠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실종된 사람이 샌더슨 의원의 따님이라면 어찌 된 일인지 대충 내막을 알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찾아낸다 해도, 만약.. 내 짐작이 사실이라면 아가씨의 안전에 대해선 장담을 할 수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블리츠의 이해하기 어려운 말에 이마가 좁혀졌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내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정치적인 문제가 끼어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적인 문제라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블리츠가 우리 모두와 일일이 눈을 맞춰보고 누구도 자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샌더슨 의원이 민주당의 유태계의원이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신지요? 그런 샌더슨 의원이 국정현안에 대해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의 세력을 모아 반대하고 있는 정책이 있습니다. 바로 중동의 파병문제지요."


민주당의 유태계의원이란 말과 파병얘기를 듣자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럼 공화당에서 샌더슨의 이목을 돌리려고..?"


"아니면 이란측일수도 있지요. 내 추측은 그렇습니다."


"이란 짓이라면 차라리 암살자를 보냈을 테니.. 내부적인 문제라는 당신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기관을 이용했을까요?"


"하하하, 큰일 날 말씀을 기관을 이용해 사건을 벌인 것이 들통나는 순간 대통령까지 탄핵에 처하게 됩니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보다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간에 뒤에서 궂은 일을 해주는 놈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난 그놈들의 뒤를 캐볼 생각인 거구요."


그제야 감을 잡은 마이크와 새뮤얼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여졌다.

그럼에도 석환으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사실을 샌더슨의원이 모르고 있었을까요?"


"하하, 원내대표에게 딸린 브레인이 몇 명인데..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미 짐작은 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찾고 있는 중이겠지요. 그러면서도 이 회사에 협박을 하는 이유는 사람이란 큰일이, 그것도 막상 자신에게 나쁜 일이 닥쳤을 때 원망할 대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마이크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럼, 우리가 겨우 샌더슨의 원망대상으로 찍혀서 협박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겁니까⁉"


원망대상일 뿐만 아니라 만약 바이올렛이 죽기라도 했다면 카파스튜디오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뱉어낼 수가 없었다.


블리츠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흠, 마이크씨 이건 흥분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맞는 말이다.

"누구 짓인지 찾아낼 수는 있겠습니까?"


"음... 찾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전에 있었던 로샨느의 경우와 같이 찾아낸다 해도 구출까지는 우리가 못한다는 걸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마이크도 상황을 짐작했는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니 비용이 얼마가 들든 일단 찾아만 주십시오."


새뮤얼도 그제야 제대로 상황을 인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지 모두가 붕 떠있는 기분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바이올렛의 실종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고 뉴스에선 연일 파병문제만 거론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샌더슨 쪽에서 손을 쓴 것 일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딸의 안전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정치생명 때문일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샌더슨이란 자의 시커먼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리츠가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열흘이 지나서였다.

그새 행방을 찾아다니느라 고생 꽤나 했는지 마른 것이 눈에 확연하게 보였다.


마이크와 새뮤얼이 불안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앞에서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일을 저지른 놈들을 찾아내기는 했습니다만.. 바이올렛이 갇혀있는 곳은 아직 찾아내지를 못했습니다."


"어떤 놈들 입니까?"


"내 짐작대로 공화당에서 손을 쓴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가방에서 자료와 함께 동영상이 담긴 테이프를 꺼냈다.


"이 영상은 바이올렛양이 사라진 근처 은행의 외부에 설치된 CCTV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복사해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영상 중에서 가장 잘 잡힌 화면을 캡처한 것입니다."


사진 속엔 확연하게 정신을 잃어 보이는 바이올렛을 부축해 차에 태우고 있는 근육질의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보였다.


"이자는 누구지요?"


"확인 결과 해군 특수임무부대(SMU) 씰 출신으로 특수작전사령부에서 불명예 전역한 시릴로란 이름을 가진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시릴로라.. 지금 있는 곳은요?"


"지금 그자가 있는 곳을 아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자가 지금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니까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석환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자는 대표적인 관피아라고 보면 맞을 겁니다. 주로 하는 일이 CIA의 청소일 이니까요."


"청소라니요?"


"CIA에서 자신들이 손을 대기에 꺼림칙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일. 즉 은밀한 살인을 도맡아 해주는 일종의 청부업자지요."


석환은 상상도 못했던 블리츠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CIA의 하청업자라면 극비에 속하는 기밀일 것이 뻔한데 그런 자의 신분을 알아낸 것만 해도 핑커튼의 힘을 알 것 같았다.


"그럼 CIA가 불법적인 일을 한다는 말씀입니까?"


"허, 정말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로군요. 그자들은 자신들의 손익을 따져 일을 할 뿐이지 어느 나라의 어느 정보기관이든 대부분이 불법 적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청부업자들은 그들의 일을 대행하는 대신에 사소한 범죄행위 정도는 보호 받을 수도 있고, 거기에 더해 대행수수료도 낮지 않기에 특수군 출신들이 많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만약 문제가 발생할 경우 CIA에선 무조건 꼬리를 끊어버리기에 어지간한 실력과 담력으론 달려들지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잠깐, 만약이라는 건?"


"바이올렛과 같은 상황을 말하는 겁니다. 만약 바이올렛을 구출해 낸다면 시릴로는 다른 암살자에 의해 무조건 청소를 당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목숨을 걸고 막으려 하겠지요."


"그렇다면, 그자에게나 우리에게나 생사가 걸린 일이로군요."


"바로 그겁니다. 무력을 동원해 구출하자면 총격전이 벌어질 건 뻔한 일이고, CIA의 하청업자와 총기로 인한 사건에 연루되게 되면 우리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오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로선 구출이 어렵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릴로란 자는 어디로 가면 찾을 수 있겠습니까?"


블리츠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서류 안에 그자의 사무실과 주로 활동하는 동선이 다 들어있습니다. 그것을 알아내느라 생각보다 좀 시간이 걸렸지요."


봉투 속의 서류를 꺼내보니 다운타운 메모리얼빌딩 15F 24호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블리츠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사무실까지는 확인했지만 실내구조까지는 알아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외부에서는 내부를 관찰할 수 없도록 창문에 빛이 투과할 수 없는 광학필름을 사용한 것 같았습니다."


"자료를 보기만 해도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알 것 같네요, 고생하셨습니다."


"하하하. 우릴 믿고 맡겨주신 의뢰에 성실하게 조사할 뿐입니다."


블리츠가 또 한장의 서류를 꺼내 내밀었다.

"여기 비용정산서입니다."


그때까지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마이크가 냉큼 서류를 받아 들여다보았다.

청구금액이 예상보다 컸나보다. 한참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마이크는 수긍이 된 모양인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정보조사라는 게 정해진 금액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막상 지불해야 할 청구액을 보자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지금 바로 이체 시켜드리지요."


블리츠의 눈치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채고 석환이 물었다.

"무슨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이번에도... 아, 아닙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로샨느 사건 때 카메라를 들고 숨어있던 놈 역시 내 짐작대로 블리츠의 사람이었던 거지.


"난 누가 됐든 내 뒤를 밟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석환은 자신의 살기에 눌린 블리츠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기운을 풀었다.


"...알겠습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호기심 외엔 절대 다른 뜻이 없었으니 오해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따라 뜨겁고 건조한 샌타애나 바람이 도심지로 불어오자 사람들의 얼굴에 불안감이 엿보였다.

샌타애나 바람은 내륙 고원에서 공기가 급히 하강할 때 바람이 발생하고 압축작용에 따라 더운 공기로 바뀌게 되는 것인데 샌타에나 협곡에서 자주 분다고 해서 아예 바람 이름으로 굳어버렸다.

이곳 주민들은 샌타애나가 불어올 때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화재의 위험 때문에 눈에 띄게 불안한 표정으로 귀가를 서두르곤 했다.


무작정 빌딩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 석환은 구석진 곳에 주차를 시켜 놓고 일부러 짝수 층 엘리베이터를 집어 탔다.


16층에서 내려 계단을 내려가 15층으로 갈 생각이다.

시릴로를 납치해 인적이 없는 곳으로 데려갈 생각이지만 만약의 경우 납치가 여의치 않으면 계단실에서라도 바이올렛을 가둬 놓은 곳을 알아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휴, 어쩌자고 자꾸만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네."

하지만 해결 능력이 없는 마이크와 새뮤얼을 보면 나서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직 까진 회사의 존망에 따라 자신과 주영이의 미래도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쯧. 그 여자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더라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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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68. 와칸회랑. 22.02.09 173 5 11쪽
75 67. 와칸회랑. 22.02.08 165 5 11쪽
74 66. 와칸회랑. 22.02.07 164 7 11쪽
73 65. 와칸회랑. 22.02.05 171 6 11쪽
72 64. 귀국. 22.02.04 176 6 11쪽
71 63. 귀국. 22.02.03 178 4 12쪽
70 62. 우연한 구출. 22.02.02 180 6 12쪽
69 61. 우연한 구출. 22.02.01 169 6 11쪽
68 60. 우연한 구출. 22.01.31 180 6 12쪽
67 59. 각자의 욕심. 22.01.29 174 6 11쪽
66 58. 악연과의 조우. 22.01.28 175 5 12쪽
65 57. 악연과의 조우. 22.01.27 171 5 12쪽
64 56. 악연과 조우. 22.01.26 176 5 11쪽
63 55. 악연을 찾아서. 22.01.25 181 5 12쪽
62 54. 악연을 찾아서. 22.01.24 188 4 11쪽
61 53. 악연을 찾아가다. 22.01.22 188 5 11쪽
60 52. GS의 몰락. 22.01.21 187 4 11쪽
59 51. GS의 몰락. 22.01.20 180 6 12쪽
58 50. GS의 몰락. 22.01.19 188 5 11쪽
57 49. 애덤 반스와의 조우. 22.01.18 175 3 12쪽
56 48. 바이올렛의 실종. 22.01.17 173 5 13쪽
» 47. 바이올렛의 실종. 22.01.15 178 5 12쪽
54 46. 바이올렛의 실종. 22.01.14 183 4 12쪽
53 45. 능력을 탐 내는 자들. 22.01.13 183 4 11쪽
52 44. 발도 나이트클럽. 22.01.12 182 6 11쪽
51 43. 발도 나이트클럽. 22.01.11 183 5 12쪽
50 42. 납치극. 22.01.10 184 5 12쪽
49 41. 납치극. 22.01.08 190 6 13쪽
48 40. 납치극. 22.01.07 18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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